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an’s Shooter RAW novel - Chapter 1735
마탄의 사수 외전 (384)
대단하군요! 당신은 [원시룡] [블라우그룬♂]과 [어덜트 스틸 드래곤] [젤레자♀] 사이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도 부족해, 해당 드래곤들로 하여금 약혼을 성립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더 이상은 혼자가 아닌 2인조Duo가 된 셈이지요!
미들 어스 내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도 긴 세월을 살아가는 그들은, 개별적인 성취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데다,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 여기고 있으므로 [가족 구성]이라는 개념을 그리 크게 여기지 않는다고 하지요.
심지어 에인션트 드래곤이 되어 자연사할 때까지도 결혼 및 출산에 관심이 없는 드래곤들도 있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입니다. 메탈과 컬러 일족 모두에게 해당되는 드래곤의 산란율 문제는 각 드래곤을 이끄는 수장들에게 언제나 큰 문제가 될 정도였지요.
하지만 이제는 괜찮을지도 모르겠군요. 드래곤의 중매를 담당하는 매자媒子, 드래곤의 뚜쟁이! 바로 당신이 나타났으니까요.
우선은 약혼이지만 나아가 실제의 결혼 그리고 산란까지. 참견하는 듯하지만 또 오지랖쟁이라는 소리는 듣지 않게끔…… 아시죠?
보상: 스탯 포인트 300개
(명예의 전당이 없는 업적입니다.)
(타 드래곤의 약혼 이상 개념 성립 시, 중복 획득이 가능한 업적입니다.)
이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업적 창을 살폈다.
드래곤의 결혼은 확실히 희귀하다고 알려져 있긴 했다지만, 이런 식으로 업적이 뜰 정도였단 말인가.
“이거…… 약간, 크흠, 저기……. 구플사 쪽이랑은 다 연락이 된 거죠? 간접 광고 느낌으로―.”
“그게 무슨 뜻이지.”
“크흠! 아뇨,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 애당초 결혼은 2인조가 되는 게 맞기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바하무트를 보며 이하는 헛기침을 연거푸 했다.
드래곤이 고귀한 존재라는 설명이 한참 이어지다 말고 중매나 뚜쟁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게 어이가 없으면서도 미들 어스다운 우스꽝스러운 표현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잠시였다.
‘중복 획득 가능이라. 미쳤군. 하긴, 드래곤에 따라 다르다 이건가.’
업적 내 대괄호의 표기는 해당 내용이 변경된 타 업적으로 생성이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은 중복 획득에 대한 문구가 없었건만,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것일까.
‘대괄호 안에 있는 건 블라우그룬 씨와 젤레자 님……. 맞을 거다. 아마 다른 드래곤을 또 약혼 이상의 개념으로 성립만 시켜 준다면―.’
메탈 드래곤의 개체 수는 얼마이며 컬러 드래곤의 개체 수는 얼마인가.
해당 개체 중 아직 결혼 또는 약혼을 하지 않은 드래곤의 수는?
명예의 전당이 없다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업적 내 스탯 포인트가 두 배로 되어 있다.
무려 300개의 스탯 포인트 업적을, 몇 개나 더 획득할 수 있을지 모른다.
“흐흐, 바하무트 님. 분명히…… 앞으로 태어날 모든 드래곤들도― 전부 다 저와 친밀도 100%라고 하셨죠?”
“그, 그렇지. 티아마트가 이 대륙을 위해 컬러 드래곤 일족을 이끌고 우리와 협심한다는 건―. 나는 물론 전대의 바하무트 님이라도 이루기 어려운 과업이었다. 우리 일족이라면 누구나 그것을 인지하고 있을 터, 하이하 너에게 고운 시선을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느냐.”
“그럼요, 그럼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럽지만 저는 꽤 대단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크흠, 뭐…… 그렇지.”
친밀도 100%의 바하무트라도 잘난 척하는 이하는 꼴 보기 싫다는 것일까.
어쩐지 찝찝한 말투로 답하는 바하무트였지만 어떤 의미로 메탈 드래곤의 수장은 일반 드래곤보다도 더욱 고급 AI 성능을 지녔다고밖에 볼 수 없으리라.
‘친밀도가 100%라는 건 나에 대해 완벽하게 믿어 준다는 뜻이잖아. 그럼 앞으로 태어날 드래곤들까지…… 적어도 메탈 드래곤 일족들은―.’
