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ed dungeon life RAW novel - Chapter (238)
적나라한 던전생활-238화 (외전 완결)(238/238)
외전 1편
“이 양반아 누군지를 알려 줘야지. 그래야 나도 대비를 하던가 할 거 아냐.”
“그건…”
중년 남자는 눈을 가늘게 뜰 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럼 보나 마나 뻔하다.
상사나 뭐 대장이나 그 비슷한 거겠지.
적어도 적대 관계는 아닐 거다.
이 아저씨가 서열 3위라면 그놈은 2위나 1위일 확률이 높은데, 나랑 똑같은 능력을 가진 놈이 2위로 만족할 리가 없다.
엄청 변태라서 바지 사장을 대빵으로 새워 놓은 거라면 또 모를까.
“중국 우두머리가 나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이거지?”
“크흠… 그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네.”
“왜 이제와 딴 소리야. 그거 알려주기로 하고 목숨 구걸하던 거 잊었어? 그냥 뒈질래?”
“허허, 입이 참 거친 사람이군.”
“안 거칠고 배기겠어? 니들이 나 사막 한복판에 떨궈 놓고 여기서 수작 부리던 건 생각 안 나지?”
“흠… 그것도 그렇군.”
내 말이 틀린 것이 없다는 걸 아는지 두 사람 다 할 말을 잊었다.
“일단 그 대빵인지 우두머린지 하는 놈 능력 정확히 말해봐.”
“그건 말해줄 수 없네. 지금 나더러 국가와 당을 배신하라는 건가?”
“그럼 그냥 죽던가.”
파지지직-
내 전신에 전류가 돋아나는 걸 확인한 두 사람의 표정이 창백해졌다.
“여기서 입씨름 할 시간 없어. 빨리 결정해. 뒈질지 순순히 말 할지.”
“끄응… 나를 무척 곤란하게 하는군.”
“곤란한 건 이쪽이야. 중국에서 날아오느라 내가 얼마나 개고생 한 줄 알아?”
“크흠.”
“딴 소리 집어 치우고 내가 물은 거에 대답이나 하라니까? 정말 사람 열 받게 하는 아재네 이거.”
방전되는 전류량이 증가한다.
허공에서 타닥 탁 번갯불이 튀기 시작했다.
“주석일세.”
“주석? 그거 중국 대통령 말하는 거지?”
“그렇네.”
“그 양반이 나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단 자네 능력을 말해 보게. 똑같은지 대답해 주겠네.”
“나를 무슨 동네 바보 쯤으로 생각하는 거야? 그딴 개수작 안 통해. 그 주석이란 놈 능력부터 말해. 판단은 내가 하니까.”
나를 향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두 사람.
그래도 애국심은 있는 모양이지?
아니면 그 주석이라는 놈에 대한 충성인가?
어쩌면 마인드 컨트롤 비슷한 능력으로 세뇌를 당했을 수도 있다.
아니면 단순히 마력 강화라는 은혜를 입어 진심으로 충성하는 걸 수도 있고.
그 해석은 놈들의 대답 여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진짜 충성하는 것이든 세뇌 당한 것이든 둘 중 하나라면 내 질문에 어느 선 이상은 절대 대답하지 않을 테니까.
“그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네. 나와 같은 능력도, 여기 이 친구가 하는 천리경도 전부.”
나는 미간을 좁혔다.
내 최대 링크 대상은 현재 다섯이 한계다.
“몇 가지나 복사해 쓰는데?”
“몇 가지? 그건 나도 모르지. 그가 쉽게 물어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자네라면 물어본다고 쉽게 대답해 주겠나?”
그것도 그렇다.
이 아재가 깡 좋게 한판 붙자고 덤볐을 리도 없고, 막상 싸운다고 해도 모든 능력을 사용하게 끔 할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양반이 사용했던 능력들 읊어 봐.”
“……”
“아, 빨리!”
중년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뱉고 난 뒤에야 차근 차근 입을 털기 시작했다.
