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GAME RAW novel - Chapter 245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
누군가 내게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어째서 도노번이 카이런과 1 : 1을 한 것인가부터 시작해, 우리 팀 내 최고의 포인트가드를 상대로 2년 가까이 농구를 하지 않은 그가 승리 할 수 있었는지까지 말이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대답은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다.
“이봐, 도노번.”
“방해해서 미안해요. 그럼.”
“…….”
내가 기억하는 도노번은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밝은 표정을 지닌 사람이었다. 얼의 짓궂은 장난이라든가, 동료들의 갑작스러운 업무 교대 요청에도 늘 긍정적인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그래서 도노번이 아버지나 삼촌 또래의 이들에게서 사랑을 한 몸에 받아내는 존재가 되었던 거다. 이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봐, 패트릭!”
“패트릭?”
“넌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던 거야. 그렇지? 이건 절대로 쉰 사람의 동작이 아니라고!”
카이런이 도노번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어째서 패트릭이라는 이름으로 부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도노번은 자신의 뒤통수를 향해 소리치는 카이런을 계속 외면했다.
“넌 여전히 농구를 그리워하고 있어!! 도망치지 마! 난 언제나 여기에 있어! 알겠지?!”
“…….”
엉덩이를 털고 일어선 카이런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빌어먹을!”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도노번은 유타 주(州) 하이랜드에 있는 론-픽 고등학교를 나왔다. 그리고 반면 카이런은 캘리포니아의 컴튼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두 사람의 접점은 이곳에서 만났다는 것 외에는 찾을 수 없다.
헌데 지금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은 마치 친한 친구처럼 보였다.
“패트릭은 외할아버지의 이름이야. 도노번의 어머니가 그에게 미들-네임으로 붙여준 거지. 그리고 도너번은 언제나 패트릭으로 불리는 걸 더 좋아했어.”
“대체 어떻게 그걸 안 거야?”
자리에 드러누워 스트레칭을 하는 도중에, 난 카이런과 이야기를 나눴다.
도노번의 어머니가 절도범이 쏜 총에 맞아 돌아가신 이 후, 그는 먼 친척이 있는 오그던으로 이사해 동생을 돌보며 살아가는 중이다. 카이런은 도노번의 아버지가 일종이 방랑자라고 했으며, 하이랜드에서 3개월 정도를 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말은.”
“예압- 도노번의 동생은 고아였어. 그의 어머니가 입양을 한 거지.”
“…….”
경찰관은 절대로 좋은 엄마가 될 수 없는 직업이었다.
그래서 도노번은 어린 나이 때부터 동생을 돌보는 일에 익숙했고, 지금도 그는 동생을 위해 이곳에서 일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학비를 모으고 있다. 얼마를 받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리 넉넉하지 못한 살림일 것임은 분명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외할아버지인 패트릭 콜린스(Patrick Collins)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기고 간 유산이 조금 있다는 점이었다.
“대체 어떻게 둘이 친하게 지내게 된 거야?”
“하하. 긴 이야기야. 네가 없을 때, 이곳은 연습 뒤에 거의 텅텅 비어 있었거든. 가끔 제레미나 조엘이 남아 연습은 했지만, 네가 있을 때처럼은 아니었지.”
이리저리 늦장을 피우다 자신이 벤치에 보호대를 두고 왔다는 것을 깨달았던 어느 날, 카이런은 코트에서 농구공을 들고 드리블을 하던 도노번을 보았다고 한다.
“한 눈에 알아봤지. 그는 매우 잘했어.”
흥미가 생긴 카이런은 조용히 벤치에 앉아 도노번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 “오우-!” ] [ “하하. 미안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 [ “아뇨. 저야말로. 연습을 하려고 한 거예요? 전 킴이 없어서 오늘도 이곳이 비어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얼이 30분 정도는 괜찮다고 해서…….” ] [ “괜찮아요. 인상적이었어요. 농구를 했던 거예요?” ]그 날 이 후, 카이런은 종종 코트에 남아 도노번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우린 제법 죽이 잘 맞았어. 가끔은 낮에 벤치에 앉아 여자애들한테 추파를 던지기도 했지. 그 때마다 여자애들은 도노번의 차림새를 보곤 웃고 지나갔어. 관리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그는 쓴 웃음을 지었고, 난 그게 싫었지.”
“…….”
“도노번은 좋은 녀석이야, 킴. 그리고 여전히 코트에 미련을 가지고 있어.”
