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 of the Soulless Unholy RAW novel - Chapter 22
21. 아트라 추종자 3
“그놈들이라면 네가 말한 용병들 말인가?”
데릭이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 마을을 통째로 장악하고 오가는 이들을 약탈하려는 것 같아. 그렇다는 건….”
자신들의 뼈 완드를 훔쳐간 게 누구인지 모른다. 그래서 아예 역참 마을을 점령하고 오가는 행인들을 전부 다 조사하려는 게 분명하다.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닌데 수월하게 관문을 돌파했군. 기습인가? 아니면… 백작의 사생아에게 신왕의 피가 각성했나?”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그럼 쿠르트 사교도겠군. 충분히 승산이 있으니까 이 마을을 친 거겠지? 그렇다면 지금 도망치는 게 낫겠군.”
데릭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역시 전직 전령, 비록 아라엘에게 패해 퇴직하게 되었지만 우수한 상황판단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 나는 따로 행동하도록 하지.”
“아니. 그 전에… 신왕진서 사본을 넘겨라.”
“싫은데.”
“내가 네놈의 공로를 가로채기라고 할 것 같나?”
“응.”
“…….”
“뭐 그것도 있지만 신왕진서 사본을 데릭 당신이 가져가면 저 녀석들의 추적마법에 당신네가 표적이 될 거 아냐?”
“아무 문제 없다.”
“아무 문제 없기는… 싸울 건가? 코라사르 보부상 조합에 있는 상인들이 이선궁을 펼치더라. 그런 소문이 돌면 기껏 키운 상인 길드가 엉망이 될 텐데?”
현재 그들의 캐러밴에는 전직 전령인 데릭과 일족의 훈련을 완전히 수료한 이가 둘, 그 외에도 다들 보통 상회의 경호원 이상 가는 실력자들이 모여 있다.
하지만 ‘코라사르 보부상 조합’은 어디까지나 평범한 상인 길드다. 굳이 사람들 많은 곳에서 그 전투능력을 보여줄 이유가 없다.
하물며 전령일족과 관계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면 오히려 손해다. 지금까지 공들여 코라사르 왕국에 뿌리내린 이 길드를 잃을 수는 없다.
“네놈.”
데릭은 아자딘의 말에 분노했다. 아자딘의 지적이 옳기 때문이다.
신왕진서 사본을 넘겨주면 코라사르 보부상 조합이 직접 싸워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 와중에 조합의 정체가 들통날 수 있다.
“뭐 미끼 역할은 해줄 테니까 너무 염려 말고.”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좌판을 걷고 있는 하인들 사이에 내려섰다.
“빨래를 맡긴 지 얼마 안 되어서 새 옷이 필요한데. 상품에서 가져간다. 괜찮지?”
아자딘이 장비를 챙기는 사이 미디암과 이스마일은 이제 막 편자를 박은 산양을 데리고 왔다.
“무슨 일이지요? 잘 쉬고 있었는데.”
“너희들, 여기 천막 안 식탁에서 음식들 챙겨.”
아자딘은 바로 전 데릭과 식사하던 텐트 안을 가리켰다.
“이 상황에서 음식이요?”
“세상에 굶어 죽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음식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챙겨가자고.”
아자딘이 그렇게 말할 때 두 명의 무장한 남자들이 캐러밴들의 마차에 접근해왔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오! 마을 밖으로 떠나는 건 용납하지 않겠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없을 거니 다들 진정하십시오.”
말투는 괜찮지만 손에 철퇴와 장검을 들고 하는 말이다. 인원은 둘.
‘아니 여기에 인원을 이렇게 차출한다고?’
아자딘은 타르키가 이끄는 용병단 전체의 인원을 알고 있었다.
건들거리는 마을 청년들 몇을 현장 징집해서 덩치를 불렸지만 그래봤자 약 20여 명 정도. 관문과 역참을 제압하려면 한창 바쁠 텐데 캐러밴을 제압하러 병력을 차출하다니 이상하다.
게다가 고작 두 명뿐이라니?
과연, 코라사르 보부상 조합이 아닌 다른 상인들이 반발했다.
“야! 처리해.”
“그러지.”
다른 상인들의 호위병들이 이들 용병을 에워쌌다.
“상인들이라고 무작정 분쟁을 피하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했나? 웃기지 마라.”