그림자에 천리경은 그냥 깔아두는 것이었고.
대단위 회복 마법에, 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 능력까지.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능력이 무려 스무 가지 가까이 튀어나왔다.
이 정도면 아주 중국에서는 거의 신 취급을 받고 있겠구나 싶다.
그걸로 주석의 자리에까지 올라간 거겠지.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링크 대상은 언제나 스위칭 할 수 있기 때문에 스무 가지 능력을 사용했다고 해도 특이할 건 없다.
다만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그거 말곤 없어?”
내가 묻고 싶은 건, 놈이 상대의 마력을 증가 시키거나 각성을 시키거나 마력을 지워버리거나 하는지 여부였다.
“없네. 물론 내 앞에서 보이지 않은 능력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미간을 좁혔다.
그냥 대놓고 물어봐야 하나?
내가 상대의 마력을 증감 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 각국 정보 당국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알려진 사항이다.
그걸 이 아재도 알고 있을 텐데 왜 그 부분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지?
“마력 증가 시키거나 하는 건?”
“그건 자네의 능력 아닌가? 주석이 그런 능력을 사용하는 모습은 본 기억이 없네. 들은 적도 없고. 아마 자네를 만난 적이 없으니 사용하지 못하는 거겠지.”
들은 적도 없다고?
뭐야, 나와 같은 시스템 소유자가 아닌가?
으아아아-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다.
일본 쪽에도 수상한 놈이 있고, 중국 쪽에도 수상한 놈이 있다.
그럼 다른 나라에는?
없을 거란 보장을 할 수 있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무슨 시스템 바겐세일도 아니고.
내 능력이 그렇게 흔한 것이었나?
너무 날뛰는 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적을 늘리고 싶지 않다.
차라리 조용히 뒷방에 앉아서 포텐셜 좋은 애들 뽑아다 귀여워 해 주고 기둥 서방 노릇이나 하는 게 안전할 것 같다.
“그게 다야? 다른 정보는?”
“내가 아는 건 이게 다네. 이 정도면 내 목숨 값으로는 충분 할 것 같은데?”
나는 아재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남자에게도 물었다.
그러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하, 뭐야. 듣나 안 듣나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네.”
“……”
나는 두 인물을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정말 살려 보내야 할까?
마력만 지우고 보내면 될 것 같지만 돌아가서 힘을 되찾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역시 죽여?
그래 죽이자.
“미안. 약속 취소할게. 둘 다 그냥 죽어.”
생각해 보니 이놈들 때문에 죽은 한국 사람이 몇 인데 살려둔단 말인가.
“약속이 틀리지 않나!”
“그럼 샘샘하지 뭐. 나도 속아서 사막 갔었으니까, 이걸로 퉁! 오케이?”
두 남자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중년 남자의 모습이 순간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뭐야, 이럴 줄 알고 있었네. 바로 움직이는 걸 보면.”
나를 향해 공격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림자 능력을 활용해 몰래 도망칠 생각 같았다.
그것도 자신의 수행원을 방패막이로 사용해.
“당신도 참 불쌍하네. 저런 아저씨 지키겠다고 목숨까지 내던지고.”
“다, 닥쳐라!”
허공에 떠 있던 천리경이 쩌저적 갈라졌다.
이내 파편화한 거울 조각이 날카롭게 허공을 가른다.
그러나 내 몸 근처에도 오지 못하고 산산 조각나 흩어졌다.
그림자?
전부 지워버리면 된다.
보다 강력한 빛으로.
“하아아아앗!”
전신의 피부를 타고 마력이 뭉텅이로 빠져나간다.
빠져나간 마력은 금세 전류가 되어 사방으로 뻗었고, 주변 일대를 뒤덮는 강력한 빛을 발현했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 앞 나무 그늘까지 도망쳤던 수웨이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 얼굴로 이쪽을 올려다보며 서 있었다.
