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21
20화.
감옥 밖으로 나온 케일은 품에 안긴 용을 고양이들 앞에 놓아두었다.
“아프겠는데.”
“불쌍하다.”
여태 말 한마디 없던 온과 홍이 용의 옆에서 빙글빙글 돌았지만 용은 이를 드러내며 경계했다. 아마 용생 4년동안 인간 외의 존재는 처음 보았을 것이다.
케일은 시계를 확인했다. 탈출을 하면 딱 시간이 맞을 것 같았다.
“아프겠는데.”
온이 다가와 케일의 다리를 앞발로 툭툭 찼다. 아마 케일이 마법 상자에서 챙겨온 포션을 떠올린 듯 싶어보였다. 그걸 달라는 말은 못하고 괜히 행동으로 저렇게 했다.
“가만히 있어.”
케일도 그 포션을 쓰려고 들고 왔다. 하지만 마나 제어구를 풀어주고 써야 한다. 용의 심장이자 마나가 자유로워졌을 때 포션을 써야 제대로 효과가 퍼진다.
케일은 감옥이 있던 반대편. 고문관이 주로 자리를 지키던 곳으로 향했다. 청력이 좋지 못했지만 멀리서 최한이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저 전투도 곧 끝날 것이다.
“어디보자.”
케일은 손으로 고문관이 있던 동굴 벽을 더듬었다. 그는 발로 걸리적거리는 고문관을 저 멀리 차 버리고, 벽을 자세히 더듬었다. 용이 발로 차진 고문관을 보며 이를 드러내었지만 이내 케일에게 집중했다.
‘베니온의 마지막 안배가 이 근처일텐데.’
스텐 후작가 사람들이 그렇듯 베니온은 자신이 있을 때 외부 침입을 극도로 걱정했다. 그럴 때를 대비해 그는 비밀 탈출로를 만들어두었다. 고문관도 여기는 알지 못했기에 도망가지 못했다.
‘유독 평평한 곳이 있다고 들었는데-, 여기군.’
울퉁불퉁한 동굴 벽에서 대략 손바닥 넓이만큼 평평한 곳이 있었다. 베니온의 결벽증으로 보일 정도로 깔끔한 모습과 달리 후작가 사람들은 격투술을 가문 대대로 배워왔다.
‘일정 강도 이상의 강한 힘을 저 곳에 사용하면 저 벽이 열리지.’
마법 장치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힘으로 안에 있는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형태였다. 케일은 고개를 뒤로 돌리며 들어선 이에게 물었다.
“끝났나?”
“네.”
최한이 가볍게 허공에 검을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흩뿌리며 케일에게 다가왔다. 그의 시선이 용에게로 향했다가 일그러졌다. 피 범벅인 작은 생명체를 보았을 때 나오는 보편적인 반응이었다. 고문관을 노려보는 최한의 눈빛은 살벌했다.
“최한.”
그래서 케일은 그를 불렀고 최한은 고문관을 노려보며 보고했다.
“말씀하신 대로 도망가는 잡일꾼은 내버려두었습니다. 또한, 무력을 지닌 자들은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잘했어.”
케일은 그를 칭찬하며 손바닥 넓이로 평평한 벽을 가리켰다.
“여기 주먹으로 쳐.”
“있는 힘껏 말입니까?”
동굴 부서질 일 있니?
“아니. 적당히. 그냥 이 벽을 한 10cm 정도 뚫는다는 느낌으로”
“음. 살짝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살짝이라니. 케일 자신은 하지 못할 일을 살짝이라 표현하는 최한의 모습에 그는 최한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 그 모습을 최한은 서두르라는 의미로 알아들어 곧바로 주먹을 쥐어 벽을 쳤다.
쾅!
“우아.”
“오.”
고양이 남매가 감탄하는 사이 케일은 용을 품에 대충 안아들었다.
끼이이잉-
소름 돋는 소리가 벽에서 울려퍼졌고 그 순간 쿠웅 소리와 함께 동굴 벽의 한쪽면에 성인 남성이 오고갈만한 공간이 드러났다. 최한은 곧바로 횃불을 집어 들었다.
“가자.”
케일의 말에 고양이들이 최한의 등에 올라탔고 최한이 선두로 통로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뒤를 케일이 따랐다. 용은 아무 말 없이 숨만 쌕쌕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케일을 뚫어질듯이 바라보는 그 눈동자만큼은 살벌했다.
자신을 구해준 이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또 다른 폭력에 대한 경계심과 인간에 대한 불신과 증오만이 보이는 눈빛이었다.
“그만 좀 노려봐라.”
케일은 품 안의 용에 툭 말을 던졌다.
‘아, 좀 숨이 차는데.’
