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niscient First-Person’s Viewpoint RAW novel - Chapter (489)
전지적1인칭시점 489화(489/490)
회귀자의 만한전석을 같이 쓰기로 한 이후 좋은 점은 수도 없이 많다. 돈도 안 들고, 맛까지 보장되며, 메뉴마저 다양하다. 한 젓가락 분량씩 나온다는 약간의 번거로움도 다양한 메뉴를 맛보기 위한 대가라고 하면 도리어 이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나쁜 점도 하나 있다. 그리고 나쁜 점 하나가 다른 모든 좋은 점을 상쇄할 정도였다. 그게 뭐냐 하면.
“휴즈.”
“네?”
“혹시 일하지 않은 자, 먹지도 말라. 이런 말 알아?”
바로 회귀자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유자 식초로 드레싱을 한 산뜻한 샐러드가 강철마냥 무겁게 얹히는 걸 느끼며 나는 음식을 꿀꺽 삼켰다. 나는 회귀자의 눈치를 보며 변명했다.
“다 잘 끝났잖아요.”
“뭐가 잘 끝나? 원래 이렇게 흘러갈 일이었어.”
‘이렇게 말하면 너무 미래를 알고 있는 것 같네. 조금만 말을 바꿔볼까.’
“좋든 싫든 늑대의 왕과 싸워야 하는 처지니까 말이야. 공인 하나가 물을 흐려봤자 상관없어.”
“상관없으면 그걸로 됐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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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이 물을 흐린 일 자체가 일어나선 안 됐지! 그걸 막으라고 너를 부른 거잖아!”
이래서 다 큰 자식이 부모와 겸상하려고 하지 않는 거구나. 밥을 잘 차려주면 뭐 해. 넘어가질 않는데.
“공인이 대놓고 아지를 노리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최소한 아지를 돌보긴 해야 하잖아!”
“돌보긴 했잖아요. 그 사람 폭주는 저도 예상하지 못한 거라고요.”
“예상하지 못한 일이면 하나도 대처 못해? 이래서 너에게 뭘 믿고 맡기겠어?”
“크윽. 바가지를 박박 긁기는.”
“바가지?”
더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식기를 쾅 내려놓고 일어섰다. 나에게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속 편한 짐승이라도, 아니, 짐승이기에 비난에 더 민감한 법.
“매번 구박이나 하고, 비난이나 하고! 매일매일 눈칫밥이 보여서 밥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가요!”
“아니. 가장이고 자시고. 일은 다 내가 하는데?”
“일을 잘하면 얼마나 잘했다고! 지금까지 헛짓거리한 주제에 조금 잘됐다고 오만해지긴!”
“내가 헛짓거리를 언제 했다고 그래?”
“일단, 성녀처럼 미래를 아는 주제에 아닌 척한 게 가장 크죠! 그래 놓고 아닌 척 이득 보려고 하고! 솔직히 말해요. 이번에도 미래 보고 온 거지?!”
정곡을 찔린 회귀자는 천반경 급 반사신경으로 변명했다.
“나, 나는 성녀가 아니야. 남자잖아.”
“네?”
‘괜한 말을 했나? 하지만 여자로 있으면 성녀로 의심받아서 귀찮아. 티르칸쟈카도 내가 여자인 걸 안 순간 적대했고.’
그 거짓말 아직도 하는 거야? 그거 티르에게 들키지 않았어? 열국에서 헤어질 때 나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티르의 기억을 읽어보았을 때 너를 그냥 성녀로 생각하던데?
‘…휴즈는 그 자리에 없었으니 모르겠지? 그럴 거야! 지금까지 내 성별을 별로 의식하는 티는 안 냈으니까!’
네가 뭐라고 의식하냐…. 에휴, 말을 말자. 원한다면 그냥 남자로 취급해줘야겠다. 인간의 왕이 인간 성별도 못 구별한다 생각하는 게 우습지만.
“이제 나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 확실한 건, 죄악의 왕이 등장해서 세상이 멸망한다는 것뿐이야. 늑대의 왕을 막는 일은 미래를 봤다기보다는 그냥 밑준비에 불과해. 늑대의 힘이 너무 강해서 이곳저곳에서 힘을 끌어오려는 거지. 너도 그 일환이었는데….”
컨셉을 다잡은 회귀자는 나를 보고는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이렇게 약하고 도움이 안 될 줄은 몰랐지만…. 뭐, 괜찮아. 아지와 세트라고 생각할게.”
“네? 뭐라고요? 아지랑 세트?”
좋아. 인정한다. 나는 약하다. 여행을 겪으며 힘을 조금씩 되찾았다고 해도 쟁쟁한 강자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회귀자? 회귀자는 무슨. 당장 엔데 귀족의 호위견 웰시조차도 나랑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다못해 개와 세트로 엮이다니?
