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ing with Ego Sword RAW novel - Chapter 28
제27화. 가문의 명예 (1)
분대원 모두가 루안을 쳐다봤다.
스미스가 루안에게 물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알고 나섰냐?”
“아닙니다.”
“자신 있냐?”
“있습니다.”
루안의 거침없는 대답에 리사의 눈이 커졌다.
“잠깐만요, 스미스 교관님.”
“뭐냐? 리사.”
“루안이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분대 모두가 책임져야 합니까?”
스미스가 분대원들을 하나씩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4분기 테스트 깔끔하게 통과하고 싶냐?”
“통과하고 싶습니다!”
분대원 모두 테스트를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루안 브리스톨의 대답을 잘 들어.”
분대원들이 다시 루안을 쳐다봤다.
루안은 여전히 스미스를 바라볼 뿐 다른 분대원들은 상관하지 않았다.
스미스가 루안에게 말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면서 나선 이유는?”
“먼저 교관님께서 원하는 걸 말씀하시진 않으셨지만 분대원이 감당할 수 있으니 그런 말씀을 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거였다면 그냥 탈락시키고 집에 보내셨겠죠.”
스미스는 루안을 보면서 팔짱을 꼈다.
“맞아. 그런 거였다면 탈락시키는 게 훨씬 편하고 빠르지. 한 번 더 물어보겠다. 정말로 내가 원하는 걸 가문의 명예를 걸고 하겠다고 분대원들 앞에서 맹세할 수 있겠냐?”
가문의 명예를 걸라는 말에 리사를 비롯한 분대원들이 서로 쳐다봤다.
귀족 가문의 명예란 단순한 말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
특히 용병이 논한다는 것은 귀족 가문에 따라서 선을 넘는 도발로 비춰질 수 있었다.
“교관님. 그 말씀은 잘못 처신하면 굉장히 난처한 상황에 놓이실 수 있는데요.”
“가문의 명예를 걸라는 말을 심각하게 듣지 마. 루안 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지 못하도록 막는 일종의 장치 같은 거니까. 가문의 명예를 걸고 내가 원하는 걸 하겠다고 했는데 안 한다고 할 리는 없잖아? 특히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라면.”
스미스의 말뜻을 파악한 루안이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교관님께서도 한 가지 약속해주시죠.”
“말해봐.”
“뭘 원하시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교관님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고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한다면 저를 비롯한 분대원들 모두 4분기 테스트는 최고 점수로 통과했다고 평가해주십시오.”
루안의 말에 스미스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좋아. 그렇게 하자.”
“루안 브리스톨. 지금 이 자리에서 맹세하건데 릭 스미스 교관님과의 약속을 브리스톨 가문의 명예를 걸고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겠나이다.”
루안이 검례를 올리자 스미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을 하였다.
“붉은 늑대 용병단장 릭 스미스. 브리스톨 가문의 명예를 기억하고 약속을 기억할 것을 맹세하나이다.”
스미스가 분대원들에게 말했다.
“루안이 너희들을 위해 가문의 명예를 걸었으니 4분기 테스트 모두 통과다. 루안, 넌 내일 붉은 늑대 지부로 찾아와라. 그럼 해산!”
사육장 뒷문으로 분대원들이 모두 나왔다.
리사가 루안의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무슨 생각으로 나선거야?”
라니에르, 베일, 코넬 모두 루안을 쳐다봤다.
“테스트는 통과해야 하잖아.”
“다시 치러도 상관없는 거였어. 가문의 명예까지 걸면서 저 용병의 제안을 수락한 건 실수라고.”
리사의 말에 라니에르가 끼어들었다.
“맞아. 한낱 용병한테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하다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잖아. 테스트를 못 봐서 유급 당하는 거라면 모를까.”
베일과 코넬도 말문을 열었다.
“브리스톨 공작가의 명예를 걸 정도는 아니었던 거 같아. 고작 해야 4분기 테스트잖아.”
“용병들이 뭘 원할지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생각으로 하겠다고 한 거야?”
분대원들 모두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루안에게 던졌다.
잠자코 있던 라스칼이 한마디 했다.
[꼬맹이들 말에 동감. 네놈은 뭔 생각을 하고 사냐?]‘넌 좀 닥쳐.’
[큭큭.]루안에게 리사가 말했다.
“우리 모두 귀족 신분들이야. 가문의 명예를 함부로 밖에서 걸고 다니진 않는다고. 넌 지금 테스트 통과랑 가문의 명예를 용병과 거래를 한 거야. 그게 뭔지 알기나 해?”
