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herworldly dark-haired alien RAW novel - Chapter (481)
〈 481화 〉악마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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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내게 죽여봤자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거래를 할 것을 제안했다.
허나, 이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죽여봤자 빼앗을 것이 없다면 거래를 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
무엇보다 대화부터 하려고 한다는 것은 불리한 상황에서 일을 좋게 해결하기 위해 하는 것일 텐데, 그 뜻을 풀이해 보자면 지금 저 악마가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열세인 상대와 대화를 할 이유는 없다.
사실 나는 대화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대화로 푸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으니까.
다만 악마는 믿을 수가 없는 존재다.
그딴 새끼들과 대화나 거래를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저번에 봤던 요정 새끼들처럼 먼저 물건을 꺼내서 흔들어준 것도 아니고, 지금의 나는 혼자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녀석들을 절단내고 심문을 할 수 있는데 구태여 거래를 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나는 악마를 죽이러 왔으니까.
“감히 가진 것도 없는데 배짱을 부려? 일단 전리품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니새끼 배때지를 갈라보고 생각하자고, 흐흐흐.”
나는 칼을 겨눈 채로 레서데몬을 향해 천천히 전진했다.
“평화는 중대한 가치다. 싸워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설명을 했음에도 싸우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ㅡ딱딱딱.
말의 해골에 시꺼먼 피부만 간신히 붙여놓은 듯한 그 머리통이 바쁘게 움직이면서 말을 토해낸다. 이빨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어조는 침착했다.
확실히 지옥에서 온 존재인지라 불길함이 느껴지기는 한다.
“우리를 죽여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거래를 하겠다.”
이 새끼… 설마 반전주의 데몬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피와 폭력에 미치지 않은 악마 따위는 없다. 때로는 고정관념과 색안경이 가장 올바른 길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왜 죽이면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우리 악마 친구 시체도 제법 중대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 것 같은데?”
“우리의 시체는 현실 세계에 남지 않는다.”
생각해 보니까 하이임프도 죽이자마자 즉시 시체가 녹아내려 시꺼먼 체액으로 된 웅덩이로 변해버렸던 적이 있다.
악마들의 시체는 현실세계에 남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악마를 죽인 증거품은? 그들의 소지품으로 한정되는 것인가? 정말로 그 어떤 신체 부위도 남지 않는다는 소리?
어쩌면 개체별로 다를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아무튼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뽑아내기 위해 조금 더 대화를 해봐도 괜찮을 터.
“왜 시체가 남지 않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렵군.”
그 이유에 대해서 물으니 레서데몬이 단적으로 말했다.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는 시뻘건 동공은 죽음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럼 인간계로 침투를 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줄 수 있나?”
“그것 역시 설명하기 어렵겠군.”
“아니 이 씨이발 새꺄. 거래할 생각이 있기는 한거냐?”
“…화가 난 모양이군. 무기를 거두어주기를 요청하겠다. 대화와 거래는 무기 없이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뒤로 슬쩍 돌려서 클라우디와 위니아를 보았다. 위니아는 잔뜩 긴장한 모양새였지만, 클라우디는 지극히 흥미롭다는 얼굴로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클라우디가 흥미를 보인다면 더 생각할 필요는 없지.
ㅡ처억.
바로 칼끝을 바닥으로 향했다.
“무기를 내리지. 거래를 하고 싶다고? 아니. 그보다 거래를 할 물품은 있냐? 아무것도 없다고 니가 직접 말했을 텐데?”
무기를 거두니 악마가 자신의 양손을 모으면서 감사를 전해왔다.
“먼저 인간의 육신을 가진 자가 우리들 악마와 거래를 하겠다고 대답을 해준 것에 대해서 감사를 전하겠다.”
“그럼 왜 왔는지나 말해. 뭘로 거래를 하고 싶은데?”
ㅡ화르륵.
이글이글 타오르던 붉은 동공이 이번엔 푸른빛으로 타올랐다.
이 새끼… 혹시 신호등 데몬일까?
“너희들 인간들의 예상대로 우리들은 외부세계에서 건너온 존재, 즉 악마라고 불리는 존재들이다. 넘어온 목적은 인간들과 거래를 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목적이 없다면 올 일은 없으니까. 그러나, 이곳의 인간들은 너무나 폭력적이라서 도통 대화에 응하려 하지 않더군.”
그럼 폭력적인 인간 몇몇 새끼들을 만났다는 이야기인데.
그 새끼들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겠지. 악마는 사악한 존재니까.”
이 근방에는 악마들을 죽이고 광명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지천에 깔려있다.
종교인의 영향력이 미치는 도시들이란 보통 이런 색채를 띄기 마련이다.
사실 그것 말고도 그냥 인간이라는 새끼들은 천성적으로 뭔가를 약탈하기를 좋아한다. 단지 악인이나 악마들이 그 대상이라면 정의로워 보일 뿐이다. 마음껏 죽이고 약탈할 수 있는데 심지어 보상까지 준다고 하니 안 할 새끼가 없다.
