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as native American RAW novel - chapter (317)
314화 >
‘아주 큰(미시시피 강)’ 강 중하류.
다섯 번째 도시 부족 ‘찬란한 태양’.
비옥한 땅은 기나긴 비로 인해 흙탕물로 변한 지 오래됐다.
여름 내내 풍성하게 자라던 작물과 농작지는 이미 물에 반쯤 잠겨버렸다.
“강이 범람했다!”
“홍수다!”
어머니의 강이라고 부르던 ‘아주 큰’ 강은 더는 풍요로운 수산물과 비옥한 땅을 선사하던 강이 아니었다.
태양신이 이 도시 부족 사람들을 버렸는지 이젠 어머니 강이 그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도시가 물에 잠긴다!”
“태양신이 노하셨다!”
“높은 산이나 안전한 장소로 피신해야 한다!”
홍수로 인해 도시 전체가 난리가 났다.
특히, 도시 중심가 바깥에 살던 평범한 도시 부족 사람들은 집을 버리고, 서둘러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움직였다.
“집이 물에 잠겼어요!”
“아이가 물에 빠졌어요. 누가 좀 우리 아이를 구해주세요!”
강이 범람하면서 도시 부족 사람들의 사상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더구나 이웃 도시 부족들과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도시에는 젊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피해가 더 컸다.
특히, 노약자와 아이들.
한편, 도시 중심가에 있는 대회의장도 긴급회의가 열렸다.
도시를 이끄는 두 명의 대추장과 장로들이 뒤늦게 모여 홍수에 관한 대책을 세웠다.
“하루 이틀에 끝날 비가 아니오. 이 도시를 버리고, 부족 사람들을 피신시키는 것이 맞소.”
“강이 범람했다고 합니다. 안타깝지만, 이 도시는 곧 물에 잠길 게 뻔합니다.”
“아무래도 태양신이 노하신 것 같으니 더 이상의 대책 같은 거는 소용없을 것 같소.”
긴급회의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결론은 도시를 버리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기로 결정이 났다.
잠시 후, 도시 전체가 반쯤 잠기며 카누를 탄 피난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노를 저어!”
“카누 안에 있는 물을 바깥으로 빼내!”
노를 젓는 사람들, 배 안에 고인 물을 바구니로 빼내는 사람들, 실종된 가족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 지붕에 올라가 구조를 바라는 사람들 등등.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배가 뒤집혔다!”
“제발! 우리를 버리고 가지 마!”
정원이 넘는 카누는 얼마 가지도 못하고 배가 뒤집혔다.
거친 물살에 사람들이 휩쓸려 끊임없이 떠내려갔다.
* * *
“천만다행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좀만 늦었으면 우리도 홍수에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이 도시에 설치된 교역소에서 일하는 ‘하늘의 태양’ 사람들.
그들은 ‘아주 큰’ 강이 범람하기 전에 교역소에 있는 물건들과 상품들을 다 놔두고 대피를 선택했다.
다행히 근방에 있는 작은 언덕 위로 피신한 그들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처참한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며 안타까워했다.
“도시 중심가도 물이 들이닥치는군.”
“저기 봐. 수십 명의 사람이 떠내려가고 있어.”
“피해가 엄청나겠는데.”
한편, 대피를 명령한 이 도시의 교역소 책임자는 얼굴에 그늘로 가득 차 있었다.
“큰일이군. 교역소 안에 있는 저 많은 물건과 상품들을 놔두고 왔으니···.”
그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교역소 책임자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소장님!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인데,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있는 사람들만 구한 것만 해도 그저 소장님께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우리의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부에서 뭐라고 하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대변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문제로 소장님이 벌을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 * *
‘아주 큰(미시시피 강)’ 하류.
아홉 번째 도시 부족 ‘태양의 그림자’.
강 중류에서 홍수가 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태양의 그림자’ 도시 부족도 긴급회의가 열렸다.
“······홍수가 일어날 징조가 곳곳에 포착되고 있습니다.”
“······부족 사람들이 큰 혼란에 빠져서 각자 알아서 도시를 떠나고 있습니다.”
“······통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사들의 협박과 지시에도 도시 부족 사람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이웃 도시 부족들은 이미 피신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지금 당장 이웃 도시 부족처럼 ‘하늘의 태양’에 도움을 요청해 그쪽으로 피신해야 합니다.”
도시 중심가 대회의장은 격한 논쟁 없이 도시를 버리고 피신하기로 결정이 났다.
그때, 대전사 하나가 대회의장 안으로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습니다.”
“······.”
이 도시를 이끄는 두 명의 대추장.
그중의 한 명인 ‘무성한 잎’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부족 사람들이 교역소에 물건과 상품들을 약탈하고 있습니다.”
대전사의 보고에 대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더니 곧바로 질타가 쏟아졌다.
“교역소의 물건들을 훔쳐가?”
“그게 말이 돼?”
“전사들을 그들을 막지 못하고 뭐 하고 있는 거야?”
대전사가 고개를 숙이며 변명하듯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교역소에 들이닥쳐서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부족 사람들을 죽이기에는···.”
“그딴 변명은 필요 없어. 부족 사람 몇 명을 본보기로 죽여도 상관없으니 어떻게든 교역소를 지켜.”
“알겠습니다.”
대추장들과 장로들의 호통에 대전사가 도망치듯 대회의장을 나섰다.
“교역소를 설치하면서 ‘하늘의 태양’과 협정을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는데, 정말 큰 일이군.”
“나중에 ‘하늘의 태양’에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추후에 ‘하늘의 태양’에 지원 요청을 하려고 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소.”
대회의장에 참석한 사람들이 저마다 걱정과 우려가 담긴 말을 한마디씩 했다.
