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29
328화.
황궁에서 나온 무리는 연금술 종탑으로 향했다. 그 모습은 당당하고 위엄 있었으며 거칠 것이 없어 보였다.
“세상에!”
특히 탑주의 오른편에 있는 한 사람이 당당히 말을 타고 이동하는 모습을 본 순간, 다들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성 밖으로 탈출하려던 제국민들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수호검께서……!”
모고르 제국의 현 제국검이라 불리는 이는 소드 마스터인 후텐 공작이었다.
비록 지난 위퍼전에서 패배해 마이플성에 인질로 붙잡혀 있지만, 그는 여전히 제국의 힘이며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지금 제국민들의 눈동자에 비치는 노장, 늙은 기사는 후텐과는 의미가 달랐다.
수호검.
전대 황제의 노년부터 현 황제까지 수호한 기사를 가리키는 명칭.
그는 제국민들에게는 늘 따뜻했지만, 강직한 성격으로 조금의 틈도 없이 제국과 황실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실력은 최상급 익스퍼트로 후텐 공작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버나드 경은 제국민들에게 수호검이라 불렸다.
그의 연륜만큼, 그가 쌓아온 강직함이 담긴 여러 일화만큼, 버나드 경은 제국의 자부심이자 명예였다.
“나, 난 이제 모르겠다.”
도망치던 제국민은 품 안에 안고 있던 보따리를 땅에 내려놓았다.
여전히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수호검 버나드 경을 보자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판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때, 버나드 경의 입이 열렸다.
“모두 멈추어라!”
묵직하면서도 깊은 목소리가 주변으로 울려 퍼졌다.
그는 70세가 넘었음에도 갑옷을 모두 차려입은 채 안타까움을 담아 백성들에게 외쳤다.
“오늘 나는 페하의 명을 받고 폐하의 곁을 떠나 이곳에 왔다.”
움츠린 제국민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유명한 이야기였다.
황제는 늘 곁에 버나드를 두었다. 노장임에도 이 늙은 기사를 가장 아꼈다. 건강이 안 좋은 황제가 문 밖에 버나드가 없으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유명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폐하께서는 제국민들을 걱정하고 있다!”
가장 믿는 기사를 밖으로 보냈다는 황제.
“저 영상에 속지 마라. 조금만 생각해 보아라.”
노장의 기사는 분노를 포함한 어떠한 감정도 드러내지 않고서 담담하게 말했다.
“제국이 그대들에게 검을 겨눴는가?”
그렇기에 그 목소리가 더욱 잘 들렸다.
제국민들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너진 성벽이 보였다.
하늘 위의 비행선도 보였다.
더불어 갑자기 도망치라고 말하는 빈민가 사람들.
그들은 비행선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정말로 저 영상이 진실일까? 가짜는 아닐까?’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서 불안감과 혼란이 흘러나왔다.
‘제길!’
렉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도 수호검 버나드 경을 알고 있었다.
또한 버나드는 그가 아는 한, 제국 황실에 몇 없는 좋은 사람이기도 했다.
신입 시절, 복수에 사로잡혀 있던 그에게 몇 없는 좋은 기억을 선물해 준 노기사였다.
제국의 신입 기사들은 모두 한 번쯤은 버나드 경의 따뜻한 위로와 검의 가르침을 받았으리라.
‘…버나드 경이 나서면 곤란해.’
사람들이 정말로 제국의 말을 믿을지도 몰랐다.
다시금 버나드 경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히려 이 밤에 성벽을 무너뜨린 이들이 누구인가? 그대들의 안락한 밤을 무너뜨린 이들이 누구인가?”
긴장으로 가득 찼던 제국민들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때, 그들은 다시 흠칫 몸을 떨었다.
뎅- 뎅- 뎅-
종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버나드 경과 탑주 일행이 연금술 종탑이 있는 광장으로 들어섰을 때.
타닥. 타다닥. 타닥!
사람들은 연금술 종탑 광장을 둘러싼 건물들의 지붕을 쳐다봤다.
삼각으로 된 지붕 꼭대기에 올곧이 서 있는 이들.
금빛 태양이 새겨진 하얀 로브를 입은 이들이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묘족 기사 렉스 경은 제 갑옷을 슬쩍 건드는 손길에 고개를 돌렸다.
“그, 영상 속에 그분들이지요? 그렇죠?”
대피하던 제국민들 중 한 명이었다.
