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ce From Another Dimension Becomes an Idol RAW novel - Chapter (245)
차원이 다른 아이돌-245화 (외전3화)(245/246)
if 외전 3화.
-도재 in 대한제국
DT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오정호.
오정호의 얘기는 용과 호랑이 같은 기세의 가수를 배출하고자 ‘용호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지었다가 당시 직원들의 반대로 DT 엔터로 이름을 바꾼 것이 시작이었다.
어디서 얘기를 끊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오정호의 화법은 청산유수 저리 가라, 였다.
도재가 DT를 선택한 게 아니라, DT에서 처음부터 원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째서 제안을 넣지 않았는지 의아할 정도로 황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대단했다.
일단 오정호의 증조할아버지부터 궁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고 했다.
증조할아버지가 황제의 의복을 관리하던 게 오정호 대까지도 내려오는 집안의 자랑이었는데, 황자와 이렇게 일을 논의하게 된 자신을 증조할아버지가 보면 눈물을 흘릴 거라고…….
그간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황족이 대중 가수가 되는 일이 허락된 게 기쁘다며 엄청나게 호들갑이었다.
“황자님은 황실에 새 시대를 연 겁니다! 우리 가요계에도 말이지요! 황자님의 등장으로 가요계의 격이 올라갈 겁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 이런 영광을 함께할 수만 있다면!”
상상력이 풍부한 오정호는 잠시 감격한 듯 미소를 짓더니 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제가 우리 창식이 형의 매니저로 일하다가 기획사를 차리고, 꽤 잘나가는 싱어송라이터를 배출하지 않았겠습니까?”
“예. 그러신 줄 압니다.”
“그런 제가 왜 이제 솔로 가수가 아니라 댄스 그룹을 준비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신지요?”
궁금하지 않아도 궁금해야 할 것 같은 눈으로 오정호가 부답스럽게 도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정호는 댄스 그룹도 10대만이 아니라 범대중에게 사랑을 받게 될 시대가 곧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멤버가 많은 만큼 다양한 매력이 있고, 그룹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음악과 무대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방향성을 조금만 바꿔도 10대부터 50, 60대까지 모두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리라고.
그리고 이러한 ‘그룹의 시대’에 오정호는 선두 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황자님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더 쉬워질지도 모르죠. 그런 시대…….”
도재에게는 시장에 대한 오정호의 분석이 맞고 틀렸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오정호의 열정이 이미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다양한 음악이라…….’
DT 엔터테인먼트라면 도재가 원했던 ‘마음껏 음악을 하는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을 때였다.
“알고 오셨겠지만 저는 이 그룹에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황자님의 데뷔를 따로 준비하긴 어렵습니다. 두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할 만큼 회사의 규모가 크지 않거든요.”
“예.”
“그럼 황자님께서도 그룹 멤버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는 거지요?”
“물론입니다.”
긴 설명 끝에 오정호는 본론을 꺼냈다.
“외람된 얘기일 수 있지만, 대표로서 솔직하게 말씀 올려도 될까요?”
“편히 해주세요.”
“황자님이라면 외모도, 스타성도 이미 충분하죠. 당장 데뷔를 해도 좋을 만큼이요.”
“과찬이십니다.”
“과찬이라뇨! 그저 사실인 것을요. 그러나 황자님…. 솔로든 그룹이든 가수란 실력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가 준비 중인 그룹과 함께하려면 그 친구들과 비슷한 실력이 필요합니다.”
오정호는 그답지 않게 제법 눈치를 보며 말했다.
사실 많은 기획사가 황자의 실력이 어떤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일단 영입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실력을 상관하지 않고 데려와 기계로 노래를 만져서라고 데뷔를 시킬 생각이었다.
어찌 됐건 팔릴 가수니까.
그래서 도재는 오히려 오정호와 같은 사람을 원했다.
그런 까닭에 오정호의 조심스러운 발언은 도재를 웃게 했다.
