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857)
전설급 영웅은 아카데미 우등생 857화(858/860)
857.
환영의 숲 초입에 도착한 후 파티는 빠르게 숲속으로 진입했다.
요정의 영역인 만큼 이곳에 마물이나 몬스터는 없었다.
“우선 레오와 합류하는 게 우선인데.”
환영의 숲을 바라보며 칼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칼의 어깨에 키야가 앉으며 말했다.
-아마 페어리 랜드의 입구에 있을 거예요. 현재 페어리 랜드는 아바마마의 마법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상태라 레오 플로브라고 해도 들어가지 못했을 거예요.
“음. 레오라면 그 쉽게 풀고 들어갔을 거 같은데?
-아바마마는 5000년을 살아오신 마법사이기도 해요. 아무리 레오 플로브가 세계의 왕이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해도 절대 풀 수 없을 거예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하는 키야를 보며 칼이 볼을 긁적였다.
‘그런 레오니까 가능할 거 같은데.’
요정왕 실로드가 5000년을 산 마법사라면 레오는 시작의 영웅이다.
거기에 루나가 인정한 대마법사 수준의 마법사이기도 했다.
환영의 숲을 걸으며 칼은 생각에 잠겼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칼이 대답했다.
“만약에 페어리 랜드에 정말로 에레보스의 조각이 있고. 그걸 토벌하는데 성공한다면…….”
“성공한다면?”
“벌써 세 개의 조각을 토벌한 셈이 되잖아.”
그 말에 릴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엄청나네요. 시작의 영웅께서 에레보스를 여섯 조각으로 나뉘어 봉인했으니…… 그렇게 된다면 벌써 절반에 해당하는 에레보스 조각을 토벌한 셈이군요.”
개벽의 영웅들이 에레보스의 조각을 토벌하지 못하고 봉인이 된 상황에서 레오의 활약은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새삼 형님은 굉장하군요. 1학년 때 했던 말을 정말로 이루고 계시니 말입니다.”
에레보스의 완전한 토벌.
레오는 착실하게 자신이 목표로 했던 것에 다가가고 있었다.
“남은 조각들은 쉽지 않을 거예요.”
첸 시아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특히 개벽의 세계에 봉인 된 조각은 더더욱…….”
레오의 말에 의하면 에레보스의 조각은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강해진다고 했다.
그리고 개벽의 세계 속의 에레보스 조각은 세계를 반복하면서 타오르고 있다.
물론 개벽의 영웅들이 끝없이 토벌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가지기 시작했다.
“개벽의 조각이 얼마나 강해질지 미지수라는 게 신의 말이기도 했죠.”
첸 시아의 말에 칼은 히어로 레코드의 관리자 리안을 떠올렸다.
신이면서도 카일의 광신도에 가까웠던 그 광기를 떠올리며 칼은 자신도 모르게 몸서리쳤다.
“최근 세간에 레오 오빠를 찬양하는 사람도 부쩍 늘었대.”
“그렇겠지. 행보가 워낙 전설적인 걸 넘어 신화적이잖아? 마치 운명에 선택받은 인간처럼 말이야.”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문득 궁금한데. 미래에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사업이 크게 번성해서 떵떵거리면서 살고 있을걸? 호화 저택을 구매해서 왕처럼 살 거야.”
칼이 훗- 하고 웃더니 릴을 바라보았다.
“선배님은요?”
“음…… 전 모험가가 되고 싶습니다.”
“응? 선배님은 군인 집안이시잖아요.”
“예. 하지만 제가 싸움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돕고 싶습니다.”
릴이 빙긋 웃었다.
“겸사겸사 형님의 일도 도와드리고요. 시아 양은요?”
“전 샨의 황제가 되겠죠. 물론 레오 도령의 곁은 떠나지 않겠지만요.”
“그럼 제국 운영은 누가 해?”
“그림자 중에는 유능한 사람이 많답니다.”
첸 시아가 빙그레 웃었다.
샨은 오로지 사명으로 건국되고 존속해온 나라다.
제국의 핵심 요직에 앉은 이들은 모두 그림자고 그들은 모두 레오에게 구원받은 거나 다름없다.
영웅과 그림자가 동등한 세계.
그림자의 서의 주인.
그 사실만으로 레오는 이미 그림자들에게 있어 살아 있는 신이다.
오히려 황제가 있을 곳은 레오의 곁이다.
물론 첸 시아는 제국의 속사정까지는 친구들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엘리자는?”
