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 Football Survival RAW novel - Chapter (242)
프로축구생존기 프로축구 생존기-242화(242/242)
이상과 현실 사이 (2)
사람이란 게, 그게 뭔가가 되었든 여러 번 하다 보면 시작 단계에 들어섰을 때부터 대충 이게 성공할지 실패할지 감이란 게 온다.
-휘융.
“···하아.”
그리고 지금, 그 감이 왔다.
“감독님, 이건 안 됩니다.”
이건 안 된다고.
“···젠장, 정말로 가능성 없어 보이냐?”
“예, 감독님.”
물론 일반적인 직장이라면 여기에서 안 되면 되게 하라고 하겠지만
“···휴우, 그래, 어쩔 수 없구만. 그냥 정석대로 갈 수밖에.”
다행히 감독님이 일반적인 상사의 판단을 하시진 않았다.
‘···그래도, 솔직히 도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생각을 하신 거지.’
뭐 내가 있으니 혹시나 하고 시도해 본 거라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너무, 많이 무리수다. 덤블링 스로인을 제대로 된 작전으로 써먹으려고 하시다니.
물론 덤블링 스로인은 의외로 시도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균형 감각 괜찮다고 자부하는 일반인 정도만 되어도 1시간 정도면 감 잡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덤블링 스로인을 ‘안정적으로 성공.’ 그러니까 대충 90% 정도 확률로 던지다가 스로인 원칙 어기거나 해서 볼 저쪽에 허무하게 넘기거나 하지 않고 역습 용도로 빠르게 원하는 곳으로 보내려면 한 가지 조건이 붙어야 했는데.
“예, 일단 도움닫기가 거의 없어서 던지는 것부터가 너무 힘드네요.”
바로, 도움닫기가 가능할 정도로 경기장 라인과 경기장 크기가 꽤 다른,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육상 트랙이 있는 종합 운동장’ 인 축구장이여야 한다는 거다.
게다가 어찌어찌 공간이 좀 넓은 운동장이라고 해도 지금 감독님이 원하는 대로는 쓸 수 없는 게.
“게다가 도움닫기 할 공간을 어찌어찌 만들어내도 한 두번 하고 나면 제가 도움닫기 하는 순간부터 덴마크 쪽도 그냥 쭉쭉 뒤로 물러날 것 같은데요.”
역습은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상대보다 빠르게 가해야 효과적이다.
그런데 덤블링 스로인은? 아무리 빠르게 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스로인보다 도움닫기가 더 기니까 좀 더 뒤로 물러나고, 앞으로 달리고, 구르고 하는 동작에 1초씩만 더 잡아먹는다고 해도 3초다.
3초가 별로 길어보이지 않는다고? 3초면 선수가 20m···는 좀 무리일지도 모르겠지만 15m는 달릴 수 있다. 즉 공격수가 중앙으로, 중앙에 있던 선수가 수비 진형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거다.
그럼 저번에 던졌던 건 뭐냐고? 그거야 그냥 일반적인 방식으로 틈이 안 보이니까 블러핑 용도로 한 번 질러 본 거지 뭐.
“흥빈이가 오프사이드 트랩에 안 걸리는 역습을 할 거라면, 그냥 평범하게 스로인하는 게 차라리 더 나을 것 같습니다.”
“···휴우, 그래, 그 정도라도 어디냐, 대신 그러더라도 비거리는 최대한 늘려 봐라.”
그렇게 말하더니, 감독님은 다시 한숨을 쉬려다가도- 그걸 간신히 삼키는 모습을 보였다.
“자, 그럼 다시 일반적인 역습 패턴 세션 시작하자. 이번엔 일반적인 스로인으로!”
-*-*-*-
-우두둑, 뚜두둑.
“으어어어··· 허리야”
“야, 허리 너무 세게 풀지 마라. 지금 허리 나가면 출전도 못 해.”
“아 몰라, 허리 나가면 대충 주사 맞고 뛰는 거지. 그보단 여기 파스나 붙여 줘.”
젠장, 이젠 허리까지 잘못하면 말썽날 것 같네. 진짜 몸 갈린다. 갈려.
“그건 그렇고, 진짜 이걸로 역습하는 작전을 진지하게 생각하셨던 모양인데, 완전 날로 먹으실 생각이었군.’
애초에 그게 그렇게 위력적이면 세상 모든 팀이 이미 스로인 마구 던지고 나도 스로인만 주구장창 던졌지. 그게 말이 되냐.
