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 Talent Player RAW novel - Chapter (346)
#재능만렙 플레이어 346화
“끼얏호!”
아까까지만 해도 주눅이 들어 있었고, 겁먹은 강아지마냥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던 등평이 날뛰기 시작했다.
“으리야아앗차!”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이곳 저곳을 뛰어다녔다.
아뵤.
끼얏흐.
얍차.
뿌지야.
기타 등등. 온갖 괴성을 지르면서 뛰어다니는데, 김혁진은 그 괴성에 집중하지는 않았다.
‘지금 저거 뭐야?’
김혁진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그라포스의 번개들이 등평을 향해 내려치는 모습을. 그런데 등평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지금 등평은 즐거워서 난리를 치고 있는 것이다.
‘아차.’
집중해야 한다. 이곳이 중국의 그라포스에 비해서는 훨씬 난이도가 낮은 곳이라 할지라도. 이 번개들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한 방은 어찌어찌 버틸 만할 텐데.’
한 방이 문제가 아니다. 한 대 얻어맞게 되면, 그 때부터는 스텝이 꼬이게 된다. 생로를 한 번 놓치면 이어지는 후속타를 계속 얻어맞게 된다.
‘집중해야 해.’
김혁진은 깨달았다. 왜 ‘푸른뇌전의 나팔수’가 최애라 할 수 있는 등평이 아닌 자신에게 ‘뇌신지체의 서’를 순순히 내놓았던 것인지.
‘등평은 태어나면서부터 뇌신지체다.’
화신지체의 서.
풍신지체의 서.
궁신지체의 서.
뇌신지체의 서.
모두 각 분야에 대한 최상급의 재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아티팩트다. 그런데 애초에 그런 재능을 모조리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면? 어쩌면 이 아티팩트들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등평이 그랬다.
‘즐거워하고 있어.’
번개를 맞고 있는데 즐거워하고 있다. 정말로 행복해보였다. 미친 상황이지만 김혁진은 이 미친 상황을 인정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상식 밖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노랑새는 여기에 있는 건가?’
알 수 없었다. 그 때. 흐흐흐!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흐흐흐흐!”
등평이 아예 바닥에 누워 버렸다. 상의를 벗어 던졌다.
콰직!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등평의 배 위로 정확하게 떨어졌다. 등평의 몸이 허공에 잠깐 떴다. 감전된 것 같았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흐흐흐흐.”
입에서는 침이 흘러나왔다. 눈은 흰자위만 보였다.
‘정상이 아닌데?’
뇌신지체라는 특수한 신체를 타고났지만 그 것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그라포스의 ‘뇌기‘이 홀려 제정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모양새.
콰직!
김혁진의 바로 옆에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중국에서 더 난이도 높은 그라포스를 경험해서 다행이지, 처음이었다면 훨씬 더 고생할 뻔했다.
‘누가 뭐래도 나팔수의 최애는 등평이다.’
석양의 거인이 가장 아끼는 플레이어가 강상구인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푸른뇌전의 나팔수’가 가장 아끼는 등평은 지금 정상 상태가 아니다. 그렇다면 나팔수는 과연, 등평이 이곳에서 저렇게 될 것을 몰랐을까?
‘아니. 알았겠지.’
그렇기에 혼자서 보내지 않았다. 노랑새를 함께 찾으라는 명분을 주면서 함께 들여보냈다.
‘푸른뇌전의 나팔수가 기대하고 있는 것이 있다.’
김혁진이 조금 더 걸었다. 들판의 중턱. 김혁진은 그곳에 자리를 잡고 섰다.
쉴 새 없이 번개가 떨어져 내리고 있지만, 모든 공간 전체에 번개가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확률적으로 낙뢰의 빈도가 적은 곳은 분명히 존재했다. 김혁진이 판단하기에 그게 바로 여기였다.
‘어차피 100퍼센트 완전한 장소는 없어.’
양치기 소년처럼 막대한 수호력을 소모해가면서 지켜줄 수호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어차피 완전한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
그나마 안전한 곳을 찾아서, 원하는 플레이를 진행해야만 한다. 모든 일에는 어느 정도의 리스크가 존재한다.
세니아에게 말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이곳에서 뇌신지체의 서를 흡수할 거야.”
세니아에게 말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실상은 수호자들더러 하는 말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수많은 수호자들이 집중하고 있을 거다.
말하자면 뇌신지체의 서를 흡수하는 행위는 곧 강화 콘텐츠였고, 강화 콘텐츠는 늘 인기 있는 콘텐츠이기도 했다.