칼의 물음에 엘리자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헤르긴을 최고의 소환사 가문으로 만들었겠지.”
엘리자의 말에 첸 시아가 냉큼 대화에 끼어들었다.
“가주로서 후계자도 낳겠네요?”
“당연하죠.”
“엘리자 양은 자식이 얼마나 있으면 좋겠어요?”
“흥. 명가는 직계가 많아서 좋을 거 없죠. 한두 명이면 충분해요.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헤르긴 가문도 거대하지만 샨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그리고 거대한 가문에 직계 혈통이 많으면 싸움이 일어나기 좋다.
“글쎄요. 샨 황실은 딱히 권력이나 세력 유지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요. 제가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형제 복이 박복한 편이어서 많았으면 좋겠어요.”
첸 시아가 한쪽 뺨에 손을 대고 고민하더니 빙긋 웃었다.
“최소 다섯 명이 있으면 즐거울 것 같네요.”
자신을 놀릴 의도로 묻는 질문이기에 되돌려 준 것인데 태연하게 대처해 버린다.
그 모습을 보고 엘리자가 혀를 찼다.
“대담한 건지. 당당한 건지.”
“둘 다라고 해줘요.”
그에 묘한 분위기가 흐를 때 첼시가 손을 들었다.
“나는……!”
“첼시 양은 가슴이 커지고 싶은 거죠?”
“야!”
첼시가 눈을 치켜뜨고 첸 시아에게 덤벼들었다.
칼이 측은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가망 없는 거 아니야?”
“죽어!”
첼시의 드롭킥이 칼의 명치에 작렬했다.
그 모습을 보며 키야가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딴 게…… 세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영웅들?
그렇게 즐겁게 떠들며 숲을 걷던 중 갑자기 첸 시아가 멈칫했다.
“갑자기 왜 멈추는 거죠?”
엘리자가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 릴의 눈빛도 날카로워졌다.
“멀리서 몬스터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그 말에 일행의 안색이 돌변했다.
첼시가 감각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꽤 멀어. 하지만 왜 몬스터가…….”
-이럴 수가! 이 땅에 더러운 몬스터들이 발을 들이다니!
키야가 분노한 반응을 보였다.
“우선 레오 플로브와의 합류가 먼저예요.”
엘리자가 침착하게 말했고 일행은 빠르게 페어리 랜드의 입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엘리자 양! 혹시 모르니 페가수스를 소환해주세요!”
첸 시아가 엘리자 곁으로 다가가 말했다.
그에 엘리자가 루를 소환하려 할 때.
화악-!
갑자기 눈앞에 환한 빛이 터져 나왔다.
“이게 뭐죠?”
엘리자가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 첼시가 다급히 소리쳤다.
“마법이야!”
-이건 아바바마의 마력? 이상해요! 아직 마법이 펼쳐진 범위가 아닌데……!
키야의 당황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큭! 모두 긴장하십시오!”
릴의 목소리를 끝으로 목소리가 끊겼다.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자 첸 시아는 눈을 감고 감각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뭐지? 장소가 바뀌었어. 건물 내부?’
눈을 감은 채 감각으로 주변을 파악하던 첸 시아는 장소가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엘리자 양은 바로 곁에 있고…….’
그렇게 생각하며 첸 시아가 눈을 뜨며 말했다.
“엘리자 양. 이제 눈을 떠도 괜찮아요.”
“대체 무슨 이게 무슨 상황이죠.”
첸 시아의 말을 듣고 눈을 뜬 엘리자.
그리고 서로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침묵했다.
“세상에, 엘리자 양. 너무 아름다워요.”
입을 감싸며 감탄하는 첸 시아.
“당신도…….”
엘리자 역시 당황했다.
두 사람 모습에서는 소녀의 풋풋함은 남아 있지 않았다.
익숙한 얼굴인 서로가 봐도 깜짝 놀랄 정도로 아름답고 성숙한 외모.
마치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이게 대체…….”
“마법이라고 했으니 환영 마법이겠죠. 요정은 그런 마법에 능하니.”
첸 시아가 자신의 옷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갸웃거리자 엘리자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모습이 커진 만큼 두 사람은 교복 차림이 아니었다.
첸 시아는 동부식 예복을 입고 있었고 엘리자는 북부식 옷을 입고 있다.
“……여기가 어딘지 알겠군요.”
“어딘가요?”
“헤르긴 가문의 가주 응접실이에요.”