케일은 여유있게 달리는 최한에게 맞추기 위해 빨리 달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용을 최한에게 맡길 걸 그랬나? 1M의 용은 상당히 무거웠다. 고대의 힘 ‘심장의 활력’만 구하면 이 정도로 힘들지는 않을텐데.
이러다가 성질 나서 내팽개칠 것 같아 케일은 용을 꽉 품에 안았다. 그 고생을 했는데 여기 버려두고 갈 수는 없었다.
그런 그를 용은 지켜보았다. 케일의 검은 옷이 용의 피로 범벅이 되어 갔다.
한 몇분 정도 좁고 어두운 통로를 달렸을 때, 최한이 케일에게 말했다.
“앞에 벽이 있습니다.”
“벽 가운데를 주먹으로 쳐. 그리고 얘기한 대로 계속 달린다.”
“알겠습니다!”
고양이들이 최한의 어깨에서 뛰어내려 바닥에서 뛰기 시작했다. 최한은 주먹에 힘을 주었고 벽의 중앙을 전과 같은 강도의 힘으로 쳤다.
쾅!
벽이 삽시간에 무너졌다. 그리고 밤하늘이 보였다. 동굴 밖이었다. 이번에는 케일이 앞장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나 궤도 교란 장치가 산 전체로 필요했던 이유. 이 비밀 통로 입구에도 베니온은 영상 저장 장치를 설치해 두었다. 철저한 녀석이었다.
그리고 케일은 이 통로 입구를 대강 알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렇기에 산 전체에 마나 궤도 교란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1, 2분 안에 영상 저장 장치 범위를 벗어놔야 했다. 그러나 충분한 시간이었다.
최한이 케일의 뒤를 따르며 여러 곳에 흔적을 두거나 혹은 흔적을 지웠다. 어둠의 숲에서 오랜 시간 생존했던 그는 흔적에 관해서는 전문가였다. 그렇게 2분간 비밀 통로 출구 반대방향으로 뛰고 나서야 케일은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멈춰.”
위이이잉 울리던 소리가 뚝 끊겼다. 마나 궤도 교란 장치가 그 사용을 끝낸 것이다.
“후우.”
케일은 깊이 심호흡을 하며 거칠게 뛰는 심장을 가라앉혔다. 그의 심장이 거칠게 뛸수록 심장을 감싼 부서지지 않는 방패가 위급 상황을 대비하듯 그 힘을 모으고 있었다.
‘쓸 생각도 없는데.’
하지만 케일은 이 방패를 아직은 쓸 생각이 없다. 용을 풀어주고 최한과 다음 도시에서 헤어진 후, 그는 이 방패를 강화시킬 ‘심장의 활력’을 얻을 생각이다. 그 뒤에 이 방패를 사용할 작정이었다.
케일은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고개를 숙여 데리고 온 용을 내려다봤다. 피식, 그의 입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반항적인 눈빛은 사라졌고 감동에 가득찬 눈빛으로 용은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4년 만에 처음 보는 바깥 세상이었다. 그 감동을 케일은 조금은 이해했기에 시간을 두고 봐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용을 수풀 위에 올려 놓고 용을 바라봤다. 용도 그를 바라봤다. 어느 새 다시 반항과 경계심 가득한 눈동자로 돌아온 용은 몸을 웅크려트리며 한껏 날을 세웠다.
‘저렇게 숙이지 않으니, 4년 간 계속 맞았겠지.’
그래서 케일은 개인적으로 지금의 이 용이 마음에 들었다. 자신과는 달랐으니까.
고아로 맞고 자란 케일은, 김록수는 굴복했다. 그 뒤로 그는 최한과 같은 주인공이 되길 원하지 않았다. 집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굴복했는데, 세상과 싸울 힘은 없었다.
“야.”
케일은 용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확인한 후, 마법 주머니에서 장갑과 커다란 가위 모양의 절단기를 꺼내들었다. 가위 양쪽 날에는 수많은 마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장갑을 꼈다.
저 절단기는 케일이 빌로스에게 빌린 물건 중, 빌로스의 이름으로 빌려야 했던 두 물건 중 하나였다. 이건 돈으로 빌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공자님, 꼭 살아서 수도에서 뵈었으면 합니다.’
‘누가 죽으러 가는 줄 알아?’
‘그래도 사고를 저지르려는 건 알겠습니다.’
‘…시끄러.’
빌로스와의 대화를 떠올리던 케일은 갑자기 급속도로 조용해진 분위기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최한이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살벌한 모양의 가위를, 그리고 고양이 남매가 케일에게서 멀어져 최한의 뒤로 가 있었다.
그리고 용은 해탈한 눈빛이었다.
“쯧.”