“지금 진행하십니까?”
“어.”
김혁진이 뇌신지체의 서를 꺼내 들었다. 약 3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등평은 미친 사람처럼 낄낄대며 웃었다. 바닥에 누운 채로 말이다.
[‘뇌신지체의 서’를 사용하시겠습니까?]여러 번 강화를 해오면서 느꼈다.
강화에는 장소, 재료, 타이밍, 운, 많은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타고난 재능이었다.
그리고 김혁진은 이미 여러 번 성공적으로 강화를 해낸 경험이 있다. 명인급에 비견될 정도의 강화들을 말이다. ‘서’를 흡수하여 신체를 강화하는 것에도 자신 있었다.
뇌신지체의 서가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황금빛으로 변하는가 싶더니 김혁진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김혁진의 몸이 황금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번쩍!
김혁진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뇌신지체의 서’가 성공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특성. 뇌신지체(雷神之體)를 성공적으로 획득하였습니다.]순간. 김혁진은 새로운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단순히 새로운 특성을 획득한 것이 아니었다.
뇌신지체란 ‘뇌’의 기운을 다스리는 것에 특화된 신체. 다시말해 번개의 기운을 잘 응용할 수 있는 신체라는 뜻이다.
‘궁신지체. 검신지체와는 조금 달라.’
잠깐이지만 몸에서 콰직! 콰지직! 스파크가 일었다. 검신지체. 궁신지체를 획득했을 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 느낌은……!’
이 느낌은 김혁진이 ‘천공지체’를 획득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천공의 마나는 고래일족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에게 너무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천공지체’를 가진 이에게는 더없이 풍만하고 위대한 힘이다.
‘천공지체와 비슷하다.’
다시 말해, 이곳의 ‘뇌’의 기운이 김혁진에게 힘을 불어넣어주었다. 더 이상 이곳. 그라포스의 번개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김혁진은 등평의 몸에서 빛나는 ‘노란 빛’을 볼 수 있었다.
──────────
[노란 빛]뇌신지체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
김혁진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김혁진의 발걸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푸른뇌전의 나팔수가 원하는 그림이 바로 이것이었던 것 같다. 등평은 이곳에서 뇌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뇌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겪을 것이다. 그 부작용을 ‘뇌신지체’를 획득한 김혁진이 없애줄 수 있다.
‘거래를 좀 걸까?’
잠시 고민했다. 여기서 거래를 걸면 베니스의 상인이 좋아할 것 같은데.
‘아니다.’
양치기 소년을 소멸시켰다.(아마도 소멸이리라 짐작하고 있다.)
완벽한 우연처럼 연출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타이밍에 또 수호자와 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득보다는 실이 클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가끔은 도발적이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지만, 또 가끔은 원하는 것을 순순히 해주며 자연스레 상황을 연출하는 것도 좋다. 패턴을 다양화해야 한다.
김혁진이 누워서 낄낄대고 있는 등평 앞에 섰다.
‘지나친 뇌기가 몸을 뒤덮었어.’
이 뇌기를 빨아들이면 될 것 같다. 천공의 마나와 같다. 천공의 마나를 몸으로 받아들이고, 그 것을 자연스레 ‘제2의 심장’으로 유도하여 몸에 유익한 기운으로 걸러낸다. 뇌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뇌기는 천공의 기운보다는 유순한 기운이다.
등평의 배 위에 손을 얹었다.
[‘무명의 관찰자’가 관찰합니다.] [‘푸른뇌전의 나팔수’가 집중합니다.]등평의 몸을 뒤덮은 뇌기를, 손바닥을 통해 조금씩 빨아들였다. 생각보다 쉬웠다. 머리로만 그 이미지를 그렸는데, 실제로 해보니 어렵지 않았다. 천공의 마나를 다뤄본 적이 있어서 더 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뇌기는 많이 빼냈다.’
등평의 몸에서 뇌기를 빼낸 만큼. 그 뇌기가 김혁진의 몸에 머물렀다. ‘제2의 심장’이 그 기운을 받아들이고 제 기운으로 정화시켰다. 낄낄대며 웃던 등평은 기절한 상태. 김혁진은 등평을 안아 들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세 발자국.’
세 발자국을 움직였다. 뇌신지체를 획득한 김혁진은 감각안을 극도로 활성화시켰다.
‘하나.’
‘둘.’
