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
내 지시에 먼저 도착한 친위대 전사들은 별 의심도 하지 않고, 신속한 동작으로 움직여 전투 진형을 형성했다.
좌우로 친위대 전사들이 만단 부족 전사들의 양 측면을 공략하기 위해 활을 들고 대기했다.
때마침, 이제 막 강을 건너 ‘세찬 눈보라’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황제 폐하!”
“이백 명 정도 되는 만단 부족 전사들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어. 근데, 분위기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군.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싸울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 자네가 오십 명의 친위대 전사들을 이끌고, 적 진영 후방을 맡아줬으면 해.”
“알겠습니다.”
내 전술을 바로 알아들은 ‘세찬 눈보라’는 거침없이 뒤돌아서서 기동력이 뛰어난 친위대 전사들을 선별해서 강 우측으로 은밀히 이동했다.
고개를 들어 맵 창을 다시 한번 확인하자, 여전히 붉은색 점으로 표시된 만단 부족 전사들이 넓게 포진한 채 다가오고 있었다.
‘미리 만단 부족한테 우리가 지나간다고 얘기했는데.’
그래서 만단 부족이 갑자기 적대적으로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후발 주자로 미주리강을 제일 마지막에 건넌 ‘들소와 춤을 추다’가 뒤늦게 만단 부족 소식을 듣고, 다가왔다.
“황제 폐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만단 부족을 제가 만나보겠습니다.”
만단 부족을 책임지고 방문 소식을 전한 그의 얼굴은 당혹감과 초조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위험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방문 허락은 못 받았지만, 이 지역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제가 끝까지 책임져야죠.”
그의 말대로 만단 부족의 방문은 부족의 중요한 행사가 관계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만, 만단 부족한테 그들의 땅을 지나간다는 약속을 받아놨기에 ‘들소와 춤을 추다’는 끝까지 그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더구나 평소 만단 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다코타 부족으로선 괜한 오해로 분쟁을 만들 필요도 없었고.
난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좋아.”
다만, 만약을 대비해 그를 호위할 전사들을 따로 붙여줬다.
“무자비한 방패! 친위대 전사 세 명을 데리고 가. 문제가 생기면 만단 부족 전사들과 싸우지 말고, 방어와 호위에만 집중해.”
“네, 황제 폐하!”
잠시 후, ‘무자비한 방패’와 친위대 전사들이 ‘들소와 춤을 추다’를 호위하며 만단 부족 전사들 쪽으로 걸어갔다.
“난 라코타 부족 대추장 ‘들소와 춤을 추다’다. 만단 부족 전사들이여! 그대들의 대전사들과 얘기를 하고 싶다!”
늙은 나이이지만, ‘들소와 춤을 추다’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대평원에 울려 퍼졌다.
나는 자연스럽게 맵 창을 예의주시하며 ‘우직한 곰’에게 차분하게 지시를 내렸다.
“우직한 곰! 문제가 생기면 저들을 신속하게 구출할 수 있게 준비해.”
“네, 황제 폐하!”
‘우직한 곰’이 뒤로 물러나 구출 작전에 함께할 친위대 전사들에게 조용히 지시를 내렸다.
‘오해가 잘 풀려야 할 텐데.’
만단 부족과 대화로 잘 해결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맵 창을 계속 주시하는 동안 작은 변화가 일어났다.
붉은색 점으로 표시되어 있던 만단 부족 전사들이 점차 파란색 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다행이군.”
조금씩 만단 부족과의 오해를 해결할 기미가 보였다.
어느새 우리 쪽 일행들이 만단 부족 대전사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하고 ‘들소와 춤을 추다’와 친위대 전사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다.
“얘기가 잘 됐나 보군.”
“네. 황제 폐하!”
긴장했던 좀 전과 달리 ‘들소와 춤을 추다’도 밝은 기색으로 만단 부족과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간단히 보고했다.
“···최근에 만단 부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족한테 약탈을 당했답니다. 가뜩이나 만단 부족의 전통 성년식인 오키파 기간이라, 부족 전체가 예민하게 날이 서 있더군요.”
