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ine Digger Gutter Slime RAW novel - Chapter 140
140. 칠석.
어느덧 입추가 지나고 칠석이 찾아왔다.
한국에서는 유명무실해진 명절이라고 해도 칠석에 얽힌 설화는 무척 유명하다.
옛날옛적에 견우와 직녀가 있었다.
사랑에 빠져 일을 등한시한 둘에게 옥황상제는 벌을 내렸다. 둘을 은하수로 갈라놓고 1년에 한 번 은하수 건너로 얼굴만을 보게 해줬다.
그들의 울음을 슬프게 여긴 까치와 까마귀들이 은하수를 넘는 다리를 놓아줘 둘을 만나게 해줬다는 이야기.
사랑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이벤트라면 당연히 커플과 관련된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슬라임랜드 내부에서 칠석 이벤트가 열렸다.
꼭 커플만을 위한 이벤트는 아니었으나 정신 건강을 위해 커플 참여를 권장하는 이벤트였다.
한 커플이 이 칠석 이벤트에 참여하려고 슬라임랜드를 찾아왔다.
이벤트 장소로 옮겨진 둘은 구름 위에 있었다.
그들 사이에는 별을 품은 것처럼 반짝이는 검은 강물이 흘렀다.
그 위를 큼지막한 까치와 까마귀 형태를 한 들이 어깨동무하고 떠다녔다.
뛰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으나 운동에 자신이 없다면 절로 망설여지는 속도로 움직였다.
이 팻말을 들었다. [짬뽕].
이 팻말을 들었다. [짜장면].
그리고 서로 맞잡은 날개로 팻말을 들었다.
[3] [2] [1].커플은 동시에 외쳤다.
“짬뽕!” “짬뽕!”
그러자 들은 그 자리에 멈추고 구름을 향해 촉수를 뻗어 다리를 만들어줬다.
[뜨아] [아아]“아아!” “아아!”
[여름] [겨울]“여름!” “여름!”
커플은 차례대로 같은 것을 고르며 점점 서로에게 다가갔다.
[바다] [산]“산!” “바다!”
까치와 까마귀는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
“미안. 네가 산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는데.”
“괜찮아! 가끔 어긋날 수도 있지. 나도 바다 좋아해.”
살짝 삐끗할 때도 있었으나 둘은 계속 가까워졌다.
이제 한 문제만 더 맞히면 중앙의 섬에서 만날 수 있는 상황.
[] []빠직. 커플 사이에 번개가 튀었다.
“!” “!”
[팩 슬라임] [가글 슬라임]“” “!”
[「내가 바꾸는 이야기」] [「절규 코스」]“「절규 코스」!” “「내가 바꾸는 이야기」!”
“이건 내게 맞춰줘야 하는 거 아니야?”
“이건 나도 양보 못 해! 여기서 언질을 줬다가 또 고래에 먹히기는 싫다고!”
이 뒤로 둘은 계속 틀렸다.
“에잇!”
결국 여자 쪽이 못 참고 중앙 섬으로 점프. 멈추지 않고 다시 뛰어 남자친구에게 태클을 걸고 함께 은하수에 빠졌다.
싸움이 계속되는가 싶었으나 이 커플은 평소에도 티격태격하는 사이.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껴안은 김에 손을 잡고 본격적으로 이벤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번 칠석 이벤트의 메인은 공예였다.
소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모아 기념이 될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것.
그게 이번 칠석 이벤트의 진행 방식이었다.
손재주가 없어도 괜찮았다.
자신이 없으면 의 보조를 받으면 됐다.
상당히 멋들어진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재료만 스스로 구해오면 됐다.
재료라고 해도 직접 동물을 잡아서 해체해야 하는 잔혹한 이벤트는 아니었다.
누에로부터 직접 실을 뽑아서 천을 짜야 하는 귀찮은 이벤트도 아니었다.
재료를 가지고 다니는 들이 있었다.
소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이것들을 기다란 잠자리채로 잡으면 됐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들은 쉽게 잡을 수 있었으나 소보다 빨리 움직이는 도 있었다.
충분히 가까운 거리까지 다가가지 않으면 을 포획할 수 없었다.
