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06
00205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
“동남쪽 소도시 다나의 대표로 온 한 클랜 소속 성현민입니다. 직위는 클랜 로드를 맡고 있으며, 홀 플레인으로 들어온 지 4년 차 정도 됐습니다.”
성현민의 자기 소개를 듣는 순간, 나는 비로소 그에게 신경이 쏠렸던 이유를 알아챌 수 있었다. 한 클랜의 클랜 로드 성현민. 1회 차 시절 홀 플레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자. 후반부로 가서는 스스로 뒤로 물러났지만, 그 전까지 홀 플레인의 역사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 사용자였다.
대모 또한 그의 이름을 듣자마자 생각나는 게 있는지 무릎을 딱 치며 입을 열었다.
“아아. 이제야 기억이 나는군. 그 동쪽의 떠오르는 별이라고 했던가? 제법 대단한 수완가라고 들었어.”
“하하하. 대모님께서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들은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네.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치고, 할 말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럼 잠시…. 아차, 말이 조금 길지도 모릅니다. 대모님께서 속마음을 말하라고 하셨고, 이미 방금 전 사태로 서로간에 할 말 못할 말이 전부 나온 상태입니다. 그런 만큼 저 또한 가감 없이 속내를 드러내겠습니다. 맞은편에 앉아계신 분들에게는 불편한 말일지도 모르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인 만큼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성현민은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흘린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곧 의자를 뒤로 빼고 몸을 일으키는 단순한 행동이 이어졌지만, 그가 그렇게 하니 왠지 모르게 매우 품위 있는 행동처럼 보였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회의실 전체를 한번 훑었고, 이내 단정한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리 동쪽에 있는 대표 클랜 및 산하 클랜들은 더 이상 황금 사자의 독재를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성현민의 말은 간결했다. 그러나 그 말이 몰고 온 파장은 절대로 무시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쪽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고려와 달밤 클랜의 대리인들은 비교적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마 사전에 말을 맞춘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외의 클랜들은 모두 굉장히 당황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잠시 동안 심한 웅성거림이 회의실 안을 가득 채웠다.
소음이 멎은 것은, 대모가 손을 들어 그들을 진정시킨 이후였다.
“황금 사자의 독재를 두고 볼 수 없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봐. 이건 조금 길어도 좋으니까.”
“부랑자 말살 계획 때부터 타 클랜들을 배제한 것은 더는 입에 담지 않겠습니다.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원정으로 사망한 사용자 5000여명의 목숨에 있습니다. 그 사용자들이 어떤 사용자들입니까? 물론 그 이하도 있겠지만 평균 4년 차 이상으로 구성된 각 클랜들의 정예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잠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그것만으로 한(韓) 클랜을 비롯한 동쪽 클랜들의 선언을 뒷받침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비 참가 클랜들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습니다. 명분이 부족합니다.”
북녘 클랜의 문양을 달고 있는 사용자가 점잖은 목소리로 성현민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는 마치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과 같은 어투로 말을 이었다.
“명분이 부족하다니요. 피해를 입지 않았다니요. 그것은 틀린 말씀입니다. 바바라를 공략한 이후, 4년 동안 신규 사용자들은 황금 사자와 우호 클랜들이 독점했습니다. 사용자 아카데미에 참가하지 못한 클랜들은 수료식이 끝난 후 어디서도 오퍼를 받지 못한 사용자들을 영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말이죠. 우리들은 상대적으로 지닌 재능 및 잠재력이 떨어지는 사용자들을 아등바등 키우며 이곳까지 올라왔습니다. 그에 반해, 그쪽 분들은 좋은 재능과 깊은 잠재력을 가진 사용자들을 영입해 클랜의 전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물론 그 전부터 10강에 이른 분들도 있겠지만, 원정 전 10강 비율은 7:3에 불과했습니다. 그것도 여태껏 중립을 지키신 님을 제외한다면 원정에 참가할 수 없었던 클랜들이 보유한 10강은 단 둘에 불과합니다.”
성현민은 유독 “원정에 참가할 수 없었던.” 이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했다. 확실히 10강에 대한 성현민의 말은 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참가 클랜들과 비 참가 클랜들의 10강 분포 비율을 들어 지금껏 사용자 아카데미에 대한 독점의 폐단을 꼬집은 것이다.
처음 말을 꺼낸 북녘 클랜 대리인과 그 옆의 우호 클랜 사용자들은 모조리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말은 하고 싶은 것 같이 보였지만, 딱히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황금 사자 클랜이라는 단일 세력 독보적인 클랜과 힘을 합쳐 그들의 불만을 억눌렀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반대로 돼버렸으니까.
