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Exclusive Tower Guide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게이트가 폭주했어!”
“이게 말이 돼? 이미 한 번 폭주한 게이트잖아!”
순조롭게 공략이 진행되던 결계의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파바바밧-
게이트는 거대한 스파크를 뿜어내며, 두 배는 더 커진 상태.
헌터들이 동요를 일으키는 건 당연한 일이다.
두 번의 폭주라는 사상 초유의 현장을 눈앞에서 경험하는 순간이니까.
그나마 안도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저 게이트 홀이 새로운 몬스터를 뿜어내지는 않는다는 것.
게이트 폭주는 단 한 마리의 오우거 로드만을 진화시켰을 뿐이며, 그 한 마리는 그믐달 길드 쪽에서 맡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상 각 팀들이 맡고 있는 몬스터의 전력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셈이다.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생각을 다들 갖고 있진 않을까?
“모두 진정해! 지금까지 하던 대로만 하면 돼!”
지금 다급한 것은 그믐달뿐이었다.
오우거 로드의 트윈 헤드로의 진화.
순식간에 로드의 전투력은 두 배가 되어 버렸다.
주변의 오우거들 역시 버프를 받은 모양인지 미쳐 날뛰며 흉포한 괴성을 지른다.
크아아아아!
“겁먹지 마! 그래 봤자 오우거일 뿐이야!”
그믐달의 팀장 네파는 다급하게 팀원들을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그래 봤자 행복회로일 뿐이다.
다들 온몸으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눈앞의 괴물들, 갑자기 상대하기가 훨씬 더 까다로워졌다는 것을.
물론 네파의 표정 역시 좋지 않았다.
그는 지금 이 순간 트윈 헤드의 포스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고 있을 테니까.
“후우!”
네파는 심호흡을 한번 내뱉고는 양손에 하나씩 든 검을 고쳐 세웠다.
그리고는 로드를 향해 돌진한다.
무언가 각오를 단단히 한 느낌이다.
‘최대한 빨리 상황을 반전시키고 싶은 것이겠지.’
용기 하나는 인정해 줄 만하다.
팀장으로서 전사의 심장을 보여, 팀 스피릿을 높이려는 의도.
하지만 혼자서는 절대 무리이며 이러한 만용은 언제나 패착일 뿐이다.
퍼어어어억!
상대의 무리한 공격을 그냥 넘길 트윈 헤드가 아니었다.
공중에 몸을 띄운 네파는 철퇴로 한쪽 팔을 얻어맞고는 검을 떨어뜨렸다.
“팀장님!”
“시발! 괜찮아! 검 하나 더 있잖아!”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왼쪽 팔의 근육은 완전히 파열되었을 테고, 자세도 뭔가 어색하다.
나는 예의상 네파를 향해 외쳤다.
“대기조! 출전 대기 중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예의상.
좋은 대답이 돌아올 리가 없다.
“닥치고 계속 대기해!”
예상했던 반응이기에 전혀 놀랍지 않다.
난 씨익 웃으며 로이드와 김세용에게 물었다.
“얼마나 갈 거 같아?”
“이봐 팀장님, 지금 웃음이 나와?”
로이드는 여전히 다큐 모드였고,
“뭐, 한 명 뒈져 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김세용이 정확하게 보고 있었다.
네파 놈은 순순히 우리 팀의 출격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별 도움도 되지 않을 우리 팀을 투명인간 취급하기로 결심했으니까.
희생자가 나오는 건 바라지 않는 일이지만, 배제할 수도 없는 시나리오.
그래도 분명 기회는 온다.
네파의 전투력이 확 깎여 버리니 전력 차는 더 급하게 기울어져 버렸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빠를 수 있다.
퍼어억!
“럭스!!”
이번엔 그믐달의 팀원 한 명이 당하고 말았다.
철퇴에 머리를 맞고 쓰러진 것.
죽진 않았지만, 완전히 정신을 잃으며 전력에서 이탈해 버렸다.
그믐달의 전력은 급속도로 약화되고 있는 중이다.
“젠장!”
그믐달이 이 위기를 돌파해 낼 만한 구멍은 보이지 않았다.
특히 네파는 한쪽 팔을 다친 후 마력의 운용이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다.
초조해지다 보니 동작들은 더욱 무리수가 되어 가고 있으며, 큰 거 한 방만 얻어걸리길 기대하는 느낌.
하지만 그런 요행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당장 큰 거 한 방을 맞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대기조 팀장 이호영! 출격 대기 중입니다!”