사실상 이하 자신이 거의 모든 중매를 설 수 있는 건 아닐까?
어덜트 드래곤 이상의 개체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지만 쥬브나일급까지 내려간다면 더 많은 후보가 있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그들과의 친밀도가 100%라면, 그들 하나하나를 빠르게 어덜트급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내 어덜트급으로 성장시켜 약혼을 맺어도 되고…….
‘아니지, 아니지. 쥬브나일급일 때 미리 약혼하지 말라는 법 있나?’
어덜트급이 되었을 때 결혼한다는 전제하에 쥬브나일급 심지어 해츨링급까지도 약혼을 성립시킬 수 있다면?
“그리고 베일리푸스 님과 관련하여 이야기 해 준 건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네. 아무래도 내가 직접 이야기한들 강제하는 것밖에 되지 않으니, 직접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좋을 것 같더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베일리푸스 님을 이곳까지 불러들이는 일밖에 없다는 걸 알아 두게.”
이하는 애당초 바하무트의 레어에 당도하기 전, 블라우그룬이 플람므의 레어에서 선물용 무기를 고르고 몸단장을 할 때부터 이미 그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해 놓았다.
블라우그룬―젤레자의 커플 성립 관련 이야기부터 베일리푸스의 파트너에 대한 이야기까지.
따라서 바하무트는 이제 두 번째 건에 대한 주의 사항을 일러 주며 베일리푸스를 불러들이려는 것!
──────────!
“오셨습니까, 베일리푸스 님.”
“……로드, 파트너와 관련된 진지한 이야기를 한다 하여 온 것인데…… 하이하는 이곳에 어쩐 일인지.”
연보랏빛과 함께 베일리푸스가 나타나고 두 드래곤은 이야기를 나눴다.
‘흐으, 흐흐흐…… 좋았어. 우선은 확실한 실적부터인가. 블라우그룬 씨와 젤레자 님이 약혼에서 그치지 않고 쭉 혼인까지 가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할 수 있을 거야.’
이하가 곧장 베일리푸스에게 아는 척을 하지 못했던 이유 또한 이 때문이었다.
‘그러려면 우선 블라우그룬 씨가 잘 해 줘야 해. 대련! 그 대련을 나도 도와야 하려나? 근데 스킬 없이 싸우는 거니까―. 일단 페이우 씨. 페이우 씨라면 분명 도움이 될 거고 또 누가―. 아, 이고르! 그러고 보니 젤레자 님이랑 거의 비슷하게 싸운 적이 있었지? 버프 빨이긴 했지만……. 하여튼 이고르랑 카렐린! 카렐린 씨도 불러야겠다. 어차피 셋 모두 협조하지 않을 리는 없겠지. 만 있다면…….’
[캐릭터 삭제]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는 이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지만, 페이우나 이고르, 카렐린 중 과연 누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이하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던 바로 이 시점에 베일리푸스는 말한 것이었다.
“크, 크흠…… 하이하?”
“……어! 예? 어! 베일리푸스 님! 언제 오셨죠?”
마침내 자신의 눈앞에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야, 이하는 머릿속에 있던 [블라우그룬―젤레자 초고속 결혼 프로젝트] 건을 겨우 한편으로 치워 둘 수 있었다.
“파트너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들었네.”
베일리푸스가 말했다.
이하의 눈빛이 변했다.
조금 전까지 넋이 나가 있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힘이 담긴 눈이었다.
“맞습니다. 알렉산더…… 알렉산더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게 있어서 알려 드리고자 부득이 바하무트 님께 호출을 부탁드린 겁니다.”
로그인하기 전 인터넷을 통하여 찾아봤던 정보.
이하는 베일리푸스―이지원을 소개시키기 전, 우선 베일리푸스가 ‘전 파트너’를 완전히 놓아 주게끔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꼈고 자신이 알고 있는 이 일이라면 분명 그럴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알렉산더가……!? 뭐라고 하던가! 만났는가? 어디에? 지금은―.”
“그는 미들 어스에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 * *
“돌아오지…… 않는다고? 어떻게 그리 확신할 수 있지? 알렉산더는―. 물론 지금은 일신상의 이유로, 그러니까― 지난번 인간들과의 전쟁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였다고 말하며―.”
“맞습니다. 하지만 의 패배 책임을 진다거나, 그것을 미연에 방지하지 못했다거나 하는 이유 따위가 아닙니다.”
“그럼…….”