엘리자가 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혁대 헤르긴 가문의 가주의 초상화들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엘리자의 아버지의 곁에…… 엘리자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미래인 모양이군요.”
“……어차피 환영일 뿐이에요.”
엘리자가 코웃음을 쳤다.
“요정의 환영 마법은 원하는 걸 투영시킨다고 하죠. 아마 당신이나 내가 원하던 미래가 환영으로 나타난 것일 거예요.”
“세상에. 그럼 나와 레오 도령의 아이들을 볼 수 있겠네요?”
첸 시아가 뺨을 감싸 쥐며 장난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첸 시아를 보며 엘리자가 혀를 찼다.
“대체 레오 플로브의 어디가 좋은 거죠?”
“멋있잖아요.”
“멋있긴 하죠. 그런데 그 남자는 딱 봐도 여자관계가 복잡할 텐데요.”
“레오 도령이 멋지다는 건 인정하네요?”
“내 스타일은 아니에요. 여자관계 복잡할 것 같은 남자는 더더욱.”
“뭐 어때요. 레오 도령은 제 은인인걸요. 그런 점도 좋아요.”
“하아. 당신도 확실히 사고방식이 정상은 아니네요.”
엘리자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엘리자를 보며 첸 시아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엘리자 양은 어때요? 칼군이랑 결혼했을 것 같아요? 아까 환수들이 적극적으로 둘이 같이 타게 하려고 노력하던데.”
“흥. 착각하지 마요. 시아.”
엘리자가 픽- 하고 웃었다.
“칼이랑은 그냥 가볍게 만나는 거예요.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할 놀이 같은 거라고요.”
“에이. 또 마음에 없는 소리 한다.”
“흥.”
“뭐. 엘리자 양이 그렇다면 그렇겠죠. 사실 어느 정도 지난 미래인지도 모르겠고. 아직 결혼을 안했을 수도 있…….”
벌컥-!
“어머니!”
그때 문이 열리고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은발의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오늘 손님이 오신다고…… 아!”
남자아이는 첸 시아를 발견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예를 갖췄다.
“위대한 샨의 황제를 뵈어 영광입니다. 엘리자 헤르긴의 후계자 엘림이라고 합니다.”
첸 시아는 빤히 엘리자를 바라보았다.
“나랑 칼 사이에서 태어났다는 증거는 없잖아요.”
작은 목소리로 첸 시아게만 들릴 듯 말한 엘리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오빠! 어머니가 손님 언제 오신…….”
그때 열린 문을 통해 이번에는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엘림 또래의 여자아이가 들어오다 멈칫하더니 다급히 예의를 차렸다.
“안녕하세요. 위대한 샨의 황제시여. 엘림의 쌍둥이 동생 엘리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아빠가 누구인지 알 것 같은 여자아이의 등장에 첸 시아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엘리자는 눈이 마주치기 싫어 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만나서 반가워요, 엘림양, 엘리양. 혹시 두 사람의 아빠 되는 사람의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칼 헤르긴입니다.””
“어머나. 친애하는 제 동창이군요~ 두 사람 모두 아빠를 많이 닮았네요.”
엘리자를 놀리듯 첸 시아가 웃으며 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엘리자를 돌아보았다.
“엘리자 양은 칼군이랑 자식 둘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원하는 미래였군요!”
“알겠으니 그만 놀려요.”
“행복한 네 가족~”
“그만하라고 했죠?”
“그만하라고 했죠?”
“대체 왜 당신은 나만 이렇게 집요하게 놀리는 건가요?”
엘리자가 원망을 드러낼 때였다.
“황제 폐하.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우리는 네 가족 아니어요.”
엘리는 제법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똘망똘망 눈을 뜬 채 첸 시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네?”
“저에게는 동생이 다섯이 더 있어요.”
“…….”
“…….”
그 대답에 첸 시아는 입을 뻐끔거렸고 엘리자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첸 시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엘림 군, 엘리 양. 제가 엘리자양과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야 해서 자리 좀 비켜줄래요?”
그 말에 두 사람이 예의를 차리고 방을 나섰다.
두 아이가 나가고 침묵이 오가는 와중에 엘리자가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면 금슬이 참 좋을 예정인가 보네요.”
엘리자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굳은 채 서서 멍하니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 이건…… 그래…… 환영이야. 환영…… 그래…… 환영이라고…….”
넋을 놓고 중얼거리는 엘리자에게 다가간 첸 시아가 말했다.
“원하는 걸 보여주는 환영이라고 했죠?”
“…….”
“솔직해져요. 엘리자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