“아지는 반려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잖아요! 먹고 자기만 하는 건 저보다 더한데!”
“멍? 나?”
“아지는 그래도 개의 왕이라서 개 수인의 호의를 끌어내잖아. 늑대의 왕과 싸워주기도 할 거고. 어차피 개인데, 게으른 정도는 괜찮지.”
“멍멍? 갑자기?”
“저도 성황청 아니었으면 인간을 이끌었을 거예요! 뭔가가 힘을 빼앗지 않았다면 늑대 따윈 한 방이었겠죠! 반대로 생각하면, 약해진 인간의 왕이 약속을 지키려고 애쓴다는 게 더 숭고한 거 아니에요? 더 고마워해야지!”
“멍멍멍! 고마워!”
“애쓰긴! 아무런 노력도 안 하면서! 네가 여기 와서 한 일이 뭐가 있는데!”
“멍…?”
아지야. 너는 왜 고개를 갸웃하냐? 내가 누구보다 필요하면서 생각해보니 그러네, 하는 표정을 짓고 있어?
이것들이 진짜. 보자보자하니까 내가 정말 식충이로 보이나? 그래. 원한다면 일해주지. 내가 안 한 거지, 못 한 게 아니라고!
“후. 셰이 씨. 제가 무언가 하기를 원해요? 진짜로?”
“당연하지. 뭐라도 좀 해봐. 인간의 왕이라며.”
“좋아요. 거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저도 성과를 가져올게요.”
힘들고 고되겠지만 매일매일 눈칫밥 빌어먹고 사는 것보다야 낫겠지. 나는 외투를 걸치며 나갈 채비를 했다. 회귀자는 내가 나가려고 하자 뒤따라와서 물었다.
“날이 어두운데?”
“어두우면 어두운 대로 할 일이 있죠.”
“뭘 할 건데?”
“해보고 말씀드릴게요.”
“도와줘?”
“필요 없어요. 나 혼자 힘으로 해낼 테니까.”
“그래? 그러면 해봐. 잘 되면 칭찬해줄게.”
“칭찬은 무슨. 그때 가서 후회하면서 잘못을 빌어도 몰라요.”
후드 하나를 걸치고, 남은 카드를 챙겨서 충동적으로 뛰어나왔다. 마당으로 나오니 차가운 바람이 뺨을 쓸어내리는 듯했다. 갑자기 나가기 싫어져서 혹시나 지금이라도 나를 붙잡아주려나 했지만.
‘뭘 할지 궁금하네. 뒤를 밟아볼까?’
말릴 생각은 없이 미행할 생각부터 하냐? 너는 진짜.
‘아니야. 무저갱에서도 내 미행을 눈치챘지. 가뜩이나 일하려는 녀석에게 구실 주지 말고, 어디 좋을 대로 하게 두자.’
아쉽게도 회귀자는 붙잡거나 말리려고 하지 않았다. 기세 좋게 뛰쳐나왔는데 인제 와서 되돌아갈 수 없는 노릇. 나는 따뜻하게 빛나는 저택을 뒤로하고 마당 문을 연 나는, 엔더의 차가운 어둠을 향해 뛰어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묘한 일이다.
짐승의 왕은 강력하지만 무적은 아니다. 한 종족을 대표하기 위한 정도의 힘과 발언력을 가진 개념적인 존재지 뭐 자연의 섭리라거나 신이라거나 하는 것과는 동떨어져 있다.
아지가 강하다고 한들 육장성과 비해서도 손색이 있고, 나비는 티르에게 한 대 맞고 히잉거렸다. 전투 경험이 많다 적다를 떠나 인간과 동떨어진 그들이 잘 싸워봤자 그냥 짐승 한 마리가 마당을 헤집는 수준.
그런데 회귀자는 늑대의 왕을 뭐 재앙 수준으로 묘사했다. 무리가 아무리 크다고 한들 인간의 사회만큼은 될 수 없을 텐데 말이지. 그러려면 모든 종이 한 마음 한뜻으로 뭉쳐야 하지만, 인간도 불가능한 걸 늑대가 해낼까?
왜 그럴까 도무지 실감할 수가 없었는데… 오늘, 오벨리에서 생각을 읽고 이유를 조금 알아버렸다.
“킁! 나는 오늘 돼지고기를 먹은 잡것을 둘이나 혼내줬지. 앞으로 그 자식들은 고기를 뜯을 때마다 흔들리는 앞니 때문에 고생 좀 해야 할걸!”
늑대 문제가 아니었네.
여러 가지가 뒤섞인 엔데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곳. 마을 밖으로 흘러내리는 하수를 거르고 걸러 필요한 걸 취하는, 도시의 창자 같은 공간.
인간이라면 얼마 버티지 못하고 병들어 죽을 그곳에 모인 돼지 수인들은 모닥불 근처에 앉아 낄낄거리며 오늘의 성과를 자랑했다.
