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6
435화.
케일의 표정을 딱 본 알베르가 바로 입을 열었다.
“지금 내가 무슨 헛소리 하냐고 생각했지?”
“아니요.”
케일은 태연한 얼굴로 알베르 앞에 놓인 상자 속 쿠키를 집어 들었다.
오독. 쿠키를 한 입 베어 문 케일은 입을 열었다.
“안 됩니다.”
“…내용을 듣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 건가?”
“네, 안 됩니다. 바쁩니다.”
-인간아! 지금 말투가 메리 같다!
케일은 라온의 말을 흘려들으며 알베르를 응시했다. 알베르는 느긋하게 팔짱을 끼고서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 역시 케일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너… 지금 이 왕국에서 가장 인기 많은 세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지?”
갑자기 이건 무슨 해괴한 질문이지?
케일의 얼굴과 눈빛이 급속도로 불경하게 변해갔다. 그러나 그는 곧 이상함을 느꼈다. 보통 저의 이런 불경한 표정에 뭐라 한마디라도 얹을 인간이 아주 진지하게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건 진심으로 묻는 말이란 소리였다.
케일의 표정이 더 말할 수 없이 희한하게 변해갔다. 그는 잠시 고민하다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1등 왕세자 저하, 2등 알베르 크로스만, 3등 로운 왕국의 떠오르는 태양. 이렇습니까?”
마치 ‘옜다, 떡이나 먹고 떨어져라’라는 표정으로 케일이 1, 2, 3등을 발표할수록 라온은 쥐고 있던 쿠키를 내려놓았고, 알베르의 표정은 떫은 감을 먹은 이처럼 변해갔다.
“왕세자야! 네가 그렇게 인기가 많나? 대단하다! 역시 왕세자는 아주 잘생겼다! 얼굴은 멀쩡하다!”
라온이 자랑스럽다는 듯 알베르의 어깨를 두드렸고, 알베르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1등 최한, 2등 케일 헤니투스, 3등이 메리다.”
응?
예?
라온과 케일의 눈이 커졌다.
쿼터 다크엘프는 굳어버린 어린 용과 인간을 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4등이 나쯤 될 거고.”
오.
케일은 작게 감탄을 흘렸다.
“최한 인기 많은데?”
“메리도 인기 많다! 인간아, 네가 2등이라니 의외다! 나는 등수에 없을 줄 알았다! 물론 나한테는 영원한 0등이다!”
케일은 연신 ‘이야’거리며 감탄을 흘렸고, 라온은 신이 나 날개를 파닥였다. 그 속 편한 광경을 지켜보던 왕세자는 결국 입을 열었다.
“…최한은 헤니투스 영지 평민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지. 메리도 그렇고.”
톡. 톡. 알베르의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가 이렇게 왕궁 사람들 눈을 피해 밖으로 나온 이유.
“그래서 왕국민들은 평민 출신인 그들의 활약에 기뻐하고, 그들을 닮고 싶어 하며, 그들이 계속 로운의 영웅으로 남길 원하지. 그리고 귀족.”
귀족. 그 단어에 케일의 시선이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귀족들도 최한과 메리를 로운의 영웅으로 묶어두길 원해. 단.”
소파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너랑 분리시켜서 말이야.”
쾅!
라온의 두 앞발이 탁자를 내려쳤다.
“안 된다! 메리랑 최한은 우리 가족이다! 왕세자야, 그 귀족이 누구냐? 내가 걔 집 부순다!”
그 와중에 생각에 잠겨 있던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귀족들이 최한과 메리를 로운에 묶어두면서 케일과 분리시키는 방법.
“두 사람에게 작위와 영지를 내린다고 합니까?”
“그래.”
최한과 메리가 각각 작위와 제 영지를 가지게 되면, 그에 따라 두 사람은 헤니투스 영지를 벗어나게 된다. 무엇보다도 케일과 함께 지금처럼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게 되리라.
