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87
86화
빠악, 빠악, 빠악, 빠악!
“….”
“….”
대련장엔 적막만이 흘렀다.
…현석이 빅토르를 두들겨 패는 소리만 빼고.
“감히 내게 선전포고를 해?”
퍼억, 퍼억, 퍼억!
“어어? 엉덩이 내려간다. 똑바로 안 들어? 너 그러다가 잘 못 맞으면 허리 나간다.”
그는 엎드린 빅토르에게 인정사정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중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러시아의 랭킹 2위를 일방적으로 패는 모습.
이에, 관중들은 물론이고 대기 중인 헌터들 또한 입을 쩍 벌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가 지금 헛것을 보는 건가?”
“…제대로 보는 거 맞는 거 같은데.”
단순히 빅토르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굴욕을 당하는 것보다도.
생각보다 저 ‘마스크맨’이란 자의 실력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세간에선 그의 실력을 두고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지금껏 힘을 숨긴 실력자다’와 ‘단순한 허세다’로.
그리고 이번 전투로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었다.
마스크맨의 실력은….
전자라는 사실을.
그래서일까.
“…지금이라도 튈까?”
“그럴까?”
객관적으로 빅토르나 안토니오보다 실력이 낮다고 평가받는 헌터들.
혹은 그 둘과 실력이 비슷하다고 알려진 헌터들은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당연히 이대로 도망치면 자국민에게 엄청난 조롱과 멸시를 당하겠지만….
뻐억, 뻐억, 뻐억!
“저것보단 낫지 않을까?”
“응….”
아무리 생각해도 빅토르처럼 쳐맞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하지만.
“후우. 이제야 좀 기분이 풀리네. 의료진. 와서 얘 데려가고, 다음!”
현석의 시선이 자신들에게 향하자.
그들의 몸은 그대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보는 앞에서 도망치면 무슨 짓을 할지 상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없어?”
현석이 입술을 삐죽였다.
아직 제대로 실력 발휘도 하지 않았건만. 이리 겁을 먹어서야….
‘그냥 저 녀석들 전부를 한 번에 쓸어버려?’
그러니 이런 생각도 들었다.
현석이 이번 대련을 준비한 이유는, 탑을 오르기 전에 자신의 힘을 확인하기 위함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그때였다.
“비켜라, 비켜.”
웬 패거리들이 헌터들 품을 비집고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하나 같이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여간 겁들은 많아 가지고. 그래서 헌터라고 할 수 있겠나?”
이탈리아의 안토니오.
그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현석을 향해 걸어왔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그는 유독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피에르가 분명 저 놈과 대화는 잘 끝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바로 현석과의 거래.
안토니오의 질문에 곁에 있던 마피아가 즉답했다.
“좋아, 좋아. 이제 가 봐.”
그는 만족스럽다는 미소와 함께 마피아들을 물리곤 현석의 앞으로 향했다.
“두 번째는 이탈리아의 안토니오입니다! 과연 앞의 헌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와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진행 요원 제이슨의 목소리와, 관중들의 함성 속에서.
안토니오가 현석만 들을 수 있도록 가볍게 말을 툭 뱉었다.
“주머니는 두둑하지? 받은 만큼 연기 잘 부탁해.”
“네가 에르가 말한 토니오구나. 그래 나도 잘 부탁하지.”
“듣던 대로 말이 잘 통해서 좋군. 근데 내 이름은 안토니오다. 토니오가 아니라.”
“그래 토니오. 시작하지.”
“뭔….”
순간 안토니오는 어이가 없어 입에서 실없는 소리가 나왔다.
사람이 말하면 적어도 듣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그는 이내 잡념을 지웠다.
중요한 건 이름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아무래도 상관없어. 이번 대련만 끝나면 네놈이 끝나는 건 시간 문제니까.’
일전에 현석이 보여준 전투로 대충 그가 얼마나 강한지 파악할 수 있었다.
아마 마피아 전체가 달려들어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혼자서 마피아의 조직력과 정치력은 이길 수 없을 터.
그리고 그 첫 단추는 자신이 꿰게 될 터였다.
“그래 바로 시작하지.”
말을 마친 안토니오가 곧바로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의 능력은 ‘폭발’.
콰앙!
안토니오는 제 뒤에 폭발을 일으킨 뒤, 그 반동으로 현석과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그리곤 단숨에 현석의 목을 움켜쥐었다.
“끝이다.”
화아아아-!
안토니오의 손아귀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대로 폭발을 일으키면 끝….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퍼억!
“…!”
