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20)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01화
One Day (3)
“이, 이 정신 나간 인간이!!!”
사브나크는 창백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이곳은 일천지옥(一天地獄)의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인 헬 하운드의 서식지.
그 안에서 당당히 새끼를 공격했으니 미쳐 눈깔이 뒤집힌 헬 하운드가 이쪽을 향해 달려올 것이 분명했다.
“제길!”
사브나크는 다급히 ‘칼날의 권능’으로 만들어낸 마기의 칼날을 휘둘렀다.
꽤액, 꽤액 시끄럽게 소리 지르고 있는 새끼 헬 하운드의 입을 한시라도 빨리 다물게 만들어야 했다.
-촤악!!!
검은 칼날이 새끼 헬 하운드의 주둥이부터 가슴까지를 갈랐다.
“크르륵! 끼잉….”
일천지옥 최상위 포식자라는 위명에 걸맞지 않게 새끼 헬 하운드는 일격에 절명했다.
“이 미친 자식이!! 새끼를 잃은 헬 하운드에게 씹혀 죽고 싶은 거냐!!”
일단 새끼를 처리한 사브나크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우를 쏘아보았다.
“흐, 흐흐.”
강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어차피 너한테 뒤지나 헬 하운드에게 뒤지나 똑같아, 인마.”
“…….”
반론할 수 없는 정론.
사브나크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애초에 자신도 저 인간을 죽여 심장을 뽑아먹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었으니 할 말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브나크는 가늘게 눈을 떴다.
헬 하운드가 일천지옥 최상위 마물 중 하나라고 하지만 그 또한 권능을 지니고 있는 악마.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단순한 승산만 놓고 본다면 그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았다.
하지만,
‘위험해.’
평상시 헬 하운드라면 몰라도 새끼를 잃어 분노로 미쳐 날뛰는 헬 하운드를 상대하는 것은 그로서도 버거운 일이었다.
분노에 미친 헬 하운드는 목숨을 도외시하고 그에게 달려들 테니까.
운이 좋아야 이기는 거고 이긴다고 하더라도 치명상을 피할 순 없었다.
“제기랄.”
거친 욕설을 흘리며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이미 새끼를 죽인 이상 헬 하운드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었다.
분노에 미친 헬 하운드는 죽을 때까지 그의 냄새를 쫓아 달려올 테니까.
‘그렇다면 그 전에.’
저 인간을 죽여 심장을 뽑아 먹는 것이 최선이었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지금 일천지옥 곳곳에 출몰하고 있는 인간들의 심장에는 마기를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들었으니까.
-쩌적.
“벌레 같은 인간 하나 때문에 이런 개고생을 하게 되다니.”
사브나크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강우를 노려보았다.
“네 죽음으로 죗값을 치러라, 인간.”
“머리통 터진 소리 지껄이고 있네.”
강우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피식 웃었다.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라니, 요즘 B급 무협 소설에도 쓰이지 않을 법한 대사였다.
“그리고 내가 말했잖아.”
입가를 비틀어 올리며, 천천히 몸을 숙였다.
“나 혼자선 안 뒤진다고.”
아니.
“뒤지는 건 너 하나뿐이야.”
“뭐?”
눈살을 찌푸리는 사브나크.
강우는 손을 뻗어 반으로 갈라진 새끼 헬 하운드의 가슴에 왼손을 쑤셔 넣었다.
‘있다.’
손끝에 잡히는 뭉클한 감촉.
손을 펼쳐 뭉클한 살덩어리를 잡았다.
움직임을 멈춘 새끼 헬 하운드의 심장이 그의 손에 쥐어졌다.
“…….”
손을 적시는 검은 핏물을 보니 꿀꺽 침이 삼켜졌다.
당장에라도 저 검은 핏물을 마셔 목을 태우는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참아.’
핏물을 마시는 순간 끝이다.
아니 정확히는, 저 핏물이 몸에 튀는 순간 어미 헬 하운드의 표적이 되어버리고 만다.
‘이놈들은 후각이 가장 발달해 있어.’
헬 하운드의 대변을 몸에 묻히고 갔을 때 들키지 않았던 것을 떠올렸다.
개와 비슷하게 생긴 외형대로, 이 괴물들은 후각에 의존해 피아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새끼의 피 냄새가 풍기는 적을 최우선적으로 공격할 것이 분명하다.
