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93)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93화(192/193)
외전 – 저승의 반란 (후일담)
신들의 왕이 된 나는 요즘 어둡고 컴컴한 지하가 아닌, 올림포스의 황금 옥좌에서 아래를 바라본다.
물론… 저승의 왕도 겸하고 있다.
제우스가 사용하던 최강의 무기인 스퀴테와 아스트라페는 나의 것.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축출하면서 왕권과 하늘의 신격 역시 나의 것이 되었다.
저승, 공정, 자비, 왕권, 하늘, 법… 등.
나의 신격과 제우스에게서 새롭게 얻은 신격이 더해지자, 어깨에 올려진 수많은 무게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무게를 느끼면서도 그리 방만한 행동을 보였던 제우스에 대한 짜증도 함께 올라왔다.
“아무리 내 형제라지만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다. 너는 아틀라스 대신 천구를 직접 지고 있도록 해라.”
“하데스!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느냐! 그간 섭섭지 않게 대해준…”
“끌고 가라!”
“으하하하! 제우스. 어떻게 하면 천구를 쉽게 들 수 있는지 알려주지!”
완전히 몰락하여 오직 천둥과 벼락의 신격만이 남은 제우스가 아틀라스에게 질질 끌려갔다.
아스트라페도, 스퀴테도 빼앗기고 부상을 입은 제우스는 영원히 천구를 들고 있어야 할 것이다.
물론 고간이 파괴되었으니 [우라노스] 될 가능성도 농후하고.
이제 남은 문제는 신들의 단속과, 이승에 있는 필멸자들의 혼란을 막는 일.
그리고 내 권력을 공고히 함과 동시에. 제일 중요한 문제인… 가이아 님과의 담판을 짓는 것이다.
“하데스.”
잠시 황금 옥좌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자니 헤라가 다가왔다.
한때는 신들의 여왕이었지만, 이제는 제우스가 축출됨으로 인해 권위가 제법 떨어진 그녀.
“신들의 왕에게는 마땅히 그에 걸맞는 왕비가 필요한데, 혹시 생각해둔 여신이라도 있나요?”
여태까지는 여색에 그리 흥미가 없어 결혼을 하지 않은 나였지만 신들의 왕이 된 이상, 옆자리를 채워줄 여신을 찾아야 하기는 한다.
그런데 헤라가 이런 말을 한다는 건. 아마…
“그건 왜 물어보는 거지?”
“보나마나 저승에 있는 스틱스나 레테겠지만, 꼭 여신 한둘만을 옆에 두란 법은 없잖아요?”
“그럼?”
“제 딸이자 청춘의 여신인 헤베와 결혼하는 것은 어떤가요?”
청춘의 여신, 헤베는 제우스와 헤라의 차녀로 신들의 공주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여신.
평소 올림포스에서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역할을 한다.
헤라가 내게 이런 제안을 하는 이유는… 반란을 성공해 이제야 신들의 왕이 된 내 통치를 공고히 하라는 의도와, 자신의 딸인 헤베를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제우스를 몰아낸 내가, 자신도 내치거나. 올림포스에서 퇴물 취급을 받을수도 있다고 생각했을지도.
하지만 내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다.
간접적으로나마 헤라가 날 지지해준다면 올림포스의 안정에도 도움이 되겠지.
“지금 결정할 문제는 아니니,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그래요. 이제 올림포스의 주인은 당신이니까 저도 따를게요. 제우스도 저리 되었으니…”
“내 형제의 일은 유감이다. 그가 조금만 더 현명한 통치를 했다면 나도 올림포스로 오진 않았을 텐데.”
“헤스티아도 눈을 돌릴 정도이니, 정당성은 당신에게 있겠죠.”
헤라의 눈빛은 복잡했다.
동정과 연민, 납득과 원망 등. 수많은 감정이 뒤섞인 표정.
하기야, 아무리 제우스의 불륜을 원망하며 한때는 반란까지 일으켰어도 그간의 정이 있었겠지.
“하데스 큰아버지. 그게… 급히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나와 헤라의 귀를 울린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모양이지?
그렇게 헤라와 내가 신궁의 바깥으로 나오자 그곳에는 뜻밖의 여신이 있었다.
오싹할 정도의 미모를 가진 녹발의 여신. 하지만 그녀에게서 나오는 강렬한 위압감에 그 누구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하데스. 오랜만에 보는구나. 네가 제우스를 몰아내고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었다고?”
“…위대한 프로토게노이를 뵙습니다.”
“그래. 그나마 네가 제우스나 포세이돈보다는 예의가 있었지.”
대지의 여신이자 위대한 태초신(Protogenoi).
그리고 지금은 우리와 적대중이신 가이아 님이 올림포스로 오다니.
“모든 신들은 잠시 나가 있으시오.”
설득의 여신, 페이토(Peitho)의 말솜씨가 내게 깃들기를.
* * *
일단 그분을 올림포스 신궁의 안으로 들였다.
내쫒는다고 내쫒을 수 있는 분이 아니거니와 태초부터 존재했던 그녀에 대한 예의는 갖춰야 하니.
“흐음.”
가이아 님이 폐허가 된 올림포스를 흥미롭다는 듯이 꼼꼼히 살핀다.