“자! 이렇게 노닥거리며 한가하게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교역소 약탈 사건은 추후에 얘기를 나누고 지금 당장 피신해야 합니다.”
‘무성한 잎’의 말에 이 도시를 이끄는 사람들이 서둘러 피신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 중류에 자리 잡은 도시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하니 하류에 있는 도시들은 그것보다 더 큰 피해를 보겠지.”
“강에 있는 물이 전부 다 하류 쪽으로 몰릴 테니 그 피해는 우리보다 더할 것이오.”
“지금은 남의 도시를 걱정할 때가 아니오. 까딱하다간 우리 도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생겼소.”
* * *
‘하늘의 태양’, 호청크 부족 중심 마을.
북부 지역에 그렇듯 삼불 평의회 동맹 부족들처럼 호청크 부족도 나를 천둥새 현신이라고 철저히 믿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호청크 부족 사람들이 내 방문에 그 어떤 마을보다 열렬한 환대를 해주었다.
“황제 폐하다!”
“천둥새 신이시다!”
감히 내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다는 듯 마을 입구부터 호청크 부족 사람들이 머리까지 숙인 채 바짝 엎드려 있었다.
‘너무 부담스러운데.’
그렇게 호청크 부족 대추장이자 대의원을 겸하고 있는 ‘곰 발바닥’의 안내를 받으며 내가 머물 마을 회관까지 이동했다.
“···먼 길인데,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황제 폐하! 여기가 저희 마을 회관입니다. 편히 쉬십시오.”
그의 행동엔 역시나 나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이 깃들어 있었다.
“내일 뵙겠소.”
“네. 황제 폐하!”
길고 길었던 환영식이 끝이 났다.
잠시 후, 마을 회관에 마련된 거처에서 수도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군.”
홍수로 피해가 커질 도시 부족들을 복속하는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체로키 부족 지역, 쇼니 부족 지역 등등.
‘아주 큰’ 강 주변과 가까운 지역에 배치된 부대들이 출정 명령과 함께 속속 일리노이 1구역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나서서 마무리해야 한다는 거네.”
* * *
다음날.
호청크 부족 중심 마을에서 나와 새롭게 건설된 제철소 단지로 이동했다.
몇 년간에 끝에 완공된 제철소 단지 안에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어 하나의 마을이라도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삼중으로 둘러싼 성벽, 전사들이 주둔할 성채, 기술자와 그의 가족들이 머물 주택가, 시장과 가게 등등.
제철소 단지 완공에 맞춰 축사를 끝내고, 이곳에 총 책임자의 안내를 받으며 단지를 둘러봤다.
“······밤낮으로 경계하며 전사들이 이 제철소를 지킬 것입니다. 제철소 단지 안에는 오천 명의 전사들이 주둔해 있어 언제든 적의 침입에 맞서 싸울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기 기술자와 그의 가족들 외에는 여기를 함부로 드나들 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성문마다 전사들이 기술자들을 증명하는 신분 패를 철저하게 검문하며 또 검문하고 있었다.
“황제 폐하께 감히 말씀드리는데, 그 누구도 신의 재료를 만드는 법을 훔쳐갈 수 없을 거라 자신합니다.”
내가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주택가와 시장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잠시 후, 주택가와 시장을 둘러 본 뒤 본격적으로 철이 만들어지는 제철소를 둘러봤다.
이백 개가 넘는 대장간과 천 명이 넘는 기술자들.
가까운 철광산에서 가져온 재료로 기술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철을 만들고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대장간들은 지붕에서 끊임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저쪽은 무기를 만드는 구역입니다. 이쪽은 농기구를 담당합니다. 여기는 건축에 필요한 자재를 만드는 곳입니다.”
제철소 단지 총 책임자는 계속해서 설명하며 이곳저곳에 나를 안내했다.
‘이젠 본격적으로 철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어.’
마음 같아서는 내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제철소를 건설하고 있지만, 지금의 기술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만족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계속해서 제철소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니까.
그렇게 한창 제철소 단지를 둘러보며 보완할 것이 있는지 점검했다.
잠시 후, 저녁이 됐다.
제철소 단지에 마련된 거처에서 ‘세찬 눈보라’와 변경된 일정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비상사태인 만큼 이동 중에 방문하는 다른 도시와 마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게 좋을 것 같군.”
“이동에 차질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빨리 홍수피해 지역으로 이동하자고”
“네, 황제 폐하!”
* * *
‘하늘의 태양’, 서스쿼해녹 부족 중심 마을 동쪽.
‘대지를 가르는 산(애팔래치안 산맥)’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도로 위로 수도에서 지원 물자를 싣고 온 만 명의 전사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출정에 국방부 수장으로 참전한 ‘용감한 늑대’가 선두에서 들소를 탄 채 참모진들과 앞으로 일정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다.
“···우선 홍수피해를 본 일리노이 1지역에 구호와 지원 활동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대기하면서 다른 부대들이 집결지에 모인 즉시 중형 바이킹 배를 타고 ‘아주 큰’ 강 하류로 이동할 겁니다.”
‘찬란한 노을’의 도시 부족들을 복속할 계획에 황제 폐하의 허락이 떨어지자, 국방부는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신속하게 움직였다.
그리고 이번 도시 부족들의 복속 계획에 ‘용감한 늑대’가 총 책임자로 나섰다.
“도시 부족들한테서 아직 소식이 없나?”
“중립과 친선을 표방했던 도시 부족들이 하나둘 우리 ‘하늘의 태양’에 긴급 지원을 요청해왔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용감한 늑대’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젠, 전쟁이나 복속이나 그들의 선택만 남았겠군.”
“그렇습니다. 수장님!”
< 신대륙 인디언으로 살아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