케일은 그 반응에 혀를 차며 용에게 다가갔다. 마나 제어구가 달린 목줄은 고무와 비슷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었다. 만약 철이었다면 자라나는 용에게 맞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신축성 있는 소재로 했을 것이다.
그는 용의 목을 잡았다.
“헉.”
고양이들이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케일은 빨리 할수록 좋았기에 그 반응을 무시하고 움직였다. 절단기가 목으로 향했다. 날카로운 날이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용은 케일의 눈동자만을 응시했다. 케일의 눈동자는 무감각하고 단조로웠다. 용은 눈을 감았다.
그 때, 싹둑. 무언가 잘리는 소리가 그들의 공간을 채웠다.
치지직. 치지직. 힘 없이 잘려나간 마나 제어 목줄이 케일의 손에 들린 채 작은 전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뭘 봐?”
케일은 다시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용에게 퉁명스럽게 묻고는 장갑 한쪽을 벗어 최한에게 건넸다. 이를 받아 장갑을 낀 최한에게 케일은 목줄을 넘기고 주머니에서 포션을 꺼냈다.
최상급 포션이었다. 이것도 돈이 엄청 들었다. 나중에 용돈 타 쓰기도 얼마나 눈치가 보이던지. 케일은 혀를 차며 용을 날카로이 바라봤다.
“내가 너한테 돈을 얼마나 썼는 줄 알아?”
용은 자주 들었던 말이 귓가에 닿았다. 태어난 뒤로, 늘 들었던 말이었다. 돈을 많이 썼는데 왜 말을 안 듣냐, 맞아야 한다. 그래서 맞았다. 그들은 때리며 생각이란 것을 하지 말고 말을 잘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러니까 돈 쓴 만큼 제대로 나아. 이 미련한 녀석아.”
용은 아프지 않았다.
케일은 용의 몸 위로 포션을 반 정도 골고루 부어버리고 나머지는 그 입을 벌려 부어버렸다. 다행히 용은 반항하지 않고 받아마셨다.
그리고 몇 분 뒤 케일은 역시 용은 용이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용의 심장이자 모든 힘의 근원인 마나가 움직이기 시작한 듯 했다.
용은 모든 상처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마나의 힘으로 보이는 파장의 그의 몸을 감싸며 바람처럼 맴돌고 있었다.
그 눈 깜짝할 순간 일어난 변화에 케일은 용이 다시 버겁고 어마무시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야.”
이제 용은 다칠 일이 없을 것이다. 영리한 녀석은 저도 제 몸이 어떻게 되었는지 깨달은 듯 눈빛이 완전히 살아났다.
케일은 용에게 한걸음 다가갔다. 새끼 용은 웅크리며 케일을 탐색했다. 이를 무시하며 케일은 그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고 싶냐?”
대답 없이 입을 꾹 다무는 용을 보며 케일은 피식 웃었다.
“너 사람 말 할 줄 아는 거 다 알아. 넌 용이니까. 가장 똑똑하고 오만한 존재니까.”
케일은 다시 한번 물었다.
“넌, 자유가 되면 무엇을 하고 싶었지?”
“…나는.”
용의 입이 열렸다. 용은 역시 사람 말을 할 줄 알았다. 인간보다 머리가 똑똑하다. 4년 간 사람 말을 못 배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나는.”
용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힘이라면 눈 앞의 이 남자를 죽일 수 있다. 물론 저 뒤의 남자가 무섭지만, 살아 도망칠 수 있다. 수많은 시간동안 기다렸던 힘을 얻었다.
그렇기에 용은 수천번이 넘게 되새겼던, 입밖으로 낼 수 없었던 것을 말했다.
“나는 산다.”
살아서. 어떻게든 살아서.
“나는 벗어날거야.”
이 곳을 벗어난다.
그는 속마음을 말했다.
“나는 길들여지기 싫다.”
“그래. 맞아.”
케일은 용에게 맞다고 했다.
“넌 용이야. 드래곤. 자유롭게 살 자격이 있지.”
4살 정도의 용이면 그 힘이 웬만한 생명체들보다 강했다. 스스로 살아갈 힘이 충분했고 자립심이 강한 용들은 대체적으로 2살만 되어도 홀로 레어를 만들고 싶어 했다. 인간 2살에 비하면 말도 안되는 성장이었다.
여전히 경계하는, 인간을 믿지 못하는 눈동자를 보며 케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너를 기르지 않아.”
케일이 자신보다 강한 놈을 돌봐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이 녀석은 밥값으로 데리고 있기에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온, 홍과는 달랐다. 드래곤은 케일의 범위 밖이었다.
용은 케일의 말을 믿지 못했다.
“거짓말. 인간은 거짓말만 한다.”
