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461)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462화
빛의 은총을 받아볼 생각 없니? (1)
‘좆된 건가?’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축축하게 옷을 적셨다.
김시훈이 기대했던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신격을 각성한 탓에 너무 흥분해 버리고 말았다.
그 무엇보다 감정선이 중요한 지금 상황에서 치명적인 실수.
강우는 긴장에 찬 표정으로 김시훈의 표정을 살폈다.
“혀, 형….”
김시훈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강우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강우를 올려다보는 그의 눈빛은 잠에 취하기라도 한 듯 몽롱해져 있었다.
“어, 어떻게 형이 여기…?”
최악의 가까운 몸 상태 때문일까.
김시훈은 강우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몽롱한 눈빛으로 말을 더듬고 있었다.
‘시바.’
살았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니, 좋아할 게 아니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 정도로 김시훈의 몸 상태가 심각하다는 의미.
강우는 망설임 없이 손가락을 물어뜯었다.
엄지의 살점이 뜯겨나가며 피가 흘러내렸다.
강우는 손에서 흘러내린 피를 김시훈의 입속에 흘려 넣었다.
“하아, 하아.”
창백했던 김시훈의 얼굴이 점차 원래의 빛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김시훈은 거칠어진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시훈아.”
“…….”
강우의 나지막한 부름에 김시훈은 굳게 입을 다물었다.
강우는 굳게 주먹을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 모양이 될 때까지 대체 뭘 했던 거야.”
“그, 그게….”
“대련이라는 헛소리는 하지 마. 방금 전 그건 누가 봐도 대련이 아니었으니까.”
“…….”
김시훈은 움찔 몸을 떨었다.
처음에는 그래도 대련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가서는 둘 다 이성을 잃고 살초를 썼던 것이 사실이었다.
어떤 조직이라도 내부의 불화에 대해서는 민감한 법.
김태현과 자신은 방금 명백하게 선을 넘은 싸움을 했다.
“…죄송합니다.”
김시훈은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강우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었다.
분노에 찬 표정으로 김시훈을 내려다보았다.
“신격… 때문이야?”
“…….”
“신격 때문에… 고작 그딴 걸 얻자고 이 꼴이 될 때까지 몸을 혹사시킨 거야?”
노기가 섞인 목소리.
김시훈은 고개를 돌려 강우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고작, 이 아니잖아요.”
“…….”
“신격이 없으면… 그 힘이 없으면 전 형님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형이 짊어진 짐을… 덜어드릴 수 없습니다.”
티탄의 율법의 제약이 사라진 후, 신격을 지닌 존재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시작했다.
비단 지구의 신들만이 아닌, 외계의 신들도 지구를 탐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신격이 없다는 것은, 사실상 강우 하나만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저는….”
김시훈은 입술을 짓씹으며, 씹어뱉듯 말을 이었다.
“형의… 동생으로 남고 싶었습니다.”
“…….”
강우는 두 눈이 커졌다.
김시훈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서글픈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언제 신격이 없으면 더 이상 내 동생이 아니라고 한 적 있어?”
“…….”
“도움이 되지 않으면 필요 없다고 한 적 있냐고.”
“그, 그건…!”
“시훈아.”
김시훈의 말을 자르며, 강우는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난 가족이 없었어. 부모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태어날 때부터 혼자 살아왔어.”
“…….”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너는 그런 내게 처음 생긴 가족이야.”
“……!”
김시훈의 눈이 커졌다.
가족, 이라는 그 짧은 단어가 가슴에 스며들었다.
김시훈에게 있어서 가족이라는 것은 언제나 절망과 닿아 있는 말이었다.
그의 삶 전체를 짓누르고 있는 악몽이었다.
그를,
강우를, 만나기 전까지는.
“신격이 뭐가 필요해. 도움이 되고 안 되고가 뭐가 중요하냐고.”
김시훈을 끌어안은 강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게 없어도….”
신격 따위 없어도.
