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er Who Returned 10,000 Years Later RAW novel - Chapter (688)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외전 169화
위성세계, 제알(Zexal) (7)
“…뭐?”
듀얼 킹이 눈살을 찌푸렸다.
‘열사병’이 무엇인지 몰라서가 아니다.
엔트리온은 빛에 약하기 때문에 굴을 파서 지하에서 생활한다.
열사병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모르고 싶어도 모를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듀얼 중에 뜬금없이 그 단어가 흘러나오는지였다.
“열사병이란 건 과도한 고온 환경에 노출되어 심부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올라가 발작, 의식 소실, 경련, 호흡 곤란 같은 증상이 일어나는 걸 말하지.”
“그게 지금 어쨌다는….”
“그리고!!”
쿵!
거칠게 발을 구르며 양팔을 활짝 펼쳤다.
주변의 모래들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간다.
“더울 때 사막의 온도는 무려 50도까지 올라간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사막의 경우 70도까지 올라간 기록도 있을 정도다!!!”
열정적인 목소리로 과학 지식을 설파했다.
“그러니까 그게 듀얼이랑 무슨 상관….”
“즉!!! 지금 너의 몬스터들은 [사막] 필드 때문에 열사병에 걸려 움직일 수 없는 상태란 의미지!!”
“아니,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새끼?”
듀얼 킹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강우를 노려보았다.
[사막] 카드의 효과로 열사병이 걸려 몬스터들이 쓰러졌다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사막] 카드에 그런 효과는 없다!!!”
“그래?”
강우는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쓰러져 있는 듀얼 킹의 몬스터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러면 저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 그건…!”
듀얼 킹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입술을 달싹였다.
실제, 그의 필드에 소환된 몬스터들은 모래 바닥에 쓰러져 당장이라도 넘어갈 것 같은 가쁜 숨을 몰아 내쉬고 있었으니까.
“이, 이건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다는 듯 팔에 찬 디스크를 살폈다.
“크읏!! 제기랄!!!”
디스크는 아무런 문제없이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자, 할 게 없다면 슬슬 턴을 종료하시지?”
“왜… 대, 대체 왜 이런….”
입술을 짓씹으며 계속해서 디스크를 조작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변하지 않았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을 텐데~”
“크윽… 카, 카드를 한 장 세트하고 턴을 종료하겠다!”
의분(義憤)에 찬 숨을 씨익씨익 토해내며 턴을 종료했다.
“푸흐흐흐!!”
성을 내면서도 턴을 종료하는 듀얼 킹의 모습에 강우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그래, 이게 내가 찾은 듀얼이란 카드놀이의 【맹점】이지.’
엔트리온들은 엄청난 몰입력을 가지고 듀얼에 임한다.
허상(虛像)에 불과한 몬스터도, 마법과 함정들도 마치 진짜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다.
이런 상식을 벗어난 과도한 ‘몰입’.
그것이 만들어내는 듀얼의 맹점은 실로 단순(單純)하고 명료(明了)했다.
‘즉, 이놈들은.’
[현실]보다 디스크가 만들어내는 [환영]에 매몰된다는 것.그들에게 있어 디스크가 만들어내는 환영은, 단순한 환영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작(造作)할 수 있다.
위조(僞造)할 수 있다.
날조(捏造)할 수 있다.
그들이 만들어낸 허상(虛像)은 실재하지 않기에,
실재하지 않는 것을 ‘실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거짓의 신격’을 사용한다면 너무나도 쉽게 그들의 눈을 속일 수가 있었다.
‘물론, 완벽한 건 아니지만.’
이 전략이 먹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들이 듀얼 자체에 ‘몰입’해 있어야만 가능하다.
아무리 완벽하게 환영을 조작한다고 해도 ‘그럴싸’하지 않으면 몰입 자체가 박살 나게 된다.
즉, [사막] 필드로 인해 ‘열사병’이 걸리게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동상’이 걸리게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
그럴싸한 말을 만들어내는 것 정도는, 그에게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내 턴! 드로우!”
덱에서 카드를 한 장 뽑았다.
뽑은 카드를 바로 디스크에 끼워 넣었다.
“[교활한 가고일]을 공격 표시로 소환.”
그그그그긍!
모래 언덕을 헤치며 뾰족한 삼지창을 든 가고일이 몸을 일으켰다.
“[암석 거인]과 [교활한 가고일]에게 공격 명령! [모래 바람의 여신]과 [황야의 전사]를 참살해라!”
“자, 잠깐!”
듀얼 킹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왜 네놈의 몬스터는 일사병에 걸리지 않은 거지?”