먼저 스트레칭을 마친 카이런이 자리에서 일어서고, 난 남아있는 준비운동을 마무리하기 위해 상체를 바닥에서 일으켰다.
부상 이 후, 몸을 충분히 푸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준비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나를 두고 매번 카이런이 ‘늙은이’ 라며 놀려대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의 그는 조금 서글프고 진지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멀어지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카이런은 타인의 아픔이나 슬픔을 쉽게 보고 넘기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만약에 스탠리가 내년 주장 자리를 넘겨 줄 이를 찾는다면, 누구보다 그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타인의 감정에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보다, 더 완벽한 조건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리더십은 그 다음의 문제다.
‘여전히 연습을 하고 있다라……’
나는 코트로 들어서는 스탠리를 보았고, 곧장 자리를 털고 일어나 그에게 다가갔다.
[ “PTM은 이곳 오그던의 사람들의 희망이 될 거야.” ] [ “이곳 사람들에게 빛나는 시간을 선물해 줄 수 있겠지.” ]만약에 정말로 ‘Prime Time Madness’ 가 그런 기회라면, 도노번도 그 중에 작은 조각 하나 정도는 가져 갈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열심히 설명을 하기 시작했을 때, 이를 알아 본 카이런이 곁으로 다가왔다.
++++++++++++
2015년 9월 10일. 오그던, 유타. 이스트 21번가. 리버티 공원.
무려 4년 만이었다.
4년 전의 난 프레디에게 감쪽같이 속아,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곳 리버티 공원을 찾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난 릴라드와 리온, 베리, 아티머스, 카일을 만났다.
‘바로 여기였지.’
내가 미국에서 농구하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던 이유도 바로 이곳에서 벌어졌었다.
“에이, Dude! 거기 있으면 안 되지! 우리가 뭘 하는 건지 잊어버린 건 아니지?”
“아, 그렇지 참.”
“하아- 대체 무슨 일이야?”
“하하. 그냥, 조금,”
나를 구박하는 카이런을 따라, 코트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벤치로 향했다.
“여기가 확실해?”
“당연하지. 몇 번은 함께 이곳에서 농구를 하기도 했어. 그래봤자 동네 꼬마들을 상대로 한 것이지만 말이야.”
“…….”
스탠리는 관리인으로 일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론-픽 고등학교 출신의 농구선수라는 것에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 실제로 리쿠르팅을 위해 몇 번 하이랜드를 찾기도 했었고, 그 중에는 도노번이 선수로 뛰던 때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도노번을 알아보지 못했던 이유는 유타 주(州) 태생의 백인 선수 중, Division 1에서 뛸 만한 선수 대부분이 BYU로 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우리의 레이더 바깥에 있고, 인상적인 흑인 선수를 찾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게 보통이다. 아니면 아예 다른 지역의 선수들을 찾던가 말이다.
스탠리의 리쿠르팅 플랜은 후자로 많이 치우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놀랐어.”
“응? 뭐가?”
“그렇게 곧장 스탠리에게 가서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거든.”
“……하하. 그건 그래.”
“뭐?”
나는 카이런에게 스스로도 그런 행동을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건 충동적인 행동이었고, 연습을 앞둔 상태에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스탠리는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었고, 도노번 콜린스라는 남자에게 큰 관심을 드러냈다.
개인적으로는 도노번의 동생이 고아라는 사실과 그의 어머니가 겪은 비극적인 죽음에 더 큰 관심이 있었을 거라 말하는 편이 옳을 것 같았다.
“그는 매우 좋은 사람이야.”
“나도 동의해.”
카이런이 지칭하는 것이 스탠리인지, 아니면 도노번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누가 되었건 상관없다.
둘 다 좋은 사람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정말이지 감동적이었어.”
“미안한데, 이번에도 물어야 되겠어. 대체 뭐가?”
“하하. 네가 했던 말 말이야. 스탠리의 앞에서 이렇게 말했지.”
“아-”
내 결정이 충동적이었던 이유는 여기에서도 잘 드러나 있다. 스탠리의 앞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은 나지만, 조리 있게 말하지도 않았고 시간이 지난 뒤에 그것이 딱히 잘 정리가 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지금 카이런이 말하는 부분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 “만약 주저앉은 누군가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선다면, 전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할 거예요.” ]그리고 난 지금,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두 남자의 얼굴을 떠올리는 중이었다.
