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198
197화.
삐이이- 삐이이-
영상 통신구들이 쉴 새 없이 붉은빛을 토해냈다.
헤니투스 백작가 차남 바센 헤니투스는 정보 통신실에 자리한 커다란 창으로 밖을 내다봤다.
영주성에서 가장 높은 첨탑에 자리한 정보 통신실.
가장 바빠야 할 그 공간의 사람들은 현재 넋이 나가 있었다.
특히 바센은 영상 통신구를 하나 든 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의 손에 들린 영상 통신구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하하, 참 나.
알베르 크로스만. 그의 목소리였다.
왕세자는 영상 통신구로 헤니투스 영지의 레인 시를 모두 보고 있었다.
그는 케일의 방패도, 생각보다 많은 수십 마리의 와이번도 다 보였다.
몬스터 수백 마리의 뼈, 용의 뼈도 보았다.
‘이 미친놈.’
그가 봐도 케일은 미친놈이었다.
그런데 미친놈을 보며 알베르는 손끝이 저려왔다.
된다.
이건 된다.
‘왕국 전체가 영웅이 되는 겁니다.’
미친놈은 한 번도 알베르 자신에게 책임지지 못할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믿었더니,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그 이상이었다.
‘저하, 지금부터 헤니투스 백작가는 신전으로부터 오는 모든 연락을 무시할 겁니다.’
케일이 네크로맨서를 거두며 알베르에게 한 말이었다. 그리고 알베르는 답했다.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지.’
알베르는 점점 와이번들을 향해 다가가는 거대한 해골의 진군을 보며 중얼거렸다.
-책임질 수밖에 없겠는데.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러나 웃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하늘의 지배자가 되는 전설을 꿈꿨던 이,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해골?’
그는 태어나서 이런 광경을 처음 보았다.
“단장님!”
와이번을 탄 기사 한 명이 빠르게 클로페의 곁으로 다가왔다. 투구를 쓴 기사가 그를 빤히 쳐다봤지만 클로페는 자신에게 말을 건 기사보다 그 기사가 탄 와이번이 먼저 보였다.
끼이이이-
와이번은 괴상한 울음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목을 움직여 댔다. 꼭 겁을 집어먹은 것 같았다.
겁.
그 단어에 클로페는 다가오는 해골 떼 너머를 바라봤다. 거대한 검은 용.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본 드래곤에게 와이번은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클로페는 고개를 숙였다.
크르르르.
자신이 탄 돌연변이 와이번. 이놈은 뼈만 남은 드래곤을 보며 송곳니를 드러냈다. 마치 먹이를 탐하는 모습이었다.
클로페는 와이번의 목에 채워진 고삐를 세게 움켜쥐었다.
“단장님!”
기사가 다시 한 번 그를 불렀을 때, 클로페의 입이 열렸다.
“네크로맨서다.”
이런 짓을 할 존재는 사라져 버린 네크로맨서들뿐이다.
“…네크로맨서라니요? 그런 저주받은 존재가……!”
수하는 당황했지만 클로페는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수하는 그런 클로페를 빤히 보다가 슬쩍 뒤로 물러섰다.
클로페는 웃고 있는 붉은 머리칼이 보였다. 그 모습에서 느꼈다.
‘저 새끼는 영웅이 아니야.’
영웅이라면 죽은 마나와 관련된 네크로맨서를 끌어들일 리 없었다.
채앵.
클로페는 검집에서 검을 뽑아내었다. 검에서부터 오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소드 마스터 클로페.
그는 오러의 힘을 담아 외쳤다.
“정신 차려!”
우우웅-
오러가 하늘 위에서 진동했다.
펄럭, 펄럭. 해골들이 날갯짓해 오는 소리 사이로 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기사들이 와이번 목줄을 묶어둔 고삐를 세게 잡아당겼다.
클로페는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
와이번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두려움이 사라졌다.
클로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곰족들이 네크로맨서를 찾아줄 터.”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오러가 가득 실린 목소리는 헤니투스 영주성으로도 전해졌다.