“음?”
강우는 무슨 소릴 하냐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넌 돌로 이루어진 몬스터가 일사병에 걸릴 것 같냐?”
[암석 거인]도 [교활한 가고일]도 모두 단단한 암석으로 이루어진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그, 그건.”
듀얼 킹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사납게 이를 갈았다.
“할 말 없지?”
낄낄 웃으며 앞으로 손을 뻗었다.
“어서 공격해!”
그의 명령을 따라 암석의 거인이 검을 들어 올렸고, 가고일이 날카로운 삼지창을 내려찍었다.
-꺄아아아아악!!
-크허어어억!
[모래 바람의 여신]과 [황야의 전사]가 산산이 박살 나며 부서졌다.원래라면 둘의 공격력이 더 높으므로 파괴할 수 없었지만, ‘열사병’으로 인해 공격력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에 낮은 공격력으로도 두 카드를 파괴할 수 있었다.
[남은 라이프 5200]“크아아아아아악!!!!!”
두 카드가 파괴되며 라이프에 2800의 데미지를 입은 듀얼 킹은 가슴을 움켜쥐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짓씹은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나왔고, 부릅뜬 일곱 개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됐다.
‘이야 씨.’
강우는 비명을 내지르는 듀얼 킹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몇 번을 봐도 적응이 되지 않는 미친 리액션이었다.
“크윽. 본좌의 라이프가 깎이다니….”
까드득.
듀얼 킹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강우를 노려보았다.
“감히 왕의 생명에 손을 댄 죗값, 네놈에게 톡톡히 받아내도록 하겠다!”
“얼마든지.”
강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이죽였다.
“난 그럼 이대로 턴을 종료하지.”
“내 턴이군. 드로우!”
듀얼 킹이 힘차게 카드를 뽑았다.
“…훗.”
카드를 확인한 듀얼 킹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네 놈, 한 가지 실수를 했군.”
“…실수?”
“그래.”
뽑은 카드를 높게 들어 올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내 필드를 저번 턴에 완전히 정리하지 못한 것!!! 그것이 네놈이 저지른 실수다!!!!”
“무슨….”
짐짓 놀란 표정을 짓자, 듀얼 킹이 폭소를 터트렸다.
“신을 위한 제물이 3장 모였을 때━”
쿠구구구구구궁!!!!
디스크에서 무시무시한 굉음이 흘러나왔다.
눈부실 정도의 빛이 쏟아지며,
“신(神)은 그 모습을 드러낼지니!!!”
촤아아아아악!!!
몰아치는 파도.
모래 언덕에 뒤덮였던 필드의 절반이 [바다]로 뒤바뀐다.
“[황야의 추종자] 셋을 제물로 [해룡신(海龍神) 네오-리바이어터]를 소환하겠다!!!”
바닷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용.
“악몽조차 먹어치우는 심해(深海)의 포식자여!! 나의 영역에 강림해라!!”
-크아아아아아아!!!
크기만 20여 미터가 넘는 바다의 용이 사납게 포효했다.
용이라고 해도 그 생김새는 용이 아닌 거대한 악어에 가까웠다.
바닷속에 잠긴 채 머리만 살짝 내민 [해룡신]의 모습에는 당장이라도 먹잇감을 낚아채 씹어먹을 듯한 난폭한 살기가 느껴졌다.
“시, 신이라고?!!”
주접을 떨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몰입’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장단을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해룡신(海龍神) 네오-리바이어터]는 묘지에 있는 수(水)속성 몬스터를 두 장 제외시키는 것으로 필드 위에 ‘수속성 몬스터’를 제외한 모든 몬스터를 쓸어 버린다!!!”
이번에도 사기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기적인 효과.
하지만.
“네 묘지에는 수속성 몬스터가 없을 텐데?”
“후훗! 여기서 마법 카드 [잔혹한 수장(水葬)]을 발동! 묘지의 모든 몬스터의 속성을 수속성으로 변환시킨다!”
“그, 그런…!”
“물의 세례를 받아라!!!!!”
듀얼 킹이 양팔을 넓게 펼치며 외쳤다.
쿠구구궁!!!
바다에서 거대한 해일이 일어나며 강우의 몬스터를 덮쳤다.
강우는 창백한 표정으로 뒷걸음질 치며,
“━훗.”
차갑게 미소 지었다.
“함정 카드 [마성의 달]을 발동!!!”
“무, 무슨?”
듀얼 킹이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마성의 달]은 자신 필드 위의 야수족의 공격력을 올리는 카드였다.지금 상황에선 사용할 이유가 없다.
