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live the protagonist!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
230화.
워프 게이트. 관문(關門).
전 세계 곳곳에 세워진 그것들은 하루에도 수백, 수천이 넘는 수의 선박과 비행기들이 드나들며 엄청난 물자와 사람들을 수송했다.
[ 승객 여러분. 이제 비행기는 곧 부산 – 미국을 잇는 관문을 통과할 예정입니다. 현재 이 비행기의 목적지인 보스턴은 밤 11시입니다. 순간적으로 환경 변화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점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비행기를 타고 온 가족과 함께 처음으로 미국으로 떠나는 여행. 현준은 창문 밖에 얼굴을 박으며 신이 나서 소리쳤다.
“와······. 엄마! 저거 봐! 저게 관문이래! 진짜 크다!”
“요 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안전벨트를 풀면 어떡해! 빨리 똑바로 앉아.”
엄마의 핀잔에도 현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관문을 통과하는 그 순간, 순식간에 암흑으로 변하는 창문 밖 하늘을 보며 눈을 커다랗게 떴다.
“우와! 진짜 순식간에 밤으로 변했어! 엄마! 봤어?”
“너 엄마 말 안 듣고 자꾸 창피한 짓만 골라서 할래? 한 번만 더 시끄럽게 소리지르면 다음에는 절대 비행기 타고 여행 안 갈 줄 알아!”
“아······알겠어요. 벨트 매면 되잖아요. 매면.”
다시는 여행 안 간다는 말에 찔끔하며 현준은 그제야 자리에 제대로 앉아 벨트를 매며 엄마의 눈치를 봤다. 하지만, 다른 승객들은 전혀 그의 행동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의 승객 역시 멍하니 창문을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와······. 진짜 아무런 느낌도 안 들었는데 순식간에 시간이 바뀌네.”
“이건 진짜 사기다. 도대체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 걸까?”
“앞으로 10시간 넘게 비행기 타면서 고생 안 해도 되겠네.”
처음 워프를 경험해 보는 승객들의 흥분 어린 탄성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들은 한참 동안 창밖에 펼쳐진 미국 도시의 야경을 감상했다. 기적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초월적인 과학기술의 정수를 직접 경험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출현은 기존의 세상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작게는 사람들의 일상생활부터 크게는 국제 관계까지. 과거 스마트폰이나 가상현실이 사람들의 일상과 전 세계의 경제구조를 바꾼 것처럼 말이다.
“이한수 대통령님. 이집트는 물론 아랍 에미레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란 등 중동 국가의 대부분이 우리 외교부에 지속적인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거의 하소연하듯이 이한수 대통령에게 말하자 그는 침음성을 내뱉으며 중얼거렸다.
“끄응······. 또 그 관문 문제인가?”
“그렇습니다······. 아무리 저희가 관여할 소관이 아니라고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정말 전 세계의 국가로부터 방치당하기 시작한 중동. 애초에 관심을 얻으려고 한 일이었지만, 정반대의 상황에 놓이게 되자 이들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 중동과 거래를 모조리 끊겠다니! 중동은 사막 지형이 대부분이라 많은 해외에서 식량을 수입하고 있소. 이를 의도적으로 막아서 우리의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소. 하루빨리 모든 중동의 무역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함께 힘써야 할 것이오. ]자국의 국영 해운 회사를 통해 정말 필수적인 물자들만 수입해 오는 상황. 하지만 민간 자본에 의해 굴러가던 기존의 물동량을 소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중동 내부는 부족해진 물자들과 말라버린 수출길에 엄청난 불만에 휩싸였다.
“시장에 물건이 비어있고, 당장 내일 먹을 식량도 부족하다! 도대체 정부는 뭘 하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냐!”
“쿠데타나 일으켜서 정권을 잡으면 뭐하냐! 이런 식으로 나라를 말아먹을 거면 물러나라!”
금방이라도 폭동이 일어날 것처럼 고조되어가는 분위기. 시간이 갈수록 점점 험악해지는 내부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관문을 중동 지역에도 설치하거나 아니면 관문 이용 조건을 철회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도 김민수 군에게 직접 접촉하려 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그 차선책으로 한국정부에게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정부가 직접 나서면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으로 보입니다.”
“······.”
외교부 장관의 말에 이한수 대통령은 말을 열지 못했다. 사실 중동의 외교부들이 하는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엄연히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인 민수. 그를 통제하고 다스릴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한국정부여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 번만 더 아랫사람 보내서 저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시면 한반도에 설치된 관문들을 모조리 중동으로 이전 설치해드리죠. 언론에는 대통령님 때문이라고 말하고요.”