“그렇죠. 가수가 되려면 무엇보다 실력이 필요하죠. 실력도 없이 황자라는 이유만으로 무대에 설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도재의 대답에 안심한 듯 오정호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마침 오늘 저희가 준비 중인 그룹의 멤버들이 모여서 보컬 연습을 하는 날인데 한번 보시겠습니까? 황자님께서 함께 연습을 해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도재는 도재대로, 회사는 회사대로.
실력을 확인해 보자는 뜻이었다.
***
그리고 DT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실.
도재는 아까 전 복도에서 만난 이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
한자리에 모여 차례로 보컬 트레이너에게 연습곡을 선보이던 중인 기준, 흥민, 우철은 오정호와 함께 연습실을 찾아온 도재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들이 데뷔 준비 중인 거였군.’
도재는 눈으로 인사하며 알 수 없는 안도를 느꼈다.
피아노 앞에 앉은 보컬 트레이너는 깜짝 놀라 의자에서 일어난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오정호 대표와 도재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하던 대로 계속하세요. 황자님께서는 연습을 지켜보러 온 거니까.”
오정호 대표의 말에 보컬 트레이너가 애써 침착함을 가장하며 다음 차례였던 멤버를 불렀다.
“그, 그럼 다음이…. 규성이. 규성이 나와 볼까?”
기준, 흥민, 우철이 안타까운 얼굴로 규성을 보았다.
규성은 처음 도재를 본 것이었다.
놀라고 떨릴 게 분명한데, 인사도 나누기 전에 노래를 부르게 생겼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한편으론 다행이었다.
네 사람 중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이가 규성이었으니까.
기준이나 흥민의 차례에 도재가 왔다면 실망해 돌아가 버렸을지도 몰랐다.
두 사람은 랩 담당이라 노래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었다.
“흠, 흠…….”
연습실 가운데로 나온 규성은 사레에 걸린 사람처럼 헛기침을 해댔다.
귀까지 벌게진 게 상당히 떨려 하는 게 분명했다.
“그…. 평소처럼만 해.”
보컬 트레이너도 그런 규성의 상태를 인지한 것인지 한마디 했다.
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재는 규성이 너무 신경 쓰지 않게 최대한 연습실 안쪽에 서서 기척을 죽였다.
그렇다고 죽여질 존재감이 아니었지만.
오정호 대표의 제안이긴 했지만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와 규성을 당황하게 한 게 미안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기대가 됐다.
정말 평소 그대로의 실력을 볼 수 있을 테니까.
‘과연 어떤 식으로 노래를 부를까…….’
가수가 아닌, 도재와 같이 가수를 준비 중인 이의 노래를 듣게 되는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어쩌면 한 팀이 될 수도 있는 이의 노래였다.
보컬 트레이너가 피아노 건반을 눌러 연주를 시작했다.
‘이건…. Sarah moon의 인가?’
잔잔한 분위기에서 시작해 점점 고조되는 절정부의 고음이 일품인 유명 팝송이었다.
보컬을 꿈꾸는 이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연습하는 곡이기도 했다.
도재 또한 한때 이 곡을 수십, 수백 번 연습했다.
―You know,
“……!”
규성이 한마디 내뱉었을 뿐인데 도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Today is the day, we finally met
이 곡의 도입부는 특별한 기교도 필요하지 않은, 어찌 보면 단조로운 멜로디였다.
그러나 원곡자인 Sarah moon은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와 기가 막힌 호흡 조절로 시작부터 많은 이를 집중시켰다.
그리고 규성은 그에 못지않은 약간 쉰 듯한, 매혹적인 음색으로 귀를 사로잡고 있었다.
―(내가 말했잖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규성은 완벽히 이 곡을 이해하고 있었다.
음정, 박자에 흔들림이 없는 건 물론 강약 조절도 완벽했다.
절절한 가사에 녹아들어 있으면서도 애써 담담한 척하려는 화자를 이해하고 있었다.
‘정말 많이 연습했구나.’
탄탄한 실력도 실력이지만, 얼마나 많이 이 곡을 연습했는지 도재는 알아챌 수 있었다.
