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ZE RAW novel - Chapter 261
00260 환각의 협곡,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
신비로운 일들을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전에, 가끔 홀 플레인 에서 활동하는 도중 내가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 궁금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 지역을 넘으면 어떤 지역이 나올까? 미개척 지역에는 어떤 유적들이 잠들어 있을까? 등등.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유니콘을 본 경우도 그와 비슷했다. 그것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 드문 경우였다.
그렇게 아쉬움 속에서 아가 유니콘을 보내고, 우리들은 흔적을 쫓아 다시금 행군을 시작했다.
고연주, 김한별은 그래도 빠르게 감정을 정리한 듯 행군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안솔, 이유정은 유니콘을 그냥 보낸 게 자못 아쉬운지 이따금 뒤를 돌아보며 얇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만나면 전투를 벌여야 하는 괴물이 아닌, 살살 애교를 부려오는 신수 동물을 처음 봤으니 생소한 감정이 들었으리라. 내 방에 고이 잠들어있는 페가수스의 알을 생각하며, 나는 샅샅이 주변을 훑어보았다.
협곡은 전체적으로 알파벳 V를 눕힌 형태를 갖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가는 방향은 점점 폭이 넓어지는 쪽이었다. 환각의 협곡에 있는 유적은 유니콘을 만난 곳을 기준으로 1시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그리고 지금 행군을 재개한지 약 40분정도 흘렀는데, 가면 갈수록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안개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강물 위를 부유하는 안개는 물기를 머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무거워 보였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협곡은 점점 깊어지고, 고요해졌다. 우리들이 걷는 발자국 소리를 제외하면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만이 찾아오는 정적을 두들기는 중이었다.
우직.
바닥에 널브러진 마른 나뭇가지를 밟자 그것이 반으로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올렸다. 신호를 주자마자 내 뒤를 따르던 발자국 소리들이 동시에 멈추는 게 느껴졌다.
“수현. 무슨 일이에요?”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네?”
“흔적이 끊겼습니다.”
눈에 보이는 길은 남아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잘 이어지던 여울가녘 원정대의 흔적이, 어느 지점에 이르러 마치 거짓말처럼 뚝 끊겨버리고 말았다. 담담히 대답하자 고연주는 곧장 앞으로 나와 전방 지역을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아리송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그렇네요.”
“…일단 흔적이 끊긴 곳으로 가봅시다.”
딱히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마음속으로 몇 가지 짚이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스무 발자국 정도를 더 걸어갔지만, 별다른 이상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길은 이어지고 흔적은 사라졌다. 해당 지점을 여덟 발자국 정도 남긴 상태서, 나는 고연주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여기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짬은 폼으로 먹은 게 아닌 듯 고연주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이다. 그녀는 감 잡았다는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허공을 콕콕 찌르며 말을 이었다.
“마법 경계, 아니 결계인가? 아무튼 문제는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들어가실 생각이죠?”
“방법도 없이 왔을까요. 잠시 물러나있어요.”
원래 결계를 해제하는 정식적인 절차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까다로운 편이었다. 조금 무식해 보일지는 몰라도, 가진 힘으로 억지로 찢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월신검을 뽑으며, 나는 백한결을 스쳐 지나가듯 흘끗 바라보았다. 녀석이 조금 더 성장하면 이런 경계마저 되비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능력을 익힐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지난 이후의 일이다. 아직까지 결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조차도 못하는데, 증폭으로 겨우 범위를 넓히고 유지하는 게 백한결의 현주소였다. 아무튼 지금의 수준으로는 이곳 전체를 뒤덮는 필드 효과와 직접적으로 맞부딪치게 되면 되려 잡아 먹힐 가능성이 훨씬 높다.
나는 검을 상단으로 들며 제 3의 눈을 활성화했다. 그러자 역시나 협곡을 벗어나는, 어쩌면 섬망의 산 전체를 감쌀지도 모르는 대규모 결계를 감지할 수 있었다. 잠시 동안 그 엄청난 위용에 혀를 내두르다가 이내 뒤에서 멀뚱히 서있을 클랜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원정대, 그리고 구조대의 흔적이 이곳에서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추측하건대, 아마 이곳이 유적으로 통하는 입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오느라 그 동안 다들 힘들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입구를 눈 앞에 두고 여기서 원정을 그만두기에는 조금 억울한 생각이 드는군요.”
“…….”
