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1271
1270화
Special Ep. Fin – THE DREAM TEAM (38)
ㅁ 2쿼터 4 : 47
U.S.A 38 : 37 Turkey
38 : 29까지 앞서나가던 미국 대표팀.
9점의 차이가 1점이되기까진 1분 남짓이 면 충분했다.
“타임아웃-!”
삐이이이이-
“휴우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는 그렉 포포비치는 몇몇 플레이들이 분명 만족스럽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완벽하게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들. 승리에 대한 절박함 없이 발휘되는 자존심은 ‘ 똥고집 ’ 과 아무런 다를 것이 없었다.
코칭스태프들과의 미팅을 마친 백전노장은 결국, 변화를 단행하기로 결정한다. 불만을 표출하며 분노하는 것보다, 이 편이 훨씬 더 낫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선수를 바꾸도록 하지.”
“…”
미국대표팀을 이끈다는 것은 항상, 손해볼 확률이 99%인 도박에서 1%의 본전을 찾고자 하는 일이었다. 또한 높아진 팬들의 눈과 기대심을 충족시키려면, 단순한 승리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을 가져다주어야만 했다.
그럼 과연 오늘은 누가 ‘ 그 이상 ’을 안겨다 줄 수 있을 것인가? 포포비치는 최고의 실력이 아닌, 최고의 정신 상태를 지닌 선수들을 내세우기로 결정했다.
“데미안. 스마트. 듀란트. 킴. 그린. 코트로 나가서 이 난장판을 수습하도록. 그리고 오늘 우린 너무 많이 상대에게 기회를 내어 주고 있어. 무슨 말인지 이해했나? 가끔씩 상대방이 전혀 저항을 못 느끼게끔 플레이 한다는 말이야.”
전술적인 지시는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코트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부 이해하는 이들인데다가, 그것이 딱히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르게 이야기를 끝마친 포포비치는 선수들끼리 뭔가를 깨닫기를 바라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 전에, 반드시 짚 고 넘어가야만 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두 명의 선수를 따로 한쪽으로 불렀다.
지난 몇 년간 함께 해온, 스퍼스의 두 남자를 말이다.
“너희 둘. 너무 과해.”
“…”, “…”
“물론 그게 장난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그 장난 때문에 너희 둘이 평소처럼 플레이 하지 못한다면 그건 더 이상 장난이라 볼 수 없어. 오늘 이 난장판이 만들어진 것에 너희 둘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생각일랑은 버려. 어서 당장 코트로 나가, 평소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대표팀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었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특히나 농구월드컵과 같은 경우, 선수들이 대 표팀이 되어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거의 없는 대회였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현 대 표팀의 구성을 보고 놀랐던 것이다.
김민혁,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데미 안 릴라드 등. 이런 이름들은 대표팀 합류 대신 시즌준비에 매진을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남자들이었다.
그래서 포포비치는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벤치에서 마치 콘스트장에 온 것처럼 리액션들을 하고 또 코트에서 종종 마음에 들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더라도, 선수들을 위해 참 아왔었다.
선수들에게도 뭔가 돌아가는 것은 있어야 했으니까 말이다. 선수들이 대회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 말로, 이번 대회에서 포포비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허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피곤하군…’
코트로 걸어 나가는 김민혁과 스마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약간의 피로감을 느낀 포포비치가 벤치로 돌아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나마 가장 만만한 이들이라, 짐을 떠안는 식으로 현 상황을 풀어나가야 할 책 임을 짊어지게 되었다.
그러한 부분이 못내 미안하긴 했지만, 포포비치는 대표팀의 감독으로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또 한 편으로는 차라리 조별예선에 이런 상황을 겪는 것이 다행이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겪어야 했을 일이라면, 지금처럼 이른 편이 훨씬 더 나았다.
‘하여간…’
포포비치는 바로 이렇기 때문에, 자신이 쉽게 감독직에서 물러나지 못하는 것이라 고 생각했다. 명색이 대표팀에 선발이 된 이들이고 NBA 각 포지션에서 최고라 불리는 이들이었음에도, 손을 대야 할 구석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것이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기세가 되기까지 4개월이 남은 노장은 물병을 집어 들었다.
