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02
601화.
케일은 뒤돌아보지 않고 여전히 정면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제가 따로 제 생일을 언급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이 시기의 김록수는 제 생일을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후에 김록수가 회사에 들어갈 때, 간단한 인적사항으로 생일을 기록하였다. 그 내용을 이수혁이 기억하고는 김록수와 더불어 최정수의 생일을 챙겨주었다.
그 두 사람이 죽기 전까지는.
“한이가 알려주더라고.”
이수혁의 대답에 케일은 툭 내뱉었다.
“최한과 최정수도 생일인 거 아십니까?”
“…그래?”
드물게 당황한 기색이 서린 목소리가 들려오자, 케일은 천천히 몸을 돌려 이수혁을 바라봤다.
어제부터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던 이수혁의 분위기가 묘하게 당황스러움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요? 제 생일 파티라도 준비했습니까?”
“어?”
이수혁은 여실히 난감함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파티는 아니고.”
그는 볼을 긁적였다.
“그냥 짧은 야식 타임?”
“최한하고 최정수도 그 짧은 야식 타임 준비에 끌어들인 것 같습니다만?”
다시금 이수혁의 눈동자에 당황스러움이 서렸다.
“아니, 나는-”
“가죠.”
“어?”
“준비한 자리 말입니다. 다 같이 챙기죠.”
느긋하게 제 할 말을 끝내고 쳐다보는 김록수를 마주 보고 있던 이수혁은 이내 당황스러움을 지우고는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그래. 가자.”
그리 답하고는 시선을 옮겼다.
허숙자와 조민예가 같이 케일과 이수혁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잘 다녀와요.”
허숙자가 웃으며 케일에게 말을 건넸다.
“죄송합니다.”
케일이 짧게 고개를 숙였다가 들며 건네는 말에 조민예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사령관님이 어제 오늘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는걸요? 식사도 제대로 못 챙기셨다고 들었는데.”
옆에 있던 허숙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서면 쉘터를 방어하느라 자세한 전투 상황을 듣지 못했다.
전투 결과로 황색 머리가 도망갔다는 사실을 들었을 뿐이었다.
더불어 청색 머리의 머리를 물고 도망갔다는 것도.
결국 작전 실패란 소리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상황에서 화를 낼 수 없었다.
비교적 멀쩡한, 자잘한 타박상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피 칠갑을 한 사령관 김록수가 보였으니까.
모두가 말했다.
그가 없었으면 크게 다치거나 죽었을 거라고.
“사령관은-”
허숙자는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다물었다.
‘사령관은 좀 쉬어야 해요.’
하고픈 말이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쉬면 안 돼.’
이 청년이 쉬어선 안 되었다.
그게 미안하지만 현실이었다.
“다녀오죠.”
조용히 그 곁을 따르던 이수혁의 입이 열렸다.
“록수야.”
“네.”
“넌 참 약속을 잘 지켜.”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케일은 이수혁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수혁은 망루와 성벽 근처의 가장 가까운 방으로 걸음을 옮기며 록수를 쳐다보지 않았다.
“무슨 소립니까?”
결국 케일이 묻자, 이수혁은 씨익 미소를 그리며 느릿한 목소리로 답했다.
“어제 오늘. 사람들은 네 등을 가장 많이 봤을 거다.”
케일은 자신이 일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최소한 이번 싸움에서 이 자리에 계시는 분들은 내 등을 가장 많이 보며 싸울 겁니다.’
이수혁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제 전투에서도. 그리고 오늘 하루 종일 망루 근처에 있는 네 등이 너무 잘 보였거든.”
“약속은 지켜야죠.”
무심하게 흘리는 케일의 말에 이수혁은 한 문 앞에 서서 문고리를 잡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래. 그게 너답지.”
끼이익.
케일은 문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천천히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 아저씨! 신호 미리 준다면서요? 이렇게 갑자기 문 열면 어떻게 해요?”
“아, 이러면 안 되는데.”
김민아와 배푸름이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작은 사무실에는 나름 꽤 푸짐하다고 할 만큼 많은 음식들이 놓인 테이블이 있었다.
화려한 식탁은 아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담겼다.
최한을 비롯하여, 최정수, 김민아, 배푸름, 박진태, 이씨 남매 등등 케일과 인연이 닿아있는 이들이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네.”
그가 내뱉은 두 글자에 부산스럽던 실내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하나둘 드러내놓고, 아니면 숨긴 채 입꼬리가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그때, 이수혁이 손짓했다.
“한아, 정수야.”
갑작스러운 지목에 최정수가 멈칫했다.
“너네 둘도 내일 생일이라며? 일로 와.”
그리고 이어진 이수혁의 말에 최정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걸 어떻게?”
“록수가 말해주던데?”
배푸름이 소름이라는 듯 제 팔을 문지르며 외쳤다.
“헐! 예지가 그런 것도 알려주는 거예요?”
“글쎄.”
배푸름의 말에 답해주던 이수혁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어깨를 으쓱이며 뭐 문제 있냐는 듯 바라봤다. 이수혁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툭 내뱉었다.
“록수야.”