품은 재료의 질에 따라서 이 보이는 경계 수준이 달랐다.
멋지고 예쁘고 좋은 재료를 품고 다니는 은 소가 다가오면 즉시 거리를 벌렸다.
이들을 끌어당기는 방법?
“아앙~.”
“아앙~.”
“맛있져?”
“우웅. 맛있져.”
사랑이 넘치는 커플다운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들은 ‘어머, 어머, 저 애들 좀 봐.’라며 드라마를 즐기는 아줌마처럼 더 가까이 다가와 구경하려고 했다.
그때 잽싸게 잠자리채를 휘둘러 잡으면 됐다.
“자기야 괜찮아?”
슬라임을 쉽게 얻는 대신 자괴감이 덤으로 따라왔다.
“괜찮아.”
여자는 괴로워하기는커녕 조금 기뻐하는 남자친구를 노려봤다.
“대신 진짜 미친 듯이 오그라드는 가방을 완성할 거야.”
“으, 응···.”
둘은 계속 애정행각을 보이며 을 수집했다.
슬슬 마무리 지어도 되겠다고 생각될 무렵.
그들은 강적을 만났다.
하트 모양 보석을 품은 자그마한 이었다.
여자는 용기를 내 치명적인 애교를 부렸고.
그 은 가소롭다는 듯이 갈 길을 갔다.
“오빠. 나 저거 기필코 잡고 말 거야.”
닭살이 우수수 돋아나는 애교도.
조금 수위를 높인 애정행각도.
은 볼 가치도 없다는 듯 같은 갈 길을 갔다.
“저게···!”
여자는 참지 못하고 황소의 머리를 밟고 뛰었다.
그 모습에 남자의 목 끝까지 어느 이름이 치밀어 올랐다.
아무거나 입에 넣고.
아무 곳에나 뛰어들고.
아무거나 잡아 오는.
하도 말썽을 피워대 갑작스러운 일이 있으면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띠동갑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말썽꾸러기 동생의 이름이.
엉뚱한 이름을 부르는 것 때문에 여자친구와 몇 번이고 싸웠다.
더는 그 이름을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됐다.
‘다치니까 조심해야지!’
이 문장과 동생의 이름이 뒤섞였다.
“다희야!”
여자친구의 발이 우뚝 멈췄다.
“오빠.”
“지금 건 실수야. 머리가 꼬여서 말이 잘못 나왔어.”
“응. 실수겠지. 실수인 게 좋을 거야. 우선 그 실수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설명을 들어볼까?”
남자는 즉시 소에서 내렸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판결을 기다리는 죄인이 됐다.
“민희야. 다치니까 조심해야지! 이렇게 말이 나오려는 것을 막으려다가 말이 꼬였어.”
“응~. 그렇구나. 그런데 왜 그게 다희가 될까.”
“아니, 그게 나도 잘···.”
“모르면 죄가 없어져?”
“너무 급하게 말하느라 중간을 빼먹고 ‘다’ ‘해야’라고 튀어나오려다가 민희의 이름이 뇌리에 박혀 있어서 ‘다희야’가 된 게 아닐까? 다른 때도 이런 식으로 말을 이상하게 한 적이 있잖아? 전에도 그―”
남자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가락으로 여자의 옆을 가리키며 외쳤다.
“자기야 저기!”
여자는 반사적으로 잠자리채를 휘둘렀다.
흥미진진한 상황에 다가왔던 이 잡혔다.
“오빠!”
“잘됐네!”
“응!”
여자친구의 표정이 환해지자,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했다.
“그런데 오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남자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
***
옛날 옛적에 베를 짜는 게 일인 직녀와 소를 치는 게 일인 견우가 있었습니다.
참 이름대로 살았네요.
일중독인 둘은 일만 하고 살았습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옥황상제는 직녀와 견우를 맺어줬답니다.
반강제적인 선 자리였지만, 둘은 운이 좋게도 서로에게 푹 빠졌습니다.
참 행복한 일이네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는 법입니다.
눈에 콩깍지가 쓰이면 뵈는 것이 없다고.
베를 짜는 일? 소를 치는 일?