그의 옆 나무가 피뢰침이 되어 일부 전류를 흡수했고, 순식간에 새까맣게 타버렸다.
잿더미만 남은 나무의 흔적 옆에 있던 그는 자신 역시 같은 신세가 될 것임을 직감했는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파지지직- 꽈광!
이윽고 온 세상이 새하얗게 뒤덮이며 중국 공산당 서열 3위 수웨이는 그저 검은 탄소 덩어리가 되었다.
그 수행원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다.
“내가 무슨 발전기도 아니고…”
마력을 갈무리한 난, 흔적조차 거의 남지 않은 두 사람이 서 있던 장소를 한참 바라보았다.
“그러게 여긴 왜 왔어. 중국에서 편하게 지내지.”
* * *
“괴, 굉장합니다. 저 사람 인간이 아니에요.”
박유리를 지켜보는 류큐의 각성자들은 하나 같이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럴 수 밖에.
그녀가 도착한 그 순간부터 전황이 완전히 뒤집혔다.
단 일격으로 수백의 본토 각성자들을 잠재워 버렸고.
엄청난 스피드로 초월자들 역시 제압하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치히로 공주와의 완벽한 연계.
그녀가 시간을 1초 멈추면 상대는 말 그대로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벼락처럼 빠른 박유리의 움직임은 그 작은 틈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었으니까.
일본 측의 각성자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 많은 인원이 고작 초월자 두 사람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해보다니.
아니, 따지고 보면 단지 두 사람이 아니었다.
오키나와로 넘어간 배신자 타츠야 일행이 셋.
거기에 어웨이크 레이디에서 파견 온 초월자도 박유리 외에 둘 이나 더 있었다.
하지만 둘이라고 해도 충분했다.
그만큼 치히로와 박유리의 능력이 다른 초월자들과 비교해 한 차원 두 차원 수준 높았다.
때문에 류큐의 모두는 이미 이 전쟁의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리 쉽게 풀리진 않았다.
“저, 저건 대체 뭐야?”
“섬… 섬이 움직인다!”
“아니야! 괴, 괴물이다! 바다 속에서 괴물이…”
다름 아닌 기간트였다.
북한에서의 실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완성형 기간트.
기간트 오크였다.
“오, 오크다!”
무기는 없었다.
무기까지 거대화 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다행이 치히로는 과거 북한에 파견 나갔던 경험이 있고, 그 곳에서 기간트의 존재를 알았다.
때문에 지금 상황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모두 언덕 위로 올라가세요! 쓰나미가 올 지도 몰라요! 빨리이이이!”
그러나 상황에 대처하는 것과, 저 거대한 기간트를 상대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
“놈이 항구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해야 돼요! 그럼 이 오키나와는…”
“공주님. 대체 무슨 수로 말입니까?”
방법이 없었다.
치히로 본인의 스킬로는 저 거대한 괴물을 아주 잠시도 정지 시킬 수 없었다.
“거대한 파도가 온다! 모두 올라가아아아아!”
개량형 기간트 답게 오크는 본래 가지고 있던 수준 만큼의 지혜를 보유하고 있었다.
손바닥과 팔을 이용해 고의로 파도를 높게 만들었다.
파도는 폭풍 해일처럼 항구를 덮쳤고, 이내 그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모조리 바다로 딸려가 버린 것이다.
일본측 각성자도, 류큐측 각성자도 가리지 않고.
그때 뒤에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총 가져와.”
박유리의 목소리였다.
그녀의 명령에 따라 어웨이크 레이디 파견 사원들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대기 중이던 차량에서 금속 몽둥이를 들고 나타난 것이다.
“박유리 초월자. 그게 대체 뭐에요?”
“총.”
“총이요?”
“나만 쏠 수 있는 총.”
그것은 총이라고 하기에는 긴 금속 포신 밖에 없어 보였다.
“그게 총이라고요?”
“응.”
그건 다름 아닌 레일 건이었다.