속삭이듯이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이런 것까지 예지로 아는 게 맞니?”
케일의 시선이 이수혁에게로 향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케일이 식탁으로 걸어가며 그 순간이 끝났다.
대신 이수혁은 멀어지는 케일이 흘리듯 남긴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글쎄요. 궁금하면 알아내 보던가.”
피식. 이수혁은 웃음을 흘리고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자! 세 명한테 노래를 불러줘야지!”
“맞습니다.”
주호식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하더니 이내 두 손을 맞잡았다.
“생신 축-”
“아, 생신이 뭡니까?”
박진태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천장 모서리에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생일이라고 해야지.”
“맞아. 내가 생신이라고 할 순 없잖니?”
김씨 할머니가 인자한 미소를 그리며 이내 두 손으로 박수를 쳤다.
“생일 축하합니다-”
그 목소리를 시작으로 하나둘 방 안 사람들이 생일을 축하하는 노래를 불렀다.
케일은 그 노래가 쏟아지는 중심에서 손을 뻗었다.
“너네도 같이 들어.”
최정수와 최한을 각각 잡은 손이 두 사람을 무심하게 끌어당겼다.
“아니. 아, 진짜 갑자기 이게 무신 일이고.”
최정수는 당황하고 얼떨떨한 얼굴로 저를 향해 전해지는 생일 축하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최한은 바짝 굳어있었다.
케일은 그런 최한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최한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그의 눈동자는 케일과 최정수를 지나쳐 이 공간을 하나하나 담았다.
어느새 노래는 끝났다.
“세 사람 다 축하해!”
“축하합니다. 11월 8일은 좋은 날이라 믿습니다.”
“자, 자! 얼른 먹어요!”
사람들은 노래 끝에도 한마디씩 말을 얹었다.
그때, 최한은 옆에서 케일의 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최한의 시선이 다시 케일에게로 향했다.
“최한.”
“네.”
“생일 축하한다.”
케일은 최한의 눈동자에 이는 잔잔한 파도를 보았다.
거칠게 모든 것을 휩쓸 듯 밀려오는 파도가 아닌, 부드럽게 밀려와 잘게 부서져 빛나는 파도와 같았다.
“…형도 생일 축하드립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돌렸다.
“최정수.”
“어?”
여전히 얼떨떨한 얼굴로 되묻는 최정수. 케일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그 순간, 케일의 기억 속 최정수 목소리가 떠올랐다.
‘록수야! 생일 완전 많이 축하한다! 으하하하!’
‘시끄러워.’
‘하아. 록수야, 내가 이렇게 즐겁게 축하를 해주면 너도 좀 즐겁게 축하해주면 안 되겠냐? 하긴. 김록수가 그럴 인간이 아니지.’
‘누가 축하 안 한대?’
‘크큭. 축하하기는 축하한다는 거냐?’
당연하지.
어떻게 축하를 안 해주냐.
천천히 케일의 입이 열렸다.
“생일 축하한다.”
최정수의 눈동자가 커졌다.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매단 채 나직이 건네는 말에는, 그냥 흘려듣기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최정수는 저도 모르게 케일을 빤히 쳐다봤다.
툭.
케일은 그런 최정수의 어깨를 한번 두드리고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그 모습을 이수혁이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탐색하듯 케일의 이동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케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했다.
이수혁의 시선도 케일도 사라진 자리.
당황스러움을 가라앉히던 최정수는 저에게 다가오는 이를 볼 수 있었다.
“잠시 밖에 좀 나가죠.”
최한이었다.
최정수는 갑자기 왜 나가냐고 물으려다가 최한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보다 어린 나이이건만 이미 상처투성이에 고생한 세월이 보이는 듯한 손이 조금 긴장한 듯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꼼지락이라니.
최한과 참 안 어울리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최정수는 기이한 기분에 휩싸였다.
성도, 생일도, 검술도.
똑같거나 닮았다.
“네. 나가죠.”
결국 최정수는 최한 뒤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복도 한구석에 마주하고 섰다.
최한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무슨 일로 따로 보자고 한 겁니까?”
최정수가 안 되겠어서 입을 열자 최한은 품에서 꽤 두꺼운 종이 묶음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뭡니까?”
“받아요.”
떠넘기듯 건넨 종이 묶음을 최정수는 얼떨결에 받아들었다.
힐끗 종이 묶음을 내려다봤지만 첫 장은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아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최정수는 이게 뭐냐는 듯 최한을 바라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선물입니다.”
그리고 최한이 내뱉는 말에 왠지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도 모르게 최정수의 입이 열렸다.
“나 압니까?”
결국 내뱉은 말에 최정수는 살짝 후회했다.
그전까지 긴장을 하던 것처럼 보이던 손이 차분해졌고, 최한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질문에 답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어진 최한의 대답에 최정수는 속이 갑갑해져 왔다.
그래서 충동적으로 내뱉었다.
“그럼 제가 알아내는 건 상관없겠군요.”