“어차피 테스트 통과했으니 너희들은 뒤탈 없어. 책임지는 건 나 혼자고. 너희들에게 피해가 가지도 않을 거야. 뭐가 문젠데?”
루안의 말에 리사는 말문이 막혔다.
가문의 명예를 건 것은 루안 혼자였다.
스미스 또한 루안이 말한 대로 테스트 통과를 시켜줬으니 모든 것은 순조로웠다.
리사는 루안이 자신을 걸고 분대원들을 책임 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거슬리고 있었다.
“분대장은 나였어. 그러니 책임을 질 거면 내가 지는 건데….”
“리사. 분대장이건 뭐건 이미 지나간 거야. 지금 따져봤자 소용없다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그냥 넘어가줄래? 난 집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
리사는 루안을 보더니 홱 하고 돌아서 집으로 먼저 가버렸다.
라니에르가 리사의 뒷모습을 보더니 루안에게 말했다.
“루안, 리사는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너한테 꼭 하고 싶어.”
“……? 뭔데?”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테스트 떨어져서 다시 봐야 한다고 집에 가서 말해야 하잖아. 집에서 알면… 으으… 끔찍해…. 네가 날 구해줬으니 고맙단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라니에르가 루안에게 고맙다고 하자 베일이 말했다.
“나도 고맙다. 루안. 뭐 결과가 잘 나왔으면 나는 만족해.”
베일이 루안과 악수를 했다.
옆에 있던 코넬이 말했다.
“가문의 명예를 함부로 거는 건 나쁘다고 생각해. 하지만 루안 네가 나서줘서 집에 가서 할 말은 생겼으니 고마워.”
루안은 머릴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 별것도 아닌데 뭐. 또 보자.”
* * *
다음 날 칼론의 수업을 마치고 루안은 스미스의 용병 지부를 찾아갔다.
“브리스톨 가문의 귀공자께서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오시니 용병단 으로서 영광입니다요. 저는 붉은 늑대 용병단의 살림을 맡고 있는 말릭이라고 합니다.”
지부의 가입을 담당하는 용병 말릭이 루안에 대해 스미스에게 듣고 미리 나와 있었다.
말릭은 흑발의 회색 눈동자를 띄고 있는 젊은 용병이었다.
“스미스 교관님은 어디 계시죠?”
“아, 두목에게 이야기 모두 들었습니다. 하하. 브리스톨 공작가의 도련님께서 이렇게 저희 용병 지부를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의뢰를 맡기시고 싶은 사건들이 있다면 그 어떤 것도 상관없으니….”
“이봐!! 말릭!! 두목이 찾는다.”
위층 난간에 걸터앉은 용병을 보면서 말릭이 대답했다.
“지금 올라간다고 전해.”
루안이 말릭을 따라 위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때마침 위에서 내려오던 거구의 용병과 루안이 맞닥뜨렸다.
“뭐냐? 이 꼬맹이는. 용병단에 가입하기에는 어리잖아.”
“응? 아, 브록. 여기 이분께서는….”
브록은 거구의 근육질 상체를 드러냈고 입에 굵은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한쪽 눈에는 가로로 길게 찢겨진 흉터가 입 근처까지 닿아 있었고 굵은 목 밑으로 두툼한 가슴 근육과 어깨 근육에는 고문당한 흔적이 있었다.
“용병을 하겠다고 온 꼬맹이가 아니냐?”
“브리스톨 가문의 도련님이시다. 두목과 거래를 했다고.”
“뭐…라…고?”
브록은 허리를 숙이면서 루안의 눈을 보면서 킬킬거렸다.
“귀족가의 도련님께서 이런 용병단까지 찾아오다니… 무슨 일로 두목과 거래하였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브록은 루안에게 고개를 숙이더니 킬킬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루안은 말릭을 따라 스미스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어, 루안 학생.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하하하.”
스미스는 트롤 가죽을 벗겨서 만든 소파에 앉아 담배를 물고 있었다.
말릭이 루안에게 자리를 안내했다.
“테스트도 통과하셨고 이제 남은 건 3학년으로 올라가셔서 어엿한 기사로 성장하시면 모두에게 행복한 일이겠군. 하하하.”
“교관님. 원하시는 걸 말씀하시죠.”
루안의 말에 스미스는 담배를 끄고 대답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칼론의 3학년부터는 대부분의 수업은 ‘임무’ 라는 이름으로 치러지지. 실전 임무를 처리하고 결과를 두고 칼론의 평가가 이뤄지는 건 알고 있을 테고….”
스미스가 루안 곁에 서 있던 말릭에게 눈짓을 했다.