“권력을 유지하고 돈을 끌어들이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 뭉쳐서 한 제안이지.”
알베르의 입꼬리가 뒤틀려 올라갔다.
“귀족회의에서 특히 최한에게 작위와 영지를 내리란 주장이 아주 강해.”
“왕세자야, 왜 최한한테만 그러나? 메리는?”
라온의 순진무구한 눈동자를 보며 알베르는 대답 대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케일과 눈이 마주친 알베르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케일은 대번에 그 이유를 눈치챘다.
“네크로맨서라서 그렇군요.”
“…그래.”
최한은 어떻게든 귀족사회로 끌어들이려고 하면서 메리에 대해서는 뭉그적거리는 태도를 보이는 이유.
그건 메리가 네크로맨서이기 때문이었다.
현재 로운 왕국 전체로 보았을 때 메리의 인기는 상당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어둠 속성, 그중에서도 뼈를 이용해 싸우는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에 대한 두려움과 경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더욱이 자신들이 가진 작위가 고고하길 바라는 귀족일수록 네크로맨서가 높은 자리에 올라서는 걸 제 작위의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일부는 모고르 제국의 일을 보고 겁을 집어먹었지.”
흑마법사들이 모고르 황궁과 귀족, 나아가 모고르 전체에 어떤 짓을 했는지 보고서 같은 어둠 속성인 네크로맨서를 자신들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다.
“다크엘프들이 왕궁에 드나드는 것도 슬슬 자제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오고 말이야.”
씁쓸하게 웃는 알베르를 보며 케일이 미간을 찌푸렸다.
메리와 다크엘프들이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었던가?
저택에 처박혀서 제 안위만 챙기던 것들이 이제 와서 그 도움은 모른 척하고 제 욕심과 안전만 탐하겠다?
“썩어빠진 것들.”
케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도 알베르는 딱히 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케일이 입을 다시 열었다.
“귀족들이 최한에게 그저 작위와 영지를 주자는 것으로 끝낼 것 같지 않습니다만?”
케일과 헤니투스에게서 최한을 완전히 떨어뜨리는 방법으로 작위와 영지는 미적지근했다. 물론 케일은 미적지근하지 않은, 강력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
“어느 가문에서 최한하고 가족이 되고 싶다고 합니까?”
혈연, 지연, 학연.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혈연.
헤니투스 가문과 최한을 끊어내며 동시에 자신의 편으로 만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최한과 결혼, 나아가 가족이 되는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런 방식이 통하는 사회였다.
알베르는 케일의 여상스러운 물음에 대답하려다가 멈칫했다. 저를 둘러싼 인간과 용의 눈빛이 보였기 때문이다.
시뻘건 인간과 검은 용이 저런 눈빛을 하니, 알베르는 원래 하려던 말 대신 다른 말을 내뱉었다.
“…왜?”
콰앙!
라온의 두 앞발이 강력하게 테이블을 내려쳤다.
“왜긴 왜냐, 왕세자야! 최한을 이용하려고 우리랑 가족 못 하게 하고 지들이랑 가족 하게 만든다는 귀족이 있다는 소리 아니냐! 내가 하얀 별보다 더 세게 부숴 버릴 거다!”
라온의 눈빛이 이글이글거렸다.
그사이 알베르는 제 맞은편에 앉아 다리를 꼬며 느긋한 얼굴로 입을 여는 케일이 보였다.
“뭐, 최한이 작위와 영지가 갖고 싶다면 저는 갖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할 거 아닙니까? 메리도 그렇고요.”
타오르는 라온과 달리 케일은 여유로웠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하.”
오독. 알베르는 쿠키를 씹으며 케일에게 말하라 턱짓했다.
“저랑 최한을 왜 빌려달라고 한 겁니까?”
쿠키를 씹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 백수 시켜준다면서요.”
마찬가지로 케일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케일.”