알 게 뭡니까.
사랑에 푹 빠진 둘은 일을 내팽개치고 사랑을 만끽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조금 눈살을 찌푸리며 ‘좋을 때다.’라고 넘어갈 수도 있었겠죠.
소를 몰고 옥황상제가 아끼는 꽃밭에 돌진하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둘에게 천문학적인 청구서가 날아갔습니다.
매우 비싼 꽃들이었거든요.
감당할 수 없는 청구서를 받은 견우와 직녀는 돈을 내지 못해 기나긴 노동형에 처했습니다.
면회는 1년에 한 번만 허가됐습니다.
어디까지나 면회가 허가됐을 뿐입니다. 은하수라는 장대한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의 얼굴만 볼 수 있었습니다.
둘의 사랑이 어찌나 깊은지, 아니면 1년에 한 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사랑에 장작을 더했는지.
둘은 만나기만 하면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이 호우가 돼 하늘에서 내리고 있습니다.이 눈물을 그치게 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X까.”
FPS 게이머는 대규모 퀘스트를 욕설과 함께 거절했다.
‘내가 왜 커플 따위를 도와야 하는데?’
신혼이라고 했으니까 커플이라고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애 초기 커플처럼 깨가 떨어지는 신혼도 싫었다.
싫은 이유?
그냥 싫었다.
절대로 평생 이성과 인연 없이 살아와서가 아니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총으로 충분해.’
FPS 게이머는 슬라임랜드에 있는 시설 가운데 하나인 「배틀로얄」의 비현실 모드에서 멋진 활약을 보이고 있었다.
특히 수중 전장에 자신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자신 있게 참가했다.
다른 사람들과 몰려다니기를 피하는 성격이기에 혼자서 돌아다니며 전투도 할 수 있는 탐험 루트를 선택했다.
빠르게 각종 퀘스트를 깨가며 누구보다도 먼저 해저에 들어왔다.
해저는 지상보다 한층 더 기술이 발전돼 있었다.
총기를 얻을 수 있었다.
주무기를 손에 넣은 FPS 게이머는 더 빠르게 업적을 쌓아갔다.
‘그리고 지금은 바쁘다고.’
얼마 전에 게이머는 어마어마한 정보를 얻었다.
-먼 옛날. 신들이 숨 쉬던 시절. 인류는 인간을 닮은 기계를 타고 괴수들과 싸웠다고 하네.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이런 정보를 줄 리가 없었다.
다양한 퀘스트를 깨며 정보를 모은 결과 점점 윤곽이 드러났다.
지금은 몸을 움직이면서 싸우는 일에 익숙해졌지만, 그래도 FPS 게이머는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가 편했다.
앉아서 싸우는 편이 훨씬 더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이곳에 있다는 인간형 로봇의 주력 무기는 총이었다.
이건 찾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
신혼부부 따위 알 바 아니었다.
이 FPS 게이머처럼 퀘스트를 외면한 사람은 많았다.
짝이 있는 자들을 돕고 싶지 않다는 질투심에서 비롯된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해저에 있으니까.
수면 위에서 비가 많이 오든 말든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차피 칠석이 지나면 비가 그치리라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
칠석이 지나도 비는 그치지 않게 계속 내렸다.
“잠깐! 여기 가속 해역 아니잖아! 으아아악!”
비가 많이 오자 해역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없다고요?”
“시설이 잠겨 더는 생산할 수 없게 됐네.”
마을 시설이 물에 잠겨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잠깐! 가격이 왜 이래!”
“싫으면 사지 마요. 다음에 왔을 때는 품절이겠지만요.”
물가가 치솟았다.
활동은 해저에서도 하더라도 육지에 거점을 두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거점마저 해저 도시에 마련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끝없이 내리는 비에 피해를 봤다.
그렇다고 해저에서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저게 왜 이곳에! 여기에는 원래 나타나지 않았었잖아!”
“저건 또 뭐고!”
거대 괴수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졌다.
거기에 새로운 강적들도 눈을 뜨고 활동하기 시작했다.
***
워터랜드 이벤트도 마지막 장에 들어갔네.
칠석 이벤트로 시작된 비.