하나는 라스베가스에서 재활 할 때 만났던 소니 모리슨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 소니에게서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은 조나단 맥인타이어라는 특별한 남자였다. 조나단은 내쉬빌 선라이즈의 어시스턴트 GM이다.
‘만났을 때는 절대로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나는 조나단과 만났던 날을 퍽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게, 있지.”
“?”
“그냥 배우고 있는 것뿐이야. 난 이곳에서 너무 많은……”
“우-! 숙여!”
“응?”
한창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을 무렵, 카이런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고개를 무릎에 파묻었다. 어이가 없었던 나는 잠깐 동안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공원의 입구 쪽을 쳐다보았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농구공을 낀 채 들어오는 남자는 틀림없이 우리가 기다리던 사람이었다.
“이봐, 카이런.”
“……나도 알아.”
자신이 한심스럽게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카이런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고, 나는 그런 그를 보며 타조에 관한 상식 하나가 떠올랐다.
타조는 천적에게서 숨기 위해 자신의 얼굴을 날개 사이에 파묻는다.
자신이 보이지 않으니, 상대방에게도 보이지 않을 거라 믿는 것이다.
“너 지금 꼭 타조……”
“나도 알아! 말하지 마. 그리고. 이건 우리 둘 만의 비밀이야.”
“…….”
벤치에서 일어나 코트로 향하는 카이런은 분명히 부끄러워하는 중이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피식거린 나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편안한 슬리퍼 차림이었는데, 발가락 사이로 느껴지는 잔디의 느낌이 간지럽다. 관리를 얼마나 오랫동안 안했던 것인지, 잔디의 길이게 장난이 아니다.
그러고 보니, 리버티 공원의 여기저기가 눈에 띠게 낡아진 느낌이다. 내가 미국에 온지 얼마 안 되었을 때라 이것이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 절대로 그건 아닌 것 같아.’
스탠리는 내게 프레디가 꼭 부정적인 역할만 하는 남자는 아니라고 말을 했었다. 승부조작에 선수들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용서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벌어들인 돈을 활용해 오그던을 더 살기 좋게 만들기도 했다.
베네사를 후원한다거나, 오그던의 새벽을 여는 청소부들을 위해 주말마다 따뜻한 식사를 대접한다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나는 가 연습장으로 활용해 온 리버티 공원의 시설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도 프레디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이뤄진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우-!”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며 생각 없이 걷고 있을 무렵, 앞서 걸어간 것으로 생각했던 카이런과 부딪치고야 말았다.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던 그를 잡아 일으키며, 나는 의아한 얼굴로 무슨 일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카이런이 나를 한 번 슬쩍 돌아보며 코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봐, 저기.”
“응?”
“저 사람 그 사람 아냐? 왜, PTM의 감독을 한다던.”
“…….”
30M 정도 떨어진 코트에 있는 도노번은 여전히 우릴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카이런이 가리킨 남자를 똑바로 확인하기 위해 애를 썼다. 하필이면 나뭇가지가 하나 가리고 있었던 탓에 제대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던 탓이다. 결국에 난 자세를 낮춰 카이런과 눈높이를 맞췄다.
“젠장. 그거 기분 별로네.”
“시끄러워.”
투덜거리는 카이런을 살짝 밀쳐내며, 난 도노번과 그의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또 하나의 사람을 확인했다.
‘프레디?’
아니, 아니지 참.
며칠 전에 만났던 데릭 웨더스푼이 도노번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란다.” ] [ “그는 농구 선수 출신의 선수들을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꾀고 있어.”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버지와 리온의 말이 동시에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무작정 성큼성큼 걸어 코트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혀나가자, 오히려 당황한 카이런이 뒤에서 나를 불러 세우려고 했다.
“응?”
잠시 뒤에 나를 확인한 도노번이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지금 나의 관심은 그에게서 완벽하게 멀어진 상태였다.
난 데릭의 앞으로 걸어갔고,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으왓-!”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넘어지지 않은 데릭을 보며, 화들짝 놀란 도노번이 내게 인상을 쓰며 물었다.
“헤-이!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조심해, 도노번. 이 남자는 절대로 좋은 사람이 아니니까.”
“뭐?!”
“대체 이 사람이 뭐라고 했어? 네게 돈을 주겠다고? 그리고 네 인생을 바꿔 주겠다고?”
말했듯, 난 프레디에게 그렇게 나쁜 감정을 품고 있지는 않다.