“네.”
“지금의 나도, 미래의 왕이 될 나도, 더불어 귀족들도 섣불리 못 건드는 작위 없는 지위를 알아? 심지어 관직도 없어도 돼.”
“…세상에 그런 게 있습니까?”
왕도 귀족도 함부로 못 건들지만, 작위도 관직도 없는 위치.
케일의 표정에 의문이 드리웠다. 그는 빙의한 이후 따로 로운 왕국 관직에 대해서 자세히 파악한 적은 없었다.
물론 데르트 백작이 정리해서 준 각 귀족가와 귀족 자제에 대한 정보는 머릿속에 기록해 두었지만, 일하지 않을 예정인데 관직을 알아서 무엇 하겠는가?
일부러라도 눈길 한번 두지 않은 케일이었다. 자신이 그런 정보를 찾았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곤란하니까. 그런데 저런 희한한 위치가 있다고?
“어. 로운 왕국에 하나 있지.”
“…뭔데요?”
케일이 집중하며 물었다. 그에 알베르는 화사한 미소를 띠며 답했다.
“내 스승님.”
정적이 내려앉았다.
왕세자의 스승. 나아가 왕의 스승이 되는 자.
이는 왕국에서 녹봉을 받지 않기에 관직이 아니었으며, 작위는 조금도 중요치 않았다.
또한 모든 이들에게 존중받는 자리였고, 왕은 스승에게 섣불리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대신 스승이 되는 자는 평생 관직에 오를 수 없었다. 그것은 왕의 스승을 권력과 떨어뜨리기 위한 방책이었다.
알베르가 정적을 깨뜨렸다.
오독. 그는 쿠키를 먹었다.
“나는 어릴 적 거의 방치되다시피 자랐지. 그래서 다른 2왕자나 3왕자처럼 어릴 적 스승을 얻지 못했어. 다들 내가 독학으로 공부한 줄 알지. 물론 타샤 이모님이 도와주신 거지만.”
어릴 적 알베르는 참으로 힘들게 공부했다.
다른 왕족들처럼 스승을 모시고 배우지 못해 제왕학, 행정, 정치, 모든 학문들 하나하나 기초부터 힘겹게 쌓아 올려야 했다.
“모름지기 왕의 스승이라면 모두가 그 분야의 최고라고 인정해야 하지.”
그는 케일과 라온을 보며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스승님 자리가 비어 있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스승-”
“그래, 그래. 내 스승 자리.”
알베르는 상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케일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때, 그는 대번에 일그러지는 케일의 얼굴이 보였다.
“…제가요? 왜요?”
동시에 알베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네가 왜 내 스승이야?”
“네?”
“너 말고.”
“아.”
놀래라.
케일은 알베르의 스승이 될 저를 떠올리자 소름이 온몸에 돋았다.
그는 자신 말고 최한을 떠올렸다.
일단 표면적으로 최한은 알베르보다 어렸지만, 그 능력만큼은 서대륙 최고이니 어느 누구도 쉬이 최한을 스승으로 두는 것을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누가 봐도 알베르가 최한을 진짜 스승으로 모시기보다는 귀족의 손아귀에 닿지 못할 자리로 올려 버리려는 의도가 보였으니까.
‘그리고 따지고 보면 최한이 로운에서 최고 장수한 어르신 아냐?’
생각에 잠긴 케일을 빤히 쳐다보던 알베르는 케일에게 쿠키를 건넸다. 케일은 이를 받아 들었고, 그런 그에게 알베르는 툭 던지듯 말했다.
“오늘 하는 말은 다 제안이야, 제안. 여하튼 넌 내 동생 해라.”
“아, 예. 제안이죠. 최한한테 물어보겠- 네?”