“말을 정정할게. 나와 강정혁. 오직 두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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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끝
포신처럼 보이는 쇠 기둥은 하나가 아니었다.
무려 일곱 개의 금속 파츠가 일자로 늘어섰고, 순식간에 하나로 이어졌다.
길이만 수십 미터.
조립이 끝난 포신의 무게만 수십 톤에 달하는 레일 건이 완성 되었다.
각성자들이 아니면 설치는커녕 운반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파츠 하나 당 수 톤씩 나가는 걸 들려면 거대 크레인이 필요했을 테고, 시간도 엄청 걸렸을 것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잇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은 물론 A급 이상의 마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된다.
“모두 물러서!”
박유리가 움직였다.
파직- 파지지직!
긴 금속제 포신 전체에 엄청난 양의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간다!”
근처에선 눈을 뜰 수조차 없었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뿜어내는 빛에 의해 눈이 멀 지경이었다.
그리고.
콰앙!
굉음과 함께 전방으로 무언가가 발사되었다.
박유리는 레일 건이니 총이라 했지만, 누구도 그것을 총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대포.
아니, 미사일에 가까웠다.
날아가는 것은 과거 강정혁이 쓰러뜨렸던 보스 다이달로스의 창을 깎아 만든 특수한 탄.
포신 내부의 강선을 따라 회전을 시작한 탄환은 눈 깜짝할 새 기간트 오크를 덮쳤다.
콰자자작!
탄환은 오크의 몸통을 그대로 관통한 뒤 바다 저편으로 사라졌다.
뒤늦게 궤적을 따라 파도가 갈라진다.
불과 지름 20센티미터의 탄환이, 오크의 가슴에 거대한 바람 구멍을 만들었다.
가히 충격적.
실로 엄청난 파괴력이 아닐 수 없었다.
“대체 저 무기는…”
“무슨 말도 안되는 파괴력이야. 이게.”
사람들은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지 못했다.
산처럼 거대한 괴물을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파괴력이라니.
들어본 적도 없다.
심지어, 한 발로 끝이 아니었다.
“놈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정신들 차려!”
기간트 오크의 두려운 점은 그 생명력에 있었다.
가슴 한 가운데 지름 수 미터의 구멍이 뚫렸지만 그 정도로 쓰러질 덩치가 아니었다.
하지만 준비된 탄환 역시 한 발이 아니었고, 박유리의 마력 역시 고작 이 정도로 바닥날 정도가 아니었다.
콰앙!
폭음과 함께 레일 건이 다시 불을 뿜었다.
“마법사들 뭐해! 최대한 빨리 포신 식혀! 안 그럼 발사가 늦어진다!”
빨리 포신을 식히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열에 강한 합금을 동원했고 마력 코팅까지 한 상태지만 박유리의 마력이 빚어낸 에너지와 열기는 그 정도가 아니다.
게다가 탄환 역시 A급 보스가 사용하던 걸 이용해 제작했다.
그 강도를 견뎌내려면 바로바로 열기를 식혀주어야 한다.
냉기 계통의 마법이 포신을 뒤덮자 마자 새하얀 수증기가 가득 뿜어져 나온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박유리의 마력이 듬뿍 쏟아진다.
쾅!
탄환은 새 하얀 수증기를 단숨에 밀어내며 전방으로 발사 되었다.
그러기를 수십 회 반복했다.
기간트 오크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거대한 신체는 수십 개의 구멍이 뚫려 반대 편 바다와 하늘이 훤히 보였다.
“저… 저 거대한 괴물을… 혼자서…”
“괴물… 어쩌면 저 사람이 더 괴물일지도…”
놈은 박유리와 레일 건으로 인해, 등장하고 불과 십 여 분 만에 전장에서 쓸슬하게 퇴장했다.
“와아아아!”
아직 모든 적을 섬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기세는 넘어왔고, 아직 살아있는 적들은 전의를 완전히 상실했다.
“우리가 이겼다아아아!”
“본토의 초월자들을 전부 몰아냈다아아!”
