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y World Star RAW novel - Chapter 10
4. 귀신이 붙었나?(2)
박재선은 믿어지지 않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기억을 보면 결코 거짓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말해서 믿어줄 것 같지 않기에 그저 혼자만의 비밀로 둘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장준영의 기억 속에 담긴 수많은 여자를 생각하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장준영은 깔끔한 성격이지만 한편으로 자유연애 신봉자였다. 그렇기에 오는 여자 마다하지 않고 가는 여자 잡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여자를 만났지만 스캔들은 거의 없었다.
유부녀와 사귀지 않고 상대가 집착을 하지 않아 문제의 소지가 별로 없었다. 또한 팬이라고 접근하는 사람과는 절대 만나지 않았고 금전을 매개로 하여 만나지도 않았다.
그런 것들을 접하니 그동안 자신이 너무나 금욕을 했고 고지식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여자를 사귀고 싶어졌고 아이돌로 활동하면서 다가왔던 수많은 여자들을 외면했던 것이 아쉽기도 했다. 그러다가 다시 부질없는 일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장진영은 주변에 여자가 많지만 항상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여자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못했고 그것을 알기에 대부분의 여자들이 지쳐서 떠나갔다. 진정한 사랑을 갈구했지만 한편으로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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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선은 자신의 몸 상태를 살피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신이 몸 안에 들어온 다음에 요동치던 양기가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거리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곤욕이었는데 식사를 하러 갔다가 오는 동안 잠잠했다.
연습실 주변에는 여름이라 그런지 노출이 심한 여자들이 많이 다녔고 그런 것을 보면 자극을 받아서 그런지 내부의 기운이 요동을 쳤는데 잠잠했다. 그것은 전날과는 확연히 달랐다.
‘뭐지? 설마 귀신이 들어와서 양기가 잠잠해진 것인가?’
귀신이 양기에 이끌려 다가온 것 같았다. 보통 귀신은 음기가 강한 곳을 찾는다고 생각했는데 상식과 다른 현상이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 양기가 뻗치면 귀신을 받아들이면 되는가? 그런데 어디로 가야 그런 귀신이 있나?’
컴퓨터로 가서 귀신이 많이 출몰하는 곳을 검색했다. 카더라 수준의 헛소리가 대부분이지만 그런대로 수긍이 되는 내용도 있었다.
‘원한을 가진 귀신일지라도 원귀와 한귀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군.’
댓글 내용 중에 원귀寃鬼와 한귀恨鬼로 구분하는 내용이 있었다. 원귀는 특정한 대상에게 원한을 가진 경우에 되고 한귀는 상황 자체가 원통하거나 뭔가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 강한데 중간에 죽는 경우에 생성이 되었다. 보통 악귀는 원귀가 진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장준영은 원귀가 아닌 한귀에 해당이 되었다. 이제 빛을 보는 상황에서 병마에 쓰러진 그 상황이 원통해서 귀신이 된 것이었다. 이럴 경우에는 구천을 헤매고 다니지만 악귀는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원귀가 아닌 한귀겠지. 그런 의미에서 이곳 청담동이 적당할 것 같군. 물론 원귀도 있겠지만 연예계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능력자들의 한귀가 많을 것이니.’
귀신은 대부분 지박령이었고 일정 지역을 배회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맘대로 자리를 이동하지 않기에 한 장소를 떠나지 않고 배회하는 것이 특징이라는 말도 있었다.
‘원귀의 경우에는 죽은 장소나 사고 장소를 떠돌지만 한귀는 자신의 활동무대, 직장이나 선망하던 장소 주변을 맴도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클래식 음악가라면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 같은 곳, 또는 유명한 음대 등이고 연예인이라면 방송국이나 콘서트홀, 청담동이 그런 곳이겠지.’
이런저런 것을 검색하니 세상에는 쓸데없는 것에 관심 가진 사람이 많은 것을 알았다. 귀신이라는 주제로 올라온 글이 엄청나게 많았다.
‘원귀는 무작정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는데 한귀는 비슷한 열망을 가진 사람을 찾아간다는 말이군. 하지만 한귀가 가진 미련과 원통함을 가진 사람도 드물고 그걸 감당할 자도 드물겠지.’
박재선은 자신에 접한 장준영의 갈망을 생각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생각했다. 하나는 바로 예술적인 성취와 재능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원초적인 갈망이었다.
