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117
116화 부동산의 가치(5)
“워매 시불!”
부우웅! 후드득.
언월도가 내 머리 위를 스치며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잘라 냈다.
내공 없이 순수한 힘으로만 휘둘렀음에도 벼락같은 속도와 태산 같은 압력이 느껴졌다.
“기습이라니. 거, 나이도 드실 만큼 드신 양반이 쪽팔리지도 않으시오?”
“싸움에 체면이 어디 있냐? 이기는 놈이 정답이지.”
그건 맞지……라고 생각하던 그때.
“워매!”
푸르른 도기가 벼락같이 날아왔다.
콰아앙!
가까스로 피해 내자 바로 뒤 아름드리나무가 반으로 쪼개졌다.
“…….”
도기에 불과함에도 도강과 맞먹는 파괴력.
심지어, 중병기임에도 쾌도 못지않은 속도까지 갖춘 일격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잘못 맞으면 죽는다!’
물론 가만히 있어도 죽는다.
쿠웅.
어떻게든 수를 쓰는 수밖에.
전왕보를 밟아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근접전을 펼치기 전, 상대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호오, 몸놀림이 제법이구나.”
육학이 재미있다는 듯 조소를 흘리며 땅을 박찼다.
콰콰콰.
그가 멧돼지처럼 땅을 뒤집으며 곧바로 달려들었다.
“저게 뭐야?”
보신경이 아니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에 기가 잔뜩 실려 있을 뿐인 평범한 각법이었다.
‘미친! 내공이 남아도나?’
근처에 다가가기도 힘든 파괴력에 기가 질릴 지경. 곧장 비천풍을 펼쳐 거리를 벌렸다.
“도망가기만 할 거냐?”
부우웅!
어느새 쫓아온 육학이 푸르른 도기가 피어나는 언월도를 휘둘렀다.
“남이사!”
계속 도망칠 수는 없다. 여기서 한번 끊어 줘야 한다.
파앙!
벼락처럼 뻗은 전왕십삼투.
전왕류의 경력을 실은 열세 번의 투법이 한 점에 쏟아졌다.
쾅!
주먹과 언월도가 부딪치며 주변에 기파를 퍼뜨렸다.
“제법!”
신이 난 육학의 언월도가 다시금 춤췄고.
파앗!
그 틈을 타 각법을 내리찍어 그의 뒤로 이동했다.
이형환위(移形換位)를 펼친 건 아니지만, 급한 대로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였다.
하지만.
촤악!
벼락같이 휘둘러진 언월도가 내 가슴을 정확히 베어 냈다.
만약 용린갑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혹은 급하게 호신기를 펼치지 않았다면 중상을 피할 수 없는 일격이었다.
“시불, 뒤질 뻔했네.”
방금의 일격을 되새겼다.
분명 내가 더 빨랐다.
하지만, 그의 언월도는 정확히 나를 베어 냈다.
그 말인즉슨.
‘강하다.’
나보다 한 수, 아니 두어 수 위의 고수라는 뜻이다.
“호신갑이라니, 남자 새끼가 비겁하게……. 쯧쯧.”
“적수공권을 상대로 장병기를 든 당신은?”
한 치가 짧으면 한 치만큼 위험하고 한 치가 길면 한 치만큼 유리하다.
장병기가 유리하다는 무림의 오래된 격언이다.
‘하루빨리 장병기 퇴출 운동이 일어나야 하는데…….’
하지만, 육학의 생각은 달랐나 보다.
“흐흐흐, 창 사 올 시간을 좀 주랴? 마침 앞에 대장간도 있는 것 같던데.”
“지랄.”
쿵.
비천풍을 펼쳐 거리를 벌린 뒤.
쿠웅!
곧바로 전왕보를 밟아 거리를 좁혔다.
상대의 템포를 흩뜨리는 간단한 눈속임이다.
물론, 육학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언월도를 휘두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당연했다.
나보다 두어 수 위라면 초절정에 끝에 있는 자.
대오 각성 한 방이면 북궁백과 동급으로 올라설 자격이 충분한 고수였다.
이런 눈속임에 속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노린 건 그가 내보일 빈틈이 아니었다.
후우웅!