“저것들은 뼈만 남은 채 조종당하는 시체들이다.”
딱 봐도 힘없이 날아오는 뼈다귀들이었다. 본 드래곤이 있었지만 그저 인형같이 텅 빈 존재였다. 비장의 무기라고 네크로맨서를 준비한 것 같았으나 와이번 기사단은 그들 상상 이상의 존재.
‘그렇다면!’
클로페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기회다.
내가 아주 성스러운 영웅이 될 기회!
신이 부럽지 않은, 전설의 영웅.
죽은 마나를 쓰는 네크로맨서라니, 아주 좋은 먹잇감이다.
“저것들은 이지가 없다! 헤니투스 영지는 감히 더럽고 사악한 네크로맨서들의 힘을 끌어들였다!”
헉.
성벽에 있던 병사들, 특히 기사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배운 자들이라 네크로맨서, 그 이름의 공포와 혐오를 알고 있었다.
헤니투스 사람들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곧 시선을 돌려야 했다.
우우우웅-
수호 기사의 하얀 오러가 끝없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라갔다. 헤니투스 사람들은 소드 마스터라는 존재를 다시 각인하며 표정이 어두워져 갔다.
클로페는 고삐를 움직였다.
“우리 ‘불굴 연합’이 정의를 보여줄 것이다!”
크아아! 하얀 와이번이 다가오는 해골 떼로 돌진했다. 클로페의 검이 휘둘러지고, 하얀 오러가 하늘을 갈랐다.
촤아악.
공격을 피하지 못한 뼈들이 베이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허무하다 느껴질 정도로, 뼈들은 아주 가볍게 클로페의 검에서 사라져 갔다.
비록 수백 마리가 있다 하더라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수십 마리의 몬스터 뼈가 사라졌다.
기사들이 고삐를 움직였다. 와이번들이 다시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하늘의 지배자다운 모습이었다.
기세를 잡은 클로페의 시선이 짧은 순간, 붉은 머리칼에게로 향했다.
케일의 무표정한 얼굴이 보였다. 클로페의 입꼬리가 올라가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쿵. 쿵. 쿵.
곰족들이 발을 굴리기 시작했다. 그중 적갈색의 털을 지닌 곰족이 외쳤다.
“절반은 네크로맨서를 찾아라! 잡아서 사지를 찢어!”
쿵. 쿵. 거대한 곰족이 발을 굴리며 흉포하게 웃어댔다.
“절반은 성벽을 부숴라!”
곰족이 그렇게 외쳤다. 클로페는 결국 입꼬리를 올렸다.
웃는 클로페, 어두워진 헤니투스 사람들. 표정이 극명하게 갈렸다.
그때, 성벽 위 사람들에게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울음소리.
평지보다 돌산과 야산으로 둘러싸인 헤니투스 영지. 중앙 시인 레인 시도 산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산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짐승의 울음소리.
스스스스-
나무들이 흔들리며 바람이 몰려왔다. 창대를 꽉 쥐고 있던 병사의 귓가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네.”
늦었다고?
병사는 케일 공자의 목소리에 그를 보려고 고개를 돌리려다가 움직임을 멈췄다. 거대한 짐승이 내려오고 있었다.
아니, 사람이지만 그것은 짐승이었다.
호족.
그들이 각자 산에서 내려와 곰족들이 오지 못하게 입구를 막아섰다.
병사들 귓가로 기사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성벽 곳곳의 기사들이 병사들에게 외쳤다.
“올겨울 해리스 마을로 이주한 호족이다! 우리 영지민이다!”
기사들은 검을 뽑아 들었다.
“적들은 이 성벽을 넘지 못한다! 또한 적들은 레인 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검을 뽑아 든 기사들이 데르트 백작을 본 순간이었다. 데르트 백작은 어느새 갑옷을 입고 다가온 백작 부인의 손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목덜미를 붙잡혀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시작해도 되겠지?”
“다, 당연합니다, 영주님. 제, 제가 준비 다 했습니다! 헤헤.”
