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Station RAW novel - chapter 707
빛은 곧장 부풀어 오르더니 하나하나 커다란 대륙이 됐다. 수십 개에 달하는 선계의 조각들이 빽빽하게 하늘에 응집되어 햇빛을 가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압박감을 가했다.
뇌선전 수련자들은 각기 그 압박감에 저항했다.
마치 검은 하늘이 조각조각 난 것 같은 광경이었다. 그 조각과 조각의 틈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는데 이를 본 나천성역의 모든 수련자들은 피가 뜨겁게 끓어올랐다.
염뇌자의 눈에서는 수만 년간 숨겨온 깊은 원한이 드러났다. 숨을 깊게 들이마신 그는 팔을 양쪽으로 뻗어 휘둘렀다.
콰르릉!
하늘이 울리면서 격렬한 소리가 하늘과 땅의 기세를 변하게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조각들은 염뇌자의 손짓에 따라 이동하면서 천천히 선회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느릿했지만 점점 더 빨라지기 시작했고 쉭쉭 하는 소리가 뇌선전을 넘어 나천성역 전체로 퍼져 나갔다.
조각이 중심을 맴돌며 회전함에 따라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났다. 이 강력한 회오리는 폭풍이 되어 거대한 소리를 내뿜었다.
그 순간, 하늘의 구름이 곧장 흩어져 사라지고 그 사이로 드러난 하늘에서는 별빛이 반짝였다.
그 와중에도 하늘은 회오리의 힘에 빛을 내뿜으면서 끊임없이 확대되었고 종국에는 뇌선전의 상공을 완전히 뒤덮었다.
이 회오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규열기 수준의 수련자를 순식간에 죽일 수 있고 정열기 수준의 수련자조차 오랫동안 버텨내지는 못할 정도의 힘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힘은 점점 더 강해졌고 끊임없이 회오리로부터 깊은 곳을 향해 응집되면서 쿵, 쿵 하는 엄청난 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이 소리는 마치 뇌선전에 모인 수련자들의 심장 박동처럼 들려올 때마다 그들의 심신을 뒤흔들었다.
커다란 망치가 가슴을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소리가 메아리칠 때마다 하늘에는 끝없는 파문이 일면서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회오리가 갈수록 커지면서 그 소리는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해졌다. 나천성역 전역의 모든 수련자들도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극강의 힘을 가진 그 소리가 공간의 장벽을 가격했다.
“도우들, 지금일세!”
염뇌자가 백발을 휘날리며 크게 외쳤다.
백옥 좌석의 수준 높은 수련자들은 눈을 번득이더니 빠르게 날아올라 허공에 가부좌를 튼 채 각자의 신통력을 발휘하여 그 회오리에 녹여냈다. 그러자 회오리의 힘은 순식간에 몇 배로 증폭됐다.
쿵, 쿵 하는 소리는 갈수록 격렬해졌고 회전 속도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그 안에 섞여 든 엄청난 힘은 예리한 송곳처럼 허공을 자극하며 그 공간의 장벽을 뚫으려 했다.
“뇌의 선계의 힘!”
염뇌자는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며 낮게 외쳤다. 순간 급속도로 회전하던 수십 개의 조각에서 수많은 뇌수들이 나타났다.
뇌수들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포효를 내지르며 줄기줄기 전광이 되어 회오리의 중심으로 향했다.
쾅!
급격하게 회전하던 회오리는 하늘이 진동하면서 더욱 확산됐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기운이 그 속에서 배어 나와 끝없는 한기를 발산했다.
사방의 수련자들이 두 손으로 결인을 그리던 그때, 열운자가 두 눈을 번득이며 튀어 나갔다. 오른손 손가락에 하얀 빛을 소환해낸 그는 곧장 회오리 안으로 달려들어 손을 뻗었다.
펑!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도 들려왔다.
열운자는 창백해진 얼굴로 곧장 물러났다. 그러자 뒤이어 신공가의 선조가 앞으로 나서며 작은 깃발을 소환해 휘둘렀다.
