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atron RAW novel - Chapter 39
00039 2-4. 천하지대본 =========================================================================
검은 마력의 날개를 펼치고 비행하자 순식간에 용마산 정상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어디보자, 여기라고 했는데?
좀 더 아래로 내려가 살펴보니 정상에서 서성이는 몬스터 셋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두 짐승과 닮은 몬스터다.
둘은 예티라고 불리는 거대한 괴물 원숭이, 나머지 하나는 웨어 타이거라고 하는 호랑이 인간이었다.
옳지, 이 녀석들 잘 걸렸다.
아직 다른 헌터는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날개가 있다는 건 이럴 때 좋구나. 실제로 날 수 있는 헌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특히나 나처럼 빠르게 날 수 있는 자는 더 귀하겠지.
현현을 한 나는 거칠 게 없었다.
저 예티는 방어막이 없는 7등급 몬스터, 호랑이 인간은 방어막을 지닌 6등급이다.
어차피 내 앞에서는 도긴개긴.
나는 자신감을 갖고 그들 앞에 착륙했다.
크르르릉!
갑자기 나타난 날 보더니 풀쩍 뛰며 놀라는 그들. 예티는 원숭이처럼 꽥꽥 소리를 질렀고, 호랑이 인간은 고양이처럼 펄쩍 뛰더니 자세를 낮춘다. 겉은 흉악한 몬스터들인데 놀라는 모습은 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해자를 도강해 왔는지 털이 다 젖어있었다. 대단하다 폭이 넓은데. 하긴, 생각해 보면 안 될 일도 아니었다. 이 인공 해자보다도 넓은 한강을 인간이 헤엄쳐 건널 수 있는데, 이들은 인간보다 몇 배나 억센 몬스터다. 폭 100미터 정도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겠지.
그래도 셋 다 수영 실력이 대단한 건 사실이었다.
크르릉!
몬스터들은 현현한 내게 쫄아서는 곧장 덤벼오지 못하고 주춤거린다. 그렇다고 도망도 못가고, 진퇴양난인 듯했다.
“착하다, 착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 곧장 방패를 꺼냈다. 그리고는 새로 얻은 신기술인 방패 튕기기를 사용했다.
부웅!
무서운 기세로 날아간 방패는 호랑이 인간의 무릎을 깨더니 튕겨 나와 곧 다른 예티 둘의 다리를 분질렀다.
쿠아앙! 카앙!
격통에 괴로워하며 쓰러지는 몬스터 셋.
나는 일부러 저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다리를 망가뜨렸다. 방패를 회수한 나는 곧장 몬스터 지배를 시전했다. 오늘 3번을 다 쓰긴 했지만 현현으로 인해 재충전된 상태였다.
총 3번을 그대로 다 쓰자 몬스터들의 표정이 몽롱해지더니 깨어났을 땐, 나를 친근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내게 다가오려다가 다친 다리 때문에 넘어져서 끙끙댔다.
이런, 고쳐줘야지.
나는 A등급으로 상승된 치료 능력을 써 셋을 말끔하게 고쳐냈다. 이 메타트론표 치료는 인간이나 천사에게 쓰면 해가 되지만 몬스터나, 그녀와 동류인 나는 치료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리가 치료되자 다들 우르르 몰려와서 친근감을 표한다. 이렇게 보니 다들 덩치가 우락부락하긴 해도 나쁘지 않은데.
호랑이 인간 녀석은 무척 잘 생겼다.
나는 허허 웃으며 호랑이 인간의 이마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와직.
헉…….
깨물렸다. 손을 내밀자마자 호랑이 인간이 자연스럽게 먹이를 먹듯이 물어버렸다. 아픔보다는 뜨겁고 축축한 느낌과, 꺼끌꺼끌한 호랑이 혓바닥이 더 신경쓰였다.
“너, 이 녀석!”
일갈하자 놀란 호랑이 인간이 입을 벌리더니 비굴하게 낑낑거린다. 아무래도 야생의 습성 때문에 물어버린 모양이었다. 역시 몬스터는 몬스터라 만지기는 무리였나?
화딱지가 나 이 녀석을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무식한 금수가 뭘 알겠냐 싶어 참았다. 손에서 피가 철철났지만 서서히 아물고 있었다.
크르릉, 크릉.
호랑이 인간은 미안한 듯 연신 굽실거리는 자세였고, 그 틈에 내 옆은 예티 둘이 차지했다. 그들은 내게, 자신들은 호랑이와 다르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충성심을 보이려고 하는 듯했다.
흠, 그건 그렇고 이번에는 숙련도가 안 올랐네? 그렇다는 건 헬카이트가 더 등급이 높은 몬스터란 소리다. 아직 새끼인데도 대단하구나.
“저쪽이다! 저 위에 있어!”
막 현현도 풀리고 돌아가려고 할 때쯤 아래쪽에서 소리가 났다.
내 옆에 있던 예티와 호랑이 인간은 잔뜩 경계심을 보이며 날 둘러싼다.