내 말인즉슨 이대로 원정을 강행하자는 소리였다. 실제로 잠을 못 자고 행군만 하느라 힘들었지 따로 괴물들과 전투를 벌인 것은 아니었다. 즉 별다른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는 말. 더구나 방금 전 휴식도 취하며 사기를 진작했고, 말 그대로 유적의 입구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네들의 의향을 묻자, 다행히 클랜원들 모두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원정은 속행하겠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주문할 것은 단 두 가지입니다. 이 앞에는 마법으로 이루어져있는 하나의 경계가 있을 겁니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어떤 현상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말하건대, 설령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놀라지 말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기를 바랍니다.”
“네. 걱정 마세요.”
고연주의 대답을 들음과 동시에, 나는 주저 없이 되비침의 범위를 벗어났다. 그러자 뒤에서 다급히 나를 붙잡는 목소리들이 들렸다. 하지만 손을 들어올려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주었다.
『잠재 능력 심안(Rank : A Plus)이 발동됩니다.』
『잠재 능력 전장의 가호(Rank : EX)가 발동됩니다.』
시야가 한번 흐릿해졌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느껴지는, 전신을 짓누르는 미묘한 감각. 비록 그 효과가 미미하기는 했지만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검 끝을 겨누고 무릎을 굽혀 찌르는 자세를 취한다. 결계의 약점은 보이지 않는다. 제 3의 눈에 보이는 전체적인 면이 고른 구성을 갖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데나 찔러도 똑같다는 소리였다.
곧이어 일월신검에서 불그스름한 기운이 피어 오르는 순간, 나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땅을 박차 뛰어 들어갔다.
푹!
첫 시작부터 좋았다. 결계에 닿기 전에 심한 방해를 받을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결계에 검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권능의 힘이 생각보다 강하게 들어간 모양이다. 그래도 명색이 대규모 결계라서 그런지, 곧 내 찌르기에 반발하는 막강한 마력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파직! 파직! 파직! 파직!
결계는 어떻게든 나를 밀어내려고 한다. 나는 어떻게든 밀어 넣어, 결계를 찢으려고 한다. 서로의 마력이 맞부딪치자 일월신검과 결계가 교차하는 면에 푸른빛 스파크가 튀며 허공을 어지럽힌다. 대규모 결계인 만큼 척력이 장난이라고 볼 수준은 아니었지만, 나는 내 능력과 권능을 믿었다. 서서히 마력 강도를 높여가는 결계에 대항해, 있는 힘껏 마력을 일으키며 전방으로 더욱 몸을 기울였다.
프즈즈, 프즈즈즈! 프즈즈, 프즈즈즈! 쯔적, 쩌저적!
‘좋았어.’
종잇장을 찢는 느낌이 검을 타고 짜르르 흘러 들어온다. 한동안 서로 팽팽하게 힘을 겨뤘지만, 결국 저울의 추는 조금씩 내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검의 손잡이를 잡은, 가슴에 맞닿을 정도로 눌려있던 양손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에 힘입어 그대로 비틀어 쑤시자, 내부를 찢어발기는 느낌이 한층 더 높아지려는 찰나였다.
우우웅!
결계의 구멍이 점점 커져만 가던 도중이었다. 마력이 흐름이 급격히 쏠리는, 웅혼한 소리가 주위를 울린다. 주변의 결계를 이루고 있던 마력이 모두 한쪽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전신을 짓누르는 중압감도 더욱 무거워졌다. 아마도 강제로 결계를 찢을 때 주변으로 마력이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 내 주위의 필드 효과가 덩달아 일시적으로 강해졌을 것이다.
날로 먹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 검을 고쳐 쥐었다. 그때였다.
‘오빠….’
“응?”
어느 전조도 없이, 갑작스럽게 귓가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 전혀 낯설지 않은 아련한 목소리에 그만 퍼뜩 고개를 올리고 말았다. 그러자, 눈 앞으로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뭐…?”
절로 불신감이 깃든 목소리를 내뱉는다. 그곳은, 그 광경이 있는 곳은 바로 내 머리 위 허공이었다. 허공에는 총 두 명이 서로 붙어 있었는데, 모두 내가 익히 아는 얼굴들 이었다.
‘아앙…! 제발 그만…. 아앙…!’
“박다연…? 벨페고르…?”
허공에는, 박다연과 마족 한 놈이 앉아있었다. 벨페고르는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한 손에 턱을 괸 상태로 굉장히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다리 중앙에 불뚝 서있는 남성은, 한 명의 여성이 자신의 소중한 곳으로 덮은 상태였다. 벨페고르가 가끔씩 한번씩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여성은 축 늘어진 팔다리가 흔들거리며, 깊은 신음을 흘렸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 다시 한번 광경이 바뀐다.
‘수현아…. 도망쳐라…. 도망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형이 보였다. 형은 흙 대지에 몸을 누운 상태서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복부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로, 나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또다시 광경이 바뀐다.
‘보지마…. 보지 말아줘…! 수현아 부탁이야…. 보지마…!’