* * *
** xx **
혼날 만 했다.
난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다.
“그럴 만 했지?”
그리고 스마트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그럴 만 했어.”
“…그러니까. 그럼, We’re cool?”
“Yea. Were cool. 언제 안 그런 적 있었어?”
내가 스마트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장난을 침에 있어서 때와 장소를 가랄 줄 안다는 것이다. 일단 우리는 지금까지의 장난을 잠깐 접어두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제부터는 D그린이라든가 윌슨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 코트로 나서는 이들 중에 추격을 허용하는 순간 코트에 섰던 이는 아무 도 없지만, 팀 전체가 함께 책임을 져야 한 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금방의 타임아웃은 우리의 자존심 군데군데에 난 상처를 확인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적합한 타이밍이었다. 폽은 두 차례 정도 타임아웃을 부를 시점을 건너 뛰었고, 그런 행동을 통해 우리가 앞서 수 습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이들은, 벤치에 앉아 조금 반성하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마이크와 지미가 앞장서 서 자신의 잘못을 침울함으로 표현하고 있었기에, 특별히 더 이상 뭔가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경기의 흐름을 다시 바꾸어 놓는 일이다. 특히 터키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조한, 세 르탁 산리 (Sertac Sanli)와 도구스 발베이 (Dogus Balbay)의 기세를 억눌러 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점수 차이가 11점까지 벌어졌을 때 투입되어, 뜻밖의 활약을 펼쳤다. 터키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NBA 선수들뿐 이다 라는 생각을 크게 뒤흔든 남자들이란 거다.
지금은 저 둘이, 터키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데미안. 당신이 퍼칸을 맡아요. D! 내가 너보고 있어!! KD!! KD!! 어서 저리로 가요!! 어서요!!”
지금 우리는 역전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수비를 해야 하는 처지였다. 수비진영에 들어선 나는 상대가 포제션을 갖추기 전에 얼른 목소리를 높였고, 벤치에서 지시하지 않은 수비매치업의 변화를 꾀하면서 제디의 곁으로 움직였다.
이런 상황을 확인한 제디가 알아들을 수 없는 터키어로 크게 소리를 질렀는데, 아마 매치업의 변화에 따른 공격적인 패턴을 지시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다소 정적인 상황 속에서, 도구스 발베이가 코너에서 윙으로 빠져나온 코르크마즈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오프-더-볼 스크린으로 페이크를 건 세르탁 산리가 D그린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해 자리를 잡았다.
세르탁 산리는 7-0(약 213CM)의 큰 신 장을 가진 빅맨으로, 현재는 터키리그의 아 나돌루 에피스(Anadolu Efes)라는 팀에서 뛰고 있다.
이번 FIBA 월드컵의 지역예선을 포함, 터키 대표팀 내에서 가장 많은 12경기를 출전하며 공수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사실 이런 설명을 들었을 때 그냥 심드 렁하니 넘겨 버렸는데, 막상 실전에서 그는 내게 하나의 교훈을 안겨다 주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네 자신이 대단 했느냐고.
삑! 삐—빅!
“세 발! 지금은 세 발이 넘었다고!”
“공격권 교대!!”
D그린의 단단한 수비가 세르탁 산리의 실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를 보며 크게 박수를 쳤던 나는, 여태까지의 시답잖은 일 들은 모두 다 잊고 D그린을 보며 패스를 요 구했다. 그러자 녀석도 아무런 말없이 내게 볼을 넘겼다.
하프라인 앞까지 마중을 온 릴라드에게 다시 패스를 넘기고, 오른쪽 윙으로 움직였던 나는 D그린과 시선을 맞추면서 곧장 다 음 움직임을 가져갔다.
“스크린-!”