그 순간, 최정수는 최한의 입가에 살짝 지어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왠지 모르게 최정수는 마음이 더욱더 꽉 조여오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생일 축하를 받아서인지 가족들이 생각났는데. 싱숭생숭하던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그래서 그 마음을 가라앉히려, 숨기려 최정수의 표정과 그의 자세는 담담해졌다.
마치 최한처럼.
그것을 최한도 최정수도 몰랐다.
“알겠습니다.”
최정수가 선물을 품에 넣으며 입을 열었다.
“꼭 알아내죠.”
그리고 최한을 보며 덧붙였다.
“전 선물은 없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살짝 최한의 눈이 커졌다.
“진심입니다.”
최정수는 솔직하게 말했다.
“검도 봐주고 훈련도 봐주시고.”
그러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아니, 완전히 이유를 모른다고 하기에는 걸리는 것도 너무 많았고 ‘혹시?’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러나 그것을 최정수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모든 것이 확실해지면, 그때 말해도 되었으니까.
“저 많이 신경 써주는 거 압니다.”
그렇기에 최정수는 저보다 어리지만, 전혀 어려 보이지 않는 이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최정수에게 있어서는 가족을 제외하고 처음 얻은 검술 스승이 최한이었다.
최한이 본인 입으로 자신을 선생님이라 스승이라 칭하지 않았고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아 최정수도 그저 최한 씨라고 불렀지만.
그럼에도 최정수에게 최한은 스승과 다름없었다.
최정수는 살짝 숙였던 고개를 다시 들었다.
그때,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말로.”
살짝 갈라진 목소리였다.
“나야말로 고맙지.”
반말로 내뱉는 말에, 평소와 다른 목소리에 최정수는 황급히 마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최한의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그의 검처럼 흔들림이 없었다.
“먼저 들어가 보세요.”
최한이 내뱉은 말에 최정수는 이상하게 찜찜한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로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문으로 향했다.
“음!”
그러다가 케일이 나와 있는 모습을 보고 멈칫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생일 축하한다.”
“그래.”
최정수는 담담한 대답에 살짝 입술을 달싹이다 이내 케일을 지나쳐 다시 방안으로 들어섰다.
최정수는 생각했다.
‘시간은 많으니까.’
일단 이 서면 쉘터를 공격하려는 등급 외 괴물을 막고 난 후. 그때 가서 이 갑갑하고 껄끄러운 것들을 털어내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친해지면.’
그때, 이야기해도 될 것이다.
최정수는 그리 생각하며 열고 들어선 방의 문을 닫았다.
다시 복도에는 최한과 케일만이 남았다.
“최한.”
“네. 록수 형.”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최한을 가만히 바라보던 케일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들킬 생각 없다더니, 아닌가 보네?”
최한은 살짝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게-”
그는 입을 열었지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최정수에게 자신이 당숙인 것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일이다.
홀로 남겨진 최정수의 생일이었다.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를 최한에게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챙겨줄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이 행동이 과연 옳은가에 대해 최한은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도 이어졌다.
최정수가 끊임없이 최한의 존재에 의문을 표해오고 있었으니까.
그때였다.
“잘했다.”
케일의 사뭇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한은 저에게만 들릴 정도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챙겨주고 싶었던 거 아니냐? 가족 생일.”
최한은 그 물음에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잘했어.”
하지만 최한은 그런 저를 칭찬하는 케일의 목소리에 입가를 허물어트렸다.
미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입꼬리가 하나의 선처럼 그려졌다.
툭. 툭.
케일은 그런 최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리고 그 두드림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을 때 최한은 복도 밖으로 향하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어디 가십니까?”
“망루.”
“…같이 가시죠.”
최한은 조금 더 쉬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이곳을 지켜내야 하는, 나아가 얼른 기다리는 이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케일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이해하는 최한이었으니까.
하지만 최한도 모두 아는 것은 아니었다.
***
케일은 손안에 들린 손목시계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11시 55분.
곧 그날이다.
5분 뒤면 죽음의 신이 선택을 하라던 그날이다.
기억 속 문장을 떠올렸다.
5분 뒤.
그 선택의 시간이 온다.
케일은 고요한 밤공기를 느끼며 가만히 시계를 응시했다.
그런 그에게로 최한이 다가왔다.
보초를 서던 이들이 내려가고 케일과 최한만이 자리한 공간.
“록수 형. 내려가서 따뜻한 차라도 한잔 들-!”
최한의 말이 멈췄다.
“크윽!”
갑자기 케일이 한 손으로 제 가슴께 옷자락을 움켜쥐며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최한은 그 찰나에 보았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괴로워하는 케일의 얼굴을.
“케일 님!”
최한은 저도 모르게 그를 부르며 케일을 부축했다.
하지만 케일은 시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크윽!”
마치 심장이 뜯기는.
아니, 영혼이 뜯기는 것 같은 격렬한 통증이 케일을 덮쳤다.
“왜?”
아직 11월 8일이 아닌데.
무슨 상황이지?
11월 8일.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죽음의 신이 무슨 일을 벌일 것이라고. 그리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11월 7일이다.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재밌구나.
그때였다.
“빌어먹을!”
케일은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더욱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절망을 이겨내서야 되겠어?
봉인된 신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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