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chkin after returning hom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너 내 동료가 돼라
각성자들은 말한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그곳은 누가 뭐라 해도 게이트라고.
그 말에는 진우 또한 100% 공감했다.
사냥에 성공만 하면 다양한 부산물을 얻을 수 있는 몬스터도 그렇지만, 역시 최고로 치는 것은 역시나 자생하고 있는 식생의 군락지다.
“허어, 이거 완전 대박이잖아?”
사방에 퍼져 있는 폭발 화염초들의 모습.
첫 군락지 때와는 달리 다른 식생은 전혀 없이 폭발 화염초들 뿐만 즐비한 생태.
그러나 다른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꾸루위이익.”
진우의 목소리에 반응을 한 것일까?
아니면 기척에 반응을 한 것일까?
옆에서 들려오는 서슬 퍼런 멧돼지의 울음소리.
물론 그와 동시에 다가오는 멧돼지의 움직임은 굳이 소리가 아니더라도 기척으로 진즉에 눈치챈 상태다.
그럼에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
그것은 진우가 보유한 특성인 ‘숲의 주인’ 덕분이다.
* 숲의 주인 : 정복한 숲을 자신의 소유로 삼습니다. 그곳에 서식 중인 개체는 당신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적대하지 않습니다.
진우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적대’하지 않는다는 옵션.
이 효과 덕분에 그는 지나가는 길에 마주한 칼날엄니 멧돼지들과 투덕거릴 필요 없이 수월하게 지나쳐왔다.
그 자리에서 사냥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진우로서는 ‘군락지’가 우선이었으니까.
허나 그 개체가 평범한 ‘칼날엄니 멧돼지’가 아닌.
보스 몬스터라면 어떠할까?
칼날서슬깃.
칼날엄니 숲의 대표적인 보스 몬스터.
물론 그러한 놈이 공격한다고 해서 딱히 겁나지는 않는다.
진우는 이미 칼날서슬깃을 잡아먹었던 스바프니르를 죽인 입장.
다만,
“……이게 칼날서슬깃이라고?”
“꾸위이이익(인간은 무례하군. 짐은 서슬깃이 아니다. 칼날의 수호자, 굴린 님이시다.)”
“그건 말 안 해도 알 것 같은데요?”
[칼날 수호자 굴린]눈앞에 존재하는 칼날서슬깃보다도 더욱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멧돼지.
녀석은 고유라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흔히 네임드 몬스터로 취급받는 돌연변이 개체였다.
* * *
등장하는 이유부터 시기 등.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게이트.
지금 이 순간에도 각국의 나라에서는 게이트에 대해서 파헤치고자 힘쓰고 있다.
실제 대학교 학과 중 ‘게이트 연구학’이 있을 정도이니 오죽할까?
아무튼 간에.
다양한 환경 속에 서식하는 몬스터나 식생들의 존재도 그렇지만 사냥을 나선 각성자들이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은 1순위.
그건 바로 나쁜 마음을 먹은 같은 인간이지만 그다음으로 따라오는 것이 눈앞의 굴린과 같은 네임드 몬스터다.
일종의 돌연변이로서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탄생의 이유를 할 수 없는 개체.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각성자들이 가장 마주치고 싶어 하는 1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공동 차지를 하고 있는 것이 네임드 몬스터이기도 하다.
쉽게 볼 수 없는 개체인 만큼 일단 사냥에 성공만 하면 얻을 수 있는 희귀한 부산물들.
자본주의사회에 있어서 돈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한 일.
그래도 한가지 다행이라면 돌연변이라고 해도 엄연히 ‘칼날엄니 숲’에 소속된 몬스터인 덕분인지 진우가 먼저 공격을 가하지 않는 이상 적대적인 분위기로 변질될 일은 없다는 거다.
“꾸위이이익. 꾸윅(뭘 그렇게 유심히 보나. 나의 아이들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동안 큰 개체만 봤지. 새끼는 처음 보거든요.”
굴린의 품속에서 젖을 물고 있는 새끼 칼날엄니 멧돼지들.
다 큰 모습은 흉포하기 그지없으나 젖먹이의 모습은 참으로 앙증맞다.
역시 몬스터라고는 해도 포유류는 포유류.
새끼일 때의 귀여움은 못 참지, 암.