현석이 내지른 주먹에, 안토니온는 저 멀리 날아가 벽면에 처박히고 말았다.
“커헉!”
뿌연 흙먼지 속에서 안토니오가 붉은 선혈을 토해냈다.
공격 당한 복부가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욱신거렸고.
순간적으로 피를 너무 많이 흘린 탓인지 시야가 정신없이 흔들렸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지….”
안토니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거래는 잘 진행됐다고 했는데… 대체 왜 자신을 공격한단 말인가?
‘순순히 공격당한 뒤 대련을 끝내면 되는 거 아니었나?’
분명 그렇게 생각했건만.
현석은 순간 ‘죽는 게 아닐까?’란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한 반격을 해왔다.
하지만 안토니오는 금방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었다.
“아 이제 이해가 되는군. 조금 전의 반격은… 그래. 일종의 눈속임인 거야.”
너무 쉽게 대련이 끝나면 분명 의심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우웁!”
후두둑.
힘 조절을 하긴 하는 건지, 입에서 계속해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뭐 됐어.”
너무나도 몸이 괴롭지만 현석의 의도를 알아차린 이상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오히려 극적으로 현석을 쓰러뜨린다면 더 좋은 반응이….
“이게 잠을 쳐 자나, 언제까지 여기 엎어져 있는 거야?”
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여전히 흙먼지가 자신들을 가리고 있었기에, 안토니오는 힘겹게 말했다.
“이봐. 조금 살살하지? 아무리 연출을 위해서라지만 이건 좀 심한 거 아닌가? 너 강한 거 알겠으니….”
하지만.
“그게 무슨 말이야. 연출이라니.”
“…뭐?”
이어진 현석의 말에 그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진심으로 때린 건데.”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너도 러시아 주정뱅이들처럼 처맞을 거란 거지.”
“너, 너…! 약속을 이런 식으로…!”
“약속? 무슨 약속?”
현석이 진심으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 안토니오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들이켰다.
“네놈이 받은 몬스터 핵 말이다! 설마 받을 거 다 받아놓고 입 닦을 생각은 아니겠지?”
“음? 그거 ‘순수한 마음’으로 주는 거 아니었나? 분명 그렇게 들었어. 에르한테 물어봐.”
현석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에 안토니오는 직감할 수 있었다.
…망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넌 나한테 아주 큰 잘못을 했어.”
현석이 말을 이었다.
어느새 그는 양손에 화염을 일으킨 상태였다.
“너 S급이 아니라 A급이더라?”
처음 안토니오와 맞붙었을 때.
현석은 그의 힘과 속도로 알 수 있었다.
안토니오의 등급이 다른 이들보다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나한테 접근한 것도 그것 때문이지?”
굳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몰래 접촉해온 이유.
애초에 안토니오의 등급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이번 공략대에 지원하기 위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선 등급 재심사가 필요했었으니까.
“그게 무슨 개소리….”
“개소리?”
스윽.
언제 가지고 왔는지, 현석의 손엔 빅토르를 팼던 야구 방망이가 들려 있었다.
흠칫!
그 모습을 본 안토니오의 몸이 떨려왔다.
동시에 자신의 미래가 보이는 듯했다.
“자, 잠시만….”
“늦었어 인마.”
그리고 현석이 방망이를 높이 치켜든 순간이었다.
타다다다당!
어디선가 거친 총소리가 들려왔다.
“저 미친놈이!”
“지금 감히 누굴 건드리려는 거야!”
“계약 파기다! 그냥 죽여버려!”
마피아들이었다.
녀석들은 몬스터의 핵으로 개조된 총을 들고 현석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하, 하하! 설마 내가 보험 하나 들지 않았을까 봐?”
안토니오가 힘겹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덧붙였다.
아무리 현석이라도, 혼자선 자신들을 상대할 수 없을 터였다.
그들의 총은 S급들에게도 통하는 아티팩트였으니까.
물론 아티팩트의 한계로 즉사시킬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의 피해는 입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만약 저 많은 총에 난사 당한다면….
“너라도 무사할 순 없지 않겠어?”
승리를 확신하듯, 안토니오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현석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달려오는 마피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왜 쫄려?”
안토니오의 비웃듯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지금이라도 내 앞에서 싹싹 빌면….”
하지만 바로 그 순간.
피요오오오오오-!
어디선가 맹금류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더니, 허공에서 무언가 쏘아지기 시작했다.
안토니오는 모르겠지만, 에단이 날린 깃털이었다.
푸푸푸푹!
“…크윽!”
“커헉!”