아무리 헤파이스토스가 대장장이의 신이라고는 하지만, 드넓은 올림포스 신궁을 순식간에 복구할 수는 없다.
12개의 황금 옥좌가 우리의 눈앞에 보였고. 나는 상석을 그녀에게 양보했다.
우아하고도 부드럽게 옥좌에 앉은 가이아 님이 이쪽을 바라보신다.
“저승에만 있던 네가 올림포스의 주인이 되었다는 소리는 들었다.”
“제우스를 비롯한 철없는 신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패악질을 부리는 꼴을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그럼 제우스가 저지른 사소한 실수 역시, 만회할 생각이 있겠구나?”
이쪽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말하는 가이아.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싸늘했다.
분명 제우스가 티탄 신족들을 타르타로스에 가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
지금부터 말을 잘 해야만 해. 내가 이 자리에서 그녀를 설득할 수 있는지에 따라 올림포스의 미래가 결정될 수도 있다.
신들의 왕으로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혹시나 타르타로스에 있는 티탄들을 꺼내달라는 말씀이시라면,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호호. 제우스보다는 말이 잘 통할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던 걸까?”
“가이아 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올림포스를 적대시하는 그들을 타르타로스에서 해방한다면 신들의 전쟁이 다시 한번 일어날 것입니다.”
가이아가 가늘어진 눈으로 이쪽을 보고 혀를 찬다.
하지만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은 정공법을 혼용한 기책.
“신들의 왕이라는 자리가 그리도 탐난다면 하는 수 없구나.”
“이 자리가 탐나서가 아닙니다. 제가 제우스에게 맞서 반란을 한 이유는… 불멸자가 필멸자를 대하는 태도 때문입니다.”
가이아라는 여신은 대지의 여신이지만.
모든 생명의 어머니이자 창조의 여신이기도 하다. 필멸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용적일지도.
“…계속 말해보아라.”
“신들의 왕이라는 제우스는 그의 아내인 헤라를 놔두고 인간 여성들을 강간하고 다녔으며. 이승을 돌보기는커녕,미의 여신을 차지하겠다고 싸움이나 벌이는 올림포스의 신들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
“만약 타르타로스에 갇힌 티탄들을 풀어준다면 분명 올림포스가 주축이 된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겠지요. 물론 저는 티탄들을 상대할 자신은 있습니다만, 그 과정에서 이승의 모든 생명들은 덧없이 휘말려 죽어나갈 것입니다.”
아틀라스도,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도 이제는 우리 편이다.
물론 아틀라스는 계속 주시해야 하지만… 크로노스만 제외한다면, 타르타로스에 갇힌 티탄 신족들이 풀려나도 이길 자신은 있었다.
하지만 최소 수십 년간은 이어질 싸움 동안, 인간들이 버텨줄까?
잠시 동안 나를 노려보던 가이아 님이 입을 열었다.
“네가 올림포스의 왕좌를 차지한 이유가 정당하다고? 그래서 내게 사정을 봐달라는 것이냐?”
“저는 공정과 자비의 신이기도 하며, 정의의 여신은 저승에 속한 신입니다.”
“흥.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날 설득할 수 있으리라 여겼느냐?”
그래. 당연히 이렇게 나오시겠지.
그래서 한가지 더 준비했다.
“그러니 가이아 님께 제안드릴 것이 있습니다.”
“음?”
“올림포스 신궁에서 가이아 님을 모시겠습니다. 부디 제게 많은 조언을 해주십시오.”
대지모신의 눈이 살짝 커진다.
짜증만이 가득했던 눈빛에 흥미와 관심이 섞여 들어간다.
“너를 옆에 두고서 계속 지켜보라? 후. 후후후… 제우스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하는구나.”
“만약 제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신다면, 언제든지 저를 내치시면 됩니다. 당신께서는 그럴 힘이 있으시지 않으십니까?”
“…후후후. 어쩔까.”
스윽.
대지모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왔다.
짙은 흥미를 넘어 관심의 영역에까지 도달한 눈빛이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녀가 내 턱을 잡아 자신 쪽으로 당긴다.
으음. 설마… 아니겠지? 내가 알기로는 할아버지 우라노스, 아버지 크로노스, 형제인 제우스까지 가이아 님과 아마…
“너는 굉장히 재미있구나. 인간들에게 3주신이라 칭송받으며, 이제는 신들의 왕이 되었는데도 필멸자를 아끼다니. 나와 같은 대지모신도 아니면서 아래를 살피고, 보듬을 줄도 알다니…”
“감사합니다.”
“얼굴도 꽤 반반하고… 내게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지 않으련?”
가이아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가슴팍을 어루만진다.
이제는 끈적한 그녀의 눈빛을 차마 바라보기가 어려웠다.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는 흉부와 몸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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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신들의 왕이 되면서 오는 여신 마다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이건 너무 거물이 아닌가? 아니지, 그래도 가이아 님이 나를 지지하신다면 올림포스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내 통제에…
“내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니?”
내게 바짝 달라붙어 속삭이는 그녀의 뜨거운 몸을 바라보자.
더 이상 주저할 수 없었다.
“…안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후후후. 그래, 남자답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