“이봐. 그게 다야? 나는 푸줏간에 똥칠을 해주고 왔지. 그러자 백정 자식이 똥 같은 얼굴을 붉히며 고래고래 소리치더군? 내 창자를 끄집어내서 똑같이 똥을 뿌려주겠다던가? 푸하핫! 엿이나 먹으라지! 이왕 뿌릴 거면 숙성실 안에 뿌려달라고!”
“저들은 움직이는 게 입밖에 없나봐! 말만 지껄이면 모든지 해결될 거라 생각해! 식당 한 번 뒤집으니 뭐더라? 앞으로는 피기들에게 음식 한 점 나눠주지 않겠다고 하던데!”
“언제는 나눠준 적이 있던가? 입에서 푸짐하게 싸재끼는 욕이나 줬지!”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면 누가 이기나 보자고. 원래부터 진흙탕에 살던 우리는 거리낄 게 없거든!”
“그런데, 진흙탕 싸움이라고 하기엔 너무 행동이 치졸하지 않나요? 이건 테러도 아니고 귀여운 장난에 불과하잖아요?”
어둠 속에서 저속하고 질척한 쾌락을 나누고 있던 피기들은 내 존재를 금방 알아차리진 못했다.
“장난질도 진심으로 하면 예술이지! 우리는 보여주는 거야. 이 도시의 멍청이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막 나가는 존재인지!”
“알릴 거면 좀 널리 알려야지. 비슷한 구렁텅이에서 아웅다웅하면서 소리쳐 보았자 메아리만 울릴 뿐이잖아요.”
“누구야? 아까부터 초 치는 녀석이?!”
떠들던 이들이 주변을 돌아보며 목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너무 오래 찾을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들 바로 곁에 앉아서 손을 흔들고 있었으니까.
“안녕하세요?”
“너는…!”
나를 찌른 그놈이다.
알아볼 수밖에 없지. 아무리 피기가 멍청해도, 고작 이틀 전에 찌른 사람을 잊을 정도로 많은 사람을 찌르고 다니진 않았을 테니까.
“이 자식…!”
칼을 꺼내려고 품에 손을 집어넣을 때 주머니를 세게 때렸다. 칼을 잘못 잡아 손이 베여버린 그 피기는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덮쳐!”
쪽수로 밀어붙일 요량인지, 피기 여럿이 사방팔방에서 달려들었다. 못해도 다섯 명의 의도가 복잡하게 얽힌다. 자기 몸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약자들의 번잡한 공격.
이전의 나였다면 대처하기 상당히 어려웠겠지만, 이젠 아니다. 나는 소매를 뿌리쳐 마신의 카드를 꺼냈다.
스페이드 10, 가이아 에고.
대지술로 대지를 뒤틀거나 지진을 일으킬 수는 없지만 고랑을 파는 정도는 된다. 피기들이 디뎌야 할 땅이 갑자기 뒤틀어지며 굴곡이 생겼다. 발밑을 확인하지 못하고 뛰어들던 피기들은 발을 헛딛거나 고랑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서로 얼굴이 부딪치고, 바둥거리는 녀석을 다른 녀석이 깔아뭉개고. 덤벼드는 놈들을 밀고 당기며 차곡차곡 쌓았다. 맨 위에 올라탄 녀석을 후려친 나의 뒤로 마지막 남은 놈이 달려왔다.
“죽어라!”
날카로운 단검을 거리낌 없이 휘두른다. 사람 죽이는 데 별로 거리낌이 없다…기보단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당장 눈앞의 나에게 적의를 뿜기 급급할 뿐.
머리가 멍청해도 날붙이는 위험하지. 나는 임시로나마 카드 한 장을 손바닥에 붙이고는 단검을 막았다. 피기는 카드가 우습게 보였는지, 카드와 함께 내 손을 찢을 기세로 힘을 주었다.
그렇지만.
“짜잔!”
마치 카드가 집어삼킨 것처럼, 날카로운 칼날이 칼자루만 남기고는 카드가 되어 흩날렸다. 피기는 산산이 흩날리는 카드를 바라보며 당황했다.
“무, 뭐? 카드?”
“이제 좀 마술 같네요.”
역시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지니까 싸움이 편하네. 실전 전투 마술이라고 이름 붙여볼까.
무방비한 녀석의 코를 주먹으로 납작하게 만들어주었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그를 밟고 선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돼지 수인이라 조금 튼튼할 뿐 뒷골목 양아치에 불과한 녀석들. 제압했다고 자랑거리도 못 된다. 나는 기세가 꺾인 피기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자자. 사회의 쓰레기들. 쓰레기면 쓰레기답게 하수처리장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돼지고기를 좀 먹었다고 사람들을 공격하고 다녀요? 정말 돼지새끼한테 동질감이라도 느끼고 있어요?”