다만 아예 이해는 또 못할 건 아니었던 게.
‘···뭐 기책을 찾을 수밖에 없긴 하셨지. 내가 봐도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진짜 딱 하나밖에 안 남았으니.’
버스 세우고 있다가 한 방 먹이기. 이것뿐이다.
솔직히 장기로 치면 차포에다 마 정도까지 떼는 상황이요 체스로 치면 퀸, 룩, 나이트를 빼고 두는 게임인데 할 수 있는 전술이 이것 말고 더 있겠-
-짝.
“다 됐다.”
이 새끼가?
“···고오맙다. 영건아, 보답으로 니 파스는 내가 붙여주마.”
“에헤이, 괜찮아, 괜찮아, 난 파스 붙일 곳이 허리가 아니라 다리라서 니한테 부탁 안해도 된단다.”
“에이, 그래도 귀찮잖아. 이리 내놔.”
망할 놈. 이준혁은 이 일을 기억할 것입니다. 꼭 갚아주마.
“그건 그렇고, 결국 아직도 덴마크전에 누가 출전 할지는 감독님 결정 아직 안 하셨다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감독님한테 물어봐야지.”
“넌 확정이니까. 감독님이 니 의견 반영해서 누구 나갈지 의견 나눌 수도 있잖아.”
뭐, 그건 그럴 거다. 일단 정상 컨디션이란 가정하에 역습 상황에서 나보다 더 역할을 잘 수행해줄 풀백은 없기도 하고, 흥빈이와의 훈련 세션을 꽤 많이 하고 있으니.
“글쎄, 나도 감이 안 잡힌다.”
다만, 감독님이 어떤 조합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실지는 모르겠다.
지금 전술은 텐백으로 확정지어가는 분위기라곤 하지만, 출전이 확정이라고 할 만한 선수는 공격진의 흥빈이, 미드필더진에 정영우 선배, 수비진에 나 정도뿐이다.
‘민제가 부상이 아니었다면 센터백 라인은 무조건 민제-연수로 확정되고 오른쪽 정도만 고민하셨겠지만···’
민제의 압도적인 수비반경이 사라진 지금 갑자기 연수에게 새로운 파트너를 끼워준다? 글쎄, 그 녀석은 전형적인 커맨더라서, 발을 좀 오래 맞추던가 수비반경 넓은 선수랑 같이 뛰는 게 아닌 이상 치명적인 실수 한두번은 무조건 나오는 유형이라 정말 머리 아프다.
그냥 영건이와 연수가 같이 뛴 적이 몇 번 있으니 밀고 나갈지. 아니면, 조금 합이 안 맞고 후보라고 할지라도 민제와 비슷한 유형인 파이터형 센터백 윤선영 선배를 넣을지, 혹은 아예 그냥 연수를 위로 올리고 센터백 라인을 그냥 수비에만 집중하는 떡대로 꽉꽉 채울지,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 떡대는 누구로 정할지 등등.
이게 센터백 조합 ‘만’ 고민한 거다. 거기에다가 공격수-미드필더-수비수의 연계까지 생각하면 그야말로 머리 터진다.
이렇게 부상 선수가 무더기라는 건 전술이 고정이여도 참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 수밖에 없다. 어떤 선택지를 봐도 약점이 보일 수밖에 없으니까.
“참- 세상 생각대로 안 된다.”
“그러게, 진짜 근오 형, 성룡 형님, 창운이, 민제··· 뭐 이렇게 많이 부상당하냐.”
그저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프랑스를 상대로 비기고, 페루를 상대로 이겼다. 앞으로 무승부 한 번만 더 하면, 그러면···
“그러게, 이제 비기기만 하면 16강인데, 그게 참 힘들다. 힘들어.”
그래, 16강이다.
다음 경기에서 비기기만 하면 내가 어릴 적 2002년 멤버를 보면서 나 역시 저 일원이 되고 싶어했고. 2010년에는 TV를 보며 서서히 나는 저렇게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궁금했었다.
내가 직접 국가대표팀에서, 16강 진출을 해낸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상만 할 땐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기뻐할 것만을 생각했지만, 막상 이 꿈이 현실로 다가오자 지금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지쳐 있는 나 자신.
그리고, 다쳐버린 동료들
그럼에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압도적인 부담감이었다.