깃발은 한 줄기 어스름한 빛이 되어 곧장 회오리 안으로 달려들었고 거울이 깨지는 듯한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다음으로는 혈신자가 온몸으로 피처럼 붉은 빛을 뿜어내면서 회오리 깊은 곳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그는 눈부신 붉은 빛을 발하는 주먹을 뻗으며 곧장 회오리 깊은 곳으로 달려들었다.
향가 노인과 공손가 사내가 앞뒤로 나란히 나섰고 뒤를 이어 다른 수련자들도 분분히 힘을 보탰다.
순간 하늘 가득 펼쳐져 있던 회오리는 미친 듯이 불어났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쿵, 쿵 소리는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염뇌자가 혀끝을 깨물어 원신의 정혈을 한 움큼 토해냈다. 그 피는 피 안개가 되어 퍼져나가더니 세상에 녹아들었다.
“선계의 흙이여, 하늘을 열고 땅을 갈라라!”
두 눈이 붉어진 염뇌자가 맹렬하게 소리쳤다.
하늘에서 회전하고 있던 수십 개의 조각들에서 순간 하나하나 허상이 떠올랐다. 이 허상은 염뇌자에 의해 각 조각에 봉인되어 있던 조각의 혼이었다.
혼들은 모습을 드러낸 뒤 곧장 회오리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순간 엄청난 힘이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그 힘에는 한 줄기 극의 경계가 섞여 있었다. 이 극의 경계는 당시 청수가 준 것이었다.
붉은 번개 형태의 극의 경계를 품은 엄청난 힘은 회오리 깊은 곳을 향해 미친 듯이 찔러 들었다.
쾅!
온 뇌선전이 격렬하게 흔들리고 하늘과 땅의 기색이 변했다. 바람과 구름은 뒤로 휘말렸다.
그 순간, 회오리가 돌연 진동했고 뒤이어 그 깊은 곳에 미세한 균열이 나타났다. 그 균열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더니 길이가 1백 척이 넘는 틈이 됐다.
그 균열 가장자리에서는 검은 회오리가 흩날렸고 엄청난 한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회오리가 흩날리는 동안 균열은 빠른 속도로 맞물리기 시작했다.
이날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염뇌자가 연맹성역과 맞닿은 곳에 자리한 공간의 장벽에 가까스로 낸 틈을 맞물리게 둘 리가 없었다. 그는 핏줄이 가득 선 새빨간 눈으로 균열을 노려보며 오른손으로 결인을 그린 후 앞으로 뻗었다.
“탱천(撑天)!”
그러자 회오리 속에서 하나의 조각이 수축하더니 엄청난 속도로 균열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균열의 틈에서 다시 빠르게 불어났고 균열이 더 이상 맞물리지 못하게 버텨냈다.
허나 그 공간의 장벽에 난 균열은 수련자로서는 감히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에 이 조각은 순식간에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동림성(東臨星)
염뇌자에게 필요한 것은 잠깐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방금 조각 하나가 그 잠깐의 시간을 벌어주었고 그 틈에 더 많은 조각들이 그 안으로 몰려들어 균열이 맞물리지 못하도록 버텨냈다.
또한 더 많은 조각이 몰려들면서 균열은 오히려 점점 커지기 시작해 이내 그 길이가 1천 척에 달하게 됐다.
“와아아! 장벽이 열렸다!”
“연맹성역을 쓸어버리러 가자!”
균열이 커지는 것을 보자 뇌선전의 수련자들을 비롯해 나천성역 전역의 수련자들이 잔뜩 고무됐고 짙은 살기가 나천성역을 가득 채워갔다.
뇌선전 밖의 동서남북에 빽빽하게 모여 있던 수련자 대군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 균열을 주시했다.