―(약속했잖아, 네가 나와 함께 웃을 수 있도록 노력할 거라고)
노래가 계속될수록 초반엔 도재와 김 내관 쪽을 의식하는 듯했던 규성은 완전히 곡에 몰입했다.
―(이번 생, 혹은 다음 생까지도 우린 함께할 거야 그게 우리의 운명이니까)
도재는 가슴 한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 또한 규성처럼 노래에 흠뻑 빠져들고 싶었다.
‘노래하고 싶어.’
노래하고 싶었다.
함께, 노래하고 싶었다.
―(그게 우리 운명이니까아-!)
규성의 고음이 연습실 공기를 시원하게 갈랐다.
약간의 떨림조차 감정 표현의 일부같이 느껴졌다.
마침내 규성이 노래를 끝냈을 때, 도재는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칠 뻔했다.
연습실 한편에서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있었다는 것도 뒤늦게 깨달았다.
“어, 규성이 연습 많이 했구나. 잘했어. 그 후렴에서 호흡이 약간 달리는 건 여기, 이 부분에서 잠깐 쉬고 들어갔어야 하는 건데…….”
보컬 트레이너가 평소 수업처럼 코멘트를 이었다.
개인곡 평가 시간임에도 1:1 수업이 아닌 단체 수업을 하는 이유는 다른 이의 노래와 평가를 듣는 것도 수업의 일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흥민과 기준은 보컬 트레이너의 코멘트를 들으며 호흡에 대해 생각했다.
도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도 후렴 호흡이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 저기서 쉬면 더 쉬운 거였어.’
혼자서 (그나마도 몰래) 연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니 전문가의 말은 도재에게 굉장히 도움이 됐다.
“저희 오늘 수업은 여기까진데…….”
“아, 벌써요?”
“네. 다른 멤버들도 다시 노래를 불러 보게 할까요?”
보컬 트레이너가 오정호 대표에게 묻자 오정호 대표는 도재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아. 저 때문에 따로 다시 노래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황자님께서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지셨나요?”
그룹의 멤버가 될 마음이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물론 규성 한 명의 노래만을 듣고 결정하기엔 성급한 일일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도재의 마음속엔 이미 확신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어떨지 몰라도…. 이미 저 규성이라는 이의 노래만으로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충분해.’
기준이 작곡했다던 노래도 좋았고, 흥민과 우철도 함께 지내보고 싶은 이들이었다.
‘이상할 정도로 확신이 들어…. 좋을 것 같다는 확신.’
김 내관은 의중을 확인하려 도재의 얼굴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그 답을 알 수 있었다.
도재의 눈이 활기와 열의로 반짝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정호도 도재의 마음을 눈치챈 듯 보컬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그럼 특별히 오늘은 한 명 더. 우리 황자님의 노래까지 봐줄 수 있을까요?”
“네?! 아, 아, 물론입니다!”
갑자기 황자의 보컬을 평가하고 지도하게 된 보컬 트레이너로선 어려운 순간인 게 사실이었다.
기준, 흥민, 우철, 규성은 벌써 기대에 가득 찬 눈으로 도재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나기도 쉽지 않은 황자가 자신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니.
믿기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너무 궁금해 참을 수가 없었다.
도재는 천천히 규성이 서 있던 연습실 중앙으로 나섰다.
다른 이들 앞에선 처음으로 불러 보는 노래였다.
‘녹음해서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가수가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여길지도 모르지.’
도재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폈다.
아무래도 긴장이 됐다.
규성의 노래를 들은 후이기도 했고, 눈앞의 이들과 함께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더 긴장되는 게 사실이었다.
“어떤 곡을…….”
“<당신은 몰라요>가 좋겠습니다.”
강창식의 <당신은 몰라요>는 도재가 가장 좋아하고 많이 연습한 곡이었다.
강창식의 전 매니저이자 현 소속사 대표인 오정호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키는 원키 그대로 가면 될까요?”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중하게 말한 도재는 이내 목을 가다듬었다.
완전히 목이 풀리지 않아 어떨지 모르겠지만 음역대가 높지 않은 곡이라 큰 무리는 없을 듯했다.
잠시 후.
도재의 노래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