성현민은 말을 하는 와중에도 절대로 흥분하지 않았다. 자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말재주 하나는 여전히 좋다고 생각하며 나는 계속해서 그의 말에 집중했다. 아직, 그의 입은 닫히지 않은 상태였다.
“평균 4년 차를 상회하는 5000명의 사용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에 따라 북 대륙 사용자들의 평균 연차는 낮아졌고 수준 또한 크게 감퇴했습니다. 단순히 클랜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보자는 것이 아닙니다. 강철 산맥을 뚫고, 신천지를 발견하는 것은 북 대륙 모든 사용자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대규모 프로젝트였습니다. 그것을 본인들의 어줍잖은 욕심으로 망쳐버리고 북 대륙 전체에 피해를 입혔습니다. 다행히 머셔너리 클랜 같은 분들이 때맞춰 등장해 주셔서 아직 희망은 잃지 않았지만, 앞으로 다시 강철 산맥으로 진군을 하려면. 아니, 이번 원정으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려면 도대체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지 저는 도저히 감을 잡을 수 없습니다.”
중간에 머셔너리 클랜이 한번 언급되었을 때 나는 그와 한번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그는 말을 하는 와중 나에게 고개를 숙였고, 나도 살짝 숙임으로써 화답했다. 문득 속이 조금 복잡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1회 차 시절 그와 나는 엄연한 적대적인 세력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적대적인 세력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나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 사이가 틀어진 것은, 아주 사소한 계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모님께서 지루해하시는 것 같으니 이 말을 마지막으로 마무리 짓도록 하겠습니다. 원정 계획의 시작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절대로 잘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결론을 말씀 드리자면, 황금 사자 클랜은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 폐단을 더 이상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처음에 독재를 두고 볼 수 없다고 말했지. 그런 이유였군.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됐어. 애초에 그렇게 말해주니 내 속이 다 시원하구먼. 어찌됐든 지금껏 황금 사자 클랜의 행동을 독재라 규정하고, 두고 볼 수 없다고 했지 않은가. 그렇다면 원하는 것이 있다는 소리인데, 그것을 아직 듣지 못했군.”
막 자리에 앉으려고 하던 성현민은 엉거주춤 다시 일어나고 말았다. 그러더니 이내 주변에 앉아 있는 사용자들을 번갈아 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고려 클랜의 조성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으로 미루어보아, 아마도 본론은 고려 클랜에서 꺼낼 생각이었지만 현재 분위기가 나쁘지 않게 흘러가니 이대로 성현민에게 맡겨 보겠다는 심산인 것 같았다.
“황금 사자 클랜이 바바라를 공략한 후 나름 북 대륙을 안정화시킨 공은 인정하고,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있습니다. 음…. 두고 볼 수 없다고 했지만, 조금 더 순화하면 믿을 수 없다 정도로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저희들이 원하는 것은, 앞으로 북 대륙의 명운을 걸 정도의 대규모 계획을 황금 사자 독단으로 정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클랜들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고 똑같은 참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첫발은….”
성현민은 말을 잠시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긴장한 표정을 띄운 채 그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목 울대가 꿀꺽 움직이고, 곧 서서히 입술이 열렸다.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의 균등한 참여부터 내디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쪽에서는 기다란 한숨이 다른 한쪽에서는 무거운 침음이 흘러나왔다. 바바라는 대도시로서의 가치도 크지만, 무엇보다 사용자 아카데미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에 가장 큰 가치를 갖고 있었다. 분명히 성현민의 말은 옳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인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함께 독식해온 파이를 앞으로 나눠야 한다는 사실은 그네들에게 꽤나 뼈아플 것이다.
“흠….”
성현민은 말을 그 말을 한 후에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대모는 흥미롭다는 얼굴로 그를 응시했다가, 흥겹게 들리는 콧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목에 걸린 황금빛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눈을 감았다. 깊은 상념에 잠긴 모습이었다.
성현민을 위시한 비 참가 클랜들의 주장은 단순히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에 국한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획할 모든 일들에 대해 관여를 하고 싶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것은, 황금 사자 입장에서 보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홀 플레인은 힘이 곧 권력인 세상이다. 지금이야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하고 있지만, 힘에서 밀리면 그만큼 권리도 양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말이야 모든 클랜들의 균등한 참여를 부르짖었지만 그네들이 지금껏 해온 일인만큼 내부 속사정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튼 동쪽 클랜들의 선언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대모의 결정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녀가 눈을 감은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곧이어 살며시 눈꺼풀을 든 대모는, 오른손을 들고 검지 손가락을 까닥까닥 흔들며 박현우를 불렀다.
“현우야.”
“예. 대모님.”
“사용자 아카데미의 포탈 이동이 언제쯤 완료될 것 같니.”