쥐족 혼혈 드워프 뮐러. 마탑을 건설했던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는 비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백작이 손짓하자 기사들은 검을 내렸다.
“수성전을 시작한다!”
곳곳에서 외침이 울려 퍼졌고, 작년부터 훈련을 받았던 몇몇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제야 창과 화살을 쥔 병사들도 훈련에 따라 움직였다.
쿠구구궁. 두꺼운 성벽. 그 성벽 곳곳에서 투석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투석기는 곰족들을 겨누기 시작했다.
온갖 마법 장치가 새겨진 투석기는 살고자 하는 뮐러의 역작이었다.
기사들은 외쳤다.
“땅에서는 우리가 더 강하다!”
성벽의 분위기가 비장해졌다.
그 광경에 클로페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게 뭐야?’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그의 검이, 오러가 휘둘러지며 또 뼈다귀들을 부쉈다. 해골 떼 너머 검은 드래곤은 그저 공중에 날고만 있을 뿐 이제는 아무런 기세도 못 뿜어내고 있었다.
이딴 뼈다귀가 중요한 게 아닌데!
서대륙에 없는 호족에, 저런 투석기라니!
시골구석 영지가, 바위밖에 없는 영지가 뭐 이따위란 말인가?
무슨 왕국 수도도 아니고, 사람 숫자만 적지 질은 더 높았다.
달그락, 달그락.
한쪽 날개를 잃은 소형 뼈다귀 몬스터가 다른 한쪽 날개로 간신히 퍼덕이며 클로페의 주위를 알짱거렸다.
클로페는 화가 치밀었다.
이대론 안 된다.
클로페는 기사와 와이번에 의해 부서져도 여전히 많은 해골들을 보며 자신의 와이번을 뒤로 돌렸다.
다시 웃는 케일이 보였다.
‘저 새끼부터 없애야 돼.’
기세의 문제다.
삑, 삐이이-
하얀 와이번의 검은 눈동자 색이 달라졌다. 붉은 눈빛이 뿜어져 나왔다.
와이번이 케일을 향해 쇄도하기 시작했다. 클로페는 와이번에 바짝 붙었다.
상상도 못 할 만큼 가공할 속도였다.
그런데 지금도 웃었다.
케일은 웃고 있었다.
그는 다가오는 하얀 와이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와라.”
가만히 있던 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케일의 등 뒤.
투명화한 메리의 손이 움직였다. 드래곤을 조종하는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망설임이 없었다.
어차피 저 뼈다귀들은 미끼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해골 떼들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소리 없이 움직였다.
검은 뼈의 텅 빈 동공 자리에 검은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검은 눈을 지닌 해골이 아주 빠르게 방패로 날아왔다.
검은 용은 입을 벌리고 와이번의 목덜미를 노렸다.
“이런!”
크아아!
하얀 와이번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검은 용을 밀쳤다.
그러나 검은 동공의 용은 뼈뿐일지라도 밀리지 않았다.
“크으!”
클로페는 황급히 고삐를 틀어쥐었다.
펄럭, 펄럭. 검은 용은 헤니투스 성벽 앞에서 날개를 활짝 펼쳤다. 누가 보아도 뼈만 남은 용이 헤니투스 성벽을 지키고 있는 형세였다.
쾅, 쾅!
하얀 오러와 검은빛이 부딪쳤다.
하얀 와이번의 발톱과 이빨이 검은 용에게로 향했다.
그러나 죽은 마나는 오러에 살짝 흐트러질 뿐 사라지지 않았다. 검은 용의 뼈는 흠집도 생기지 않았다.
끼이이-
다시 방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와이번들이 달려들었다. 붉은 눈으로 변한 와이번은 이제 아예 발톱으로 방패를 찢어발길 듯했다.
그러나 케일은 태연했다.
“최한.”
케일은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을 시작했다.
“네, 케일 님.”
