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nt hua's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426
426화
일순간 수십 쌍의 눈동자가 제갈공을 향해서 굴러갔다.
창날과도 같이 매서운 시선이었다.
이곳에 모인 무림맹의 수뇌부들 모두가 천휘의 물음에 곧바로 반응한 것이다.
그들 또한 묻고 싶은 것이었다.
주천극과 제갈공.
둘은 수십 년 동안 무림맹의 영화(榮華)를 위해서 활약해 온 자들이었다.
뛰어난 실력으로 일구어 낸 협행들.
각각 무림맹주와 군사가 되기 한참 전부터 둘은 그 이름과 활약이 온 천하에 혁혁하게 퍼져 있는 상태였다.
괜히 세력도 없던 주천극이 무림맹주로 추대된 것이 아니었다.
제갈세가가 탈맹해서 비천회를 세웠음에도 제갈가의 사람인 제갈공이 군사가 된 것 역시 마찬가지.
능력이 있었고, 인정을 받았다.
아무리 구파일방이 서로 견제하느라 아무 세력이 없는 주천극을 밀었다지만, 당시에 반대하는 이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들은 분노했다.
그 능력을 인정하고 마음 한편으로는 경외하고 있던 주천극과 제갈공이 알고 보니 무림맹을 부수려는 간자(間者)였다니.
배신감이 들끓었다.
제갈공을 바라보는 그들의 안광이 형형히 빛났다.
서늘하고, 차가운 눈빛에선 드문드문 살기가 묻어났다.
어떤 이는 감정을 수습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예기를 발산할 정도였다.
그러나.
“전부라…….”
세차게 쏟아지는 매서운 눈길에도 제갈공은 무심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야기가 상당히 길어지겠군.”
그가 말과 함께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흑색과 백색이 묘하게 섞인 머리칼이 한 차례 흔들리며, 빛을 뿌렸다.
직후 그가 천휘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구천회는 알고 있나?”
“그 정도도 모를 것 같아?”
천휘가 한심하다는 듯이 되물었다.
하나 그런 천휘의 반응과 다르게 무림맹 수뇌부들 대부분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문을 표했다.
“구천회……?”
“회? 전번에 말했던 곳인가?”
처음 듣는 명칭에 머리를 굴렸다.
몇몇이 ‘회’라는 명칭에서 과거 제갈공이 무림맹의 세작을 언급할 때 말했던 것을 떠올릴 무렵.
“그럼 이야기하기 쉽겠군.”
제갈공이 말하며 눈을 반개했다.
직후 그는 주변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면면을 훑으면서 입을 달싹였다.
마치 선포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우리 둘은 구천회의 소속이라네.”
“……?”
대부분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구천회가 어떤 곳인지 명확히 모르기에 어떠한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타앗!
개방주가 돌연 땅을 박찼다.
개방의 보법, 연화락(蓮花落)을 펼쳐 낸 그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이내 제갈공 앞에 나타난 그는.
덥석!
앞섶을 잡아채며 제갈공의 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제갈공을 노려보는 그의 눈빛이 불꽃처럼 이글거리며 기세를 흘렸다.
“언제부터냐?”
그가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이를 어찌나 꽉 물었는지, 불뚝 튀어나온 입 부근의 근육이 우락부락해졌다.
“언제부터 구천회였던 것이냐!”
분노가 실린 일갈이 터져 나왔다.
지금 그는 솟구친 화를 억누를 수 없는 상태였다.
주천극과 제갈공을 의심할 때 혹시 구천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되도록 아니기를 바랐다.
그도 그럴 것이 사흑련과의 전쟁 당시 그들은 ‘회’의 세작을 찾아내기 위해서 협동했으며, 그렇게 찾은 세작은 심문한 뒤 힘줄을 끊어서 뇌옥에 가두기까지 했었다.
한데 그렇게 함께한 그가 구천회라는 것은…….
처음부터 모든 게 거짓이라는 뜻이었다.
“대답해라!”
개방주의 외침에 제갈공이 두 눈을 가라앉힌 채 입을 열었다.
차분하고, 평온한 목소리였다.
“처음부터입니다.”
“이놈!”
개방주가 왼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제갈공의 고개가 옆으로 홱 꺾이고, 입술이 터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개방주?”