설사 김시훈이 앞으로의 전투에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넌… 내 하나뿐인 동생이라고.”
쥐어짜듯 내뱉은 말.
김시훈의 눈가에 투명한 눈물이 고였다.
“혀, 형님.”
아니.
“…형.”
김시훈의 뺨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나뿐인 동생, 이라는 그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일단 좀 쉬어.”
강우는 김시훈의 눈을 손으로 덮었다.
김시훈은 피로가 한계에 달했던 듯,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
수련실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강우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태현을 바라보았다.
김태현은 흉측하게 힘줄이 돋아난 눈을 부여잡은 채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또한 한계 이상의 미래시를 사용하면서 육체의 부담이 심했던 모양.
“태현 씨.”
갑작스러운 존댓말.
눈을 부여잡고 있던 김태현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혀, 형.”
“왜 시훈이가 이렇게 될 때까지 싸운 겁니까?”
“…….”
김태현은 아무런 변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수련을 끝마친 김시훈을 도발해서 싸움을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으니까.
“그, 그게….”
말끝을 흐리며 강우의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 보니 처음부터 시훈이에게 공격적으로 대하셨죠.”
“혀, 형.”
“형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강우는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태현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흠칫 몸을 떨었다.
“제 가족을 건드리는 사람에게 형이라고 불릴 이유는 없습니다.”
“가, 강우 형.”
김태현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강우에게 손을 뻗었다.
강우는 차갑게 그의 손을 쳐냈다.
“…….”
김태현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 합니다.”
“…….”
덜덜 떨리는 어깨.
김태현은 무릎을 꿇은 채 뚝뚝 눈물을 흘렸다.
“부러, 웠어요.”
자신이 가지지 못했던 것을.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것을.
모두 가지고 있는 그의 모습이.
“…….”
침묵이 내려앉았다.
김태현은 몸을 일으키며 강우를 향해 다시금 허리를 숙였다.
그는 방패 문양이 그려진 새하얀 증표를 품속에서 꺼내어 강우에게 내밀었다.
“죄송합니다. 가디언즈에는… 더 이상 발을 딛지 않을게요.”
이런 사건을 일으키고 염치없이 가디언즈에 붙어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김태현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몸을 돌렸다.
“…….”
강우는 김태현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
“후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돌아서는 김태현의 어깨를 잡았다.
“태현아.”
“혀, 형?”
“나중에 시훈이한테 제대로 사과해야 하는 거 알지?”
“예, 예! 알겠습니다!”
김태현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강우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져 있었다.
강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김태현의 이마를 가볍게 때렸다.
“아윽.”
“너도 이번에 많이 무리한 것 같으니까 우선 들어가서 쉬어. 나중에 시훈이랑 자리 한 번 만들어줄 테니까.”
“헤헤. 네, 형.”
김태현은 이마를 부여잡으며 헤실헤실 웃었다.
김태현이 돌아간 후, 강우는 김시훈을 들쳐 엎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
입가가 비틀려 올라간다.
혀를 길게 내뺀 채, 입술을 핥았다.
‘이로써.’
김시훈은 신격을 각성했고, 김태현은 한층 더 자신의 말을 거스를 수 없게 되었다.
‘덤으로 김태현의 능력도 더 강해진 것 같고.’
역시 주인공 둘이 맞붙었기 때문일까, 일반적인 플레이어였다면 한 번 하기도 힘든 각성을 서로 연달아 빵빵 터트려 버렸다.
“푸흡.”
입가를 비집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푸헤헤헤헿!!”
천박한 웃음소리가 수련실 안에 울려 퍼졌다.
* * *
김시훈과 김태현 사이에 일어났던 소동이 끝난 후.
둘은 사이좋게 병실 신세를 면치 못했다.
사실 대련이라고 하기보다 서로의 목숨을 노렸던 실전에 가까웠으니 상처가 깊은 것도 당연했다.
“제기랄.”