스크린 그 자체가 아닌 다음에 이어질 플레이에 목적이 있었던 벽이 세워지고, 슈팅 보다는 패스가 용이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릴라드가 스크린 후 팝(Pop)을 취한 내게 로 패스를 보내왔다. 그리고 제디는 여전히 내 앞을 막아서는 중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건, 단순한 픽&팝 (Pop)과는 거리가 멀다.
“제디!!”
“응??”
일반적으로, 스크리너가 픽&팝을 취했을 때 수비수들은 여기에서 공격이 마무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 전술 자체가 미드레인지 보다 먼 거리에서 슈팅이 가능한 빅맨을 활
용하기 위해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스트레치 혹은 나나 KD처럼 슈팅에 능한 트위너들이라면, 이러한 종류의 픽 &팝은 가장 손쉽게 점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전술 중에 하나가 된다.
그래서 보통 내가 픽&팝을 취하게 되면, 수비수들은 어떻게든 슈팅을 허용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인다. 그리고 이렇게 필사적이 되면, 수비수들의 시야는 순간 좁아진다.
“뭐??”
제디는 내게로 재차 D그린이 스크린을 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는 완벽히 스크린에 걸려버렸고, 약간의 공간을 만들어낸 나는 주저하지 않고 뛰어 올라 편안한 자세로 3점 슛을 쏘아 올렸다.
세르탁 산리가 2쿼터에 매우 잘해주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는 이러한 종류에 외 곽수비에 익숙하지 않은 느린 7푸터의 빅 맨이었다.
철썩-!!
아…
허탈해하는 제디.
그의 BQ를 생각하면, 아마 이럴 수도 있다.
재차 스크린을 온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아니, 틀림없이 그럴 거다.
“좋은 스크린이었어.”
“…쯧.”
나는 나답게, D그린은 D그린답게 행동 하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추가적인 말들까지 연결 짓지는 않았다.
이이제이(以W制W)에 오월동주(吳越同 舟)라는 표현이 참으로 적합한 순간이 아닐 까 싶다.
“이번에는 심플하고 좋았어! 수비 하나 더!”
베이스라인 앞으로 나와 목소리를 높이는 스티브 커가 좀 더 채찍질을 가해오고, 일단 역전을 당할 위기에서 벗어난 우린 안 심을 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구겨진 자존심만으로도 충분했기에, 더 이상 망신을 당하기는 싫었다.
탑에서 볼을 운반하기 시작한 제디가 스크린을 받아 움직임을 이어나가고, KD와 곧장 스위치를 결정한 나는 볼 없는 움직임을 보인 제임스 비르센에게 달라붙었다.
내가 관여할 수 없는 곳에서 플레이가 이루어지고, KD의 강력한 컨택을 받은 제디가 파울을 주장해보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 리지 않았다. 오히려 휘슬소리는 골밑에서 리바운드 경합을 벌이던 세르탁 산리에게 로 향해버렸다.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곧바로 항의를 이어나가는 터키대표팀의 선수들. 자 리에 넘어진 D그린을 일으켜 세운 건, 데미 안 릴라드와 마르커스 스마트였다.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KD는 그냥 무신경한 얼굴로 공격진영을 향해 움직여 버렸다. 확실히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은 강하게 남아있었고, 그건 나와 D그린 사이에 남은 감정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어쩌면 나보다 KD와 화해를 하는 게 D 그린에게는 더 어려운 일일 지도 모른다. 굳이 저래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그거야 두 사람 사이의 문제니 내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
“네가 윙에서 볼을 잡으면, 내가 스크린을 갈게.”
“뭐야? 언제부터 네가 내 감독이었는 데?”
“처음부터. 몰랐어?”
“쯧. 윙이라고? 일단, 알았어.”
괜히 KD에게 상한 감정을 내게 풀었던 D그린이지만, 그래도 금세 털어버리고는 하프라인을 넘어섰다. 그리고 베이스라인에 서서 데미안에게 볼을 연결했었던 나는, 이 번엔 KD가 직접 공격을 마무리하는 것을 보며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철썩-!
“©!x%!!! x%x$’!!”