그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기 전까지는 그치지 않는다.
하루만에 그치리라 생각한 사람들은 안 됐네.
설화를 배경으로 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 전개를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견우와 직녀를 만나게 하는 방법은 루트별로 준비해 놓았다.
전투 루트는 성공률이 낮고 후환이 생길 여지가 크다.
탐험 루트는 성공률이 중간 정도고 후환이 생길 여지는 중간.
무역 루트는 성공률이 높으며 후환이 생길 여지도 적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전투와 탐험 루트도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니 무역 루트만 설명하자면.
견우와 직녀를 찢어놓은 옥황상제를 찾아가 특산물로 환심을 사고 둘의 만남을 허락받는 거다.
공식적으로 허가받는 것인 만큼 후환이 생길 여지가 적다.
물론 옥황상제에게 욕이라도 박으면 끝장나는 거고.
헬 모드 시작이다.
무역 루트의 탑을 달리는 사람의 인품을 볼 때 머지않아 비는 그칠 거다.
이벤트에 이상은 없음.
내가 손을 댈 부분은 없다.
현재 연금센터에서 공돌이와 공순이가 하루 24시나 365일 을 찍어내고 있다.
내 아이들은 체격이 생산량 직결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극히 비효율적인 방식이다.
공순이나 공돌이도 마더처럼 커지면 현재와는 차원이 다른 양의 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런데도 둘을 회수하지 않고 거기에 둔 이유.
지금 당장 생산량을 극적으로 올릴 필요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하 2km 넘게 파고든 마더의 생산량은 전 세계에 을 공급하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이유는 한국 정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볼모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경호라고 배치된 사람들도 사실상 그 둘을 붙잡아 두는 간수들이고.
한국의 경제는 과 슬라임랜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 지하는 내가 점령해 버렸다.
한국 정부는 내 행동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조금은 안심하라고 공돌이와 공순이를 저들의 손에 쥐어준 거다.
공돌이와 공순이는 이 상황에 딱히 불만을 느끼지 않았다.
마더를 질투하는 일 없이 현재 할 수 있는 일을 처리하며 보냈다.
그리고 볼모라고 해도 아무런 의미도 없다.
둘은 언제든지 저 감옥을 뚫고 나올 수 있으니까.
그저 그럴 필요성이 없으니까 하지 않을 뿐.
그것도 슬슬 끝내야겠다.
조금 일손을 늘릴 필요성이 있으니까.
뭐, 둘 다 데려오겠다는 건 아니고.
공돌이랑 공순이. 어느 쪽이 올래?
공순이가 오겠다고?
알았어.
즉시 한국 정부와 연금센터에 공순이를 데려가겠다고 통보했다.
한국 정부와 연금센터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공순이를 내줬다.
S 등급 연금술사이자 정당한 권리자인 내가 데려가겠다는데 어쩔 건데?
공돌이가 둘이 하던 일을 혼자서 해낼 테니까 그걸로 만족하라고.
공순이를 이렇게 데려온 이유.
바다는 넓고 새로운 아이 뎁스가 혼자 처리하기는 어려우니까.
로드의 빈자리를 채우기에는 뎁스가 저장한 질량이 적다.
그래서 공순이를 불렀다.
공순이와 함께 일하면 로드가 뚫어놓은 터널을 머지않아 채울 수 있을 거다.
그리고 로드는 하늘로 올라가야지.
뎁스가 굳이 로드를 하늘로 올리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질량.
하늘을 향해 날려 보낸다는 표현은 반만 맞다.
마치 풍선 줄처럼 지상과 연결되는 길을 남길 거니까.
하늘과 지상을 잇는 길을 세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지.
수만 km의 상공을 향해 뻗어나가려면 그만한 질량이 필요하다.
뎁스가 그만한 질량을 쌓으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기다리느니 이미 해저를 탐색하며 방대한 질량을 쌓은 로드를 올려보내기로 한 거다.
그리고 ‘로드 투 스페이스’라는 표현도 멋지잖아?
지금 당장 올려보낼 생각은 아니다.
해저 던전 관련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올려보내야지.
타국이 내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필요한 일이니까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