“악마들이라고 해서 전원이 사악한 존재인 것은 아니다. 너희 인간들도 선과 악을 나누지 않는가? 악인이 하나 있다고 해서 인간들 전원이 악인이 아니듯이 사악한 악마가 있다고 해서 모든 악마가 사악한 것은 아니다.”
레서데몬은 제법 냉철하게 지적을 하면서 말을 했다.
물론 나는 이 새끼랑 그딴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인간 기준에서는 악마든 몬스터든 몽땅 다 악이 맞다. 착한 악마도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죽은 악마가 더 낫다.
“관심 없고. 뭘로 거래를 할건지나 말해. 슬슬 인내심이 사라지려고 하거든.”
“우리가 거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바로 우리들의 힘이다.”
“힘?”
“힘을 원하지 않는가? 우리들은 힘을 줄 수 있다.”
“아이고 씨발.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오네.”
그것은 너무나도 고전적이고 식상한 사기 수법이었다.
악마들은 힘을 대가로 인간을 유혹한다.
놈의 젠틀한 태도를 보니 대가리 나쁜 새끼들이 미끼를 덥석 물법도 했다.
괜히 에자쓰를 숭배하는 이교도들이 그 지랄을 쳤겠는가? 오늘만 사는 새끼들은 넘쳐나며, 순간의 부귀영화를 위해 영혼을 내던질 인간들은 어디에나 있다.
“세상은 무한한 것이 아니기에 유한한 자원을 두고 다투는 분쟁은 끝이 나지 않는다.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힘이다. 피와 폭력이 끊이지 않는 세상이라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들이 주는 힘이라면 그러한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기 쉬워질 것이다.”
말대가리 데몬이 연설조로 말을 했다.
그 동공은 시퍼런 불길로 타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제법 이치에 맞는 말을 하는 꼴을 보니까 이러한 협잡질을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 것 같다. 점점 더 믿을 수가 없어지는군. 원래 항상 그럴듯한 이야기를 꺼내는 놈들이 사기를 치기 마련이다.
아가리를 잘턴다는 것은 사기도 잘 친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니까.
ㅡ까드득.
사족보행을 하고 있던 녀석이 기괴한 소리를 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키는 거의 2메다에 육박했으며, 그 골격은 비현실적인 것이었다.
그렇기에 놈이 일어선 모습은 실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까마득하게 먼 옛날, 별들의 존재가 이족보행과 사족보행을 두고 다투고 있을 때 그 중간 합의점을 찾아냈던 전설적인 존재들이 저렇게 걸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기회이다. 우리의 힘을 얻고 세상을 더욱 편하게 살 수 있는 기회. 인간 세상에서 힘이라는 것이 가지는 지위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거래를 하겠는가?”
그러나,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었다.
최고조로 날카로워진 기감은 언제나 상대방과 나의 전투력을 냉정하게 파악하게 했다. 이쯤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클라우디도 만족했을 것이다.
“흐흐흐, 힘이라. 힘 좋지. 근데 악마한테 힘을 받으면 파멸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아니면 영혼이라도 줘야 하는거 아니냐?”
“파멸도, 영혼도 필요 없다. 단지 힘을 대가로 우리들의 부탁을 하나만 들어주면 될 뿐이다. 그렇다면 그 힘은 온전히 너의 것이 될 것이다.”
ㅡ처억.
일어선 레서데몬이 내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했다.
ㅡ휘유우융.
“조건이 좋구만.”
그의 등 뒤로는 암흑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역시 악마라 그런지 위압감이 느껴지기는 한다.
그런데 평화와 대화, 그리고 거래를 원한다는 악마가 힘을 대가로 부탁을 들어달라고 제안을 한다라?
말의 아귀가 들어맞질 않는다.
단순히 좋은 말로 상대방의 정신을 흐려놓은 뒤에, 하나의 부탁이라는 간단한 조건과 힘을 미끼로 사람의 시야를 가리고, 진정한 목적을 두루뭉술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거래를 유도할 뿐이다.
필시 좋지 않은 거래겠지.
ㅡ즉시 마나를 끌어 올렸다.
“근데 아무리 봐도 넌 개좆밥 같단 말이야… 니한테 힘 받아봤자 어디 쓸데나 있냐? 저기서 볼 차고 노는 애새끼들 이기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데?”
“크르르!”
ㅡ부글부글.
놈을 비웃으며 전투 준비를 하니, 돌연 녀석이 이빨 사이로 새하얀 거품을 흘려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씨발! 이 새끼 게거품을 물었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군!
ㅡ파앗!
나는 즉시 녀석에게 칼끝을 겨눈 채로 지면을 박찼다.
천마군림보의 묘리가 각력을 더한다. 순식간에 땅이 움푹 패이면서 내 몸이 포탄처럼 쏘아졌다. 놈과의 거리를 단번에 좁혀서 강습이다!
ㅡ쐐애액!!!
“데쟈아아아아앗!!!!!!”
그 속도에 마나를 더한다.