만단 부족의 성년식 오키파.
그들은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이라 그 성년식을 매우 신성시하며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우리 방문을 거절한 거고.
“······만단 부족이 황제 폐하와 우리 전사들을 정체불명의 부족으로 오해해 약탈하러 온 줄 알았답니다. 다행히 오해도 풀고, 황제 폐하 대신 사과도 받았습니다.”
“수고했어.”
‘들소와 춤을 추다’를 치하하며 아직 마을로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는 만단 부족 전사들을 쳐다봤다.
“근데, 저들은 왜 안 가고 저기에 있지?”
“그, 그게···.”
난감한 표정으로 ‘들소와 춤을 추다’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만단 부족 대전사들이 저희가 타고 있는 길들인 들소들을 보고 유난히 관심을 보이며 가까이 와서 봐도 되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황제 폐하께 여쭈고 답해준다고 얘기해놨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길들인 들소를 구경한다고 해서 닳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대평원 무역 중심지를 장악할 계획을 갖고 나로선 만단 부족한테 좋은 인상을 남길 줄 필요도 있었다.
“이동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마음껏 구경하라고 해.”
“네, 황제 폐하! 그럼, 만단 부족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들소와 춤을 추다’가 다시금 만단 부족 전사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고개를 들어 맵 창을 확인하자 만단 부족 전사 몇 명이 다급히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는 게 보였다.
‘마을로 가는 건가?’
왠지 변수가 생겨, 만단 부족 마을에 방문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 *
“들소들이 이렇게 사람 말을 잘 들을 줄이야!”
“살다 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군.”
“어떻게 저 난폭한 들소를 길들였을까?”
만단 부족 전사들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마치 우리 일행들을 호위하듯 나란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신기한 듯 들소를 탄 나와 친위대 전사들을 보고 계속 감탄하며 수군거렸다.
피식!
내 옆에서 나란히 들소를 타고 있는 ‘세찬 눈보라’가 만단 부족 전사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나에게 말을 건넸다.
“가까이서 봤는데도, 만단 부족 전사들은 길들인 들소가 그저 신기한가 봅니다.”
“어쩔 수 없지. 만단 부족 전사들로선 길들인 들소는 처음 보는 광경일 테니까.”
“이해는 되지만, 이제는 저들의 시선이 부담스럽기까지 합니다.”
나를 호위하는 친위대 수장으로서 신경이 쓰이는지 ‘세찬 눈보라’가 만단 부족 전사들을 계속 예의주시했다.
그때, 맵 창에 푸른색 점들이 우리를 향해 발이 땀날 정도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사람들을 더 데려왔나 보군.’
내 예상이 맞는 듯 만단 부족 대전사 몇 명이 다급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잠시 멈춰주겠습니까?”
“그러지.”
정중한 태도로 양해를 구하는 만단 부족 대전사들을 보며 나를 따라오는 친위대 전사들과 다코타 부족 대전사들을 멈춰 세웠다.
“정지!”
마침, 마을로 갔다가 돌아온 만단 부족 대전사들이 거친 숨을 고르며 나에게 말했다.
“저희 대추장님께서 황제 폐하와 ‘하늘의 태양’ 전사들을 마을에 정식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합니다.”
참나, 거절할 때는 언제고···.
만단 부족의 의도와 속내가 뻔히 보여서 어이가 없었다.
“지금 와서?”
대추장의 방문 초대를 가지고 온 만단 부족 대전사들이 많이 당황한 듯 다급히 변명했다.
“그, 그게··· 오키파 기간이라··· 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대추장님과 원로분들께서 귀한 손님들을 그냥 보··내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희 부족을 꼭 방··문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젠 그들의 목소리에서 간절함까지 묻어나왔다.
난 깊은 고민에 잠기는 척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 사람들과 잠시 상의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군.”
“아, 네.”
