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Ruined Academy Life RAW novel - Chapter (199)
아카데미가 망했다 199화
아몬은 복귀하자마자 한달음에 아모니스 아카데미로 달려갔다.
이 각박하고 더러운 세상에서 자신에게 유일한 오아시스가 되어 주는 학생들을 꽤 오래 보지 못했더니 몸에 가시가 돋을 지경이었다.
그는 볼타르 왕국의 도시에서 수령해 온 포상금으로 구매한 간식과 선물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당당하게 아모니스 아카데미의 정문으로 향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왔단다!’
나를 보고 기뻐하렴!
간식과 선물을 보지 말고 ‘나’를 보고 기뻐해 다오!
싱글벙글 웃으며 정문으로 걸어가는 아몬의 얼굴은 걸음걸음마다 점점 굳어 가고 있었다.
‘이, 이건…….’
데자뷰인가?
왜 정문이 철통처럼 잠겨 있지?
선물을 한 아름 안고 있던 아몬의 팔다리가 사시나무 떨리듯 파들파들 경련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몬이 다가가자 정문 안쪽에서 라인벨트가 고개를 쑥 내밀었다.
“오! 아몬, 드디어 돌아왔구나!”
반색하는 그를 본 아몬이 눈가를 파르르 떨며 말했다.
“예, 이제 막 복귀한 참입니다.”
“그래그래. 다들 자네만 기다리고 있었다네.”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고요?”
아몬의 뺨이 씰룩거렸다.
“하.하.하. 다들 저를 기다리고 있었군요.”
“허허, 그래. 어서 들어오게.”
“하.하.하. 다들 왜 저를 그렇게 기다리고 계셨을까? 혹시 제 복귀 축하 파티라도 준비했나 보죠?”
아몬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자 라인벨트가 정문을 열며 웃었다.
“허허허!”
“하.하.하.하!”
“이 시국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겐가? 마왕 조나난의 침공할 시기가 특정됐다네. 저스티시엘 님도, 카셀라그 님도 이곳에 이미 도착해 계신다네.”
“컥……!”
아몬이 턱 막혀 오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어째서 불길한 예감은 항상 백발백중이란 말인가!
“게다가 마왕 조나난과의 전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우리 제국 4대 기사 전원에게 군사권 전권이 위임되었다네. 지금 우리가 제국군의 총사령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악, 아아악……!”
“게다가 이번 전쟁의 주요 동맹국들의 수뇌가 전원 집합했다네. 지금 아모니스 아카데미는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어!”
“아아악……!”
이곳은 지옥의 마굴과도 다름없는 곳이었지만, 학생들이 있었기에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주고 있었는데 미개하고 천박한 전쟁의 온상지가 되다니!
오아시스가 한순간에 전장의 한복판이 돼 버리자 아몬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 하, 학생들은요?”
“허허, 제국의 자라나는 새싹들을 이 추악한 전쟁에 휘말리게 할 수는 없지. 아이들은 모두 아르마 산맥과 멀리 떨어진 안전한 변경으로 피신 보냈다네.”
“그건…….”
아몬이 이를 악물었다.
“……잘된 일이군요.”
아무리 학생들을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다지만,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걸 뻔히 알면서도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숨을 푹 내뱉은 아몬이 품에 한 아름 안겨 있는 선물들을 바라봤다.
‘……그럼 이건 어떡하지?’
학생들에게 주려고 산 물건들이다.
대부분이 달콤한 간식이라, 오래 보관할 물건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브레슬에게 주기는 아깝다.’
그 식충이가 배부름이라는 것을 알까요?
‘……그래. 정했다.’
이럴 땐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하는 법이다.
* * *
“허허허! 이 젊은이가 사람이 참 됐다니까!”
“누가 아니래요. 역시 내 제자예요.”
“어허! 누가 자네 제자인가? 내 제자야!”
“아닙니다. 저의 제자입니다.”
달콤한 간식을 잔뜩 받고 기뻐하는 제국 4기사!
그렇지 않아도 마왕 조나난의 침략에 대한 작전을 짜느라 머리가 아프던 그들은 당분이 들어가자 기뻐 날뛰고 있었다.
어차피 오래 내버려 두면 상할 간식이니만큼, 그들에게 아낌없이 베풀어 환심이라도 사야겠다는 아몬의 전략!
그들은 그 속내도 모르고 아몬의 간식 조공에 기뻐하며 선을 넘고 있었다.
디아나가 입에 생크림을 잔뜩 묻히고 깔깔 웃었다.
