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a Crazy Genius Composer RAW novel - chapter (481)
망나니 천재 작곡가 회귀하다 외전 9화(481/482)
외전 9화
어느덧 결혼식의 가장 메인이랄 수 있는 신부 입장의 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신부 입장!”
박 전무의 멘트와 함께, 문이 열리고 고전적인 클래식 음악이 흘렀다. 김우현에 비해, 꽤 무난했다.
하기야.
그렇게 직접 내레이션을 깔며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지.
곡 발매 준비할 때는, 제발 내레이션만큼은 삭제해 달라며 통 사정을 해 대던 사람이니까.
그만큼.
김우현에게 결혼식은 특별한 날이자, 특별한 날로 기억되게끔 만들어 주고 싶었던 거겠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들어선, 저 여자에게.
“얼씨구?”
현승은 신부를 바라보던 시선을 김우현에게 옮겼다.
그는 당장 마중이라도 나올 기세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주, 팔불출 납셨네.
저렇게 좋아 죽겠는 여자를 두고, 미국은 어떻게 따라나섰나 모르겠다. 뭐, 결국 미국에 살림을 차리기야 했다지만 그간 장거리 연애로 맘고생 좀 했을 김우현의 모습이 눈앞에 훤했다.
“자, 신랑·신부는 하객 여러분을 보고 서 주시길 바랍니다. 결혼식을 빛내 주기 위해 찾아와 주신 많은 하객 여러분께 인사!”
그래도, 이젠 저렇게 사랑하는 여자 옆에서 환히 웃고 있는 걸 보니 참 다행이었다.
장난으로 엄마라 부르기 시작한 게, 씨앗이 되어 진짜 제 뒷바라지나 하며, 좋은 세월 다 흘려 보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서 평생을 서로만 바라보겠다는 서약을 맺었다.
그리고.
축가 순서가 다가왔다. 아니, 근데 이런 걸 단순히 ‘축가’라고 표현해도 되는 건가?
서지니의 ‘같이 걷자’를 시작으로, 정아린, 강하준, 그리고 더문의 축가가 이어졌다.
거기까지 인 줄 알았는데….
별안간 뒷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라 스튜어트가 일어나, 무대로 향했다. 설마, 미숫사라까지…?
“아녕하세여. 사라 스튜어트임니다. 기무연 이사님의 결혼을 추카드리며, 한 곡 부르게습니다.”
한국말은 또 언제 준비해 온 거야.
이내.
사라는 마이크를 고쳐 잡으며, 음향을 조정하는 스태프에게 눈짓을 보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미숫사라가 축가를 부른다니.
영 안 어울리긴 하는데….
─ ♬ ♬ ♬
아, 이 노래라면 축가에 제법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네.
그래.
자신이 잠적하기 전, 사라가 들어 봐 달라며 부탁했던 곡이다. 끝내 듣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러고 나서도 한참 새 곡 발표를 안 하길래, 또 성질을 못 이고 폐기 처리해 버렸나 생각했다.
그리고.
반년 정도 지나서 발매된 걸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었지.
발매한 곡명이 ‘Just wanna be by your side’인 걸 봤는데, 어떻게 웃음이 안 날 수 있겠는가?
그건.
사라 스튜어트가 자신에게 떼쓰듯 뱉은 말이자.
사라 스튜어트가 피처링으로 불렀던 가사였으니까.
남들 귀에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나름 둘에게는 의미가 있는 문장이었다.
발매 즉시에는, 듣지 못했으나.
이후 듣고, 또 들었다.
생각보다 이런 곡의 분위기도 어울리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 When I first saw you, it was really bad.
그리고, 이렇게 라이브로 들으니….
─ A rude tone, a cold look, and an unkind attitude.
제 예상보다 더 잘 어울렸다.
“와아…!”
그건 자신만이 느낀 게 아니었는지, 감탄사 같은 탄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 I didn’t like anything.
그때, 어째선지 사라 스튜어트와 눈이 마주친 기분이 들었다.
─ Then, I saw your backside.
이 거대한 홀에서, 무대에선 거센 조명 때문에 하객석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 I wanted to lean on his back.
단번에 자신이 앉은 곳을 알아내고, 바라본 듯.
─ As a result, I wanted to hug you on the back.
공중에서 둘의 시선이 맞닿았다.
─ He looked lonely and lonely.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그와 동시에 사라의 목소리도 미묘하게 떨려왔다. 아니, 기분 탓이 아니다.
─ I don’t want anything.
분명, 그녀의 음성에 함께 실려 나오는 호흡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천하의 사라 스튜어트도 무대 위에서 떨기도 하는 건가? 하객이 많다고는 하나, 방송보다 공연을 더 많이 다니는 사라 스튜어트로선 이 정도 규모는 일도 아닐 텐데 말이다.
어디 아픈 건가?
비록 전용기를 타고 편히 왔다고는 하나, 장시간 비행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시차 적응할 새도 없이 바로 온 걸음이니 컨디션이 저조할 수밖에 없겠지.
“음.”
현승은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뛰어나갈 기세로, 무대 쪽으로 몸을 돌려 앉았고.
─ Just wanna be by your side
그와 동시에, 사라가 마지막 노랫말과 함께 머리 위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만큼 환하게 웃었다.
“쿨럭!”
현승은 사레들린 듯, 기침이 터져 나왔다. 기침이 점차 거세지더니, 얼굴까지 붉어졌다.
그러자, 근처에 앉아 있던 이들이 걱정스레 물잔을 내밀었다. 현승은 받아 든 물을 단숨에 들이켜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
아아.
사레나 기침 말고, 엇박자로 뛰어 대는 심장을 말이다.
“이제 좀 괜찮나?”