“아마 이르면 오늘 밤, 늦어도 내일 새벽에는 완료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현우는 지극히 공손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불안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시간이 별로 없구나.” 라고 말한 대모는 곧 큰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지팡이를 들어 테이블 위로 한두 번 가볍게 두드렸다.
탁, 탁탁….
“자네들의 말은 북 대륙의 대소사에 대한 균등한 기회를 달라는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말 자체로 보면 딱히 흠잡을 것은 없는데 말이야….”
“…….”
대모는 한동안 고민하는 낯빛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확고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좋네. 나, 황금 사자의 전권을 위임 받은 사용자 손분례는 지금 이 시간 부로 그대들의 요구를 허락하겠네.”
“대모님!”
“저, 정말이십니까?”
“다만, 조건이 하나 있네.”
대모가 입을 연 순간 박현우와 조성호의 외침이 동시에 들렸다. 그러나 손분례는 이어지는 말로 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조성호는 전에 없던 흥분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름 무리한 요구라고, 그들이 순순히 받아 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뜻밖에 일이 쉽게 풀리자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다.
“조, 조건이라면….”
“간단해.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 건은 내가 책임지고 균등한 기회를 부여해주지. 어디 한번 생각대로 해봐. 그리고 한번 지켜보겠네.”
“지켜보신다고요?”
“그래. 자네들의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는지, 아니면 진심을 담아 말했는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단순히 지금의 말만 듣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니 실제로 한번 보는 게 낫겠지. 이번 사용자 아카데미에서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금껏 자네들이 느껴왔던 황금 사자의 독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그녀는 말을 매듭지은 이후 더 이상은 번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탁자를 한번 세게 두들겼다. 그리고, 곧 그녀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세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감히 반항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무언의 의미를 표출하고 있었다. 막 대모에게 달려들려던 인원들은 지팡이에서 터져 나오는 마력의 파장에 몸을 살짝 멈칫거렸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갈렸다. 황금 사자를 비롯한 우호 클랜들은 이럴 수는 없다는 얼굴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고, 비 참가 클랜들은 다들 희희낙락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해두지만 조건을 달았네. 만일 그대들이 폐단으로 정의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 또한 다른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음을 명심해.”
“여부가 있겠습니까. 기필코 실망시켜 드리지 않을 겁니다.”
“흥. 말은 잘하네 그려. 그건 두고 보면 알 일이고. 아무튼 이쪽 애들을 제외하고, 여기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용자가 있다면 말해봐.”
있을 턱이 없었다. 동부 클랜 사용자들은 총대를 맸고, 성과를 거뒀다. 그들의 뻐기는듯한 시선에 남부 클랜 사용자들은 수고했다는 눈길을 보냈다. 아마 조성호와 성현민이 말이 먹혀 들어가지 않았다면 남부 대표 클랜들의 지원 사격이 이어졌겠지만, 일이 풀려도 너무나 잘 풀렸다.
“좋아. 그럼 사용자 아카데미에 대해서는 이것으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지.”
“대, 대모님.”
“미리 못 박아두지만 절대로 번복할 생각은 없네. 아무리 너희들에게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도, 저들의 논리에는 어긋난 점이 없었어. 애초에 바바라에서 물러나라면서 막 나왔다면 모를까, 적당히 양보하고 들어왔는데 어쩌겠나. 들어줘야지.”
“…….”
애타는 목소리로 대모를 잡은 박현우는, 그녀의 확언을 듣자 이를 까득 깨물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오기 싫다는 사람 억지로 데려와 놓고 어디서 이를 갈아? 내 분명 오기 전에 말했을 텐데. 이번 일을 해결해주는 대가로 황금 사자의 전권을 위임 받겠다고. 이제 와서 딴 소리를 하겠다 이 말인가?”
“아, 아닙니다.”
“쯧쯧. 한치 앞도 못 보는 불쌍한 녀석. 잊지 말아라. 아직 우리의 거래는 남아 있다는 것을. 네가 약속을 깨는 행동을 한다면, 나 또한 네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박현우는 결국 침울한 얼굴로 한 발짝 물러서고 말았다. 그것을 확인한 손분례는, 이내 흘흘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윽고 지팡이를 탁탁 두들기며 회의실을 가로지르는 그녀를 고연주가 예쁜 목소리로 붙잡았다.
“어? 대모님, 어디 가세요?”
“어디 가긴. 소집령은 이걸로 끝이야. 내 역할을 끝났어. 신규 사용자들이 입장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이제 사용자 아카데미에 대한 것을 조율해야 하지 않겠니. 설마 그것까지 나보고 해달라는 것은 아니겠지?”
“아~. 그건 그렇죠. 그럼 다시 돌아가시는 거에요?”