아니, 무엇보다.
“그거 함정 카드가 아니라 마법 카….”
“[마성의 달]이 하늘에 떠오른다!!! 그리고 하늘에 떠오른 달에 의해서 ‘인력(引力)’이 발생하게 되지!!!”
“뭔 개소리야 이 새끼야.”
“[해룡신]의 효과로 발생한 ‘해일’은 달의 인력에 막혀 사라지게 된다!!!”
“아니.”
뭐라 반론을 펼치기도 전에 필드를 휩쓸고 있었던 ‘해일’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 이익!!!”
듀얼 킹은 이를 악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 그걸로 끝이냐?”
강우는 조롱 섞인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몬스터도 별거 없구만.”
“…….”
듀얼 킹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다.”
“뭐?”
“━몬스터가 아니다!!! 신이다!!!”
쿠웅!
거칠게 발을 구르며 오른손을 쫘악 펼쳤다.
“추가적으로 묘지에서 두 장의 수속성 몬스터를 제외!! 다시 한번 ‘해일(海溢)’을 일으키겠다!!!”
“크윽!!!”
거대한 해일이 다시 한번 필드를 휩쓸었다.
강우 필드 위에 있는 [암석 거인]과 [교활한 가고일]이 새하얀 빛무리로 박살 났다.
“하하하핫!!! 한 번으로 안 된다면 두 번을 몰아치면 될 뿐! 네놈은 결코 [해룡신]을 막을 수 없다!!!”
듀얼 킹이 광소(狂笑)를 터트리며 외쳤다.
“글쎄, 과연 그럴까?”
표정을 일그러트렸던 강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너 이 자식. 또 무슨 짓을 할 생각이냐.”
듀얼 킹은 불안에 떨리는 눈빛으로 강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강우의 필드에 세트된 카드로 향했다.
“아니, 난 아무 짓도 안 해.”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내가 해야 할 일을 ‘네가 대신’ 해버렸으니깐.”
“그게 무슨 소리냐?”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는 듀얼 킹을 뒤로한 채,
천천히 허리를 숙여 바닥의 모래를 한 줌 쥐어 들었다.
“그거 알아?”
“또 뭐 이 새끼야.”
“아무런 생명도 살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이 척박한 사막도… 사실 비가 오고 난 이후에는 울창한 숲으로 뒤바뀐다는 걸.”
“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사막에 해일이 몰아쳤지. 바짝 마른 대지에, 수분이 들어오게 된 거야.”
그렇다면,
그 결과는 하나뿐이리라.
“[사막] 필드가 바닷물을 빨아들이며 변환!!!! [숲] 필드로 바뀐다!!!”
“뭐, 뭐라고!!!!”
-그그그그긍!!
모래 언덕을 뚫고 수백, 수천 그루의 나무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무의 뿌리가 땅을 단단하게 파고들며 더욱더 많은 ‘수분’을 갈망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숲]의 나무들은 바다까지 빨아들이기 시작하지!!! 더 이상 [해룡신]이 있을 바다는 이곳에 없다!!!”
“대체 뭔 헛소리냐 그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 이 새끼야!!!”
애초에 염분이 있는 바닷물을 빨아들일 수 있는 나무는 한정적이고, 빨아들인다고 해도 바닷물 전체를 흡수할 수 있을 리는 없겠지만.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그런 논리나 개연성을 세세하게 따질 필요는 없었다.
최소한의 ‘몰입’을 깨지 않을 정도의 ‘그럴싸함’만 있으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듀얼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어둠의 듀얼】.
누가 더 입을 잘 터는지의 싸움!
‘입 터는 거로는 안 지지.’
아카르트조차 말싸움으로는 자신을 이길 수 없다.
“[해룡신]이 숨 쉴 바다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해룡신]은 호흡을 하지 못해 파괴되게 된다!”
“무, 무슨!!”
파카아아앙!!
[해룡신]의 몸이 빛의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안 돼에에에에에에!!!!”
듀얼 킹의 처절한 절규가 흘러나왔다.
강우는 씩 웃으며 덱에서 카드를 뽑았다.
“그럼 나의 턴! 드로우!”
“…잠깐.”
“뭐지?”
듀얼 킹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해룡신(海龍神) 네오-리바이어터]는 바다의 신이라고는 하나 악어의 육체를 지니고 있다!! 물이 없다고 해서 호흡을 못 하지는 않아!!!”
[맹점]을 찾아냈다는 듯 일곱 개의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그래?”
뭐 어쩌라고.
“그러면 그렇게 말했어야지.”
이미 턴 넘어왔어,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