차이가 금세 6점까지 벌어지자, 터키의 감독이 앞으로 나와 큰 목소리로 불만을 표 현한다. 언어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어감이야 존재하는 것이니까 알 수 있었다.
작전타임과 로테이션 뒤에 곧바로 주도
권을 내어주는 것도, 꽤나 이쪽 바닥 사람 들에게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특히 나 감독이라면 더더욱, 지금의 상황을 견디 기 힘들다.
“헤에에-이!!”
투웅- 스륵-
“뭐?? 이번 것도 파울이잖아!!”
터키는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고, 코르크 마즈가 던진 슈팅이 빗나간 것을 세르탁 산 리가 팁인으로 마무리를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앞서 D그린이 앞으로 쭉 밀려난 일 이 있었는데, 위치상 제대로 보이진 않았어 도 파울 가능성이 높았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액션이었을 가능성도 배재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심각하면서도 억울한 얼굴 로 어필을 이어나가는 D그린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익숙하지 않아?”
“그러니까.”
“하하. 가자. 다시 득점을 올리면 돼.”
“물론.”
릴라드의 말처럼, 너무나 익숙했다.
이런 국제대회의 심판들마저도 D그린에 대한 악명을 잘 아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녀석은 평소의 행실 때문에 판정에 손해를 보는 것으로 유명했다. 한 번은 한 국의 팬으로부터, 어째서 저런 선수를 감독 이 통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았었다.
그래서 내가 한 대답은, 굳이 그럴 필요 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D그린의 성격과 행실이 그의 농구커리어에 분명 한 악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은 선수이니만큼 굳이 뭔가를 바꿀 필요는 없다.
저것만 고친다면 더 완벽해진다는 식의 사고는 동북아시아적인 것이었고, 이곳에서는 뭔가 진짜 나쁜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는 특별히 누군가에 개입을 하려고 들지 않는다.
무엇을 하건, 온전히 그의 책임이니까.
녀석은 그 책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
“헤이!!!”
D그린이 윙에서 볼을 잡았고, 난 곧장 스크린을 걸어 그가 엘보우로 진입할 수 있도 록 도왔다. 제디와 산리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수비매치업에 변화를 주었고, 나는 스 페이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빠르게 멀어 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윙이 아닌 엘보우에서 바 뀐 수비수인 제디를 상대하게 된 D그린. 그는 포스트-업 자세를 취하다 코너에 있던 릴라드에게로 빠른 패스를 보냈다.
화들짝 놀란 발베이가 리커버리를 가지만, 릴라드가 슈팅을 던지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철썩-!
[ ” THREEEEEE-!!! ” ]
삐이이이이이-
장내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버저가 길게 울려 퍼지고, 결국 참지 못한 터키대 표팀이 2쿼터의 두 번째 타임아웃을 불렀다. 앞으로 어떤 변화를 줄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지금의 이 라인업에 대응할 구 성을 짜기가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높이에서는 얼마든지 우위를 점할 수 있겠지만, 그보단 그 외의 부분에서 뒤처지는 부분이 훨씬 더 커다랗다. 특히 우리는 아 직, KD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할까?
단순한 착각일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지만, KD는 D그린과 함께 뛰지 않을 때에 훨 씬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
단 D그린이 들어오면, 워리어스에서 뛰었을 때처럼 스페이싱을 확보해 단순한 캐치 &슛만을 반복하고 있다.
‘흐음-’
과연 우리가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
아니, 그렇지는 않다.
굳이 우리가 왜.
“여전히. 많이 부족하다.”
“…”
폽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으니까.
이제 고작해야 7점.
나 역시도 여전히.
전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 * *
* * xx * *
□ 경기결과
U.S.A 95 : 73 Turkey
22점 차의 승리였지만,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기는 중계석의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이 끝나고, 자료들을 정리하던 로스 테더라인은 문득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저기, 마크. 이것 좀 봐요.”
“응? 뭔데?”