말릭은 어디론가 가더니 상자를 하나 가져와 스미스에게 줬다.
스미스는 상자를 열고 양피지를 하나씩 꺼내서 루안에게 보여줬다.
“이게 뭐냐면 붉은 늑대 용병단에 들어온 의뢰 계약서들이야. 내가 용병으로 먹고 살다 보니 여러 가지 일들을 하거든. 자세한 건 알려줄 수 없지만 한 가지는 알려줄 수 있지.”
스미스는 양피지 하나를 펼쳐보였다.
“이건 칼론과 계약한 거야. 3학년 학생들의 임무를 맡겨서 평가를 하겠다는 계약서지.”
“교관님이요? 용병 신분으로 3학년 임무 담당을 하는 건….”
“알아. 지금까지는 칼론에서 금지하고 있었지. 하지만 람버트 교장께서는 생각이 바뀌셔서 내게 의뢰를 하셨지. 용병단에게 들어오는 의뢰를 학생들에게 맡겨서 평가를 해달라고 말이지.”
“용병의 임무를 뭐하러….”
“루안, 용병들만큼 많은 실전을 경험할 수 있는 기사는 많지가 않다고. 기사들이 할 수 없는 임무조차 돈만 걸리면 용병들이 하거든.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람버트 교장께서 말씀하셨지.”
“그러면 제게 원하는 것이….”
“3학년으로 진급하면 루안 네가 날 지명해줬으면 한다.”
스미스의 말에 루안의 동공이 커졌다.
곁에서 듣고 있던 말릭이 말했다.
“두목. 뭐하는 거유?”
“제 임무 담당을 교관님으로요?”
“응. 그게 내가 원하는 거야.”
3학년부터 임무를 담당하는 기사들은 모두 교관으로 학생들의 임무에 같이 나서고 평가를 하였다.
특이하게도 칼론에서는 3학년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줬다.
교관이 랜덤으로 학생들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교관을 선택하여 임무를 같이 할 수 있었다.
선택하고 싶지 않다면 칼론에서 랜덤으로 교관들을 배정했다.
귀족가의 자제들이 많았기에 대부분 귀족끼리 연줄을 통해 교관들을 선택하였었다.
자녀들에게 후한 평가를 줘야 칼론을 졸업하고 유명 길드에 들어가면서 기사의 앞날이 열리기 때문이었다.
“두목! 뭐하냐니까?”
“말릭. 넌 할 일 많잖아. 나가봐.”
“두목, 브리스톨 가문에서 이미 담당을 맡을 교관을 물색해놨을 거야. 의뢰가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이걸 가로채겠다고?”
브리스톨 가문 또한 자제들에게 이어줄 수 있는 교관들이 많았다.
실전 임무를 같이 하면서 위험한 사건들도 많이 겪기 때문에 확실한 능력을 가진 교관들을 가문에서 직접 골라서 자녀들을 맡겼었다.
스미스는 그 사이를 끼어들어 일을 하겠다고 하는 꼴이었다.
말릭이 당황한 것은 자칫 하다가 브리스톨 가문이 스미스의 의도를 도발로 여길 수 있다는 것.
“루안. 사육장에서 봤을 때랑 다르게 난감한 표정인데? 가문의 명예를 걸고 약속한 걸 잊지 말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브리스톨 가문에서 3학년 진급을 앞두고 맡길 교관들을 이미 다 찾아놨을 건데요. 제가 교관님을 선택하면 이유를 물을 것입니다.”
“대공 각하께 솔직하게 대답해. 뭐가 문제야? 간단하잖아.”
리처드 브리스톨에게 솔직하게 대답하라고?
“간단하지 않으니까 그러죠! 다른 거라면 제가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금화를 원한다면 제가….”
“아니지, 아니지. 루안. 일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아. 내가 원하는 건 너랑 같이 3학년 실전 임무를 하는 거다. 금화 따위는 나도 얼마든지 벌 수 있거든.”
“…교관님이 직접 말씀하시죠.”
“선택권은 네게 있잖아. 가문의 명예를 걸고 네가 해야지.”
루안은 어쩔 수 없었다.
“휴우… 알겠습니다. 일단 제가 아바마마께 말씀을 드려보겠습니다.”
“꼭 살아서 다시 만나야 해. 루안.”
루안이 나가고 말릭이 물었다.
“두목. 지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아쇼?”
“알아. 브리스톨 가문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란 거.”
“죽을 수도 있는 위기란 건 모르쇼?”
“위기와 기회는 같이 온다. 이런 거 몰라? 구경이나 하라고. 저 꼬맹이는 나이답지 않게 아주 쓸 만한 놈이니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