“아야, 우린 왜 이렇게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거냐. 좀 편하게 좀 살고 싶다···”
우리들이 한 브라질 국가대표였거나, 내가 한 시즌에 90골씩 넣는 메시 같은 치트키 능력이 있었다면, 혹시라도 요즘 말하는 것처럼 인생 2회차, 3회차를 살 수 있었다면
아니, 그걸 다 떠나서 부상 선수라도 좀 줄어들었다면 이렇게까진 몰리지 않았을 거다.
“그러게, 인생 좀 날로 먹고 그래야 좋은데.”
“넌 날로 먹었잖아 임마. 군대 면제면서.”
“군대가서 인생 핀 놈이 뭔 소리야. 그럼 면제되는 대신 정강이뼈 한번 부러져 보던가.”
“······”
그렇게 내 입을 한 번에 막아버린 후에 영건이는 숫제 털썩 누워버렸다.
“야, 왜 누워, 훈련 아직 안 끝났는데.”
“이것도 훈련이거든?”
뭔 소리야.
“침대축구 훈련.”
맞는 말이네, 쳐맞는 말.
“······에휴, 그래. 니 맘대로 해라.”
그렇긴 한데 차마 부정할 수는 없는 게 슬프다. 텐 백에 침대축구는 뻬놓을 수 없잖아.
뭐, 텐 백 세우고 침대축구까지 하면 욕은 더럽게 많이 먹겠지만··· 그래도 이겨야, 아니 비기기라도 해야지. 여기까지 왔는데, 16강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그게 더 비참할 테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들자. 나는 갑자기 생각이 들었다.
“영건아. ”
“왜?”
“우리 다음에도 이 짓 가능할 것 같냐?”
다음 기회가 있을 것 같냐- 는 말에, 영건이는 조금 침묵하다가
“글쎄, 힘들겠지? 아니, 솔직히 우리 개인적인 욕심만 빼고 보면 힘들어야지.”
“···역시 그런가.”
그래, 우리는 이제 다음 월드컵에는 30대 중반이다.
우리가 그 때까지 국가대표팀에서 밀려나지 않는다면 개인으로서는 기쁜 일이지만··· 그건 우리를 밀어낼 젊은 선수가 없다는 소리니, 팀으로서는 대한민국 대표팀이라는 팀이 16강의 벽에서 계속 이런 절망을 조금이나마 느끼는 일이 반복된다는 거다.
그렇기에, 우리가 어릴 적 우상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때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마지막이여야 하고.
“왜 이렇게 세상은 기회가 한 번뿐인 경우가 많을까.”
“글쎄, 기회가 한 번 뿐이니까 더 빌빌대면서 간절하게 뛰는 거 아닐까?”
평소라면 나는 저 말에 동의했을 거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노력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나는 근 몇 년간 온 몸으로 깨달아 왔으니까.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그걸 너무 연속해서 하니까 살짝 지친다···”
하지만 어느덧, 그렇게 살아온 지 4년이 되어가는 지금은 이제 슬슬 지친다.
물론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인생을 다시 한 번 되돌아갈 기회가 있다고 할지라도, 이 4년의 인생만큼은 되돌리고 싶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나도 사람이다.
욕망을 참아내고 자신을 깎아가며 간신히 아직까지는 잘 걷고 있으나, 이런 길을 평생 걸을 수는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나는 수도자나 고행자가 아닌, 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그렇게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기려던 찰나.
-삐이익!
-휴식시간 끝! 다시 와라!
“에이 시벌, 벌써 끝이야? 일으켜줘라.”
“니가 일어나 임마, 손이 없냐 발이 없냐.”
“힘 다 빠졌단 말이야. 얼렁.”
그렇게 말하는 영건이를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벌렁.
“야! 뭐해!”
“어디서 감히 주전에게 후보따리가 일으켜 달라고 한단 말이더냐. 난 누워있을 테니, 네놈이 나를 일으켜 세우거라.”
“···아씨. 요놈이 나이 먹더니 느물느물해졌네. 알겠어. 일어나! 일어나!”
그래, 아직은 울상지을 때가 아니다.
무엇을 위하여?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꿈을 꿔 오던 그들에게 닿기 위해.
그리고, 우리가 그들처럼 기억되기 위해.
“가자. 나머지 훈련하러.”
여전히 몸은 피곤하고, 발걸음은 무겁지만.
아직은 발을 멈추지 않으리라.
아직은, 싸울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