케일이 굳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베르는 입을 열며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
“너라고 다른 귀족들이 그냥 두려고 하는 줄 알아? 너 백수 하고 싶다며? 그러면 관직도 작위도 다 없어야 편할 거 아냐? 그런데 관직이나 작위 없어봐. 다른 귀족들이 시비 안 걸겠어? 어? 라온 님, 안 그렇습니까?”
“음! 왕세자야, 네 말대로 시비 걸 거 같다! 우리는 농사지어야 해서 바쁜데 시비 걸면 안 된다!”
“농사요? 뭐, 아무튼.”
알베르는 케이크 한 조각과 포크를 라온에게 건네며 케일을 향해 말을 이었다.
“내가 요즘 영웅이나 전설에 대한 동화책을 읽었거든? 아니면 소설이나. 요즘 청소년기 때 기연을 만나서 용사가 되는 이야기가 유행이더라고.”
그는 최한, 케일, 메리를 비롯해 현재 서대륙 전체가 집중하는 인재들에 대한 세간의 시선을 조사하다가, 근래 유행하는 소설 몇 권을 읽게 되었다.
“그중 한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
외가가 없고 왕에게 외면받는 힘없는 왕자와, 마찬가지로 약해서 무시받다가 기연을 만나 강해진 검사. 두 사람의 우정과 성장을 그린 이야기였다.
바깥세상이 궁금해 몰래 나온 버림받은 왕자와 기연을 막 만나 성장 중이지만 여전히 비루한 검사. 둘 다 10대 초반으로 어렸고, 그들은 시장 뒷골목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깡패를 피해 도망치다가 친해진다.
그 스토리가 알베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의형제가 되기로 했지.”
버림받은 왕자에게는 강력한 검사가, 기댈 곳 없는 검사에게는 든든한 뒷배경이 생겨났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고, 그 우정에 모든 사람들이 감동받았다고 해.”
그는 케일을 보며 물었다.
“어때? 아이디어가 팍 오지 않나?”
케일이 로운 왕국에서 작위도, 관직도 없는 상태로 다른 귀족들의 견제를 받지 않고 백수가 되는 방법.
케일이 간절히 원하는 그 방법은 단순히 케일이 강하고 영웅이라고 해서 성립되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세상은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이나 능력보다, 그 사람의 현재 위치를 중요시했다.
그런데 케일의 위치가 왕의 의동생이다?
그러면 누가 건드리겠는가?
왕의 하나뿐인 소중한 의동생에, 본인의 작위는 없다 할지라도 가문이 공후작가라면, 그에게 쉬이 접근할 귀족은 없었다.
물론 케일에게 작위와 관직까지 주어진다면 귀족들은 득달같이 케일에게 달려들 것이다.
‘위협적이니까.’
왕국민의 영웅에, 왕의 의동생인 케일이 관직에 작위까지 가져봐라.
권력이 그에게로 집중될 것이고, 귀족들은 물론이거니와 알베르 자신도 케일을 두려워해야 할 판이다.
‘그렇기 때문에 케일 헤니투스는 어떠한 관직이나 지위도 없어야 해.’
그리고 귀족들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케일 헤니투스는 비로소 백수가 될 가능성이 그나마 존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알베르가 파악한 케일의 간절한 소망과 일치했다.
나아가 이는 알베르에게 심적으로도, 이성적으로도 이득인 방향이었다.
영웅을 위해주길 바라는 왕국민의 마음과 케일을 제 사람으로 두고 싶은 알베르의 마음. 그 모두를 충족시키리라.
‘더불어 케일 헤니투스 고생도 덜 시키고, 약속도 지키고.’
알베르는 뿌듯한 미소를 담아 말했다.
“너 내 동생 해라. 좋지?”
여전히 케일의 얼굴은 떨떠름했다.
“제가요? 왜요?”
“동생, 싫어?”
케일은 할 말을 잃었다.
***
이틀 뒤, 수도 휘스의 중심. 왕성에 로운 왕국 귀족들이 논공행상 겸 그 뒤에 열릴 연회를 위해 모여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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