만단 부족 대전사들과 전사들이 초조한 눈빛으로 나와 일행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만단 부족이 갑자기 우리를 왜 초대하는 걸까?”
내 물음에 ‘들소와 춤을 추다’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했다.
“······대평원에서 무역으로 먹고사는 부족이니 당연히 우리 ‘하늘의 태양’이 가진 신기한 물건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 들소나 무기들 때문에 말이죠.”
나머지 ‘세찬 눈보라’와 ‘무자비한 방패’도 같은 의견이듯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찬 눈보라! 일정에 큰 차질이 없다면 만단 부족을 방문하는 거로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만단 부족과 거래한 물건을 따로 준비해놓겠습니다.”
이백오십 명이 되는 이 인원이 만단 부족 마을에 다 머무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만단 부족 마을 근처에 임시 주둔지를 만드느라 친위대 전사들이 종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잠시 후, 나와 일행들을 안내하는 만단 부족 전사들은 신이 난 듯 분주하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초대가 맞나 보네.’
아마도 지금쯤 만단 부족 사람들은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그때, 내 시야에 저 멀리 강 주변에 자리 잡은 만단 부족 마을이 보였다.
역시나 ‘들소와 춤을 추다’가 얘기한 대로 미주리 부족과 오토에 부족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 거의 비슷한 듯했다.
땅 위로 커다란 흙 오두막집들도 보이고.
‘그나저나 대평원 부족들한테 악명 높은 오키파 성년식을 직접 보게 되는 건가?’
* * *
미주리 강 동쪽, 만단 부족 마을.
오키파 성년식 기간이라는 바쁜 와중에도 만단 부족 사람들이 ‘들소 춤’으로 나와 일행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환영합니다.”
“우리 부족의 초대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단 부족 대추장인 ‘어둠 속에 눈’과 안면이 있는 ‘들소와 춤을 추다’가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더니 나에게 다가와 그를 소개해줬다.
“저 멀리 땅끝에서 왔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어둠 속에 눈’입니다.”
“반갑습니다. 신의 아들이자 전사인 아주 큰 이천일입니다.”
만단 대추장과 그 자리에서 간단히 대화를 나눈 뒤 그가 안내하는 흙 오두막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우리 쪽으로 만단 부족 전사 하나가 다급히 뛰어왔다.
“대추장님! 오키파를 치르다가 아이 두 명이 죽었습니다.”
‘어둠 속에 눈’의 얼굴에 순간 안타까운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죽은 아이들의 가족들을 불러 장례식을 치르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추장님!”
만단 부족 전사가 돌아서자 ‘어둠 속에 눈’이 나에게 사과를 건네며 오키파 성년식에 간단히 얘기했다.
“손님을 앞에 두고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사실 오늘이 오키파 성년식 이틀째입니다. 이때가 성년식을 통과하지 못한 아이들이 안타깝게도 많이 죽어나가죠.”
그 말이 사실이라는 듯 오키파 성년식이 치러지는 흙 오두막집에서 두 명의 아이가 처참한 모습으로 실려 나왔다.
양쪽 가슴 부위에 선명하게 파인 두 개의 상처.
그리고 그 밑으로는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붉게 뒤덮여 있었다.
어느새 죽은 아이들의 부모님이 다가와 흐느끼며 울었다.
‘도대체 어떻게 성년식을 치러야 저렇게 죽는 걸까?’
문득 궁금증이 일어났다.
“대추장님! 만단 부족 성년식을 구경 좀 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갑작스러운 내 부탁에 ‘어둠 속에 눈’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외부인 참석하면 안 되는 자리이지만, 특별히 대추장의 권한으로 오키파 성년식을 보여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에게 감사를 표시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선물로 큰 거 하나 줘야겠군.’
그렇게 만단 부족 대추장과 대전사들의 따라 오키파 성년식이 치러지는 흙 오두막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진한 피비린내, 주술사의 알 수 없는 주문, 천장에 매달려 있는 아이들 등등.
흙 오두막집에 들어가자마자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미친놈들!’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