“…….”
강우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새끼 헬 하운드의 눈알을 헤집고, 심장을 뽑아낸 왼손에는 질척한 검은 핏물이 가득했다.
하지만.
‘왼손 외에 피가 튄 곳은 없어.’
사브나크가 새끼 헬 하운드를 죽였을 때 등 뒤에 매달려 있었던 덕분에 몸에 피가 튀지 않았다.
강우는 날카롭게 눈을 뜨며 심장을 쥔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절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미친 짓이지만.’
미치지 않으면 애초에 살 수 없는 곳이다.
“후우, 후우, 후우!”
몸을 짓누르는 긴장감에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거칠어진 숨을 헐떡이며 자세를 낮췄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아아아!!!!”
남은 힘을 쥐어 짜내며 사브나크를 향해 달려들었다.
“무슨…?”
설마 인간 쪽에서 먼저 자신에게 달려들 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사브나크는 당황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반사적으로 올려진 팔.
검은 칼날이 달려오는 인간을 향해 날카롭게 빛을 뿜었다.
“지금!!!”
검은 칼날을 바라보며 강우는 씨익 입가를 올렸다.
자신의 왼손에만 새끼 헬 하운드의 피가 묻어 있다면,
‘왼손째로 잘라버리면 돼!!!’
날카롭게 빛을 뿜어내는 검은 칼날.
암석도 두부처럼 베어낼 것처럼 섬뜩하게 빛나는 검은 칼날을 향해,
있는 힘껏,
심장을 쥔 왼손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왼팔을 타고 전해지는 미칠 듯한 고통이 정신을 뒤흔들었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아아아아아!!!”
눈물이 줄줄 흘렀다.
뜨겁게 달군 인두로 팔을 지지면 이런 느낌일까?
태어나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압도적인 고통의 향연이 그를 장악했다.
“아, 으.”
터져 나오는 비명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잘려나간 왼팔을 바라보았다.
미칠 듯한 갈증만이 가득하던 몸 어디에 이런 피가 가득했던 건지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고 있었다.
이대로는 헬 하운드가 아닌 과다 출혈로 뒤지게 된다.
“허억, 허억, 허억!”
강우는 헬 하운드의 대변을 담기 위해 벗어놓은 면티를 팔에 묶었다.
분수처럼 솟구치던 피가 어설프게 지혈됐다.
지혈을 마친 강우는 고개를 돌려 사브나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자신이 기대했던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칼날을 향해 ‘집어던지듯’ 휘둘러진 왼손.
관성을 따라 날아간 왼손은 사브나크의 가슴에 부딪혔고, 왼손에 쥐고 있던 심장은 그 충격에 피를 뿜으며 폭발했다.
“이, 이런 미친.”
사브나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설, 마….”
헬 하운드가 후각에 민감하다는 특성은 그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새끼 헬 하운드의 피를 한가득 끼얹어 버리고 말았다.
“네, 놈.”
사브나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눈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심장을 던지기 위해 일부러 칼날에 팔을 잘라내다니?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
“크윽!!”
거칠게 입술을 씹으며 발을 박찼다. 이렇게 된 이상 한시라도 빨리 인간을 처리해야 했다.
하지만 검은 칼날을 휘두르기도 전에,
-콰아앙!!!
“크아아아아아아!!!!”
뿔 달린 늑대들과 싸우고 있던 헬 하운드가 새끼의 비명 소리를 듣고 거친 포효를 터트리며 둥지로 돌아왔다.
헬 하운드의 몸 곳곳에는 늑대들과 싸우면서 생긴 것처럼 보이는 상처가 가득했다.
“이, 이런 제길!”
사브나크는 다급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분노에 미쳐 눈이 뒤집힌 헬 하운드.
일천지옥에서 이보다 무서운 존재는 없었다.
-쩌적!
“으아아아아아!!”
지금은 인간이고 나발이고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브나크는 칼날의 권능으로 양 손바닥에서 검은 칼날을 내뿜으며 달려드는 헬 하운드를 상대했다.
“크르릉! 커헝!!”
“크윽!!!”
과연 헬 하운드는 일천지옥 최상위 포식자라는 위명에 걸맞게 무지막지한 힘을 자랑했다.
거대한 덩치가 움직일 때마다 대지가 진동했고 날카로운 이빨이 사납게 그를 노렸다.