승리였다.
누가 봐도 완벽한.
분명한 오키나와의, 류큐 왕국의 승리였다.
* * *
[…안지현 대통령은 통일이 이루어졌음을 선포했습니다. 다만 아직 북한 지역의 안정화가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인이 자유롭게 휴전선 이북으로 넘어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정부는 민관이 협력하여 북한 지역의 빠른 안정화를 목표로…]집으로 돌아왔다.
나의 펜트 하우스.
발가벗고 소파에 기대어 뉴스를 확인한다.
“뭐야. 이런 식으로 통일을 한다고?”
북한 당국은 거부할 힘이 없다.
각성자도 그렇고 초월자들도 죄다 죽었으니까.
내가 그 당사자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이렇게 쉽게 되는 거였나?
통일이란 게.
“하여간 기업가 놈들은, 너도 나도 어떻게 북한 땅에서 돈 뽑아 먹을까 궁리하기 시작했네.”
하긴, 인간이란 그런 족속이다.
나도 별반 다르지 않고.
“그나저나 중국 새끼들은 남은 1조 언제 보내주는 거야?”
설마 이대로 입 싹 씻지는 않겠지?
그러기만 해.
그때는 완전 전면전이니까.
“하아…”
하지만 이제는 좀 쉬고 싶다.
적어도 일, 이 년은 아무것도 하기 싫다.
“류큔지 류쿤지 하는 나라도 새로 생겼다 그랬지…”
치히로에게 연락을 받았다.
뉴스에도 나오는 이야기긴 하지만.
어쨌거나 일본이 결국 항복한 모양이다.
졌다고 항복하는 게 아니라, 류큐를 정식 국가로 인정하기로 한 모양이다.
더 이상의 대립은 일본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치히로 말로는 내가 너무 강해서 그런 거라는데, 나는 일본 애들하고 제대로 싸운 적도 없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
하긴, 중국이랑 이번 일 짜고 친 것 같으니 중국 쪽에서 정보를 얻은 걸 수도 있겠지.
그쪽 동네는 서열 3위가 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으니까.
중국도 대만을 꿀꺽했으니 한동안 잠잠할 테고…
“으아아아아-”
생각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국제 정치로 이어진다.
내가 대체 왜 이런 것까지 걱정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좋았다.
메스컴에서 연신 나와 우리 회사를 칭찬하니까.
기분이 나쁠 수가 없지.
근데 이제는 좀 도가 지나친 것 같다.
나는 그저 조용하게, 나와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관심도 받지 않고 살고 싶어졌다.
“치히로 보고 싶네.”
치히로짱 목소리 들었더니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다.
엄청 바쁘겠지.
대통령 뽑기 전까진 수장 노릇을 해야 할 테니까…
보고 싶은데 오키나와나 놀러 갈까?
아니, 그럼 또 우리 회사 여자애들이 난리를 치겠지.
“마음 편하게 놀 방법이 없을까…”
나는 놀고 싶다.
누구의 눈치도 안 보고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중국에서 북한까지 이번에 너무 열심히 했더니, 그 반동인지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띵동- 띵동-
“응? 여긴 출입 금지 구역인 거 모르나?”
여긴 나만의 공간이다.
회사 사람들도, 심지어 안소라 선배도 접근하지 말라고 선언한 신성한 땅이다.
유일하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은 내가 직접 뽑은 메이드 뿐.
청소와 요리에 뛰어난 재능을 소유한 미모의 여성들만으로 한정되어있다.
그마저도 북한에서 돌아온 이후로 전부 휴가를 보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그런데 갑자기 벨을 울린다고?
저 벨은 분명 비서실에서 누른 것일 테고, 그렇다는 건 내 비서들이 통과를 시켰다는 건데…
“대체 누구야?”
나는 기감을 넓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 안에 타고 있는 건 오직 한 사람.
“누구지?”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 인물은 복도에서 서성인다.
여자였다.
“흠… 일단 나가봐야겠군.”