‘내 안에 있는 열기를 잠재우기에 하나로 부족할 것 같다. 한동안은 잠잠해지겠지만 나중에는 또 기운이 뻗치는 날이 있을 것이다. 그건 그 때 해결해야겠지.’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억나는 대사를 나직한 목소리로 읊조리기 시작했다. 박재선은 힐끗 연습실 벽면에 붙어 있는 대형 거울을 살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감정을 잡아나갔다. 자신도 모르게 장준영처럼 연기를 연습했다.
굳이 큰 소리로 대사를 하느라 성대를 괴롭히지 않아도 감정을 잡고 표정연기를 하는 것은 가능했다. 그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의 빈 공간으로 가서 동작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다. 바로 장준영이 공연했던 뮤지컬 지킬과 하이드의 네임이었다.
물론 성대에 부담이 되기에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속삭이는 것처럼 부르지만 기억을 상기하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표정이나 제스처를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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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은 천문대실용음악학원에 전화를 하여 상담시간을 재차 확인한 후에 방문했다.
“아, 샤이닝로드의 제이슨이 박재선씨였군요. 군대 갔다고 들었는데 제대했나 보군요. 그러고 보니 우리 학교, 문화예술대에 멤버 중에 누군가 다녔다고 들었는데.”
황기철은 박재선이 강의마저 들었는데도 기억을 잘 못하고 있었다. 그게 박재선이라는 것도 기억을 못했다. 그저 멤버가 다닌 것 정도만 기억을 했다.
“제가 문화예술대학에 다녔습니다. 그룹 활동을 하느라 출석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요. 교수님의 무대연출이란 강의도 들었습니다. 제대로 출석도 못하고 리포트로 대체 했지만요.”
무대연출이란 과목은 공연을 할 때 어떻게 무대를 꾸밀 것인가 배우는 과목이었고 음향장비나 조명, 각종 영상장비, 그 외에 특수효과 등에 대해서 배웠다. 밴드 드러머 출신인 황기철은 무대 연출에 관심이 많았고 각종 공연의 기획도 했다.
“미안해요. 내가 정신이 없어서. 드럼을 배우고 싶다고요?”
“일단 기초부터 배우려고 합니다. 약간 배우기도 했는데 전문적으로 배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문제인 것 같습니다.”
“1:1 교습부터 다른 교습까지 다양한 방식이 있습니다. 강사에 따라 특강료가 붙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학원에서 마련한 커리큘럼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피트니스 센터의 PT방식과 유사하군요. 시간도 매번 협의해서 개별적으로 예약을 하고요.”
“레슨 자체가 눈높이 교육이니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강사도 대부분 프리랜서라 항상 시간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더구나 악기는 소리가 나는 것이라 합주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면 같은 장소에서 여러 사람을 교육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빈 연습장도 있어야 하고요. 물론 밴드교습을 할 경우에는 같이 하지만요. 일단 연습실로 가서 연주의 수준을 살피도록 합시다.”
박재선은 황기철이 안내하는 연습실로 가서 드럼을 연주했다. 드럼을 연주하려면 일종의 MR을 틀고 그에 맞춰서 드럼을 치는 것이었다. 물론 드럼의 연주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천차만별이지만 어느 정도 정석이 있기에 그에 따라서 연주를 했다.
“4박자계열, 그것도 강약이 뚜렷한 곡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에는 동일한 방식, 동일한 템포로 연주를 하다가 점점 곡에 맞춰서 변화를 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드럼의 역할이 비트, 박자를 맞추는 것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템포와 방식을 반복해도 문제는 없었다.
“야매로 배웠다고 하지만 스틱을 쥐는 자세부터 킥을 하는 것까지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 중급반에서 채광헌 선생에게 배우면 될 것 같습니다. 아이돌들은 댄스를 배워서 그런지 드럼을 배우는 것이 빠릅니다. 박자에 대한 감각이나 강약에 대한 감각이 좋은 편이라 그런지 감각이 있습니다.”
박재선도 그런 말을 들었던 것 같았다. 대체로 춤을 잘 추는 사람이 타악기에 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고대에는 음악과 무용이 하나였고 그 중심에 박자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손뼉을 치고 북을 치는 것, 그것이 조금 발달해 드럼을 치는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작곡이나 편곡으로 가려는 것 같군요. 목이 많이 좋지 않은 것입니까? 목소리만 들어서는 그렇게 나쁜 것 같지 않은데.”