지켜보던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개방주가 저렇게 화를 토하는 것은 그들조차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개방주는 주변 사람들이 놀라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갈공을 흔들었다.
“그렇다면 무고한 자를 회의 세작으로 몬 것이냐!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라 할 수 있는 게야!”
악을 쓰는 음성이 곳곳에 퍼졌다.
지켜보던 이들은 그제야 왜 개방주가 이토록 화를 내는지를 깨달았다.
“너 때문에 피해를 본 자가…….”
개방주가 다시 왼 주먹을 들 때.
턱.
손아귀가 날아와 손목을 낚아채고는 그의 행동을 막았다.
천휘였다.
“……무슨 짓이냐?”
“제대로 이야기도 듣지 못했는데, 말을 못 하게 할 작정이에요?”
천휘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직후 그는 우수를 나비의 날갯짓처럼 움직이더니, 제갈공의 앞섶을 잡고 있던 개방주의 손을 풀었다.
이화접목을 이용한 금나수였다.
제갈공이 살짝 휘청거리며 땅에 섰고, 그가 멀쩡한 걸 확인한 천휘가 개방주를 향해서 말했다.
“때릴 거면 나중에 다 말하고 난 뒤에 때려요. 그때는 말리지 않을 테니까.”
“…….”
개방주가 입술을 깨물며 침묵했다.
“아참, 그리고 아마 회의 세작이라고 잡힌 놈들은 무사할걸요. 아니면 정말로 구천회의 세작일지도 모르고.”
“뭐라고?”
개방주가 무슨 말이냐는 듯 볼 때.
스윽―
천휘는 개방주에게서 시선을 뗀 다음 제갈공을 주시하더니, 입을 뗐다.
“안 그래?”
“……무슨 말인가?”
“이미 다 들어서 알아.”
천휘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은은하게 흘러나온 공력이 그의 눈에 실리면서, 형형하게 빛을 뿜었다.
빛을 품은 눈동자가 깊고도 깊었다.
“구천회를 배신할 생각이었잖아.”
천휘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영롱한 기운이 깃든 미소였다.
“무슨 헛소리인지 모르…….”
“저놈이 다 밝혔어.”
천휘의 두 눈동자가 밑으로 떨어지며, 주천극이었던 사체를 담아냈다.
제갈공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주 짧은 찰나였다.
“어째서 그걸…….”
제갈공이 무어라 말하려 할 무렵.
“무슨 일입니까!”
“대주님!”
“장로님!”
곳곳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주천극과 천휘의 싸움이 끝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일까.
주변에서 싸움의 여파가 더 크게 퍼지지 않도록 지키고 진을 치던 무림맹의 무인들이 이제야 오기 시작한 것이다.
“……!”
몰려든 이들은 두 눈을 부릅떴다.
충격적인 광경이 보였기 때문이다.
무림맹주 주천극이 쓰러져 있었다.
그것도 복부가 깊이 갈라진 채였다.
“매, 맹주님?”
“이게 대체 무슨?!”
그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이미 모여든 무림맹의 수뇌부들을 봤다.
상황을 인지하기 어려웠다.
사실 처음부터 이해가 불가한 일들뿐이었다.
갑자기 정무각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싶더니, 무림맹주인 주천극과 매화신협 천휘가 싸우기까지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은 지금의 상황이 무엇 때문에,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아미타불.”
불호를 왼 원종대사가 다가오다 그대로 굳어 버린 무인들을 바라봤다.
복잡한 눈빛으로였다.
비단 그만이 아니었다.
수뇌부들 모두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행히 주천극을 쓰러트리긴 했으나, 이제부터의 일도 막막할 따름이었다.
이 상황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어떻게 이걸 공표해야 할지.
모든 것이 어지럽게 뒤엉킨 상황이었다.
그렇게 묘한 분위기가 흐를 때였다.
“그렇군.”
제갈공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 식으로 마무리할 셈이었나.”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 속닥인 제갈공이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아아! 아쉽도다!”
곧장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내공을 실어 내면서,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돌연 일어난 외침에 모두가 당황한 표정으로 군사를 바라봤다.
“응? 뭔 짓거리야?”
천휘가 미간을 찌푸리며, 보자.
씨익―
제갈공이 미소를 띠었다가, 빠르게 지웠다.
순식간이었다.