이번에는 한소영. 그녀는 눈물 섞인 얼굴로 고개를 흔들며 내게 애원하는 어조로 말하는 중이었다.
“이 개 씨….”
잊고 싶은 기억을 강제적으로 꺼냄으로써, 눈 앞에 불꽃이 튀어 오르려는 찰나였다. 문득 허리 부분에 강한 화기가 일어나 시선을 내리자, ‘태양의 영광’이 벌겋게 달아오른걸 볼 수 있었다.
‘침착하자. 환각이다.’
나는 재빠르게 마음을 가다듬었다. 뜻밖의 광경에 정신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추스르며 평정을 유지하려 애썼다. 일단은 결계를 찢고 보자는 생각에 고개를 흔들고 시야를 회복시키자, 다행히도 크게 밀리지는 않은 상태였다. 이렇게 된 이상 속전속결. 심장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힘을 한껏 뽑아내며, 나는 다시 한번 일월신검을 향해 힘을 잔뜩 쏟아 부었다.
화륵, 화르륵!
쯔적, 쯔저적!
마력에 화정의 힘을 섞자마자 그때까지 치열하게 저항하던 결계의 힘이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고온의 불에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과 흡사한 현상이었다. 이윽고 조금씩 구멍이 넓어지던 결계는, 결국 한 순간을 넘기지 못하고 쭈르륵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잠재 능력 쓰러질 수 없는(Rank : A Plus)이 발동됩니다.』
“하아, 하아.”
“오빠…!”
등 뒤로 김한별의 애타는 외침이 들렸다. 곧 클랜원들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달려와 나를 되비침의 범위 안으로 포함시켰다. 어쨌든 입구를 만든 것은 성공했다. 위험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환각에 걸린 것이 의외라면 의외였다.
숨을 고르며 호흡을 안정시키자 고연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내게 말을 걸었다.
“수현. 그 힘은…. 괜찮아요?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여요.”
“괜찮습니다. 부담은 있지만 견딜만할 정도입니다.”
나는 간단히 대꾸한 후 몇 걸음 물러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동굴의 입구라고 봐도 될 정도로 크게 녹아 내린 하나의 구멍이 있었다. 주변에 자잘한 스파크가 튀는 걸로 보아 복원작업을 하려는 것 같았지만, 화정의 여파가 남아있는지 되려 범위는 넓어지는 중이었다.
나는 기다란 한숨을 내쉰 후, 차분한 동작으로 다시 일월신검을 집어 넣었다.
*
“와. 형이 결국 또 하나 찾아내셨네.”
“그러게. 저기 구멍 뚫린 것 좀 봐봐.”
“헤헤. 우리 오라버니가 만든 거예요. 에헴!”
“…응. 대단하네.”
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연초를 쭉쭉 빨아들였다. 방금 전 보았던 세 개의 환각. 그것은 내 역린 인만큼 당연히 분노를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 분노는 뜨겁지 않다. 오히려 머리를 차갑게 식혀주고, 사늘한 살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전화위복이라고 말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그래도 그 동안 알게 모르게 무뎌졌던 예전의 날카로움이 다시 날을 바짝 세운듯한 기분이 들었다.
끝까지 태운 연초를 튕기고 몸을 일으키자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모였다.
“그럼 이만 안으로 들어갑시다.”
“수현. 조금 더 쉬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고연주를 비롯한 클랜원들의 걱정 어린 눈빛들이 쏟아졌지만 설레설레 고개를 흔들었다. 아직도 열기가 가시지 않은 칼집을 두드리며 연신 출발을 종용하자, 그제서야 그녀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들어가기 전. 구멍 안으로 살짝 보이는 풍경은 바깥과 비슷했다. 부딪침으로 일그러져 보이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경계의 내외로 이어지는 경치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말 그대로 겉모습만 비슷할 뿐이었다.
이윽고 구멍 안으로 한 발짝 걸친 순간, 극심한 괴리감이 온 몸을 엄습했다. 그리고 구멍을 완전히 통과하자 나는 그 차이점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것은 생동감의 유무였다. 이 괴리감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닌, 내면에서 느껴지는 요인이다. 급작스럽게 변화되는 환경이 어색해 몸이 저절로 반응하는 것이다.
내가 최선두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연주가 완전히 구멍을 통과하자,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조용히 몸을 뒤돌아 클랜원들을 응시했다. 다들 얼굴이 멀뚱멀뚱한 기색이 가득해 있었다. 위화감이 너무 강해서 혼란스러운 건지, 아니면 아직도 유적의 입구를 발견했다는 놀라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지. 들어오자마자 눈치를 챈 애들은 없었다.