이하는 베일리푸스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런 이유로 게임을 접은 게 아니야. 쩝, 알렉산더 그 인간…… 떠나는 와중에도 지 파트너 드래곤 생각은 했나 보군.’
알렉산더가 베일리푸스에게 무어라 말했는지는 이하도 이제야 알게 된 셈이었지만 어쨌든 한 가지는 확실했다.
알렉산더는 그러한 이유로 미들 어스를 그만 둔 게 아니다.
이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인터넷상에서 보았던 그의 인터뷰를 떠올렸다.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미들 어스에서 이룰 수 있다 믿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 모든 노력이 마침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단순한 게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던 미들 어스는 이제 자신에게 단순한 게임이 되어 버렸고.
따라서 다시는 그저 게임에 준하는 미들 어스에 시간을 소비하지 않겠다고.
결국 알렉산더가 떠난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자신의 무력함을 느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들 어스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물러난 거지요.”
“하이하! 말이 과하군! 네 능력은 물론 네가 현재의 로드와 충분한 친분이 있고― 우리 일족에 깊숙이 관여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는가! 나의 파트너가, 내가 직접 선택한 파트너의 능력에 대해 운운하는 것인가!”
그리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는 진실이야말로 차가운 힘이 있는 법.
베일리푸스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당장이라도 무기를 꺼낼 듯 이하를 노려보았지만 이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신의 곁에 바하무트가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당장 가슴팍에서 튀어나온 젤라퐁은 물론, 테이블에 기대어 세워 둔 가 있었으니까.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이 협박한다 한들 무서워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뜻이다.
“받아들이십시오, 베일리푸스 님. 알렉산더는 이곳, 미들 어스에서조차도 자신의 이상을 이룰 수 없다고 믿었고 따라서 떠난 겁니다.”
베일리푸스는 분노에 몸을 떨고 있었지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조차도’라고?”
오히려 이하의 말에서 의문이 드는 부분을 찾아 물을 정도로 냉철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하는 고개를 끄덕이곤 답했다.
“네. 이곳이 아닌, 다른 [층위]에서. 베일리푸스 님과는 다시 교차될 수 없는 그곳에서…… 그는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미들 어스에서‘조차도’ 이룰 수 없는 꿈이었지만!”
알렉산더는 현실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꾸는 꿈이 이룰 수 없는 것이었다면 적어도 현실에서의 부조리를 조금이라도 바로잡아 보겠다며, 부친과 같은 곳에 있지만 부친의 뒤를 그대로 따르진 않겠다며 당당히 선언하곤 정계로 복귀했다.
“꿈을 그대로 이루기보다는, 그 꿈의 편린이 조금이라도 현실에 묻어 나올 수 있게. 그 작은 영향력이라도 선하게 끼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알렉산더의 미들 어스는, 부조리한 사회를 힘에 의한 정의, 소수의 철인 통치를 통해 변혁시켜 보고자 했으나 끝끝내 그럴 수 없음을, 애당초 이론적이고 이상적으로만 가능한 개념이었음을 깨닫기까지의 여정과도 같다는 뜻이었다.
‘하물며 투석까지 꾸준히 받으며 그 일을 해내려면…… 이제 미들 어스에 다시 돌아오는 건 불가능하지.’
그럼에도 그는 그저 포기하고 주저앉은 게 아니라 현실에서, 실현가능한 방안을 통해 부조리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 선언한 게 아닌가.
이하는 그를 100% 인정했다. 어딘지 모르게 건방진 데다 지독한 콘셉트 유지로 인하여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눠 보지는 못했지만, 그가 품은 뜻과 이상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하는 결정을 내릴 수가 있었던 셈이다.
“이제 놓아 주십시오. 베일리푸스 님이 알렉산더에 대한…… 파트너에 대한 집착을 하는 건 오히려 그의 길을 방해하는 것입니다.”
알렉산더를 베일리푸스에게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것.
그것은 동시에 베일리푸스를 알렉산더에게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완전히 싹둑 끊어 버리는 건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제 떠난 알렉산더를 응원하며, 베일리푸스 님은 지금의 파트너 관계를 ‘맺음’으로 종결시킬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이하는 조용히 말했다.
더 이상은 언성을 높일 필요도, 목소리에 힘을 줄 이유도 없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베일리푸스는 인간의 모습으로 울고 있었다.
에인션트 골드 드래곤이자 미들 어스의 NPC인 베일리푸스는, 인간으로서 눈물을 흘리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