나는 문을 열고 나갔다.
“어?”
그 인물은 나를 보자마자 달려와 안겼다.
내가 아무것도 안 입고, 심지어 팬티조차 걸치지 않았음에도.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다름 아닌 치히로였다.
‘우리 비서들 일 잘하네. 보너스 좀 두둑이 줘야지.’
* * *
가녀린 손길이 내 육봉을 아래에서 위로 훑는다.
손이 닿기도 전부터 발기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치히로를 보자 마자 그냥 고추가 서버렸다.
곧바로 키스부터 박았다.
오키나와에서 여기까지 찾아올 정도면 무드 같은 건 개나 줘도 된다.
마음이 통하고 있었던 거다.
나는 그녀가 보고 싶었고, 그녀 또한 내가 보고 싶었으니 찾아온 거다.
“우음…. 쪼옵…”
달콤한 향기가 코 끝을 간지럽힌다.
부드러운 혀의 감촉에 미쳐버릴 것만 같다.
“하아… 하아…”
살짝 입을 떼고.
“뭐야. 왜 이렇게 능숙해졌어.”
“나, 여기 왜 왔는지는 안 물어봐요?”
“뻔하지. 나 보고 싶어서 왔겠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활짝 웃는다.
한 달 보름 만에 보는데 매일 함께 했던 것처럼.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있었고, 상대가 그렇다는 것 역시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나 없는 동안 어떻게 해결한 거야?”
“혼자… 했어요.”
“다른 남자는?”
“싫어요. 당신이 아니면. 오키나와에는 나보다 약한 남자들 뿐이고.”
빈말일지도 모르지만 듣기 나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전신에 키스를 박았다.
한 군데 빠짐 없이.
“하앙… 그런 곳까지…”
“벌써 흠뻑 젖었네. 공주가 이래도 되나?”
“…몰라요.”
나는 그녀를 번쩍 들어서 침대 위로 데려갔다.
그리고 대자로 누웠다.
“난 가만히 있을게.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대로 해봐.”
“에? 갑자기요?”
“궁금하거든. 혼자 자위하면서 어떤 상상을 했을지.”
치히로는 볼을 발그레 붉히며 소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저는 일방적으로 당하는 걸 상상했는데…”
“변태가 따로 없네.”
“제가 하는 쪽이나 당하는 쪽이나 어차피 변태인 건 같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럼 입으로 말해 줄래? 내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전부.”
“아… 그게…”
몹시 부끄러운지 그녀의 얼굴과 몸은 금세 붉게 달아올랐다.
“우, 우선은… 키스해주세요.”
“아까 했잖아. 더해?”
“아니… 입에 말고…”
나는 알면서 일부러 질문했다.
“어디에?”
“그… 보지에…”
“누구 꺼?”
“제꺼…”
“이름.”
“치히로 보지에… 키스해 주세요.”
나는 그녀의 보지와 세상에서 가장 진한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그녀를 맛있게 따먹었다.
밤이 새도록.
-적나라한 던전생활 외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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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몇 화 더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이번 화에서 그냥 종료하는 것이 맞다고 느꼈습니다.
섹스 씬으로 서너 화 더 써 봐야 너무 반복하는 것 같아 그냥 짧게 정리했습니다.
아직 일본, 중국의 서열 1위 초월자와 관련한 떡밥이 남았지만 딱히 궁금해 하지 않으실 것 같고, 최신화 조회수도 30 언저리라서 이 소설은 이쯤에서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쓰다 보면 계속 이야기가 길어져서, 저도 어디서 끊어야 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수익이 안 나오는 소설을 계속 붙잡고 있기도 뭐해서 빨리 마무리 지었습니다. 혹시 더 보고 싶으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최근 1년 동안 건강 문제로 꾸준히 연재를 못했는데, 띄엄 띄엄 연재하는 데도 꾸준히 읽어주신 분들이 정말 제일 고맙습니다.
그럼, 모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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