과거. 무명안을 획득했을 때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조금은 보였다. 적어도 ‘뇌기‘와 관련한 것들은 말이다. 떨어지는 번개들에 집중했다.
‘셋.’
‘넷.’
번개가 내려쳤다.
‘다섯.’
‘여섯.’
그리고 일곱 번째.
‘위치는 아마도 여기.’
실패했다. 7번째 번개는 김혁진의 예상과 다른 곳에 떨어져 내렸다. 다시 세 발자국 움직였다. 같은 작업을 4번가량 반복했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도.’
똑같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여기!’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콰지직!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온몸이 찌릿찌릿했지만 괴롭지는 않았다.
‘됐다.’
무명안을 통해 봤었던 히든 피스. ‘제7의 안식‘이 생성되었다.
일전 중국의 그라포스에서는 이 히든피스를 생성시키지 않았다. 양치기 소년의 수호력을 계속해서 갉아먹었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기절한 등평의 안위와 더불어, 이 곳을 안전하게 클리어하는 것이 중요했다.
‘7분이면 충분하지.’
약 5분 후.
김혁진은 들판 꼭대기에서 클리어 크리스탈을 찾아냈고 그 것을 부숴 버렸다.
[그라포스가 클리어되었습니다.]필드가 변했다. 월영교로 돌아왔다. 등평은 여전히 기절한 상태였고, 세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오랜만에 일시정지네.’
게이트를 클리어했더니 중간 관리자가 갑자기 일시정지를 걸었다. 분명 이유가 있을 터.
“왜?”
“그라포스 클리어 보상을 중간 관리자인 제가 직접 전달합니다.”
일반적인 클리어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김혁진은 그 것에 대해 알고 있다. 무명안으로 그라포스의 모든 것을 해석한 덕분이다.
‘내가 [제7의 안식] 히든피스를 활용해서 그라포스를 클리어했기 때문이겠지.’
일단은 내색하지 않았다. 세니아가 말을 이었다.
“제7의 안식 히든피스를 활용해서 그라포스를 클리어한 이. 그리고 그가 뇌신지체를 가지고 있는 이라면 [안식의 번개]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게 뭔데?”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여기서 추가적으로 한 가지 조건만 더 만족시키십시오.”
세니아가 입을 다물었다. 수호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김혁진도 그렇게 판단했다. 그러나 김혁진은 깨달을 수 있었다.
‘그게 아니야?’
세니아가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 그런 이유가 아니다. 김혁진은 직감했다.
‘시험이다.’
모르긴 몰라도 ‘안식의 번개’는 특별한 능력이다. 일반적으로는 허락되지 않는 능력. 그러니까 이중. 삼중으로 이런저런 제약을 계속해서 걸어 놓는 거다.
‘시스템의 제약.’
함부로 이 힘을 얻을 수 없도록 걸어놓은 시스템의 제약.
“내가 조건을 능동적으로 알아차려야 한다는 거네.”
“20초 지났습니다. 잔여시간은 40초 입니다.”
굉장히 불친절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이 정도 제약을 걸어 놓았을 정도면……. 굉장히 중요한 보상이라는 건데.’
김혁진이 씨익 웃었다.
“이곳은 푸른뇌전의 나팔수께서 직접적으로 관여하여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필드였어. 중국서버의 그라포스보다 훨씬 더 인위적인 냄새가 많이 났지. 위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었고.”
“…….”
“다시 말해, 이곳의 시나리오는 굉장히 계획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뜻이지.”
“20초 남았습니다.”
세니아의 날개 끝이 파르르 떨렸다. 솔직히 세니아는 지금도 놀라는 중이었다.
‘1분의 시간제한 룰이 있다는 것조차도 빠르게 알아차렸어.’
시스템이 ‘일시정지’라는 특별한 상황까지 만들어가며 플레이어를 방심시켰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혁진은 모든 것을 눈치챘다. 수많은 수호자들이 지금 이 상황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름을 밝힌 수호자들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호자들도. 많은 수호자들이 아우성치며 김혁진이라는 유일무이한 콘텐츠에 집중했다.
과연 김혁진이 정답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놓칠 것인가.
“모든 요소들이 하나하나 짜맞추어진 상태.”
“15초 남았습니다.”
“마지막 조건이 뭔지 알 것 같네.”
김혁진이 한 템포 숨을 쉬었다. 세니아의 채널. 수많은 수호자들이 아우성을 쳤다. 김혁진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들은 김혁진에게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10초 남았습니다.”
“바로 저거.”
김혁진이 허공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