“시발!”
이번에도 역시 같은 반응.
네파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그리고 결계 내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심사관들에 의해 관찰되고 기록되어 진다.
어느 순간 네파도 아차 싶은 순간이 올 것이다.
대기조를 계속 대기만 시킬 명분은 이미 사라졌으니까.
‘고집 한번 더럽게 세네.’
나는 로이드와 김세용에게 눈짓을 보냈다.
아직 출격 명령은 떨어지지 않고 있으나, 이제 슬슬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건 자명했다.
퍼어어억!
이번에도 그믐달 헌터 한 명이 공격을 허용하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피를 토하며 호흡이 거칠어지는 것이 위급해 보인다.
전력 이탈자가 계속 생겨나며 그믐달 길드는 점점 추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이 되면 돌이킬 수도 없게 된다.
“네파 팀장님! 이대로는 위험합니다!”
“아쉬운 대로 대기조와 연합하면서, 다른 팀의 지원을 기다리시는 것이!”
“대기조 팀장 이호영! 출격 대기 중입니다!”
“시발!”
그렇게 출격 명령이 떨어진 순간이었다.
* * *
사실 네파도 큰 기대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대기조라고 해 봐야 고작 세 명이고, 이제 막 헌터가 된 애송이들이니까.
비록 나에 대한 소문이 떠들썩하긴 했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이며 인정하고 싶지도 않았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제대로 보여 줄 생각이었다.
붉은 늑대들이 어떤 대어를 낚게 되었는지를
타아아앙!!
홍염의 불도깨비가 불을 뿜었다.
역시 선빵은 총이 제격.
탄환이 날아간 곳은 트윈 헤드의 목이었다.
크아아아앙!
타격은 있었겠지만, 역시 총으로 저놈의 모가지를 어찌해 보는 것은 어려운 일.
애당초 선빵은 분위기 전환용이었다.
트윈 헤드는 나를 발견하고는 쿵쾅거리며 달려왔다.
피융-
피융-
피융-
김세용은 거침없이 권풍을 쏘아 댔고,
로이드는 나와 함께 두 갈래로 벌어져 달리기 시작했다.
타깃은 각각 대가리 하나씩.
물론 둘 다 베어 내는 것은 무리다.
로이드는 시선 끌기 용이고, 진짜 승부수는 내 쪽에서 띄울 생각이다.
비록 로이드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휘이이이잉-
철퇴는 폭력적인 굉음을 내며 우리를 향해 쏘아져 왔다.
지극히 단순한 공격이지만, 다들 알고도 당할 만큼 빠르고 파괴적인 위력이 전해져 왔다.
그래도 미친 듯이 퍼부은 김세용의 권풍 때문인지 철퇴의 궤적은 살짝 어설펐으며, 나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서어억!
트윈 헤드를 지나친 허공에는 선혈이 튄다.
엘리시온이 녀석의 한쪽 모가지를 살짝 베어 낸 것.
목에 생채기가 난 하나의 대가리는 미친 듯이 발광을 했다.
‘아쉽군. 좀 더 깊게 베었어야 했는데.’
스쳐 지나가면서 잠깐 느껴 본 트윈 헤드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직은 나 혼자 잡을 수 있는 급이 아니다.
“호영이 형! 계속 몰아붙여!”
그런데 이 순간에도 김세용은 미친 듯이 권풍을 쏘아 댔다.
아무리 마력 보상을 넉넉하게 받은 김세용이라 해도, 이런 페이스면 두어 마리 잡기도 전에 마력은 바닥난다.
‘그렇게 생각 없는 놈은 아닐 텐데. 혹시?’
그렇다면 27층의 군주로부터 무언가 메시지를 받는 게 분명하다.
이를테면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마력의 회복을 약속받았다든지.
진짜 여기선 얼굴이 벼슬이다.
어쨌든, 이런 식이라면 트윈 헤드를 잡는 일은 좀 더 수월해진다.
나와 로이드는 다시 뒤를 돌아 트윈 헤드를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예상치 못한 지원사격.
휘이잉!
네파는 자신의 검 하나를 트윈 헤드를 향해 집어 던졌다.
상당한 마력을 머금은 한 자루의 검은 트윈 헤드의 발목을 긁어 놓았고, 양 갈래로 접근하던 로이드와 나는 각각의 대가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스으윽-
스으으윽-
로이드의 정제된 검술은 철퇴와 부딪히며 팔을 묶어 놓았고,
서걱!