지난 2년 간, 로스 테더라인은 부단한 노력을 통해 마이크 브린의 뒤를 잇는 NBA 두 번째 목소리로 떠올랐다. 다가올 시즌에는 좀 더 많은 경기를 중계하 기로 약속을 받았고, 동료들로부터는 우스 갯소리로 유행어 하나만이 남았다는 말을 들었다.
지금까지는 높은 텐션과 정확한 발음으로 인기를 끌어올렸지만, 최고의 코멘테이 터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사람들의 귀에 쏙쏙 박힐만한 유행어 하나가 필요했다.
그런 로스가 건넨 자료에는 쉬는 시간마 다 끄적인 캐치프레이즈 문구로 가득했다. 자료를 건넨 그는 문득 이것이 부끄러워졌으나, 이미 준 것을 다시 빼앗아 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뭘 보라는 말인가? 이거?”
“아뇨. 그건, 그러니까.”
“하하. 노력하는군. 농담일세. 뭘 보라는 말이지?”
짓궂은 한 마디를 빼먹지 않은 마크 잭슨 이 약간은 원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로스는 태연하게 손을 뻗어 한 곳을 가리켰다.
“첫 번째 경기 기억해요? 그 때 킴은 3점 두 개를 던져 전부 집어넣었죠.”
“그랬던가? 뭐, 그랬던 것도 같군.”
“확실해요. 아무튼, 그리고 오늘은 다섯 개를 던져 다섯 개 전부를 넣었어요.”
“…말하고 싶은 게 뭔가?”
“아뇨, 그냥 문득.”
“??”
“아뇨.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허. 이 친구도 참.”
마크 잭슨이 기록지를 다시 로스에게 건 네고, 그것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자신이 너무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의 마음 한 구석에는 자꾸만 이런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이에 대한 솔직한 대답은 이랬다.
‘아니, 그렇지 않아.’
로스 테더라인은 굉장히 자존심이 센 남 자였다. 스스로 내세울 것이 없다고 믿는 자존감 낮은 남자였기에, 일부러 더 과시하고 더 강한 사림.처럼 보이고자 평생을 애써 왔다.
과거의 어느 날, 로스는 조금 지쳐 있었다.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던 의 농구코멘테이터로 향하는 길이, 너무나도 고되고 힘이 들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에겐 그래도 꽤나 훌륭한 직장이 있었고, 계속 NCAA를 중계하더라도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런 로스의 앞에 김민혁이라는 남자가 갑자기 나타났고, 그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꿈을 쫓고 또 그것을 하나씩 이뤄나가는 모습에 감동을 받게 되었다.
김민혁은 죽을 때까지 모르겠지만, 몇 년 전에 로스가 김민혁의 앞에 서기까지는 정말로 많은 결심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마침내 선 김민혁의 앞에서, 로스 테더라인은 언젠간 자신도 에 설 것이라는 꿈을 밝혔었다.
정작 이야기를 들은 상대는 그래서 뭐 어쩌라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가족이 아닌 타 인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한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일단 말을 했으니, 반드시 그것을 지켜야만 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로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자네가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걸 많이 봐 왔지.’
그리고 그 중 하나에는, 로스 자신도 포 함되어 있었다.
물론 그의 자존심이 이를 밝히는 걸 허락 하진 않을 거다.
허나, 마음속으로는 얼마든지 응원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자네가 그래준다면 좋겠군.’
정리를 모두 끝마친 로스는 마크 잭슨과 함께 방송 중계진들을 위한 대기실로 움직였다. 코트를 떠나기 전, 로스는 통로 바로 앞에서 몸을 돌려 텅 빈 무대를 쳐다봤다.
‘그럼 이 지루하기만한 대회에서…’
뭔가 얻는 것은 하나 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닭살 돋는 말이지만, 자넨 내 은인이야.’
삶을 살다보면, 우린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라면, 우리는 한 사람을 얻게 된다.
이번 경우에는, 지독한 골수팬이라 말을 할수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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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5/5 3pt, 킴. 27득점을 기록하며 대표팀을 승리로 이끌다. – Yahoo Sport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