어디까지나 그가 저지른 행동에 비한다면이지만, 나는 불우한 삶을 살아 온 그가 빗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가 회개를 위해 보여준 많은 행동들을 보며 동정심을 가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만약에 지금 프레디가 똑같은 행동을 하려고 한 것이라면, 나는 절대로 그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대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어?”
“…….”
깜짝 놀라서 말하는 도노번을 보며, 나는 이성이 완전히 끊어지고야 말았다.
“이 빌어먹을! 당신!!”
“헤이, 헤이, 헤이! 대체 이게 무슨 짓이야? 뭐하는 거야, 도노번! 말리라고!”
“응? 오-! 그렇지!”
두 사람으로써는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보는 것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난 도저히 프레디를 용서하기 어려웠다.
대체 어떻게 도노번에 대해 알아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비극을 이용해 자신의 이속을 채우려고 하는 거라면 이번만큼은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 말해야만 했다. 나는 카이런과 도너번의 머리 위에서 계속해서 소리쳤다.
“그거 알아?! 내가 당신을 고발 할 거라고!! 삼합회라고 했지?! 운동을 하고 이름을 바꿨다고 해서 당신이 누구인지는 바뀌지 않아!! 안 그래?! 당신의 비열한 본성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대체, 이게 무슨.”
그러니 이것이 완전한 나의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조금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
오그던, 유타. 해리슨 불러바드. 까페 빌벨라.
“고마워요.”
“…….”
미소와 함께 인사를 하는 데릭의 모습에, 흠칫하고 놀란 타미카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카운터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미심쩍은 시선으로 계속해서 우리의 테이블을 쳐다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난 매우 송구스러운 기분으로, 머리를 연신 긁적이고 있었다.
“진짜로요, 정말 죄송합니다.”
“뭐.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스탠리에게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으니까. 충분히 오해를 할 만한 상항이었으니, 괜찮다고 해야 할 것 같네.”
“아니에요. 진짜로. 진짜 죄송해요.”
프레디, 아니 데릭 웨더스푼은 정말로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오그던으로 오기 전 평생을 뉴워크에서 보냈다고 하는 데릭은 20년 전, 아내와 아들을 떠나보낸 후로 줄곧 남을 도우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 우연히 아크-웨이와 연이 닿게 되었고 금전적인 후원만을 해오다, 아예 은퇴를 하고 이곳에 터전을 잡은 것이다.
“곤란하지 않다면 그것이 거짓말이겠지만, 정말로 괜찮아. 다만 앞으로는 이런 오해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군.”
“……죄송해요.”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할 수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아무튼! 오해가 정리 되어서 다행이야. 그럼, 도노번? 어떻게 하겠니?”
“…….”
“무료로 하겠다는 게 아냐. 네가 언젠가 두 발로 당당히 서게 된다면, 그 때부터 벌어들이는 돈으로 천천히 갚으면 되니까. 단, 내가 아니라 누군가를 후원하면 되는 거란다. 넌 그걸 내게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고.”
데릭이 한창 이야기를 하는 사이, 잠깐 바깥에서 통화를 하던 스탠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근처에 있던 보조의자를 하나 가져와 자리에 앉았고, 곤란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다 타미카를 불러 주문을 했다.
카이런의 전화를 받고 달려오느라, 저녁을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쥐구멍으로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휴우- 이봐, 도노번.”
“?”
“우린 네 이야기를 들었단다. 여기에 있는 카이런과 킴이 너에 대해 이야기를 해줬지. 그리고 나도 지금 막 알게 된 일인데, 데릭도 네게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구나.”
“…….”
“네가 만약 계속해서 농구를 하고 싶다거나 공부를 원한다면, 데릭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최선인 것 같은데.”
나라도 데릭이 대뜸 다가와 후원을 제안했다면, 일단은 의심부터 하고 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스탠리가 보장을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이 낯선 사내가 믿을만하다는 뜻이었고, 이것이 분명한 행운임을 의미했다.
하지만 여전히 도노번은 망설이는 중이다.
“제안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아요.”
“왜지?”
질문을 한 것은 스탠리다.
“넌 카이런을 1 : 1로 제압했어, 부끄러워했지만 카이런은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고 대답했지. 이 녀석을 1 : 1로 누를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아. 인종차별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넌 더군다나 백인이지.”
“오우, 스탠리. 난 상처 받았어요.”
“……데릭? 전 지금 농담 할 기분이 아닙니다만.”
“클클클. 이거 실례했구먼.”
아무리 봐도, 이 모습은 프레디인데 말이다.