“얘들아. 다들 기분은 어때? 괜찮아?”
“조금 이상해요오….”
“어떻게 이상한데?”
“그냥…. 잘 모르겠어요. 너무 조용하고,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그리고…. 으응…. 꼭 온 세상이 멈춰있는 것 같아요.”
내 질문에 안솔은 머리위로 물음표를 동동 띄우며 대답했다. 실로 오랜만에 보는 착시 현상이었다. 그녀는 딱히 알맞은 말을 고르지 못하겠는지 입을 삐쭉 내밀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나는, 안솔의 대답을 듣자 속으로 약간이지만 감탄이 일었다.
‘여전히 감이 좋군. 그런데 저 물음표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주 잠깐 그 물음표를 향해 손을 뻗어보고 싶다는 유혹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픽 웃으며, 여전히 어리둥절한 애들을 위해 오른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켜주었다. 그곳은 강물이 흐르는 곳이었다.
애들은 순순히 내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이동시켰다. 그리고 그네들의 시선이 강물에 닿은 순간, 멍하던 눈동자가 급격히 커지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뭐, 뭐야?”
“가, 강물이 흐르지 않아?”
“어? 멈춰있어? 멈춘 거야?”
“아직 놀라기에는 이른데….”
슬쩍 말을 내뱉으며, 이번에는 손가락을 위쪽으로 가리킨다. 흐르지 않는, 멈춰있는 강물을 보던 애들은 이번엔 고개를 쭉 젖히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눈은 더 이상 커지는 것을 거부했는지,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따라 나도 고개를 하늘로 올렸다. 시선은 까마득한 벽을 타고 올라가, 곧 환한 빛을 내리쬐는 태양으로 닿았다. 그 순간 옆에서 안현의 탄성이 귓가로 흘러 들었다.
“도시다…!”
협곡의 벽면 위쪽에는 수많은 건축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세워져 있었다. 그것은 지금껏 우리들이 목표로 하던 환각의 협곡의 진정한 유적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정식 명칭은 마법 도시 마지아(Magia). 훗날 사용자들에게 변절자의 도시라 불리는 곳이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로유진입니다.
허허. 그 동안 웬만하면 후기로는 반응을 자제하려고 했는데, 여전히 그 이름이 불리고 있군요. 심지어 다른 작품 코멘트에서도요. 네. 서서히 멘탈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제가 일전에 분명히 말씀 드렸을 겁니다. 저 혼자만 멘붕하기에는 너무 억울하다고요.
요즘 제가 BL을 읽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주 재밌는 단어가 있더군요. 그것은 바로 공, 수입니다. 대충 알아본 결과 공은 공격(하는 입장) 그리고 수는 수비(당하는 입장)이라고 하네요. 흠! 공은 백한결, 수는 김수현. 이거 참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뭐, 그렇습니다.
참고로 저 한번 마음먹으면 정말 화끈하게 쓰시는 거 여러분들 대부분이 알고 계실 겁니다.(고연주와 첫 관계를 가졌던 파트) 부디 제가 마지막 선을 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협박협박!) ^ㅅ^
『 리리플 』
1. MT곰 :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 동안 평안히 지내셨는지요! 하하, 저는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했습니다. 🙂 1등 축하 드립니다!
2. 최강성녀 : 과연 암컷일까요 수컷일까요~. 알아맞혀보세요!(퍽퍽!)
3. 이그자리오 : 음음. 간장게장은 맛있습니다. 그렇습니다.
4. starland : 기연? 아니죠. 주인공 보정? 맞습니다!
5. 꿈속의활로 : ……! 자자, 큼큼! 흠흠! 음, 오늘 날씨가 좋군요. 아주 예리하고 날카로운 날씨입니다.
6. 사람인생 : 누나가 아닙니다. 형이라고 해주세요. 네. 자꾸 이러시면 정말 BL 쓸 겁니다.(진지)
7. 요수리 : 포니요? 아니요, 죄송해요. 잘 모르겠어요. 처음 들어본 말이랍니다. 🙂
8. 악마신전 : 헤헤, 빗겨 맞아서 살 수 있었습니다. 마법 저항이 특별하기는 하지만, 다 자란 성인이 되면 꽤나 튼튼한 녀석입니다.
9. 현오 : 긴 코멘트에 감동을 하면서 첫 문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잘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순간 뿜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묘사력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
10. 놀고싶다 : 아, 전회 후기에 보시면 사망을 제외한 보복을 입었을 경우, 저주를 내리는 주체는 유니콘입니다. 즉 본문 내용에는 아가 유니콘이 수현이 자신에게 해를 입혔는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트는 큰 힘이 됩니다.
글은 언제나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비평, 질문은 언제나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