“뭐?! 너 이 자식, 지금 뭐라고…!”
누군가 발끈해서 소리치려는 걸 다른 피기가 틀어막았다. 그나마 머리가 좀 돌아가는 것 같은 피기 하나가 뻔뻔하게 대꾸했다.
“우, 우리가 뭐! 증거라도 있어?!”
“증거요? 조금 전 자랑스럽게 떠벌이고 다녔잖아요?”
“피기끼리 한 농담이지. 네가 뭔데 우리에게 누명을 씌워? 공인이라도 돼?”
오호라. 이런 식으로 대처하겠다? 나는 턱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긴 한데.”
“증거도 없이 우리를 두들겨 패고 누명을 씌우겠다고? 인간이? 킁! 이제는 진짜 막 가자는 거지?”
“그쪽이 먼저 칼을 휘둘렀잖아요.”
“자기방어였어!”
옳아.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구나? 법 없이 사는 사람이 살아남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법이 있어서다. 엔데도 나름 질서와 체계가 잡힌 땅. 수인들의 도시라서 수인들이 꽤 많은 권익을 챙기고 있다. 돼지 수인도 마찬가지.
진짜 무법지대라면 약육강식으로 해결되겠지만, 이 땅은 수인들의 도시였다. 의심스럽다고 함부로 헤집고 다닐 수 없다는 뜻이다.
그게 오크마라는 이름의 테러단체가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고.
“요즘 돼지 수인들이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건 천신도 알고 지모신도 아는 일이에요.”
“엔데에 사는 피기만 삼만 명이 넘어. 바깥에는 더욱 많지! 그게 어떻게 우리라고 단정하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우리를 처벌하겠다고? 공인도 그랬다간 역풍을 맞을 텐데?”
“삼만 명의 피기가 일제히 일어나는 꼴을 보고 싶냐?”
세 명이면 호랑이도 꾸며낸다고 했다. 예닐곱 명의 피기가 꿀꿀거리니 도저히 기세로 이길 수 없다. 나는 난감한 척 표정을 구기며 말했다.
“기세등등하긴. 그래봤자 너희가 무법자라는 사실은 안 변해요.”
“증거나 증인을 데려오라고! 없다면 우리도 가만히 안 있어!”
“신전이든, 오벨리든 어디든 가서 공론화해주지!”
증거, 증거라. 사실 증거라는 게 참 찾기 어렵지. 누군가 무엇을 했다는 흔적이 그렇게 말짱하게 남아있을 리 없잖아. 있다고 해도 누가 판단해?
저들은 말만 오크마지 평범한 돼지 수인이다. 그리고 돼지 수인은 보통 양아치다. 돼지 수인을 통째로 도려내지 않는 한 그들을 몰아낼 방법이 없다. 누가 오크마고, 누가 선량한 돼지 수인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으니까. 선량한 돼지 수인이 없다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끙. 알았어. 마땅한 증거가 없는 것 같으니 너희 어머니에게 가서 물어보지.”
“어머니?”
“아차. 대모님이라고 하던가? 뭐, 상관없지. 너희는 밥 먹여주는 사람이라면 다 어머니라고 부른다며.”
그렇지만 나에게는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 나는 독심술이 있기 때문에.
“대모님은 그, 그냥 우리에게 가끔 밥을 챙겨주는 사람일 뿐이야!”
“응응. 그래그래. 테러를 저지르는 피기들에게 유난히 밥을 잘 챙겨주는, 도대체 식량이 어디서 튀어나오는지 모를 늙은 피기는 도대체 정체가 뭔지 한 번 파야겠네. 증거란 그런 거니까요.”
세상에는 이런 농담이 있다. 피기는 스물한 명 이상 모일 수 없다. 셀손가락 발가락의 수가 부족할 테니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돼지 수인들이 오크마를 조직해서 테러를 저지르고 다닌다고? 그럴 여유가 있으면 피해의식에 찌들지 않았을 거고, 조직력이 있었다면 오크 시절에 나라를 세웠겠지.
“누, 누가…. 그 정보를….”
“누구긴요. 피기에 대한 정보를 피기에게 듣지 않았다면 누구에게 들었을까요?”
정확히는 너희들의 생각을 읽었지. 비밀조직? 점조직? 다 의미 없어. 그 점도 결국 사람과 사람으로 이어질 테니까.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장 깊숙한 곳에 다다라 봐야지. 도시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존재에게.
“피기…? 설마. 반대파가?”
“아차. 너무 많은 걸 말했나요?”
제멋대로 오해하는 모양이지만, 뭐 상관없지. 알아서 해결하라고.
손을 크게 흔들어준 나는 피기들의 생각을 곱씹으며 어둠 속을 다시 걸었다. 오늘 밤, 찾아갈 곳이 좀 많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