“멍청이들, 이미 아몬 저 아이는 내 손녀와 좋은 관계가 됐거늘. 우리 가문으로 들어오면 내 제자와 마찬가지인 것 아닌가?”
디아나의 손녀라면 피오라를 말하는 것이다.
근데 아몬이 언제 피오라와 좋은 관계가 됐단 말인가?
‘아니, 그게 무슨…….’
피드 후작가의 가주, 슬로스의 아비가 헛기침을 하며 외쳤다.
“크흐흠! 디아나 누님, 말씀은 똑바로 하셔야지요. 저 청년은 이미 제 여식인 슬로스와 볼 장 다 본 사이로…….”
“뭐, 뭐라!?”
디아나가 화들짝 놀라고, 아몬은 귀신이라도 본 듯 소스라치게 놀랐다.
슬로스와는 이따금 서로의 피를 보는 삭막한 관계일 뿐이었다.
하나 깜빡 속아 넘어간 디아나는 아몬을 향해 일갈했다.
“아몬! 네 이놈!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아뇨, 잠깐만요. 디아나 님, 저도 금시초문인뎁쇼.”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성싶으냐!”
“아니, 피드 후작 각하! 갑자기 왜 제 명예를 훼손시키시는 겁니까?”
아몬의 탄원에도 불구하고 피드 후작은 시선을 피한 채 휘파람만 불었다.
‘저런…… 필시 갈등을 일으킨 후 어부지리를 취하려는 속셈이리라.’
아몬의 주먹이 분노로 징징 울었다.
‘그래, 어차피 신성왕국의 일등사제도 두들겨 팬 나다. 게다가 황태자도 패고 심산유곡에 숨으려고 결심했던 마당에 후작 하나 패는 것 정도야…….’
마음을 단단히 먹은 아몬이 정의의 주먹을 들어 올리려는 찰나였다.
“여러분, 이 급박한 상황에 이 무슨 추태입니까!”
이곳에 모인 인물들 중 발언권이 상당히 강한 왕족, 엘프 왕국의 국왕 아르에논이 일갈로 시선을 모으더니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청년은 제 딸이자 차기 엘프 왕국의 국왕인 아나르엘의 반려가 될…….”
“그만! 그마아아안!”
아몬이 절규하고, 그 절규를 시작으로 아몬을 얻기 위한 용맹한 인간들이 말다툼을 재개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간식을 땅에 파묻어 버렸을 텐데.’
당분이 들어가자 활발해진 두뇌 회전을 이딴 언쟁에 쓰고 있는 말종들의 모습에 치를 떨던 와중, 문이 벌컥 열리더니 카셀라그가 들어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란이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인간을 합쳐도 살아온 세월의 끝자락도 따라가지 못하는 최고 늙은이, 카셀라그가 등장하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마왕과의 전면전이니만큼 그 역시 이번 일의 관계자였다.
게다가 드래곤이니만큼 작전을 세우기 위한 회의에서 누구보다 강한 권위를 가지고 있었다!
“카셀라그 어르신! 오셨군요!”
그가 이 소란을 끝내 주리라 생각한 아몬이 반색하자 카셀라그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외쳤다.
“아몬은 우리 일족의 아이와 짝을 맺게 할…….”
“그만! 그마아아아안!”
믿었던 카셀라그마저 뇌절을 시전하자 아몬이 절망의 절규를 내질렀다.
그때 슬그머니 다가온 저스티시엘이 등을 툭툭 치며 말했다.
“괘념치 말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 없어. 다들 조나난의 침략에 대한 작전을 세우느라 피로해져서 별 의미 없이 하는 말들일 뿐이야.”
저스티시엘의 위로에 아몬이 언쟁을 벌이고 있는 이들을 살펴봤다.
눈에 광기가 어려 있는 걸 보니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정말로 그럴까요?”
“……아마도.”
“어흐흑!”
헛기침을 한 저스티시엘이 혼잡한 그들을 뒤로하고 입을 열었다.
“하여간, 현재 상황을 간략하게 일러 주지. 어쨌건 자네는 이 사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으니 말이야.”
“저는 이딴 일의 중심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자네가 조나난을 도발한 걸 어쩌겠나?”
“……그때 주접떨지 말걸.”
그는 아몬의 하소연을 한 귀로 흘려버린 후 말을 이었다.
“현재 인간들의 왕국은 절반 이상이 마왕 조나난의 타도에 동참했네. 제국의 관계자가 한 말에 의하면, 미처 동참의 의사를 보내지 않은 국가들도 조나난의 침략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좌시하지 않을 성싶다고 하더군.”