아닌 게 아니라 이미 민수에게 그 문제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비서 실장을 보내서 우려를 전달한 적이 있는 이한수 대통령.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주 현실성 있어 보이는 살벌한 탄핵 협박이었다.
안 그래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인기 없고, 무능한 대통령으로 전례 없는 역사를 쓰고 있는 상황. 민수를 전혀 통제할 힘이 없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안 그래도 없는 체면을 더 구길 필요는 없었기에 이한수 대통령은 연신 헛기침만 했다.
“크흠흠······. 대한민국 정부는 개개인의 행동이나 민간 기업의 경영방침에 대해서는 간섭할 권한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게.”
“하지만······. 대통령님.”
“우리는 그 어떤 단체나 조직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그 기본적인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갈 것이네. 이 이상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말게.”
이한수 대통령의 단호한 엄포에 외교부 장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분명 이한수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가는 중동의 모든 외교부가 불같이 들고 일어날 게 뻔했고 그 모든 원망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에 항변할 수 없기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외교부 장관이 집무실을 나서고 난 후. 이한수 대통령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자리에 앉아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대통령은 대통령이지만, 대통령 같지 않은 대통령. 과거의 대통령들처럼 나는 새도 떨어트린다는 권력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조금만 권력을 남용해도 아르고스의 눈에 의해 득달같이 모든 비리를 폭로 당해 수사대상에 오르며 쫓겨나는 상황. 그 때문에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자들은 모조리 요직에서 쫓겨난 바람에 아무런 접점이 없거나 적대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로 가득 찬 행정부. 그곳에서 이한수 대통령은 마치 고립무원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아······.”
– 이한수 대통령 진짜 하는 거 없음.
– 저런 게 진짜 월급 루팡 아니냐? 세금 살살 녹는다.
– 나도 맡겨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냥 폼만 잡고 있으면 되는 거 아냐?
– 도대체 지지율은 왜 떨어지기만 하는 걸까? 오르는 모습도 좀 보고 싶다.
사람들의 비웃음에서 오는 모멸감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무기력함에 이한수 대통령은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단 한 명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그는 생각할수록 밀려오는 참담함에 이를 악물었다.
“김민수······.”
그는 악마였다. 일부러 자신을 대통령 자리에서 남겨둔 채, 이 치욕스러운 감정들을 하루하루 느끼게 하려는 그 악랄함에 이한수 대통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민수가 일부러 자신을 대통령에 앉혀두고 있다는 그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언젠가 자신이 이 모든 것을 갚아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독기를 한가득 품으며 그는 숨죽여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회는 결국 그를 찾아왔다.
*
돌핀 해운을 경영하고 전 세계에 관문을 설치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나에게 한 가지 이변이 찾아왔다.
“민수야! 민수야! 이것 좀 보렴!”
“네? 왜요?”
호들갑을 떨며 달려온 엄마의 부름에 나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화들짝 놀란 엄마는 얼마나 빨리 달려왔는지 거센 호흡 때문에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이거 너한테 온 거란다.”
“그건 뭐예요? 나한테 이런 걸 보낼 사람이 누가 있다고······.”
손에 든 봉투 하나를 내미는 엄마. 나는 의아한 얼굴로 무심코 그 봉투를 건네받아 발신인을 살펴보고는 험악하게 표정을 구겼다.
“씨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빡빡머리의 국방색 옷이 돋보이는 캐릭터. 모든 20대 남성들이 싫어하는 최악의 마스코트. 앙증맞은 외모의 굳센이가 나를 향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보자마자 그게 무엇인지 직감한 나는 황급히 봉투를 뜯어보았다. 그리고 나는 내 불길한 직감이 완전히 적중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병역 판정 검사 통지서.
19살이 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군대 가게 신체검사부터 먼저 받으라는 통지서를 보낸 대한민국 병무청. 이럴 때는 정말 일을 잘한다는 생각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엄마가 옆에서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민수야, 너 군대 가야 하는 거니?”
“설마요. 제가 한 짓들이 있는데 미쳤다고 보내겠어요?”
이미 전생에 온갖 고생을 다 하며 굴렀는데 과거로 돌아왔다고 다시 또 가야 한다면 잠자코 갈 놈이 있겠는가? 또 그 월급 같지도 않은 월급 받으면서 개같이 구르는 것은 사양이었다.
“아마 어떻게 되겠죠. 우선 검사부터 받아보고 상황을 살펴보죠.”
순식간에 기분이 안 좋아진 내가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불쾌한 환정이 들려왔다.
“굳센이는 노예가 필요해요. 헤헤.”