나의 엘리시온은 전광석화의 빠르기로 모가지 하나를 베어 내는 데 성공했다.
크아아아아아!
나머지 대가리 하나는 고통과 분노의 괴성을 내질렀다.
물론 울부짖는 포스부터가 방금 전과 비교한다면 한참 떨어진다.
원 헤드는 그냥 평범한 오우거 로드일 뿐이니까.
“대…… 대기조가 해냈다!!”
“이제 희망이 보여!”
주변에 있던 일반 오우거들은 버프가 사라지며, 전력이 팍 꺾여 버리고 말았다.
반면 그믐달 길드의 사기는 순간 반등하는 모습.
“호영이 형!”
“권풍이나 계속 쏴!”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머리 하나만 잃었을 뿐, 오우거 로드는 여전히 우리 앞에서 무지막지한 철퇴를 휘두르려 하고 있으니까.
휘이이이잉-
로드가 내지르는 가공할 위력의 공격.
이어야 하겠지만 참 신기한 일이다.
트윈 헤드를 보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 그다지 위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서걱-
나는 나머지 남은 모가지 하나도 베어 냈다.
스스로도 놀랐다.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 버릴 줄은 몰랐으니까.
‘성장했다.’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내 무영추혼검의 경지는 다시 한 단계 도약했음을.
* * *
어딘가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공략집이 언질을 한 것처럼 하나가 죽으니, 또 한 번의 진화가 있었다.
“뭐야!”
“한 번으로 끝난 게 아니었어?”
오우거 로드의 트윈 헤드로의 진화.
놀랄 일이겠지만 앞으로 열네 번이나 더 남아 있다.
이번엔 워리어 길드 쪽이다.
“저희 대기조, 저쪽으로 출동하겠습니다.”
나는 힘 빠진 네파를 향해 승인을 요구했다.
그믐달 쪽도 여전히 일반 오우거들과 교전 중이나, 로드가 없는 상황이니 우리가 떠난다 해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한쪽 팔을 잃은 네파는 묵묵히 오우거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중.
분명 내 이야기를 들었을 텐데, 대답이 없다.
“말씀이 없으시니 승인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시발.”
매가리가 없는 시발인 걸 보니 승인이 맞다.
“감사합니다.”
네파로선 나를 막을 명분이 없다.
우리 팀은 대기조로서의 임무를 200퍼센트 완수해 냈으니까.
행여, 여기서 꼬장을 부리면 그땐 그믐달 길드에 막대한 위해를 끼치게 된다.
결계 밖에는 지켜보는 눈이 너무 많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만에 하나, 또다시 트윈 헤드로 진화하는 돌연변이가 나오면 승인 없이 바로 출격 지원 들어가겠습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원정 대장님의 승인을 기다리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니까요.”
사실 상황이 이쯤 되면 나의 자율적인 판단도 충분히 명분을 얻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 두는 편이 뒤끝 없이 좋을 것이다.
“……시발.”
“감사합니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우리 팀은 그믐달 길드를 뒤로한 채, 또다시 지원사격을 위해 달렸다.
세용이 녀석의 상태창을 보니, 역시 마력은 풀 충전.
“호영이 형, 아까처럼 하면 되는 거지?”
“그래.”
마음이 한결 가볍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것. 앞으로 열다섯 번만 더 겪으면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우린 더욱 능숙해질 것이고.
“이봐, 팀장님. 어쩌면 우리 팀, 계속 존속할 수 있는 건가?”
“말했잖아. 팀장으로서 약속하겠다고.”
내 자신감에, 오늘 온종일 딱딱하게 굳어 있던 로이드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놈의 잘생김이 빛을 발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달리면서 휘날리는 녀석의 붉은 머리는 언제 보아도 화보 같다.
“그렇지만 로이드. 갑자기 긴장을 푸는 것은 곤란하다.”
“뭐?”
“항상 긴장 상태를 유지하라는 거야. 벌써 마음으로는 다 이겼지? 정신 차려!”
“뭐야. 왜 급발진하고 난리야.”
한껏 찌푸려지는 녀석의 미간.
확실히 효과가 있다.
나는 달리는 속도를 높이며, 인벤토리에서 다시 홍염의 불도깨비를 꺼냈다.
타깃은 트윈 헤드의 중 하나의 대가리.
타아아아앙!
총구가 불을 뿜었다.
– 171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