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 Practice Disciple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 [제63장] 혈우강시 3
“악 소저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찌 알겠소?”
자세를 바로 한 백리사초가 담담히 말했다.
일호 마신의 일장에 대여섯 걸음 물러났던 그는 잠시 비틀거렸지만 금세 평정을 찾은 듯했다.
‘일호 마신 저자의 장력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해볼 만하다.’
백리사초가 눈을 빛냈다.
그가 물러난 것은 신선호리병 안에 있는 악소소가 충격을 받을까 봐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이는 충격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었다.
일호 마신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주제 파악이 덜 되었군. 삼할의 공력이 담긴 장력에도 맥을 못 추는 놈이 배짱을 부리다니 어이가 없구나. 네까짓 놈을 처리하는데 내 손을 더럽힐 수야 없지. 백육 호, 백칠 호, 백팔 호 그대들이 저자를 제압하시오. 악가 계집의 행방을 알아야 하니 죽이지는 말고 사지는 잘라도 좋소.”
“알겠습니다. 팔이 아니라 다리를 잘라도 된다는 말씀이지요?”
백육 호 마신이 물었다.
일호 마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죽이지만 마시오.”
“알겠습니다.”
백육 호 마신이 고개를 숙인 후 백칠 호, 백팔 호 마신과 함께 백리사초를 근접거리에서 포위했다.
품자 형으로 에워싼 것인데 백리사초와의 거리가 삼장도 채 되지 않았다.
백육 호 마신이 말했다.
“네놈 정체가 무엇이냐? 조장 간수라고 우길 생각은 아니겠지?”
“조장 간수가 아닌 것은 맞소. 하지만 악 소저의 행방을 알아낼 수 없을 것이오.”
“악가 계집이 어디 있는지 정말 모르느냐? 아니면 알면서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것이냐?”
“후자요. 가르쳐줄 생각이 없어서 행방을 모른다고 한 것이오. 어차피 결과는 같은 게 아니겠소?”
“말장난을 하는 것이냐? 네놈이 그래도 제법 은신술의 경지가 높아 이렇게라도 대우해주는 것이다. 안 그랬으면 벌써 팔이나 다리 한쪽이 날아갔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악가 계집은 어디에 있느냐?”
“모르오. 알고 있더라도 가르쳐 줄 수 없소.”
“말로서는 안 되겠군.”
백육 호, 백칠 호, 백팔 호 마신 세 명이 일제히 양손을 들어 올렸다.
바로 그때였다.
옥장이 급히 소리쳤다.
“마신님들께 부탁이 있습니다. 저놈이 제 수하인 조장 간수를 죽인 것 같으니, 저희 선에서 처리하게 해주십시오. 그래야 나중에 수하들에게 할 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쓸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간수장. 자네가 직접 처리하게. 내가 보건대 저놈은 은잠술만 뛰어나지 기본 무공은 별것 없는 것 같네. 자네가 직접 놈을 제거해야 마제님께서 나중에라도 나와 자네에게 책임을 묻지 않으실 걸세.”
“명을 받들겠습니다.”
간수장이 기형도를 높이 들고 앞으로 나왔다.
백리사초를 포위했던 삼마신들이 못 이기는 척하며 뒤로 물러났다.
이는 아직 백리사초의 무공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으로, 이처럼 간수장이 먼저 백리사초의 실력을 평가해보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았다.
간수장이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한 가지만 묻겠다. 조장 간수는 어떻게 되었느냐? 네놈이 정말 죽였나?”
“그렇소. 내가 처리했소.”
“네놈이! 조장 간수는 내가 가장 아끼던 수하였다. 네놈을 죽여 조장 간수의 복수를 하겠다.”
“복수를 하겠다는 자가 아까는 살기를 띠고 석실 안으로 들어왔던 것이오? 귀하 같은 자와 더는 말을 섞고 싶지 않소.”
백리사초가 무명검을 빼 들었다.
간수장이 얼굴을 붉힌 채 기형도를 휘두른 것은 바로 그때였다.
백리사초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그의 공격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쐐애액.