한편, 그 균열로부터 흘러나오는 기운은 한제에게 매우 익숙했다. 바로 연맹성역의 기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균열 사이로 보이는 별이 총총 박힌 우주도 그에게는 익숙했다.
한데 바로 그때, 돌연 누군가의 포효가 그 균열로부터 울려 퍼졌다. 원고 시대로부터 들려온 포효처럼 엄청난 힘을 품은 소리였다.
뒤이어 거대한 팔 하나가 그 균열 안으로부터 쭉 뻗어 나오더니 선계의 조각 하나를 움켜쥐어 쾅 하고 가루로 부숴버렸다.
‘저건… 고대 신이 아니야!’
그 거대한 팔로부터 고신의 기운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팔은 멈추지 않고 뻗어 나온 뒤 양쪽의 균열을 움켜쥐었다. 순간 1천 척 길이의 균열은 다시금 맞물리기 시작했다.
그때, 균열 밖 회오리 속에서 흐릿한 인영 하나가 나타났다. 이 기이한 인영의 등장에 모든 수련자의 시선이 집중됐다.
‘저자는…?’
그 허상을 본 순간 한제는 심신이 급격하게 떨렸고 눈동자가 바짝 졸아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청수의 눈빛 역시 서늘하게 빛났다.
그 인영은 당시 청수와 혈신자의 전투를 저지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오른손을 앞쪽으로 뻗으며 짙은 본원의 힘을 발휘했다. 그의 손짓에 따라 본원의 힘이 뿜어져 나가는 모습에 한제는 경악했다.
‘저게 대체…?’
세상의 모든 것이 순간 멈춘 듯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허상의 손가락만이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의 끝은 균열 안에서 뻗어 나온 거대한 팔을 향했고 순간 거대한 팔은 곧장 무너져 내려 본원으로 돌아가 버렸다.
“공간의 장벽을 연 것은 원고 시대 선역이 정한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웅장한 목소리가 균열 안에서 흘러나오더니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원고 시대 선역이 정말로 존재하는지 확인해 볼 것이다!”
회오리 속에서 나타난 허상은 지존의 위엄이 엿보이는 침착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연맹성역⋯⋯.”
주작성(朱雀星)을 떠나온 지 까마득한 세월이 흐른 지금, 한제는 그 거대한 균열 너머의 익숙한 우주를 들여다보며 회상에 잠겼다.
연맹성역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뚫린 순간, 그 균열은 찢어지면서 끝없이 확대됐다.
그 균열에 집중하고 있던 나천성역 수련자들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전쟁은 시작됐다! 크하하하하!”
염뇌자의 광소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동서남북의 4대 수련자 대군이여, 전진하라! 사흘 안에 세 개의 수련성을 취하여 정벌 본부로 삼아라!”
염뇌자가 날카롭게 외쳤다.
목소리가 흘러나감에 따라 뇌선전 밖 동서남북에서 얌전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1만 명 이상의 수련자들은 갑옷을 입은 사내를 위수로 하여 일제히 날아올랐다.
한 줄기 한 줄기 유성을 연상시키는 그들은 순식간에 우주에 나타난 균열을 향해 달려들어 연맹성역으로 진입했다.
“정뇌선, 부뇌선, 그리고 108명의 선인들도 각자의 영기(靈旗)를 쥐고 연맹성역으로 진입하도록!”
뇌선전 안에 있던 108명의 선인들이 순간 날아올랐다. 하늘에 자리한 거대한 균열로 달려들던 그때 그들로부터 짙은 살기가 발산됐다.
“죽여라!”
누군가의 외침에 사방의 수련자들은 잔뜩 격앙됐다.
“나천성역 전역의 전송진을 가동하라!”
염뇌자의 목소리에 따라 온 나천성역 수련성에 있던 전음석이 무너져 내리면서 각 수련성에 거대한 전송진이 생겨났다.
수련자들은 각 가문의 선배를 따라 분분히 그 전송진으로 진입했고 뇌선전 상공의 그 균열 근처에서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균열 안으로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