옆에 앉은 최 이사가 등을 다독이며 물었다.
“예, 그건 그렇고 이 정도면 축가가 아니라, 페스티벌 같은데요?”
현승은 괜히 민망해진 탓에, 다른 얘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하지만, 전혀 연관 없는 말도 아니니 제법 자연스러워 보였을 거다.
그래.
서지니는 이제 예전의 서지니가 아니다.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언제 적 서지니’라는 말이나 듣던 서지니는 이제 없었다.
댄스 가수가 아닌, 발라드 가수로서 자리매김에 성공했으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나가는 중이었다.
강하준은 일본, 중국, 대만권은 물론이고 요즘 부쩍 미국 전역에 팬이 생겨날 만큼, 인기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지.
정아린 또한 특유의 에너지틱함으로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한 덕택인지, 가수를 넘어, 배우로서도 활동하며 입지를 넓혀 가는 중이라고 했다.
사라 스튜어트는, 말할 것도 없고.
이렇게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는 결혼식 축가라니?
이건….
축가라기보단 콘서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지 않나?
“이게, 다 네 덕 아니겠냐. 고맙다.”
최 이사는 그런 현승의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주억이며, 답했다.
내 덕이라.
과연 그런가? 물론 자신이 발견한 악기들이라고는 하나.
사실 자신은 발견해서 곡만 줬을 뿐.
저 악기들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날개를 달아 준 건….
김우현이다.
“제 덕은 아니고, 김 이사님이 덕을 많이 쌓아 와서 그럴 겁니다.”
아, 물론, 사라 스튜어트는 제외.
때마침.
슬슬 결혼식이 끝나가는지, 사진 촬영을 한다는 멘트가 들려왔다.
“신랑 신부와 가까운 친구분들만 먼저 올라오겠습니다.”
그 말에 현승이 일어서야 하나, 말아야 하나, 우물쭈물거리던 그때.
“뭐 하고 있어, 안 나가고?”
최 이사가 그런 현승을 채근했다. 이내 고개를 돌리자, 나가자며 손짓하는 이들이 보였다.
이른바, 현승 사단과 빈치스 식구들이었다.
“뭐 해? 가자.”
현승은 그런 이들 사이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사라 앞으로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어딜 가?”
사라는 한국말을 못 알아들었을 테니까. 아니, 설령 알아들었다고 한들 선뜻 나오진 않을 테지.
“가까운 사람들 나오래, 사진 찍게.”
물론, 현승의 부름이라면, 기꺼이 따라 나설 테지만.
그렇게.
결혼식 본 부대 위로는 신랑 신부를 중심으로, 빈치스 식구들과 현승 사단이 열을 맞춰 나란히 섰다.
현승은 김우현의 바로 뒤에 서서, 가볍게 어깨를 주물렀다.
“안 그래도 머리통 작은 놈이, 왜 뒤에 서고 그러냐?”
그러자, 김우현이 장난기 가득 섞인 말투로 이죽거렸다.
“제가 앞에 서더라도, 사진 결과물은 같을 겁니다.”
“하여간, 맞는 말만 해서 뭐라 말도 못하겠다니까?”
그렇게 두 사람이 주고받는 농담 덕택에, 사람들 얼굴 위로 한바탕 웃음꽃이 피어났고.
찰칵!
사진작가는 그러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곧장 셔터를 눌렀다. 이내 사진작가는 결과물을 확인하고는 흡족하다는 양, 웃었고.
“바로 부케 받는 거, 찍을게요! 부케 받으시기로 하신 분은 앞으로 나와 주실게요!”
그의 다음 말에, 김우현은 미셸을 향해 눈짓했다.
아, 맞다.
미셸이 부케 받기로 했었다고 했지.
‘음….’
이내 신부의 뒤에 자리를 잡고 선, 미셸은 왠지 평상시와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단정한 하늘색 셔츠 원피스를 입은 탓일까?
“하나, 둘, 셋!”
신부가 던진 부케를 받아 든 미셸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옷 때문만은 아니었다.
설렘이 가득한 얼굴과 분홍빛이 감도는 두 뺨 때문이었다.
진짜 곧 결혼하려나?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역시, 우리 미셸 씨는 꽃보다 아름답다니까?”
부케를 품에 안은 채 서 있는 미셸의 곁으로….
“제, 제이블?”
제이블이 걸어와, 미셸의 어깨를 보드랍게 감싸 안았다.
미셸의 결혼 상대가 제이블이었어?
아니, 대체….
언제부터 저 둘이, 저렇게 가까운 사이가 된 거지?
한편.
놀란 마음에 사색이 된 현승과 달리, 사라의 얼굴은 안정을 찾은 듯 평안해 보였다.
원래부터 미셸을 경쟁자로 염두해 두진 않았다.
미셸은 리세처럼 현승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도 아니고, 늘 일 얘기만 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현승의 복귀와 동시에, 유니스 뮤직 그룹 대표이사인 조슈아의 비서직을 때려치고, 다시 현승의 비서를 하고 있질 않나?
그와 동시에….
별안간 부케를 받는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아주 조금 불안함이 든 건 사실이었다.
혹.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닐까 해서.
아니면.
저도 모르는 새, 둘이 그런 관계로 발전한 건 아닐까 해서.
“김우현 이사님,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우리 결혼식 때도 와주실 거죠?”
그때 제이블이 미셸과 함께, 김우현에게 인사를 전했다.
“물론이죠. 날 잡히면 바로 연락주세요.”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현승과 달리, 우현은 이미 둘 사이를 알고 있었는지 호탕하게 웃으며 넉살을 부렸다.
아무래도.
지난 일 년간, 현승만 모르는 변화가 많았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