병무청이 보낸 안내서에 그려져 있는 앙증맞은 마스코트. 굳센이. 마치 묘하게 놀리는 듯한 그 화사한 미소에 순간적으로 알 수 없는 분노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하여간 저딴 마스코트 만든 놈은 악랄한 변태 새끼가 분명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얼굴 한번 보고 싶었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길래 저딴 엿 같은 마스코트를 돈 받고 만들 생각을 하는지 말이다.
*
– 속보. 병무청. 김민수에게 신검통지서 발송.
– 세계 최고의 거부. 김민수. 군대 가나?
– 병무청장. 김민수에게 신검 통지서가 발송된 것은 인지하지 못했다. 시스템에 등록된 대상자들에게 자동으로 발송되는 것.
– 이번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이한수 대통령. 과연 신검 결과는?
민수가 신검을 받으러 병무청에 방문한다는 사실에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 ㅋㅋㅋㅋㅋㅋㅋ. 군대? 구운대에에에??
– 미쳤다. 군대 앞에서는 진짜 모두가 평등하구나.
– 쟤가 설마 갈까? 2년 동안 민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저건 진짜 국가적인 손실 아니냐?
– 응~. 누구는 가고 누구는 안 가냐? 당연히 공평하게 모두가 가야지.
– 근데 저거 어지간히 미친놈이 아닌데 군대에서 제대로 적응이나 할까? 걱정되는데······.
남이 군대 가는 걸 보는 것이 제일 신나는 구경거리인 사람들. 환호하며 무조건 가야 한다는 사람들과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니 보내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극렬한 찬반 속에서 나는 엄청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신체검사를 하러 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당연하게······.
“축하드립니다. 1급입니다.”
“······. 이게 축하할 일이에요? 누구 놀려요?”
“어······. 죄······죄송합니다.”
신체검사가 다 끝나고 판정 결과를 알려주는 병무청 직원. 안 그래도 기분 더러운데 그런 내 앞에서 환하게 웃으며 1급이라고 축하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괜히 온갖 심사가 뒤틀렸다.
“그러게 그냥 검사 자체를 받으러 오지 말라니까요.”
나를 따라온 유진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타박했다.
“그래서 진짜 저 군대 가는 거예요? 노벨상도 평화상 빼고 종류별로 다 받고, 한국이나 세계에 이바지한 게 얼마나 많은데, 국위 선양했다고 면제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아쉽게도 노벨상에 관한 규정은 없더라고요. 설마 미필자가 노벨상 받는다는 정신 나간 발상을 한 사람이 국회의원 중에는 아무도 없었나 보죠. 그리고 뭐 산업체나 국방 기술 연구원 같은 방법이 있기는 한데······. 그러고 싶지는 않으시겠죠?”
“미쳤어요? 대놓고 합법적으로 2년 동안 나한테서 기술 빼먹겠다는 소린데. 그딴 호구짓을 왜 해요?”
“그럴 줄 알았어요.”
별 기대도 안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유진.
“아니면, 그냥 한국 국적 포기하고 미국 국적만 가지고 이참에 미국에서 쭉 살아도 돼요. 예전에 한국의 유명 연예인 한 명도 그런 방식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고 하던데······. 여론의 비난은 감수하고 한국에 돌아올 생각은 포기해야 하지만 역시 가능한 방법이에요.”
그다지 끌리지 않는 선택지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유진에게 물었다.
“이한수 대통령은 뭐래요?”
내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을 이한수 대통령. 그는 뭐하냐는 내 물음에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TV를 가리켰다.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미소지으며 카메라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꺼내는 그. 그는 내가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 세간의 화제가 되는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인 민수 군이 현역 1급의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했다는 것에 대통령으로서 참으로 감격스럽습니다. 신성한 병역의 의무를 건강하고 성실하게 끝마치고 앞으로도 멋지고 굳센 청년이 되어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해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덕담 같은 소리였지만, 까놓고 말해서 군대나 가라는 소리. TV 화면에 비친 그의 인터뷰 장면에서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복수의 순간이 드디어 오고 말았다는 희열에 가득 한 그의 눈을 말이다. 그리고 나는 진심을 담아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저 망할 놈이 진짜······. 끝까지 엿 먹이네.”
처음 시작부터 좋게 풀린 적이 한 번도 없던 그와의 관계. 전임 대통령이었던 전기찬이 오늘따라 참으로 그리워지는 날이었다.
“좋아.”
잠깐이나마 생각에 잠긴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디 한번 해 보자. 누가 최후에는 웃게 되나 말이다.”
내 마지막 말을 듣던 유진은 또 무슨 짓을 저지르려고 저러나 하는 듯이 한심함과 불안함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진짜 전쟁이다. 씨발.”
끝
ⓒ 군만두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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