“너희들은 관문을 친 용병놈들이지? 어차피 죽여도 무방하다!”
상인의 호위병들은 용병들에게 덤벼들었다.
다섯이 둘을 친다.
승부는 뻔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이변이 일어났다.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덤벼들던 경비병들의 몸이 날아갔다.
용병들은 그저 무기를 휘둘렀을 뿐인데 무기끼리 충돌하는 순간 강철이 휘어 버리며 그 반동으로 호위병들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아, 이런.”
“이 힘에는 병기가 못 견디는군.”
그들은 부러진 철퇴와 검을 내던지고 쓰러진 상인 호위병들에게서 새로운 무기를 빼앗아 들고 나머지 호위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
“항복하겠다!”
“으악!”
항복하고 자비를 비는 호위병들에게도 그들은 가차 없이 공격을 하더니 순식간에 다섯을 죽여 버렸다.
“히익?!”
“마, 맙소사!”
별생각 없이 나섰던 상인들이 기겁하자 그들은 웃으며 일어났다.
“안심해. 우리는 상인들을 죽이려는 게 아니야.”
“그래. 다만… 음.”
“어.”
말을 하던 용병들이 말을 멈추고 멍하니 서 있었다. 시선이 초점을 잃고 공허하게 허공을 맴돈다. 그러더니 그들의 시선이 쓰러진 시체로 향했다.
“뭐지?”
“…배가 고파.”
그들은 지면에 엎드리더니 네발짐승처럼 기어서 방금 자신들이 만든 시체에 다가갔다.
그리고….
-으적!
시체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상인단의 여성들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역참 마을 곳곳에서 비명이 터지기 시작했다.
몸에 거미를 이식받은 용병들은 무시무시한 괴력을 갖게 되어 순식간에 다른 병사들을 도륙할 수 있었지만, 그들 모두 갑자기 찾아오는 기이한 허기를 이기지 못하고 사람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시체에 달려들어 그냥 연한 살점을 물어뜯었지만 그렇게 먹으면 먹는 속도가 식욕을 따라가지 못한다.
고깃덩이가 이렇게 많은데 인간의 입은 그것을 단시간에 먹어치우기 부적합하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들의 몸에 이변이 일어났다. 우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다리가 추가로 두 개 더 생겨났다. 그들의 등에서 새로운 기다란 외골격의 다리가 나타나 시체를 먹기 쉽게 찢어주었다.
그들의 턱이 세로로 갈라져 입이 더 크게 벌어지고, 그 안에 날카로운 이빨이 나서 고기를 더 빠르게 씹어 삼킬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더 큰 허기가 그들을 찾아왔다.
“고기….”
“더 많은 고기!”
고기를 갈망하며 돌아보는 그들의 얼굴에는 어느새 드글거리는 무수한 거미 떼가 눈알을 대신하고 있었다.
*********
“히익….”
눈앞에서 인간이 그런 모습으로 변하니 상인들은 기겁했다.
두 용병은 어느새 끔찍한 마물로 변해서 자신들이 쓰러뜨린 시체를 탐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잠깐 쓰지.”
그 꼴을 보던 아자딘은 상점에 진열되어 있던 투창을 하나 집어 들어 던졌다.
-퍽!
바닥에서 시체를 뜯어먹던 용병 중 하나의 척추를 관통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즉사하고도 남을 충격이 신경계에 전해졌으리라.
하지만 용병은 죽지 않았다.
“뭐야?”
발가락에 가시가 박혀도 그것보다는 더 아파할 것 같은 둔중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용병이 자신의 몸에 박힌 창을 뽑아내자 상처에 무수한 작은 거미들이 드글거리며 뚫린 상처를 메웠다.
“누구냐?”
시체에 정신이 팔려 있던 용병들은 투창을 던지는 아자딘을 보지 못했다. 아니 만약 돌아봤더라도 아자딘을 보진 못했을 것이다.
아자딘은 투창을 던지자마자 바로 마차들 뒤로 돌아서 모습을 감춰 버렸기 때문이다.
“이봐, 저건 쿠르트 신족의 거미여왕 아트라의 권속이다.”
아자딘이 마차 뒤로 우회해서 이동하자 데릭이 경고했다.