“성대 결절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약간 탁음이 끼었지만 노래를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당분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지만 이 정도 손상이라면 최대 1년 정도면 완전히 회복할 것 같습니다.”
황기철은 드러머이지만 밴드의 서브보컬로도 활동을 했고 한 때 메인보컬이 군대에 간 사이에 보컬을 대신하기도 했었다. 그렇기에 보컬도 잘 알고 있었고 성대 결절에 대해서도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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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을 배우는 시간 외에는 주로 연습실과 스튜디오에 박혀 있었다. 지루한 시간이지만 음악과 거리가 먼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잃었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오랜만입니다. 제대했다고 해서 얼굴이라 보려고 왔습니다.”
박재선은 만나는 것이 그리 내키지 않지만 샤이닝로드 시절 가깝게 지냈고 평판이 나쁜 것도 아니기에 주안리포트 이재성 기자의 방문을 허락했다.
“당장은 제대한 것 외에 달리 특종이랄 것도 없습니다.”
“건물주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당장 그것을 보도해도 큰 의미가 없겠지요.”
박재선이 제대한 것이나 건물을 구입한 사실을 기사로 내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할 잊힌 사람이라는 사실을 일고 있었다. 그런 사실은 박재선이 인기를 얻을 때나 관심을 보일 내용이었다.
“나중에 박재선씨가 연예계에 복귀한 이후 기획기사를 쓸 때 다룰 내용이죠. 오늘은 그저 제대를 한 사실만 짤막하게 기사를 내려고 하는데 앞으로의 계획도 듣고 군대에 간 이후 이슈가 되었던 재계약 관련 내용에 대해 확인하고자 합니다.”
박재선은 군대에 간 이후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확인한 상황이었다. 사실을 전부 왜곡한 것은 아니지만 교묘하게 모닝에 유리하도록 보도된 내용이 꽤나 많았다.
간단히 촬영을 마친 이후에 인터뷰 내용을 같이 녹음하기로 정한 이후에 공식적인 인터뷰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연예인으로 활동하는데 걸림돌이 될 군 문제를 해결한 것을 축하드립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군 생활을 어디에서 했는지 밝혀주셨으면 합니다. 홍보 관련 업무를 했습니까?”
“전방 부대에 있었습니다. 보병으로 다른 사람과 동일하게 철책선 근무까지 수행했습니다.”
“연예인의 경우 국군방송이나 그와 관련된 곳에서 복무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제의가 오기도 했지만 노래를 할 상황이 아니라서 그 사실을 밝혔습니다. 아이돌로 활동하느라 몸과 마음 모두 지친 상황이기도 했고요. 그런 사실은 굳이 언급할 필요 없이 그냥 전방에서 다른 병사와 동일하게 근무했다 정도만 언급했으면 합니다.”
박재선은 연예인 사병으로 근무한 것은 아니니 그 사실만 그냥 보도하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죠. 그러면 재계약 관련하여 모닝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한스, 최한수씨를 제외한 다른 멤버는 모두 재계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재계약 하자고 제의를 했지만 멤버들이 거부했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그들이 제의한 재계약의 조건이 문제겠지요. 그것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100원짜리 물건을 10원에 팔라고 한 것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죠. 그것은 제의가 아닌 협박이죠. 마치 일진이 100원 주고 1000원짜리 빵 사오고 500원 남겨오라는 짓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박재선의 대답에 이재성은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지만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금 언급할 이유는 없었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지금 당장 밝힐 내용은 아닙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제대로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말해봤자 묻히거나 아예 보도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설사 보도가 되더라도 충격만 완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다. 그럴 바에는 아예 함구하는 것이 나았다.
“아직 밝힐 때가 아니라는 말이군요. 그러면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까?”
“아직 목 상태가 최적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작곡과 연주를 준비 중입니다. 가수가 아니라도 음악관련 분야는 다양하고 노래하는 것 외의 모든 것을 하려고 합니다.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연기나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이돌이 그쪽으로 진출하여 성공한 경우도 많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일단 음악에 주력하고 연기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도할까 합니다. 예능도 필요하다면 나갈 것입니다. 하지만 우선 중요한 것은 음악적인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박재선은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고 가능성은 열어두었다. 하지만 평판도 중요하기에 무난한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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