직후 그는 다시 한번 소리쳤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무림맹은 우리 구천회의 손에 들어왔을 터인데!”
“군사?”
“무슨 말이오?”
“구천회? 그건 또 무슨?”
급작스러운 말에 모두가 당황했다.
특히나 뒤늦게 달려온 무인들의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나 제갈공은 멈추지 않았다.
“매화신협이 우리의 원대한 계획을 부쉈구나!”
탄식을 터트린 그가 얼굴을 구기면서 천휘를 원수라도 보듯 노려봤다.
노골적인 적의를 담아낸 시선이었다.
한편 노려보는 제갈공과 시선을 마주한 천휘는 알아챌 수 있었다.
그것이 거짓된 모습이라는 것을.
“너?”
천휘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무슨 의도인지 읽어 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런 악독한 놈 같으니!”
마찬가지로 제갈공의 의도를 알아챈 개방주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이 악적을 포박하게!”
자신이 포박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모든 이들이 들을 수 있도록 외친 소리였다.
“악적?”
“군사가?”
아직 상황을 모르는 이들이 얼떨떨해하는 그때.
‘얼른.’
개방주가 현도에게 눈짓을 보냈다.
바로 그 순간.
파밧!
개방주의 눈짓이 뜻하는 바를 읽은 현도와 옆에 있던 사신대주 심조영이 발을 놀려서, 제갈공을 무릎 꿇리며 포박했다.
“고맙네.”
개방주는 둘에게 작은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내뱉은 뒤, 이어서 내공을 실어 소리쳤다.
“최근 나는 누군가에게 습격을 당해, 어제까지 혼수 상태에 빠졌었소!”
사자후가 곳곳에 퍼지고.
“혼수 상태?”
“설마 그래서 개방이 어수선했던 것이?”
사방에서 혼란이 일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잠깐. 그렇다면 설마 군사를 악적이라고 한 것은…….”
그자는 의심이 섞인 말은 차마 끝맺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이들은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개방주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모두가 예상하다시피 나를 습격한 범인은 이 둘이오!”
“…….”
소란이 일순간 깨끗이 사라졌다.
대신 적막이 깊게 드리워졌다.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에 누구 하나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나 적막은 오래가지 않았다.
개방주가 말을 덧붙인 것이다.
“이 둘은 무림맹을 부수기 위해서 숨어든 간자들이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의 다 성공했었거늘……!”
제갈공이 기다렸다는 듯 분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포박당한 그는 표독스럽게 눈을 부라리더니, 다시 한번 소리쳤다.
“하필이면 성수신의가 찾아올 줄이야!”
제갈공의 신의 언급에 모두가 눈을 부릅떴다.
모든 것이 차곡차곡 맞춰졌다.
어수선하던 개방의 분위기.
신의의 뜬금없는 방문.
그리고 오늘 벌어진 매화신협과 무림맹주의 싸움, 이어진 주천극의 사망.
마지막으로 포박당한 군사까지.
모든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다.
“저런 것이 군사였단 말인가!”
그제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이들이 분기 어린 외침을 터트렸다.
순식간에 무림맹이 시끄러워졌다.
바로 옆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
“무슨 꿍꿍이냐?”
개방주가 포박당한 제갈공을 복잡미묘한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뗐다.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는 작았다.
“친우의 뜻을 이었을 뿐입니다.”
“친우라면…….”
개방주가 뒷말을 흐릴 무렵.
스윽―
천휘가 무릎을 굽혀, 억지로 제갈공과 두 눈을 마주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눈빛으로.
“무슨 짓거리지?”
“자네에게는 좋은 일 아닌가.”
제갈공이 담담하게 말했다.
“난세에 영웅이 될 기회이니.”
“뭐? 영웅? 날 잘 모르나 본데.”
천휘가 입매를 차갑게 비틀었다.
“난 그딴 건 관심 없어.”
“그렇군.”
불현듯 제갈공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삽시간이었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영웅은 되고 싶다고 되는 것이 아니며, 되기 싫다고 되지 않는 것도 아니네.”
제갈공이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
“하늘이 정해 준 천명(天命)이지.”
바로 그 순간.
“와아아아아아!”
“매화신협이 악적을 물리쳤도다!”
환호 소리와 더불어서 천휘의 별호, 매화신협을 부르짖는 소리가 무림맹 곳곳에서 해일처럼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