“……그렇겠죠. 동맹군이 전멸하면 다음은 자기들 차례니까.”
“또한 이외에도 여러 종족과의 연합이 성사됐네.”
아마도 자신이 여러 국가를 뽈뽈 돌아다니는 동안 제국 황실도 이래저래 다른 국가들과 접촉한 모양이었다.
“그럼 전력은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군요. 그런데 마왕 조나난의 부활 시기를 특정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그렇다네.”
저스티시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흘 후, 조나난이 중간계에 현신할 걸세.”
“나흘. 그렇…….”
아몬이 침음을 흘리다 문득 고개를 들더니 말했다.
“……나흘요?”
“그래.”
“나흘? 4달도 아니고, 4주도 아니고, 나흘요?”
“그렇다니까.”
이 시점에서 아몬은 까무러칠 지경이었다.
“그, 그, 그, 그럼 병력의 소집, 군량, 장비, 병참선, 그런 건 대체…….”
저스티시엘이 심드렁한 얼굴로 말했다.
“드래곤 전 종족이 지원해 주는데 웬 걱정인가?”
“아.”
“드래곤이 힘을 합치면 짐마차 수만 대도 워프 마법으로 옮길 수 있거늘.”
고마워요, 드래곤!
“나흘 후, 조나난은 침묵의 정원 가장 외곽에 현신할 것으로 추정되네. 그러니만큼 현재 연합군의 병력은 아르마 산맥에 집결한 후 그들을 맞이하는 것으로 작전이 수립되고 있지.”
하기야 천혜의 요새와 마찬가지인 아르마 산맥은 마족의 진격을 조금이라도 늦춰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게다가 인접한 곳에 ‘우리 가문의 도시’인 에덴이 있으니, 혹여 모를 사태에 보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겠군요.”
“음, 자네 말대로야.”
“……그렇군요.”
아몬은 알 듯 말 듯 미소를 지었다.
‘자고로 전쟁은 돈이 되는 법.’
마왕과의 전쟁으로 막대한 물자가 유입되면 에덴의 번성은 시간문제였다.
“허허,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군.”
“하하하.”
“조나난과의 전쟁이 무사히 끝나면 그 도시가 수도에 버금가는 거대 도시로 발돋움할지도 모르지.”
“역시 상인으로 유희를 즐기시는 위대한 골-드 드래곤 다우십니다요.”
“흐흐흐, 그때가 되면 내 상회의 입점도 부탁하겠네.”
“제가 아버지와 형에게 잘 말해 보겠습니다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 몰래 훗날을 도모했다.
“뭐, 물론 조나난과의 싸움이 무사히 끝나야겠지만 말이야.”
저스티시엘이 찬물을 확 뒤집어씌우자 아몬이 침음을 흘렸다.
하기야 일이 잘 풀려야 에덴이 수도 버금가는 도시가 되는 것이지,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대륙은 마왕의 손에 의해 멸망한다.
물론 그것은 최악의 가정이고, 조금만 덜 잘 풀려도 아르마 산맥에 있는 영지와 에덴이 마족의 잔망스러운 장난질에 쑥대밭이 되리라.
“우리는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마왕과의 싸움에서 완벽히 승리할 겁니다.”
아몬이 호승심을 불태우자 저스티시엘이 흡족하게 웃고, 아몬은 주먹을 불끈 쥐며 재차 결심했다.
“다시 한번 선언합니다! 우리는 마왕에게 완벽하게 승리할 것입니다!”
* * *
마왕 조나난!
그는 막대한 수하 마족을 제물로 바쳐 지상계로 현신하는 통로를 만들고 있었다.
-크하하하! 지상계의 현신까지 머지않았다.
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슬 앞에 선 조나난이 광소를 터뜨렸다.
-용사, 아몬 드레이크! 내 기필코 산채로 네놈의 살을 저며 눈앞에서 잘근잘근 씹어 먹으리라!
조나난이 쩌렁쩌렁한 웃음을 터뜨리는 와중이었다.
쩌어어어억-!
피로 만들어진 거대한 구슬이 쩍 갈라지고, 그것에 정신을 동화시키고 있던 조나난이 시커먼 피를 왈칵 토하며 주저앉았다.
-크아아악!
조나난은 무릎을 꿇은 채 의식을 잃고 말았다.
* * *
“……예?”
아몬이 눈을 끔뻑거렸다.
“뭐라고요?”
아몬이 자신의 귀를 탁탁 두드렸다.
아무래도 자신의 귀가 잘못된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아몬이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 그러니까…….”
아몬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침묵의 정원에 운석이 떨어졌다고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