뭔가 했더니 도시의 헌터들이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이제야 도착한 것이었다. 이들의 도시 방어는 소속된 패밀리 천사의 뜻이기도 하지만, 본인들에겐 좋은 돈벌이었다.
사냥터가 아닌 비교적 안전한 신성지 안에서의 싸움이다.
게다가 동료들끼리 몰려다닐 수 있다. 하니 헌터들은 멧돼지 사냥을 즐기는 것처럼 몬스터를 잡으러 다녔다.
용마산으로 올라온 이들은 총 25명.
생각보다 많이도 왔다. 다들 별로 할 일이 없었나.
멀리서 올라오는 이들의 타이틀을 살펴 보았다.
딱봐도 고위 헌터는 하나도 없었다.
호오?
그런데 그 중에 눈에 띄는 타이틀이 하나 있었다.
[초보 테이머]였다.
나와 같은 지배 능력을 가진 모양이군.
“엇?”
“몬스터가?”
힘차게 올라오던 그들은 나와 몬스터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수근거린다. 그들에게 날 따로 소개할 것도 없었다. 아무도 가질 수 없는 유니크 타이틀 [메타트론의 화신]이 태양처럼 빛나는 위엄을 자랑하고 있었으니까.
“화신이다. 메타트론님의 화신이야. 자네는 처음보지?”
“말로만 듣던 그 사람? 와, 타이틀 핵간지.”
“그나저나 몬스터가 이미 다 길들여졌구먼!”
헌터는 길들여진 몬스터를 구분할 수 있었다. 헌터의 눈에만 은은하게 빛이 나 보인다. 이는 길들여진 몬스터를 착오로 죽이지 않게 하는 조치였다.
그런데 올라온 헌터 중 테이머가 놀라서 내게 다가온다.
“대단하시네요! 이들을 모두 한꺼번에 길들이신 거예요? 이건 말도 안 돼!”
내겐 평범한 일이었지만 일반적인 테이머가 보기에는 엽기적인가보다. 생각해보니 난 어쩌다가 우리나라 최고의 테이머가 되어있었지. 나는 물린 손을 뒤춤으로 감추고 허세를 부렸다.
“하하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저 잡몹 세 마리가 아냐?”
“허! 잡몹이라니요! 웨어 타이거는 방어막도 있는 몬스터잖아요. 게다가 이 테임 상태는 완벽! 저도 눈이 있으니 알 수 있거든요.”
들어보니 보통 이런 평범한 테이머는 8, 9등급 몬스터를 다루는 수준이라 했다. 정말 분발하면 7등급 예티 한 마리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다.
한데 나는 6등급 하나에 7등급 둘을 지배하고도 여유만만하니 눈앞의 테이머는 감탄을 금치 못한다.
“과연 메타트론님의 화신이시군요. 말로만 대단하다 들었습니다만, 직접보니 정말 놀라워요.”
“민망하니 칭찬은 그쯤 해둬.”
우리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자, 쫓아온 헌터들도 김이 샜는지 하나둘 산을 내려갔다.
“아까 하늘로 검은 게 뭔가 휙 지나가더니, 저 양반이었구먼.”
“나이도 아직 어려 보이는 데 대단하네. 하늘로 막 날아가면 어찌 당하겠는가. 가세.”
다들 그렇게 떠났는데, 테이머만은 내 곁에서 서성거렸다. 할 수 없이 같이 산을 내려갔다.
“이름이 뭐야?”
“임상필이에요. 23살이고, 라파엘 패밀리 소속이요.”
“그렇구나, 난 유제아야. 25살에, 알겠지만 메타트론 패밀리고.”
“처음으로 나타난 대천사의 화신이시죠.”
임상필의 말로는 요즘 화신이란 점 때문에 내가 연일 화제라고 한다.
“그래?”
“인터넷 잘 안 하세요? 형?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어, 돼. 맞아. 인터넷 거의 안하거든.”
“그렇구나. 요즘 엔젤릭패밀리넷에서 난리인데.”
엔젤릭패밀리넷이 뭐냐고 물어보니 헌터들이 모인 사이트란다. 거기가면 유용한 정보가 많다고.
인터넷을 거의 안 하니까 그런 것도 몰랐네.
“형 취미가 뭐예요? 인터넷 안 하면 온라인 게임도 잘 안 하겠네요?”
“응, 안 하는데. 취미는… 판타지 소설로 얼굴 가리고 자기?”
“네?”
임상필은 기괴한 걸 들었다는 표정이 되더니 곧 웃어버린다. 그냥 농담이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진짜인데. 꿈에서 금발거유 용족 히로인을 만나려면 그 방법 밖에는 없다고.
대체 가상현실은 언제 나오는 걸까?
아니, 필요 없을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현실이 더 판타지니까.
“형, 재밌으시네요.”
“네 나이에는 아무거나 들어도 웃긴 법이지.”
“우리 2살 차이예요, 형. 세대 차이를 느끼는 건 이상하다고요.”
상필이는 애가 싹싹하니 괜찮았다.