최한은 군말 없이 케일 옆에 섰다. 케일은 방패와 이어진 은빛 선을 한쪽 손만 풀고는, 최한에게 말했다.
“네 차례다.”
“…제가 할 일이 있었습니까?”
케일은 최한에게 해야 할 일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최한은 늘 그랬듯 그림자처럼 케일의 뒤를 지켰다.
그러나 케일은 최한이 할 일을 애초에 정해두었다.
“네 힘을 다 써라.”
“…새로운 역사입니까?”
최한은 제 물음에 창백한 얼굴로 웃는 케일이 보였다. 담담한 목소리는 툭 던지듯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래. 네가 이곳에 써내릴 너의 역사지.”
이곳, 내 두 번째 고향 헤니투스에 새겨질 나의 역사.
최한의 입안으로 그 단어가 굴려졌다.
케일과 최한 주위의 병사들이 궁금하다는 듯 두 사람을 쳐다봤다. 위급한 상황에 뭘 하나 싶었다.
그때, 케일이 품에서 검을 하나 꺼내 던졌다. 뮐러가 만든 검이었다.
“네 거다.”
케일은 최한에게 본래 그의 자리를 주고자 했다.
그는 이제부터 영웅이 될 것이다.
영웅의 탄생.
그 책의 5권은 끝났지만,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만들면 그만이었다.
“네가 할 일은 누구보다 네가 잘 알 터.”
케일은 최한을 직시했다.
“다녀와라.”
최한은 케일이 건넨 검을 받아 들었다. 그는 오래 고민하지 않았고, 곧바로 검을 뽑아 들었다. 검집과 달리 눈부신 검신이 보였다.
최한은 케일에게 선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검이 마음에 듭니다.”
그 순간, 검신이 요동쳤다. 검은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청년과 소년 사이의 남자를 닮은 색이 검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소, 소드 마스터……!”
병사가 탄성을 흘리다가 제 입을 막았다.
검은 오러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
케일의 호위로 알려진 이가 소드 마스터였다.
네크로맨서, 소드 마스터, 호족.
그들을 부리는 케일.
병사들은 두려움이 아닌 감정으로 소름이 돋았다. 그때였다.
“목을 베고 오겠습니다.”
최한은 자신이 할 일을 차분히 내뱉었다. 자신이 할 일은 수호 기사 클로페, 저자의 목을 베는 것이리라. 아니면 저자가 탄 하얀 와이번이거나.
그때, 최한은 다급한 케일의 손짓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은 말까지 더듬었다.
“싸, 싸우러 가기 전에 포옹 한 번 하자!”
포옹? 전쟁 통에?
최한은 케일에게 이런 살가운 면이 있었나 싶었다.
그는 아직 한 손으로 방패를 펼치고 있는 케일에게 살짝 포옹을 했다.
케일은 큰 목소리로 남들 들으라는 듯 말했다.
“믿는다!”
최한은 울컥 차오르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반드시 목을 들고 돌아오겠습니다.”
이 자식이 무슨 이런 아까운 소릴!
케일은 남들이 듣지 못하도록 아주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죽이지 말고.”
왜 아깝게 바로 죽이나?
케일은 자신과 오래 다녔음에도 아직 순수한 최한을 보며 안쓰러움을 담아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음흉했다.
“하얀 놈들 두 개 다 주워 와.”
아.
최한은 감탄을 흘렸다.
케일은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아깝게. 죽여도 와이번을 부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고 죽이든가 말든가 해야 할 거 아닌가?
그리고 저놈 잡으면 벌 돈이 얼만데.
“명령 완수하겠습니다.”
최한은 케일이 열어준 방패 틈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 그런 그의 발이 검은 뼈에 닿았다.
타닥.
최한은 가볍게 검은 본 드래곤의 위에 내려섰다.
그는 올곧이 선 채 하얀 놈 둘을 쳐다봤다.
청각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최한에게 희미하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작해.”
케일의 명령.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소드 마스터와 잊힌 존재였던 용.
곧 대륙의 역사에 새겨질 존재들이 케일의 명령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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