“꾸윅(웃기는군. 인간은 아이들을 사냥하면서 말이다?)”
“그거야 피차 마찬가지이지 않을까요?”
정글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약육강식의 법칙.
애석하게도 야생 속에서 약하다는 것은 죄는 아니나 그로 인해 맞이하는 죽음은 어쩔 수 없다.
진우도 짐꾼 중에서는 운이 좋은 편에 속했던 것이지, 실제 몬스터와의 전투 중에 죽고 먹히는 인간들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달리 굴린의 표정은 풀리질 않았다.
“꾸, 꾸우위익(절대 똑같지 않다. 너희는 침입자에 불과하니.)”
게이트에 살아가고 있는 개체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진우는 이방인.
그것도 침략자라는 느낌이랄까?
진우를 향한 ‘적대’는 아니더라도 ‘인간’을 향한 증오가 느껴지는 시선.
그러나 진우도 반박할 거리는 있다.
“숫자를 줄이지 않으면 그쪽이 바깥으로 쏟아져 나오는 걸 어쩌겠어요?”
원하든 원치 않든 게이트는 꾸준한 사냥을 필수로 요구한다.
오랜 시간의 방치로 인한 결과물을 인간은 이미 앞선 사례를 통해 겪어 왔다.
게이트에 서식하는 몬스터 숫자가 일정 수치,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발생하는 몬스터 웨이브.
결국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꾸준히 청소를 해 줘야 하는 것이 게이트인 셈.
다만 진우의 말에 무언가 억울했는지 굴린은 인상을 찌푸린다.
“꾸윅(그건 우리들의 의지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에 의해 발생한 것일 뿐.)”
“네? 그건 또 무슨 소리죠?”
“꾸위익(알아들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아직 자격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것일 테니 설명해 봤자 무의미하겠지. 그러나 우리 칼날엄니들 만큼은 침략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알아 달라는 거다.)”
꽤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노이즈가 섞인 단어.
어? 여기에도 무언가 사정이 있다고?
그렇다면 몬스터 중에서도 일부분.
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고 싶지 않았다는 소리일 텐데? 알려 줘요, 대지모신 님!
그러나 안타깝게도 들려오는 답변엔 해답이 없었다.
[좀 더 격을 쌓아 올려야 알 수 있는 것도 있다. 선지자여.]간만에 들어 본 대지모신 님의 목소리였으나 그 역시 이 부분은 답변해 주지 않았다.
하긴, 대지모신 님의 힌트도 절대적으로 만능일 수는 없겠지.
그나마 하나 중요한 사실이라면 게이트의 폭주를 원하지 않는 몬스터도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그렇다 한들 진우.
일개 개인에 불과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다.
지금에 와서 ‘이러이러한 이유로 몬스터를 사냥하면 안 된다! 그중에도 몬스터 웨이브를 원치 않는 경우가 있다!’라고 소리쳐 봐야 미친놈 취급밖에 더 받을까?
전성에게 도움을 구한다 한들 자칫 회사의 이미지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일.
허나,
“……아니지, 아니야.”
드루이드로 각성하면서 진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바뀌었다.
더 이상은 짐꾼의 삶이 아닌.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농부이자 드루이드로 사는 삶.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지.
진우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굴린, 저랑 손을 잡아 보실 생각 있으세요?”
“꾸윅(손을 잡는다니. 그건 무슨 의미이지?)”
“말 그대로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동맹을 맺자는 거죠.”
“꾸윅?(……그게 무슨?)”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그것은 칼날엄니의 지배자가 될.
굴린을 동료로 삼는 것이었고,
“꾸윅(내가 본 인간 중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의 괴짜로군.)”
“칭찬으로 들을게요.”
내민 진우의 손에 답하기라도 하듯.
맞부딪치는 굴린의 다리.
몬스터와의 동맹.
이것이 정답일지 아닐지는 모르더라도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칼날엄니의 친구’] [신용도가 3 상승합니다.]3신용도와 더불어서 칼날엄니 숲에서의 활동에 도움이 될 지배자와의 동맹.
이것만으로도 진우가 손해 볼 것은 단 1%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 * *
칼날엄니와의 동맹이 맺어진 이후.
칼날엄니 숲에서의 진우의 활동은 더욱 수월해졌다.
“꾸웨에엑!”
“꾸윅, 뀌이이이익!”