존경하는 버나드 경이 나섰음에도 사람들이 멈칫하는 이유 중 하나.
“…아까 골렘과 싸우던 태양신 교도분들이 맞죠?”
수호 기사 클로페. 그는 위퍼 전쟁이 모두 담긴 영상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선명한 영상이었다.
“하얀 뼈 새와 성기사님들. 그분들이죠?”
제국민들은 영상 속에서 골렘과 맞서 싸우며 태양신 교단의 역사를 외치던 성기사와 하얀 뼈 새들을 잊지 못했다.
‘우리는 빛을 향해 나아가리라!’
‘신의 이름으로 어둠을 처단하리라!’
그들이 외치던 말들도 귓가에 맴돌았다.
특히 어둠이라는 단어가 귓가에 박히자 흑마법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렉스 경은 저를 잡는 제국민의 간절한 눈동자를 바라봤다.
집에서 귀중품과 간단한 옷가지만 들고서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사람이었다.
그 간절함에 렉스 경은 입을 열려다가 고개를 돌려야 했다.
“렉스 경.”
제국민들 사이에 있던 그를 누군가가 불렀다.
렉스는 고개를 돌렸다.
“…버나드 경.”
노기사의 강직한 눈동자가 렉스를 응시하고 있었다.
렉스는 다른 제국 기사들과 달리 자신에게 아직 ‘경’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기사로 대우하는 노기사의 눈빛에 입술을 깨물었다.
“자네가 책임자인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호수와 같은 눈동자가 렉스를 향했다.
“나는 싸울 생각이 없네. 누구도 다치길 원하지 않아.”
렉스는 탑주 로브를 입은 자와 그 옆의 연금술사, 그리고 다른 제국 측 사람들이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특히 버나드 경 뒤의 기사들이 놀라며 입을 열었다.
“단장님.”
“버나드 님, 이건 안 됩-”
하지만 이어진 버나드의 행동에 모두 하던 말을 멈춰야 했다.
“대화를 할 수 있겠나?”
그 말과 함께 버나드 경은 손을 움직였다.
“엇!”
“단장님!”
사람들의 비명이 채 터지기도 전.
탕!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집이 하나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기사는 제 검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말에서 내려, 천천히 연금술 종탑 광장 중심으로 향했다.
노기사는 주변 주택가의 제국민들, 지붕의 하얀 로브, 비행선, 종탑 위의 사람까지 모두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렉스를 응시했다.
“자네가 책임자인가?”
렉스는 그 기백에 순간 숨이 막혀왔다.
부드럽지만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노장의 기세.
렉스는 주먹을 쥐었다.
“아-”
아니다. 나는 책임자가 아니다.
책임자로 나설 사람은 따로 있었다.
케일은 아니지만, 분명히 나서기로 계획된 사람이 있었다.
그때였다.
-렉스야! 내 말 들리나? 나 위대한 라온 미르다!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이 전하란다!
라온의 목소리가 케일의 말을 전한 순간, 주먹을 쥐고 있던 렉스 경의 손에 힘이 풀렸다.
“…렉스.”
“나가지 마.”
어느새 다가온 빈민가 동료들이 그에게 걱정과 염려를 내비쳤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시선과 동시에 나서지 말라는, 저건 함정이라는 눈빛이었다.
그때.
탕!
다시 한번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헉. 지켜보던 몇몇이 숨을 들이마셨다.
철제 방패가 땅으로 떨어졌다.
“…렉스!”
동료는 렉스의 어깨를 잡았다.
하지만 그 손은 허공을 붙잡았을 뿐이었다.
터벅. 터벅. 터벅.
렉스 역시 빈손으로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연금술 종탑 앞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버나드 경과 마주했다.
“제가 책임자입니다, 버나드 경.”
아.
누군가가 탄식을 흘렸다.
동시에 버나드 뒤의 기사 한 명이 외쳤다.
“감히 죄인 주제에, 버나드 님과 시선을 마주하려고 하느냐! 무릎을 꿇-”
“그만.”
버나드가 기사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렉스에게 다가갔다.
붉은 머리칼의 젊은 기사와 하얗게 센 머리칼의 노기사.
노기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영상 내용에 대한 진상 조사를 하겠네.”
뭐?
조사?
광장이 삽시간에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탑주께서 연금술 종탑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도 수긍하셨다.”