용의 눈동자에 분노가 스며들었다. 그 분노는 케일을 향한 것은 아니었다. 타고난 본능인 오만한 자존심. 그것이 철저히 밟혀왔던 시간이 만든 분노였다.
“하긴 나도 거짓말을 잘 하지.”
케일은 용의 말을 쉽게 수긍하며 말을 이었다.
“네 하고 싶은 대로 살아. 너는 어떻게 하고 싶지?”
“나는-”
새끼 용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다. 동굴 속에서 보던 어둠과는 달랐다. 어두운데 빛 났다.
“나는 인간은 싫어. 나는 자유롭고 싶다.”
“그래.”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법 주머니에서 중급 포션 몇개와 작은 주머니를 꺼내어 그 안에 담아 용의 옆에 두었다.
“자유롭게 살아라.”
용의 검은 동공이 확대되며 흔들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불신과 깊은 경계심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케일이 알 바는 아니었다.
‘이만 하면 됐지.’
용도 풀어주고, 베니온에게 물도 먹이고, 마을도 구했고, 최한이 용을 통해 자유라는 것에 대해서 깨닫고.
무엇보다도 용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었다. 따라오기 싫어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였다. 아주 좋은 결말이었다. 케일은 흡족한 마음에 가벼운 목소리 톤으로 일행들에게 말했다.
“가자.”
그는 미련없이 용에게서 등을 돌려 걸음을 내딛었다. 최한은 군말 없이 케일의 뒤를 따르며 흔적에 교란을 주었다. 잠시 멈칫하던 묘족 남매는 용이 케일에게서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본 후 케일의 뒤를 따랐다.
묘족 남매마저 케일의 뒤를 따라 등을 보이자, 용은 고개를 들어 그들의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인간은 싫다… 나쁘다…”
용의 시선은 처음 보는 세상의 모습보다 지겹도록 익숙하고 증오하던 인간의 뒷모습에 닿아 있었다.
홍은 케일의 뒤를 따르며 슬그머니 누나 온에게 다가갔다.
“누나. 쟤 따라 올 것 같은데.”
“응. 나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나 막내 동생 생기는 거야?”
“그럴 것 같은데.”
고양이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화를 나눴다. 케일은 그 말에 헛웃음을 흘리며 말도 안된다는 듯 답했다.
“말도 안되는 소릴. 드래곤은 자립심이 강하고 인간 밑에 있는 걸 용납 못하는 게 본능이야. 그리고 저 녀석은 인간이라면 증오하지.”
온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고양이에게도 떨떠름한 표정이 있다면 지금 온과 같을 것이다. 온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아닐 것 같은데.”
“…웅.”
홍이 뒤를 돌아보며 긍정했다. 검은 용이 아직도 이쪽을 보고 있었다. 홍은 확신했다. 자유를 즐기던 저 용이 조만간 자신과 소고기를 나눠먹을 것이라고.
구시렁거리는 두 남매에게 케일은 말했다.
“구슬 챙겨와라.”
두 남매는 소고기를 위해 구슬을 챙기러 떠났다. 케일은 남매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최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수고 했다.”
오늘 최한은 처음으로 무언가를 구해보았을 것이다. 이전에 산적과의 전투도 있었지만 그건 구하는 것보다는 지킨다는 쪽이었다.
물론 책 속에서는 이 마을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내용이 바뀌어 자신이 죽였던 용을 구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구한다’는 행동이 최한에게 중요했다.
“케일님.”
“어.”
불러 놓고 한참동안 말이 없던 최한은 이내 입을 열었다.
“만약에 용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케일님을 따라오는 일이었다면 어떻게 하셨을 겁니까?”
“그럴 일은 없다니까.”
“만약에 말입니다. 만약에.”
만약에라. 케일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가볍게 답했다.
“난 일어나지 않고 지나간 일은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왠지 모르게 케일은 순간 뒷목이 섬찟해져 와 처음으로 고개를 돌려 등 뒤를 바라봤다. 다행히 검은 용은 보이지 않았다.
케일은 안도하며 모든 뒷처리를 끝낸 후 숙소에서 잠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날 밤 처음 의지를 담아 사용한 마법으로 몸을 숨긴 용이 그의 숙소 창문을 한참동안 보고 간 것을 알 수 없었다. 용은 포션 주머니를 꼭 품에 안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케일은 이른 아침부터 최한의 물음을 받았다.
“케일님. 며칠 더 가면 도시가 나오는데, 그 곳이 중간 지점입니까?”
곧 최한은 케일이 말한 밥값을 해야 했다.
이는 케일이 고대의 힘을 하나 더 얻을 시간이 다가왔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 힘은 지금으로부터 한 달 뒤, 베니온에게 밀려났던 후작가 장남이 마지막 희망으로 찾았지만. 그는 쓸 수 없었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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