“으아아아아!!! 이 빌어먹을 인간 자시이이이이익!!!”
사브나크는 분노에 찬 포효를 터트리며 필사적으로 헬 하운드를 상대했다.
헬 하운드는 마치 강우가 보이지 않는다는 듯 오로지 사브나크에게만 사납게 달려들었다.
당연했다.
강우에겐 새끼 헬 하운드의 피도 묻어 있지 않았을뿐더러, 그의 몸에는 헬 하운드의 대변이 잔뜩 발라져 있었으니까.
물론 잘려나간 왼손에서 강우 자신의 피 냄새가 흘러나오긴 하겠지만, 지금 새끼를 잃어 미쳐 날뛰는 헬 하운드에게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몰아 내쉬며 몸을 숙였다.
코앞에서 벌어지는 두 괴물들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저런 괴물들과 싸웠다면.’
아찔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퍼졌다.
‘우선 지금은.’
쓰윽, 쓰윽.
최대한 소리가 흘러나가지 않도록 강우는 납작 엎드린 채 사브나크와 헬 하운드가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장소에서 벗어났다.
“아, 으.”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잘려나간 팔의 단면을 타고 끔찍한 고통이 퍼졌다.
한 번 몸을 움직일 때마다 시야가 점멸했다.
“후욱, 후욱, 후욱.”
입술을 짓씹어 타들어가는 의식의 끈을 필사적으로 움켜쥐었다.
이대로 바닥을 기어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크윽.”
몸을 돌려 완만한 경사를 지닌 암벽을 기어 위로 올라갔다.
높이는 대략 3미터 정도 될까.
이 정도 높이에 올라왔음에도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헬 하운드의 덩치는 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까 늑대들보다 훨씬 더 잘 싸우잖아.’
사브나크의 키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정도로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날카로운 검은 칼날을 휘두르며 압도적인 체급 차가 나는 헬 하운드와 팽팽하게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크으.”
강우는 왼팔을 타고 올라오는 통증을 참으며 주변에 널브러진 돌조각을 하나 손에 쥐었다.
둘의 전투를 높은 곳에서 구경하기 위해 도망치지 않고 이곳까지 올라온 것이 아니다.
‘어차피 여기서 도망친다고 해도 죽어.’
먹을 것도, 마실 것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팔까지 잘린 채 도망쳐 봤자 얼마 가지 못하고 죽는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잘린 팔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먹고 마실 것은 지금 당장 이곳에서 구해야 한다.
“두 놈 다… 여기서 죽인다.”
물론 자신에겐 저 두 괴물을 죽일 힘이 없다.
하지만.
‘균형을 맞추는 것쯤은, 할 수 있지.’
돌조각을 움켜쥔 팔을 높게 들었다.
“크아아아아아!!”
난폭하게 칼날을 휘두르며 헬 하운드를 상대하고 있던 사브나크는 거친 포효를 내질렀다.
이미 다른 곳에서 한 차례 전투를 하고 온 듯, 헬 하운드는 지치고 상처 입은 상태였다.
그렇다면…….
“죽어라아아아앗!!”
승산은 자신에게 있다.
-퍼억!
“크윽! 무, 무슨!”
그때, 갑작스럽게 날아온 돌조각이 머리를 때렸다.
난폭하게 칼날을 휘두르던 사브나크의 몸이 움찔거리며 잠깐 멈췄다.
“크허어어엉!!”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휘둘러진 헬 하운드의 앞발이 사브나크의 몸을 후려쳤다.
“커헉! 컥!”
사브나크는 뒤로 튕겨 나가는 와중에도 고개를 들어 죽일 듯 위를 노려보았다.
튀어나와 있는 암벽 위, 자신에게 새끼 헬 하운드의 피를 쏟아버린 인간이 돌조각을 쥔 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네,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옴!!!!”
사브나크는 당장에라도 찢어 죽일 듯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간을 노려보았다.
“푸흡! 하하하하하!!”
강우는 미칠 듯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그래.’
정신이 타들어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노려보며 표정을 일그러트리는 악마의 얼굴을 보니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사는 거야.’
아무리 비참하고, 처절하고, 처참하더라도.
아무리 비겁하고, 꼴사납고, 치졸하더라도.
‘나는.’
까드득. 사납게 이를 갈았다.
‘살아남을 거다.’
이 빌어먹을 지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