성격도 밝고 별고 꾸밈도 없다. 나는 10년간 사람을 본 안목으로 속이 시커먼 자는 금방 가려낸다. 상필이 이 녀석은 내 지배 능력에 감탄해서 뭐라도 배워볼까 알짱거리는 거다. 아니면 힘에 대한 순수한 동경이겠지.
이 바닥에서 이 정도면 아주 귀여운 수준이었다.
거의 때가 묻지 않은 느낌이랄까? 우리 팀 막내인 상식이랑 비슷하네.
“형,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지배력이 강하신 거예요?”
“메타트론님이 지배의 천사잖냐. 너 테이머에 올인할 거면 완전 잘못 들어갔다. 라파엘님이 아니라 메타트론님 밑으로 들어왔어야지.”
“뽑지도 않았잖아요.”
“하긴, 그건 그렇지.”
메타트론 패밀리는 들어오고 싶다고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니까.
“부럽냐?”
약간 뻐기며 묻자 상필이는 진짜 부럽다는 얼굴이었다.
“가뜩이나 테이머 재능이 없는 저라 더 그렇네요. 메타트론 패밀리의 헌터였으면 좀 나았을려나?”
“별로 재능이 없어?”
“네. 그런데도 할 수 있는 건 테이밍 밖에 없어서요.”
솔직히 방출 위기라고 덧붙인다. 방출이라… 그건 헌터에게 좀 잔인한 일이다.
대천사가 거둬서 부릴 수 있는 헌터의 수는 한계가 있다. 대천사 자체가 그들 힘의 근원이기에 그렇다. 보내줄 마력에는 제한이 있으니까.
보통 대천사면 수백 명의 헌터를 거느리는데 거기서 실력이 처지는 자는 새로운 인재가 나타나면 방출된다.
“저는 라파엘 패밀리인데, 서열이 뒤에서 2등이거든요. 하하하.”
멋쩍게 웃는 상필이.
“어지간히 못하는구나.”
“그러게요.”
얼굴에 그늘이 진 게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내가 뭘 해줄 수도 없고.
나는 갑자기 좀 궁급했다. 애 스테이터스가 어떤지 말이다. 그러나 남의 상태창을 볼 방법도 없고.
그러다가 한 가지 떠올렸다.
맞다. 진실의 시야. 방패에 있는 그 능력이라면 보게 해줄지도 모른다.
“크흠!”
괜히 헛기침을 한 나는 상필이에게 예티, 호랑이 인간을 만져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정말이요?”
역시 이 녀석은 테이머답게 몬스터가 좋은 듯했다.
“호랑이한테는 손 내밀지 말고.”
“에이 형도 참. 테이머가 그런 것도 모를까 봐요.”
미안하다, 나만 몰랐구나….
상필이는 아직 어린 티 팍팍내며 예티들과 즐거워한다. 지배되고 있는 예티는 사납지 않았기에 상필이랑 어울려준다. 서로 팔로 밀며 애들처럼 장난을 치고 있었다.
좋아 이 틈에 봐볼까?
방패를 슬쩍 꺼내서 진실의 시야를 발동했다. 빛을 예티만 보고 있는 상필이의 등 부분에 쏘아냈다.
그러자 상필이의 상태창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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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임상필(라파엘 패밀리의 권속).
나이: 23세.
클래스: 테이머(일반 클래스).
레벨: 5.
헌터 등급: 8등급.
클래스 특전: 몬스터 친화력, 지혜 보정.
#힘 10
#지능 21
#지혜 23
#민첩성 19
#건강 16
#의지 39
#카리스마 17
#행운 5
특수능력: 몬스터 지배(B등급, 사흘에 한 번), 몬스터 친화(C등급, 하루에 한 번), 몬스터 추적(C등급, 하루에 세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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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정말 평범하구나.
내걸 보다 보니까 같은 헌터(일단 나도 헌터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다)란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상필이 같은 게 나한테 덤비면 100명도 조각내 버릴 수 있을 듯했다. 너무나 애잔한 능력치로, 의지가 높은 거 하나만 볼만하다.
나름대로 의지는 강한지 8등급 헌터 주제에 39나 된다.
6등급 헌터의 의지가 40전후이니까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뭐, 이 정도인가.
어쩐지 혹했던 나는 관심을 끊으려는 데 한 가지 항목을 더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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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사항-전설의 테이머 자질. 잘못 선택한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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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게 뭐지?
상태창에는 이런 특이사항이 뜨지 않는다.
설마, 이 방패의 힘인가?
의아해 하면서도 나는 전설적 테이머의 자질이란 항목에 시선을 빼앗겼다. 거기에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
-히든 클래스인 전설의 테이머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호오?
일반 상태창만 봤으면 전혀 알 수 없었던 건데.
특이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잘못 선택한 패밀리란 항목의 세부 설명을 봤다.
-지배 능력을 주특기나 혹은 부특기로 가진 천사의 패밀리에서 그 능력이 개화합니다.
아니, 이게 웬 떡이야.
나는 결정했다. 이 녀석 어떻게든 라파엘 패밀리에서 빼와 유제아 패밀리… 아니, 메타트론 패밀리에 넣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