“원한다면 내가 추천장을 써줄 수도 있어. SAT를 1년 동안 준비한다면, 내년에는 Division 2 정도에서는 뛸 수 있을 거다. 잘하면 Division 1의 팀이 될 수도 있겠지.”
“…….”
“관리인이라는 직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네가 농구선수가 된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꼭 NBA가 아니더라도 기회는 많은 부분에서 열려 있으니까.”
“그래, 패트릭.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
카이런이 부추기고 있지만, 도노번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곁에서 보고 있는 내가 단단한 벽에 부딪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 제안을 하는 당사자인 데릭이나 거드는 스탠리 또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도노번에게는 우리에게 말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지도 몰랐다.
어쩐지 더 이상 채근하면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할 무렵, 도노번이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불쑥 튀어나온 듯 한 그의 목소리에, 우리 모두는 그대로 멈춰버렸다.
“제가 대학에 간다면, 동생은 어떻게 되죠?”
“함께 이사를 가는 방법이 있겠지. 어차피 그 집은 외할아버지가 네게 준 집이 아니니?”
“제 이야기는 그게 아니에요, 스탠리.”
“…….”
나는 직감했다.
어쩌면 우리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를 건든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이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총에 맞을 때 그 자리에 있었어요.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 아이는 보조석에 앉아 있었다고요. 제가 아니면 그 아이를 누가 돌본다는 말이죠? 여러분들의 제안은 정말로 감사한 것이지만, 때론 가만히 계시는 게 더 도움이 될 때도 있는 법이에요. 그럼, 저는 이만 실례할게요.”
“…….”
자리에서 일어난 도노번이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 음료를 마시고 있던 동생의 손을 잡고 빌벨라의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그 동안에 우리 모두는 할 말을 잊은 채로 도노번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 볼 뿐, 다른 행동은 할 수 없었다.
도노번의 말이 옳다.
결국 타인을 위해 내미는 손이란, 손을 내미는 측의 이기심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도움을 받는 쪽이 항상 고마워 할 거라고는 장담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때로는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이 최선일 때도 있는 법인 것 같다.
왜냐하면 지독하게 꼬여버린 실타래는 완전히 망가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것일 뿐일 수도 있었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는 저마다의 죄책감을 하나씩 끌어안게 되었다.
“휴우- 이런.”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말을 꺼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데릭이 유일할 것이다.
“그거 알아? 난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데릭. 미안하지만, 도노번은 그대로 두는 것이……”
“당장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겁니다, 스탠리.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자격이 있는 사람이군요. 오늘의 대화로 그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무엇보다.”
“?”
데릭이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의 얼굴에 담긴 표정이 매우 미묘하다.
“전 누군가로부터, 많은 것들을 보고 느꼈거든요.”
“…….”
“그는 위대한 도전을 해왔고, 지금도 그것을 실제로 진행 중이죠. 그의 모습을 보며 전 용기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이젠 속죄를 위해서라도 그 용기를 나눠 줄 차례죠.”
“프레……아니, 데릭.”
지금 분명, 스탠리는 프레디라 말하려고 했다.
데릭이 눈을 치켜뜨며 스탠리를 노려보지만 않았어도, 어쩌면 그의 입에서는 프레디라는 단어가 끝까지 튀어나왔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진실은 실루엣만을 드러낸 채, 안개에 휩싸여 있다.
커피를 모두 비워낸 데릭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한다.
“이봐요, 스탠리.”
“?”
“왜 당신은 농구를 좋아 하는 겁니까?”
“뭐라고요?”
스탠리가 다시 되묻지만, 데릭은 굳이 대답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전 이제 이렇게 생각합니다. 코트 위에서 뛰는 5명은 각자의 역할이 있죠. 그리고 완벽한 플레이를 위해 끊임없이 서로를 희생하고, 또 누군가의 뒤를 봐줍니다. 난 그것이 가족이라는 의미와 닮았다고 생각해요. 나도 한 때는 그런 게 있었죠. 그렇게 믿고 있었고요.”
“…….”
“넌 어떠니.”
“에?”
이번엔 데릭이 나를 보며 물었다.
“왜 너는 농구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단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
딸랑딸랑-
도노번과 데릭이 차례대로 떠나며 들려온 딸랑거림이 아주 오래도록 이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왜 내가 농구를 좋아하느냐고?
이건 내가 지금까지 몇 번이고 물었지만, 단 한 번도 진지하게 답해보지 못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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