그 순간, 탑주의 후드가 벗겨졌다. 그의 왼쪽에 있던 연금술사도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평범한 인상의 중년인의 모습이 드러났다. 중년인 연금술사는 이미 후드를 벗은 탑주를 바라봤다.
검버섯이 가득하고 고집스러운 얼굴의 노인.
모두에게 알려진 탑주의 모습이었다.
“조사를 허용한다. 내 제자 혼트의 명예가 걸린 만큼 나도 적극 참여하지. 오명을 벗고 싶군.”
웅성거림이 더욱더 커져갔다.
진짜 탑주가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렉스에게 의문스러운 시선들이 향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제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어떤가?”
평화, 그리고 해결.
그 단어에 제국민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동시에 빈민가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종탑 위를 쳐다봤다. 분명 저 종탑에 케일이 있을 텐데.
‘그는 왜 가만히 있는 것이지?’
이대로 흐름이 넘어가면 안 되는데.
그때였다.
“좋습니다. 평화롭게 해결하죠.”
뭐?
동료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렉스가 버나드의 말을 받아들였다.
“비행선도 모두 물리고. 저희도 물러나겠습니다.”
그 순간, 렉스의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
여섯 살의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이 모든 일을 계획한 집행자의 뜻이 담겨 있었다.
-단 하나.
렉스의 입이 열렸다.
“단 하나.”
케일은 종탑 꼭대기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거대한 종 아래, 그늘에 감춰져 있던 케일의 시선이 앞을 향했다.
렉스의 시선도 앞을 향했다.
-탑주님과 악수를 하고 싶습니다.
“탑주님과 악수를 하고 싶습니다.”
케일의 눈동자에 한 사람이 담겼다.
종의 그늘 아래가 아닌, 종의 앞. 종탑 꼭대기에 서서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자.
그 사람의 하얀 로브가 보였다.
케일은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렉스 경의 입이 열렸다.
“가능합니까?”
그 순간, 한 제국 기사가 노호성을 터뜨렸다.
“이놈! 부탑주 살해 미수범이 하는 말을 누가 곧이곧대로 믿는단 말인가!”
“잠깐.”
탑주가 손을 들어 올렸다.
고집스러운 얼굴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마지막으로 제 왼쪽 편의 연금술사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모두가 평화로워진다면 나는 악수를 하겠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가십시오.”
그리고 렉스가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사람들이 탄성을 터뜨렸다.
“어!”
“저기!”
타닥. 타닥. 타다닥!
지붕 위를 차지하고 있던 하얀 로브의 사람들이 모두 광장으로 뛰어내려 모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감탄을 터뜨린 것이 아니었다.
종탑 꼭대기.
그곳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서는 이가 보였다.
마치 바람이 고이 모시듯 조심스럽게 내려선 이.
탁.
그 사람의 발이 땅에 닿은 순간.
자연스럽게 후드가 벗겨졌다.
“아-!”
“세, 세상에!”
너무 놀라 숨만 들이쉬는 제국민의 귓가에 한쪽 무릎을 꿇은 하얀 로브의 사람들이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자님을 뵈옵니다!”
터벅. 터벅.
성자 잭. 그가 걸음을 옮겼다.
그의 몸에서 태양신 성자 고유의 신성력, 치유를 담은 밝은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서, 성자님.”
제국민 중 몇몇은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았다.
은은하게 그들을 감싸는 따스한 힘. 긴장과 혼돈으로 가득 차 굳었던 근육을 풀어주었다.
밤을 비추는 횃불과 다른 환하고 성스러운 빛. 잊고 있던 치유의 힘.
제국민들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 순간, 묘족 렉스 경의 입이 열렸다.
“성자님께서 탑주님과 악수를 하실 겁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제국민들은 잭과 탑주를 바라봤다.
탑주와 잭은 제국 행사에서 몇 번 악수를 했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던 제국민들의 눈동자가 곧 커졌다.
잭의 걸음이 멈췄다.
성자 잭.
순하게만 보이던 눈빛에 불꽃이 하나 맺혀 있었다.
-성자야! 케일이 한 말 기억하나?
그의 머릿속에 케일의 말을 전하는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탑주님.
“탑주님.”
잭은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해도 되겠습니까?”
성자 잭.
그는 제국의 수호검 버나드 경을 응시했다.
“당신이 탑주잖습니까?”
인자하던 노기사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반면에 성자 잭은 순수한 미소를 한가득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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