간수장의 기형도가 기이한 각도로 목을 베기 직전, 백리사초의 무명검이 가볍게 움직였다.
순간 검기가 한 가닥 피어오르며 간수장의 목이 떨어졌다.
댕강.
“켁!”
듣기 거북한 비명과 함께 간수자의 머리가 지하 광장에 데굴데굴 굴렀다.
옥장이 소맷속에 감췄던 비수 두 자루를 백리사초에게 날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마신 급 고수로 평가받는 그의 기습 공격은 백팔마신들도 흠칫할 정도로 빠르고 위력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확실하게 백리사초를 제압하기 위해 강시마신 역시 지풍을 열 가닥 한꺼번에 날렸다.
바로 지풍의 최고봉이라는 십지풍이었다.
휙휙휙.
비수 두 자루와 열 개의 지풍.
각각 다른 방위에서 약간의 시차를 두고 가해지는 공격들.
그 위력이 일반적인 무림인들의 것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은 물론이었다.
한데 그게 정말 마지막이 아니었다.
뒤로 물러났던 백육 호, 백칠 호, 백팔 호 마신들이 일제히 장력을 날린 것이었다.
쏴아아.
옥장과 강시마신보다 늦게 날린 그들의 장력이 오히려 더 빨리 백리사초의 몸에 격중했다.
파파팡!
이에 뒤질세라 옥장이 날린 두 자루의 비수와 강시마신이 날린 지풍 열 가닥이 백리사초의 사혈에 격중했다.
꽈아앙.
그 모든 폭음이 하나로 합쳐 지하 광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리고 얼마 후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계 무사들과 마신들이 놀라서 보니 조금 전 공격을 가했던 옥장와 강시마신이 칠공에서 피를 흘린 채 즉사해 있고, 세 명의 마신들 역시 연신 비틀거리고 있지 않은가.
반면 백리사초는 무명검을 든 채 미동도 없었다.
하지만 지켜보던 마신들은 알 수 있었다.
백리사초가 마지막에 무명검을 비스듬히 한 차례 휘둘렀다는 것을.
바로 무명검법으로, 위기의 순간 과감하게 초식을 펼친 것이었다.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기억을 되찾으면서 추가로 얻었던 깨달음의 위력이 생각보다 대단하구나. 내가 나를 너무 과소평가했다.’
백리사초가 어깨를 펴고 백팔마신들을 쳐다봤다.
강시마신이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 수하들인 무사들은 비록 만 명이나 되는 숫자였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경계하는 것은 오직 백팔마신, 그리고 구천마녀였다.
구천마녀가 소리 내 웃었다.
“호호호! 제법이구나. 이제야 네놈의 정체를 알겠구나. 네놈은 바로 영웅맹 임시맹주 방랑객이 아니냐? 소림사를 떠나 모처에서 폐관 중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는데, 영웅맹 무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왔군.”
“그대의 추측이 맞소. 내가 바로 방랑객이오.”
백리사초가 우수로 얼굴을 문지르자 방랑객의 얼굴로 바뀌었다.
“역시 방랑객이 맞았구나. 안 그래도 네놈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잘 왔다. 우리 마신들의 합공을 한번 막아보거라.”
일호 마신이 우수를 높이 들었다.
그러자 백팔 마신들이 우수를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백팔 개의 장력이 하나로 뭉치면서 마치 해일처럼 백리사초를 향해 쏟아졌다.
쏴아아아.
너무나 거대한 장세였기에 백리사초가 차마 맞받아치지 못하고 대문 쪽으로 몸을 피했다.
꽈아아앙.
백리사초 뒤에 있던 지하 광장 벽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며 광장 전체가 흔들렸다.
“쥐새끼 같은 놈! 이번에는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일호 마신이 다른 마신들의 마기를 장심에 모아 백리사초를 향해 뿌렸다.
이른바 백팔마세(百八魔勢)라는 수법으로, 소문에 의하면 혈우마제를 위협할 수 있는 유일한 합공이라고 했다.
특히 이 백팔마세는 목표로 한 적에게 격중 될 때까지 마치 살아있는 듯 따라가는 특징이 있어, 아무리 고수라도 피할 수 없다고 전해졌다.