방문을 열고 들어온 강우의 입에서 나지막한 욕설이 흘러나왔다.
지친 표정으로 침대에 쓰러졌다.
김시훈과 김태현이 나란히 병실에 누워 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그 빈자리를 강우가 메우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게이트 이상 현상을 처리하다 보니 육체의 피로는 그렇다 치고 정신적인 피로가 계속해서 쌓였다.
“…뒤지겠네.”
강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게이트의 이상 현상의 처리 말고도 그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광휘교 일도 처리해야 하는데.’
리리스를 통해 최근 들어 에르노어 대륙과의 교류가 활발해지며 지구에도 광휘교가 급속도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보고를 들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별의 수호가 사라지면서 전세계에서 몬스터들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고, 게이트에서도 이상 현상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견되고 있었다.
게이트가 없던 자리에 게이트가 생기는 것은 물론, 듣도 보도 못한 신종 몬스터들도 끊임없이 출현했다.
외계(外界)의 침식이 본격화되면서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피해가 심했다.
가디언즈가 총력을 기울여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음에도 세계 곳곳에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믿는’것만으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광휘교가 퍼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순 없는데.’
광휘교가 성공적으로 정착한다면 에르노어 대륙에 이어 무려 수억에 달하는 신도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신앙을 신성으로 변환할 수 있는 강우의 입장에서 놓칠 수 없는 기회.
하지만 김시훈과 김태현의 부재로 인해 생긴 빈자리를 메꾸느라 광휘교를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신격을 가진 전력이 더 필요해.”
신들의 힘을 빌리고 싶었지만 그들은 아직 혼란스러운 신계를 통제하는 것만으로 여유가 없었다.
‘어떻게 할까.’
점점 몸집을 불리고 있는 광휘교를 통제하면서, 동시에 신격을 지닌 전력을 만들 수 있는 방법.
“…역시.”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였다.
‘화신을 만들어야 해.’
자신을 대신해 광휘교를 통솔해주는 존재를 만들어야 했다.
“음….”
강우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화신을 만들면 자신이 지닌 신격의 일부를 빌려주는 것이 가능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자력으로 신격을 얻은 것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거지만.’
한설아와 레이라가 신격을 지녔음에도 큰 전력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자력으로 신격을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이 경우는 어쩔 수 없어.’
당장 신격이 있고 없고 차이가 너무 컸다.
자력으로 신격을 획득한 경우는 세계의 역사를 뒤져도 손에 꼽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존버도 정도껏 해야지.’
그 김시훈조차 이번에 겨우 신격을 각성했다.
다른 동료들이 자력으로 신격을 각성하기를 기다리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누가 좋을까.’
한설아, 레이라의 경우 이미 신격을 지니고 있으니 당연히 열외였다.
‘발록?’
무려 천년을 함께 싸워온 부하가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다.
“…….”
잠시 고민을 이어가던 강우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발록이라면 자력으로 신격을 각성할 가능성이 있어.’
발록의 악마의 태생적 한계를 넘어 패왕갑이라는 새로운 힘을 각성했다.
김시훈 때와 마찬가지로, 대가 없이 신격을 얻게 된다면 그의 성장은 멈추게 될 것이다.
‘자력으로 신격을 각성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을 화신으로 삼아야 해.’
냉정한 말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한계를 넘어 각성할 수 있는 존재는 결국 선택받은 소수에 불과하니까.
“그럼 누구를….”
-달칵.
“뭐야, 웬일로 방에 있네?”
문이 열리며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들어왔다.
“야, 이번에 영등포에서 나타난 몬스….”
“연주야.”
“어?”
강우는 차연주의 어깨를 붙잡으며, 진지한 눈빛을 그녀에게 향했다.
“뭐, 뭐야?”
차연주는 발그레 뺨을 붉히며 뒷걸음질 쳤다.
강우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빛의 은총을 받아볼 생각 없니?”
“…뭐?”
뭔 개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