깃털은 마치 유도탄처럼 날아가 순식간에 모든 마피아의 숨통을 끊었다.
화르르르륵!
이어, 그들의 몸이 불에 타 사라졌다.
“…어?”
눈 깜빡할 새에 조직원들이 사라지자, 안토니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일반 마피아들이라 해도 전부 A급.
비록 자신처럼 S급에 준하는 등급은 아닐지라도 어디 가서 이렇게 쉽게 당할 이들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심지어 현석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안토니오는 상황 파악을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야. 아까 뭐라고?”
자신이 죽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
빠악!
현석은 귀찮은 티를 내며 안토니오의 머리를 후려쳤다.
녀석의 눈이 풀리며 몸이 옆으로 쓰러졌다.
“어떻게 처음부터 이런 벌레들만 나오냐.”
현석은 머리를 북북 긁으며 S급들을 향해 걸었다.
일전의 소동 탓에 대련장은 고요해질 대로 고요해진 상태였다.
“두 번 말 안 할게.”
화륵!
현석이 전신에 화염을 일으키며 S급들을 노려봤다.
“전부 한 번에 덤벼.”
* * *
대련 시작 전.
“오셨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윌리엄 대통령님.”
박준현은 윌리엄 바로 옆에 앉았다.
대련장이 훤히 보이는 자리였다.
“어째 잘 주무셨습니까? 최근 시차 적응하시기 힘드셨을 텐데요.”
“말도 마십쇼. 그래도 대통령께서 신경 써주신 덕분에 미국에선 심신이 편하더군요.”
“그거 다행이군요.”
하하하하.
두 사람은 사회적 가면을 쓴 채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순간, 이번 대련의 주인공인 현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윌리엄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나저나… 한국에 저런 헌터가 있었습니까?”
그가 그렇게 물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아무리 현석의 정체와 능력을 알아내려 해도, 도무지 알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보력이라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미국인데….
‘조금의 정보도 알 수 없다니.’
그래서 괜히 떠보는 느낌으로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준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답했다.
이런 질문들에 어느 정도 대비한 상태였으니까.
“아주 꼭꼭 숨겨놨었죠. 어찌나 든든한지 모릅니다.”
“그래 보이십니다. 그런데….”
윌리엄은 그렇게 말하며 화제를 돌렸다.
몇 번을 물어도 현석의 정체에 대해 알 수 없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훗날 탑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글쎄요. 그 부분은 저 헌터가 담당할 일이라 모르겠군요.”
“그렇습니까.”
윌리엄이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리곤 곧바로 본심을 꺼냈다.
“제가 생각을 해봤는데, 탑과 던전은 조금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가요?”
박준현은 그 말만으로 윌리엄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던전 국제법에 의하면 던전의 소유는 가장 인접한 국가.
따라서 탑도 당연히 한국의 소유가 된 것이었는데.
윌리엄은 그것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었다.
달리 말하자면….
“예. 탑이 던전이란 근거는 없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탑의 권한에 대한 얘기는 다시 해보는 게 좋을 듯합니다.”
…자신들도 탑에 대한 소유권이 있다는 뜻이었다.
탑은 엄밀히 말하면 기존에 정의한 던전과는 그 성격이 다르니.
“….”
박준현은 침묵했다.
설마 미국이 이리 단도직입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아직 공략대가 편성되지도 않은 지금 시점에서.
“말이 없으신 걸 보니 대통령께서도 그리 생각하시는 모양이군요.”
윌리엄이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러는 사이 대련이 시작됐다.
러시아 쪽의 헌터가 등장한 탓이었다.
“아, 대련이 시작했군요. 그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하지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콰아아아앙!
“…?!”
윌리엄의 눈에 러시아 랭킹 1, 2위가 현석에게 일방적으로 패배한 모습이 들어왔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안토니오와 마피아까지.
순간 소동이 있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관중들이 반응조차 하기도 전에 상황이 단숨에 정리됐다.
더 믿을 수 없는 건.
화르르르르륵!
홀로 수백의 S급들을 상대하는 현석이었다.
그의 불길에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S급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의 헌터들조차.
그저 도망치거나 절규할 뿐이었다.
“….”
꿀꺽!
윌리엄이 식은땀을 흘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만약 지금 보고 있는 풍경이 사실이라면….
가면 쓴 한국의 헌터를 막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를 보유한 국가는….
“대련은 재밌으십니까?”
…한국.
박준현은 윌리엄과 눈이 마주치자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재미, 재미있군요.”
동시에 윌리엄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어떻게든…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담아야 할 듯싶었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