검기를 사용해보고 싶었지만, 즉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악마를 상대하는데 미완성의 기술을 사용할 수는 없다. 바로 체내의 마나를 폭발시키듯이 운용하면서 내 주력기인 실장베기를 시전하기 위해 타이밍을 잡는다!
“평화와 거래를 원한다고 했다! 어째서 응하지 않는가!”
“좆까라 데몬!!!!”
ㅡ카아아악!!!
레서데몬이 울부짖으면서 팔을 휘둘렀다.
애초에 나는 악마와 거래 따위를 할 생각이 없었다. 이득만 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놈들은 내 적이다. 악마의 힘을 받은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리 없다. 분명 비극과 파멸만이 존재할 것이다.
세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다면 그것을 끊어야만 한다!
“거래에 응할 인간은 없는가!!!!!”
ㅡ촤라락!
긴 팔의 끝에 달려 있는 것은 날카로운 손톱이었다. 그 기세가 마치 스파이크가 달린 채찍과도 같았다.
사악한 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것인가?
아무튼 녀석의 공격이 내게 닿는 순간을 노린다!
“실장베기이이잇!!!!”
ㅡ촤작!
채찍처럼 날아든 손을 향해 실장베기를 날리자, 그 팔이 허무하게 절단이 나면서 하늘을 날았다.
“키아아아아아아악!!!!”
절단면에서 시꺼먼 피가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악마가 비명을 지른다.
이딴 병신이 누구한테 거래를 하겠다는 것이지?
바로 연격을 꼽아 넣으려 하니ㅡ
ㅡ퍼엉!
돌연 불덩이가 날아와서 악마의 머리통을 맞혔다.
ㅡ화르르륵!
위니아가 지원 사격을 해준 것이다.
악마는 다른 팔로 공격을 하려다 말고 괴성을 내지르면서 자신의 얼굴을 두들겼다. 바로 숨통을 끊어버릴까, 아니면 다른 팔도 잘라내서 안정적으로 갈까 생각했는데 이 상황이면 바로 모가지를 노려도 될 것이다.
“뒈져라 데몬! 거래의 대가는 바로 네 녀석의 목숨이다!”
나는 그대로 힘차게 놈의 모가지를 찔렀다. ㅡ푸욱! 강한 힘이 실린 칼날이 녀석의 목을 꿰뚫고 들어갔다.
“크르르르르륵!!!!!!”
공격은 아주 훌륭하게 먹혀들어갔다.
ㅡ쿠웅.
그것이 바로 결정타였는지 녀석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이딴 새끼가 힘을 넘겨줘봤자 얼마나 넘겨준다고.
승기를 잡은 나는 결코 농땡이를 피우지 않는다. 즉시 뒤로 엎어진 놈의 가슴팍을 짓밟으면서 모가지에 박힌 칼날을 이리저리 비틀어 녀석의 머리통을 뜯어냈다.
ㅡ푹! 푹!
확인 사살을 위해 가슴팍도 몇 번 찔러주자 놈이 곧 조용해졌다.
“싱거운 새끼 같으니라고. 위니아. 방금은 고마웠어.”
“깜둥아 방심하지 말아봐. 악마가 그딴 식으로 쉽게 끝날리가 없어.”
“나도 알아.”
ㅡ부글부글.
레서데몬의 시체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놈이 밝힌 대로, 시체에서 남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소지품조차 없었던 알몸의 데몬이 순식간에 시꺼먼 진물로 변해버렸다.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끈적끈적한 검은색 웅덩이뿐이었다.
하이임프 때랑 똑같군.
“흐응… 이걸로 끝인걸까?”
클라우디가 양손에 곡도를 잡아 든 채 다가와서 말했다.
“잘 모르겠어. 거래하겠답시고 아가리 턴거 보면 그래도 한 끗발은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쉽게 뒤졌는데, 이 새끼.”
나는 잠시 클라우디와 함께 웅덩이를 살폈다. 그러고 있으니 위니아도 내 뒤에 붙어서 웅덩이를 관찰했다.
“깜둥아. 이 시꺼먼 액체도 어디 담아서 가져가면 교회에서 보상을 해주지 않을까?”
“오, 그럴 수도 있겠다.”
성기사들이 악마를 죽여봤다면 바로 시꺼먼 액체로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수통에 데몬쥬스를 담아 보도록 하자.
ㅡ부글부글!
내가 물을 버리고 쪼그려 앉아서 그것을 담으려고 했을 때였다.
ㅡ촤아아악!
“어, 어 이 씨팔거 뭐야!”
순간 시꺼먼 웅덩이에서 검은 형체가 몸을 일으켰다. 일으켰다? 아니! 웅덩이가 용솟음을 치자마자 그 안에서 시꺼먼 존재들이 연속적으로 튀어나왔다!
ㅡ파앗.
즉시 거리를 벌렸다.
“키야아아아악!”
“크레레에에엑!”
“치야아앗!!!!”
웅덩이의 안쪽에서 빠져나온 것은 죄다 시꺼먼 피부를 지닌 이형의 악마들이었다! 설마 놈들의 피에는 동료들을 소환하는 효과도 있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