일단 칼날엄니 멧돼지들도 엄연히 ‘멧돼지’에 속하는 종족인 탓일까?
시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웬만한 초식동물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발달한 녀석들의 후각.
덕분에 진우는 칼날엄니 숲에서만 무려 2개나 되는 군락지를 추가로 발견했다.
하나같이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
뭐, 애초에 인간의 눈에 띄었다면 제대로 남아난 게 없었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이곳 칼날엄니 숲에서 진우가 돌보는 군락지만 해도 자그마치 4개.
땅의 크기와 범위로는 그다지 크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우선은 쉽게 볼 수 없는 식생을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점이나 ‘자연이 그대를 돌보리라’의 특성으로 한층 더 강화시켜서 수확이 가능하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일 터.
하기사 평범한 감자도 아이템화되는 마당에 본래 아이템이었던 식생이 강화되었으니 오죽할까?
그와 더불어서,
“꾸위익.(호오, 화염초에게서 열매를 맺게 만드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군.)”
약초학 드루이드.
펠기르브 선생님께서 남겨 주신 공략집 덕분에 요긴하게 배운 내용을 통해서 기존의 이들과는 다른.
자연의 수확물을 추가로 얻기까지.
“이래 보여도 농부거든.”
“꾸윅?(농부가 뭐지? 먹는 건가?)”
“…….”
물론 동맹 관계가 되었다 해도 굴린, 칼날엄니 멧돼지와는 서로 모르는 것이 많았지만 이 부분이야 서로 필요한 것만 알아 가면 그만이니 그리 상관은 없을 거다.
그건 그렇고,
꾸위이익!
꾸윅!
언제봐도 귀여운 새끼 포유류.
응애는 언제나 옳은 법.
애교도 상당한 칼날엄니의 아기 멧돼지들.
조그마한 줄무늬가 새겨진 갈색빛의 가죽은 새끼 멧돼지의 모습을 빼다 박았지만 그래도 몬스터는 몬스터라고.
‘칼날엄니’라는 이름처럼 칼날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송곳니는 어린 시절에도 존재한다.
뭣도 모르는 일반인이 다가갔다가는 큰일이 날 수도 있을 터.
뭐, 각성자.
그것도 유독 체력 쪽으로 치중된 데다가 옷 안쪽에 신화 등급의 방어구를 착용한 진우에게는 닿는다 한들 그다지 타격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칼날엄니 멧돼지의 매력은 발달된 후각과 응애 특유의 귀여움만이 전부가 아니었으니,
뿌직- 뿌지직-
일단은 ‘돼지’.
아무거나 잘 먹는 잡식성인데다가 먹는 양이 상당한 만큼 그에 걸맞게 싸는 양도 적지 않다.
물론 전설 등급의 지렁이.
지룡의 분변토처럼 아이템화될 정도의 효과를 지닌 배설물은 아니지만, 질이 약한 대신에 양으로 충족시킨 느낌.
“칼날엄니가 숲을 이루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겠어.”
많이 먹어서 숲에게 보답을 해 주는 칼날엄니 멧돼지들과의 공생 관계라고나 할까?
아마 지금 와서 생각했던 것 중 하나로는 군락지의 형성에도 알게 모르게 멧돼지들의 도움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뭐, 그건 그렇고.
“꾸웩(그래서 이제부터 뭘 어쩔 셈이지?)”
업적으로는 ‘친구’이지만 사실상 동맹 관계.
굴린은 당장 사람의 침입을 막고자 희망했다.
“꾸윅(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서로의 오해는 빠르게 해결할수록 좋으니까.)”
하긴, 지금 이 순간에도 칼날엄니 숲으로 들어오는 헌터는 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죽어 나가는 멧돼지들도 많겠지.
마찬가지로 사냥에 실패해서 되려 멧돼지의 먹이가 되는 헌터도 있겠고.
어차피 숲에 먹을 것이 풍부한 굴린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각성자의 방문은 불청객밖에 되지 않을 터.
그렇다면 해답은 간단한 것 아니겠는가?
“게이트의 문을 닫아 버려야지.”
지구와 연결된.
칼날엄니 숲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완전히 막아 버리는 것.
특정한 경우를 제외하고 헌터들에게는 거의 금기시 되다시피 하는 일 중 하나.
바로 게이트에 자리 잡은 내부의 핵을 파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