쏴아아아.
고막이 터질 것 같은 파공성에 지하 광장에 있던 마계 무사 일만여 명이 비틀거렸다.
백리사초가 이번에도 감히 맞부딪히지 못하고 옆으로 피했다.
이는 백팔마세의 위력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 파괴력이라면 신선호리병 속에 있는 악소소 역시 무사하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백팔마세 중 한 가닥이 대문에 부딪히며 육중했던 철문이 그대로 박살 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팔마세 기류는 방향을 바꿔가며 백리사초를 뒤쫓아갔다.
한데 그 속도가 조금 전보다 열 배는 빠르지 않은가.
원래 공격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느려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백팔마세의 경우는 완전히 거꾸로였다.
백리사초가 흠칫하며 순간적으로 갈등을 겪었다.
백팔마세와 한번 정면으로 부딪쳐보려는 생각과 파괴된 대문을 통해 빠져나가려는 생각이 충돌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일단 피신하는 것을 선택했다.
혼자라면 한번 맞서봤겠지만 역시 신선호리병 속에 있는 악소소 때문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로 다른 선택 수단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최악의 순간은 아니었다.
휙휙휙.
백리사초가 파괴된 대문 쪽으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무명검으로 그 주위 벽을 파괴했다.
콰콰쾅.
백리사초의 신형이 지하 광장에서 빠져나가는 동시에 대문 옆의 벽이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드러났던 통로가 순간적으로 다시 막혔다.
그때였다.
백팔마세가 그대로 막힌 벽을 강타하며 다시 통로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미 백리사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놈을 쫓아라!”
일호 마신의 명이 있자, 나머지 백팔마신과 구천마녀, 그리고 만여 마계 무사들이 일제히 백리사초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 *
‘맹주님께서 너무 늦게 오시는구나. 계획대로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임설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아직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하룻밤이 지나도록 백리사초가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백리사초를 믿고 기다릴 뿐이었다.
다행히 동굴 입구에 백리사초가 쳐둔 은폐진은 아직 견고했다.
마계에 출몰하는 마물과 요괴 몇 마리가 그 앞을 지나가긴 했으나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이는 은폐진의 특성상 바깥에서 동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계속 이곳에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안 되겠다. 혹시 상처를 입어 인근에 쓰러져 계실 수도 있으니 주위라도 살펴봐야겠다.’
임설이 동굴 바깥으로 조심스럽게 나왔다.
은폐진의 운용법은 백리사초가 떠나기 전 간단히 가르쳐줬기에 진을 깨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동굴 주위 십여 장을 살펴봐도 백리사초는 없었다.
오히려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마물과 요괴의 울음소리 같은 것이 그녀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하지만 성력을 지닌 그녀였다.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다만 비록 같은 마물과 요괴라도 신선계보다 이곳 마계에 살고 있는 것들이 더욱더 강력하므로 마음 놓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임설이 동굴 쪽으로 신형을 돌리려던 바로 그 순간.
옆에 있던 숲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와 그녀를 덮쳤다.
임설이 급히 보니 정체 모를 그것은 바로 도마뱀 형상을 한 마물이었다.
마계 도마뱀으로 불리는 놈은 그 길이만 십장이 넘었다.
두께는 악어보다 두 배는 두꺼웠으며, 무엇보다 긴 혓바닥에 극독이 묻어 있어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녹아내렸다.
“앗!”
임설이 급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마물 도마뱀의 혓바닥이 훨씬 빨랐다.
채찍 같은 혓바닥이 임설의 목을 휘감으려 할 바로 그때.
검광 한 가닥이 피어오르며 마물 도마뱀의 목이 잘렸다.
툭.
목을 잃은 마물 도마뱀이 바닥에 떨어진 채 파닥거렸다.
그때 다시 검광이 번쩍이더니 마물 도마뱀이 수천 조각 잘리며 완전히 죽어버렸다.
“임 소저. 다치지 않았소?”
담담한 목소리에 임설이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 백리사초가 서 있었다.
“맹주님. 돌아오셨군요.”
“그렇소. 어서 동굴 안으로 들어갑시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