“거미로 보이니까 나도 알아. 너흰 가만히 있어, 데릭. 무력한 상인 흉내를 내라고.”
아자딘은 데릭의 경고에 그리 답하고 마차와 마차 사이를 이동해 용병들을 우회했다.
“이미 저들의 몸은 시체나 다름없고 신경계를 마력으로 작은 거미들이 연결하고 있다. 조심해라, 아자딘. 네놈이 낙오자이긴 해도 그래도 아라가사의 108령이니까.”
네놈의 실패는 일족의 수치가 된다.
데릭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별말씀을!”
아자딘은 근처 상인의 마차에서 옷감 한 필을 집어 들고 마차 지붕 위에 올라섰다가 뛰어내리며 공중에서 옷감을 펼쳐 그대로 용병 둘을 덮쳤다. 그리고….
“흡!”
지면을 두 다리로 찍으며 옷감 위로 장타를 날렸다.
처음에는 높게, 그다음에는 더 낮게.
-퍼펑!
빠른 연격과 함께 무슨 화약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아자딘의 호쾌한 공격에 용병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거미들로 나뉘어 있다고 해도 아자딘은 옷감을 매개로 자신의 공격을 점이 아닌 면으로 확장해서 모든 거미에게 균등하게 타격을 준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했다.
-촤악!
용병들의 등에서 돋아난 새로운 팔, 아니 거미 다리가 옷감에 구멍을 내고 튀어나와 아자딘을 노렸다.
아자딘은 거미 다리를 피해서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자 용병들은 옷감을 찢어발기며 금세 일어났다.
“곤란하네.”
아자딘이 그렇게 중얼거린 그때였다.
“여기요!”
미디암이 잽싸게 마차에 걸려 있던 횃불을 뽑아 던졌다.
그 순간 용병들이 불의 열기에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몸 안에 있는 작은 거미들은 열기에 취약하다. 작은 벌레들은 소량의 열기만으로도 전신이 익어 버린다.
‘알고는 있지만 불을 지피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서.’
상인 마차들이 옹벽을 이루고 있는 이 캐러밴 캠프에서 함부로 불을 질렀다가는 대참사가 날 수도 있다.
그래서 아자딘이 망설이고 있을 때 이스마일이 여러 개의 횃불을 가져와 불을 붙이고 던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아악! 뭐야! 이건!”
용병들이 기겁하면서 횃불의 포위망에서 도망쳐 나오려 했지만 아자딘은 발로 용병들을 밀어 차 다시 안으로 집어넣었다.
“안에 들어가서 따땃하게 몸이나 지지고 있으라고.”
거미들이 열기에 놀라 안전한 집이자 먹이인 용병들의 몸을 버리고 탈출하려 했지만 몸에서 튀어나오면 그게 더 지옥이었다.
그렇다고 몸 안으로 숨으면 아직 변이가 덜 끝난 용병들의 속살로 파고드는 것이라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했다.
“어때요? 저희도 쓸 만하죠?”
미디암이 으쓱거리며 아자딘에게 다가왔다.
“아직 안 끝났으니까 조심해라.”
아자딘은 그리 말하고 찢어진 옷감에 불을 붙였다. 다른 상인들도 태울 만한 것들을 가져와서 집어던지고 그런 한편으로 삽으로 땅을 파서 모래를 모아 불을 끌 준비를 하니, 불길이 마차와 상품들에 번지지 않을 정도는 되었다.
결국 용병 둘은 별 저항 없이 불에 타서 쓰러졌다.
“으으. 이건 대체.”
상인들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 이형의 마물들을 보며 기겁했다. 사람의 몸에 거미 다리가 돋아나 있는 게 불 속에서 타들어 가고 있으니 그 모습이 끔찍하다.
“그러고 보니 당신들은 누구요? 응?”
상인들이 아자딘에게 물어보려 돌아보니 그는 이미 자취를 감춘 뒤였다.
“뭐, 뭐지?”
“이상한 사람들이군.”
*********
“제 도움이 어때요? 시의적절했죠? 고마워하실 것 없어요. 저는 어디까지나….”
미디암이 따라오며 으스대자 아자딘이 그녀를 칭찬했다.
“잘했다. 역시 만리타향에서 만난 동족이로구나.”
“아 또 그러신다. 이제 그만 절 종사로 받아주면 안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