“돌아가기는 개뿔. 가긴 어디를 가. 빈사 상태에 이른 영감태기 살려야지.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참 손이 많이 가는 양반이라니까.”
대모는 쩝쩝 입맛을 다신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녀를, 이번에는 성유빈이 다시 한번 붙잡았다.
“대, 대모님. 벌써 가시면 어떡해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요것아.”
“하지만 몸도 성치 않으신데…. 최소한 호위라도….”
“성유빈!”
성유빈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으려는 찰나, 박현우의 커다란 고함이 회의실을 뒤흔들었다. 그 목소리에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황급히 자기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러나 손분례는 별 것 아니라는 말투로 대답했다.
“귀청 떨어지겠다 이것아. 흘흘. 아무튼 내 걱정은 말려무나. 일전에 동부 산맥에서 봐둔 것이 있는데 그곳에 다녀올 생각이다. 이왕 다시 나왔으니 한시라도 바삐 움직여야지. 그건 그렇고, 자네들도 지금 단순히 좋아할 시간은 없을 텐데?”
“물론입니다. 사용자 아카데미에 관한 것은, 원리 원칙에 입각해 철저하게 균등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조성호의 말에 대모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고는 “이번만큼은 자네들 마음대로 지지고 볶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과라는 것을 명심하게. 내가 돌아온 이후에도 바뀐 것이 없다면 아까도 말했듯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 밖에 없어.” 라고 경고했다.
한쪽에서는 유쾌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침울한 목소리로 그녀를 배웅하는 게 보였다.
그때였다. 나는 인사를 받은 체 만 체 하며 방문을 나서는 그녀를 보며 재빨리 제 3의 눈을 활성화시켰다. 방금 전, 언뜻 들을 수 있었던 성유빈의 말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 입니다.
야호. 큰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소집령도 어느 정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 다음 회 또는 완전하게 매듭을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 요즘 들어 몸이 자꾸 늘어지네요. 아무래도 예비군 훈련의 여파가 아직 가시질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독자 분들의 쓰담쓰담이 있다면 큰 힘을 낼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아, 참고로 제 머리카락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하하. 😀
『 리리플 』
1. 신화의재현자 : 오호. 언제 한번 1등을 하신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 다시 1등을 하시다니 놀랍습니다. 많은 분들의 쟁쟁함을 제치시다니요. 껄껄. 1등 축하 드립니다. 이번 회 재미있게 감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 고장난선풍기 : 하하. 자정 연재는 저도 1등을 할 수 없습니다. 헬 입니다, 헬. 헬 이에요. 그러니 너무 아쉬워하지 마시어요. ㅜ.ㅠ
3. 크래미 : 쿠폰 감사합니다. (__) 요즘 들어 이상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아. 추가로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 제가 버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네, 그렇다고요.(에헴.)
4. rlatjdwn512 : 원하시는 능력 있는 남성 사용자 나왔습니다. 하하하. 앞으로 남성 캐릭터들도 몇몇 추가될 예정이오니(아, 물론 여성도 있지만 말이죠.) 많은 기대 부탁 드립니다. 🙂
5. 악한녀석 : 헐. 하루 만에 정 주행을 하셨다는 말씀 이시군요. 대단하십니다. 고생 하셨습니다. (__)
6. 無色無臭 :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한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그래도, 할머니인 만큼 기본적인 말투는 그대로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 할머니 이만성 할아버지보다 나이가 많거든요.
7. 이터시온 : 사랑합니다. 아, 아니요. 잠시 제가 잘못 말씀 드렸네요. 네, 네.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찾고 있었어요. ㅜ.ㅠ
8. 흑선풍이규2 : 감사합니다. 하하하. 설령 제가 감기에 걸리더라도 연재는 쉬지 않겠습니다. 물론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말입니다. 흑선풍이규2님도 편안한 하루 보내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9. Cheetos : 켈켈켈. 이것은 절단 마공입니다. 켈켈켈켈. 대모의 능력치는 다음 회에 나올 예정입니다. 켈켈켈!(퍽퍽! 으아악!)
10. 사랑하므로 + UrDREAM : 확실히, 대모에 대한 존재를 조금 더 부각시키고 다가갔으면 조금 더 괜찮았을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말씀 드리면 이만성보다 나이 많은 분 입니다. 홀 플레인에서는 노화에 대한 페널티가 존재하지만, 지닌 능력의 출중함 또는 장비로 얼마든지 커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연참의 원동력이 됩니다.(이건 진리입니다.)
코멘트는 항상 전부 반복해서 읽고 있습니다.
리리플에 없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정 궁금하신 부분은 쪽지로 주시면 답변 드릴게요!
그럼 오늘은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