내뿜는 강기. 그 자체였다.
파지직 파직.
날뛰는 전왕기가 경력을 내뿜기 시작했고.
쿠아아!
곧 하나로 합쳐지며 하나의 검은색 강기가 되었다.
전룡기였다.
콰아앙! 콰직.
도강이 떨어지자 몸 주위를 휘감은 전룡기가 커다란 입을 벌리며 그것을 집어삼켰다.
“무슨!”
처음으로 놀란 육학이 뒤로 물러섰지만.
쿠아아!
전룡기가 내뿜는 거대한 인력에 붙잡혀 멀리 가지 못했다.
그리고.
“흡!”
그 틈을 놓칠 내가 아니다.
파앙!
경력을 실은 전왕십삼투가 육학의 호신강기 위를 때렸다.
“이런 빌어먹을!”
육학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땅을 밟았다.
아까 봤던 ‘평범한’ 각법이었다.
쾅!
포탄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돌가루들이 튀어 올라 시야를 어지럽혔다.
물론, 그게 공격을 멈출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끄압!”
온 힘을 다한 폭사경을 그의 허리춤에 박아 넣었다.
콰아아아!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검은색 구체가 생겨났다.
다시 발생한 인력(引力)이 그의 발을 묶는 건 당연했다.
‘여기서 끝낸다.’
상대는 나보다 더 윗줄의 고수.
하수가 고수를 이기는 방법은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뿐이었다.
뻐엉!
경력을 실은 각법이 육학의 목에 틀어박혔다.
내지른 주먹이 그의 명치를 때리고.
곧장 뻗은 장법이 그의 심장께에서 경력을 터뜨렸다.
그리고 시작된 백 타.
퍼퍼퍼펑!
한 수 한 수에 온 힘을 다해서 한 점을 두들겼다.
그리고 이런 내 노력은 틀리지 않았다.
“크흑!”
손에 이전과는 다른 감각이 느껴짐과 동시에 육학이 신음성을 내뱉은 것이다.
‘호신강기를 뚫었다.’
경력이 집중된 부분이 호신강기를 뚫은 것이다.
“죽어. 이 간나 새끼야!”
열기로 가득한 기합을 내지르면서도 머리는 차게 식혔다.
얼마 전, 현산월과 싸울 때 경험을 쌓은 덕분에.
번쩍.
부웅!
‘이럴 줄 알았지.’
고수는 절대 쉽게 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거든.
미리 대비한 대로 진각을 밟아 전왕보를 시전.
콰아앙!
도강의 범위에서 벗어난 뒤.
“끕!”
샤아아!
온 힘을 다한 극사경을 펼쳤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설계였다.
“……!”
육학이 대경하며 언월도를 아래서 위로 그었다.
쾅!
검은색 극사경이 푸른색 도강과 부딪치며 작은 폭발음을 내었다.
흑과 청이 서로의 날카로움을 겨루는 여파로 주위에는 살을 에는 듯한 삭풍이 몰아쳤다.
서로를 죽이려 던진 살기가 퍼져나간 것이다.
그리고.
서거어억억!
잠시간의 대치는 과정부터 완벽하게 준비되었던 극사경의 승리로 결판이 났다.
푸우욱!
육학의 상체에 긴 상처가 그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승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고수는 절대 쉽게 죽지 않는 존재니까.
“뒤져. 이 새끼야!”
놈이 수세에 몰린 틈을 타 접근전에 돌입.
온 힘을 다한 폭사경을 터뜨렸고.
콰아아앙!
커다란 폭발음이 나며 경력의 폭풍이 몰아쳤다.
이번엔 확실했다.
“해치…….”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려던 부활의 주문까지 참아 냈으니까.
휘오오.
하지만.
“끌끌, 재미있구나! 재미있어!”
내 모든 걸 쏟아부었음에도 육학은 죽지 않았다.
상체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옴에도.
경력의 폭풍을 받아 낸 탓에 몸이 너덜너덜해졌음에도.
그는 일어섰다.
그리고.
화아악.
오히려 더욱 짙은 투지를 뿜어내기까지 했다.
“휴우…….”
아쉬워할 시간 따위는 없다.
일 초라도 숨을 돌려야 육학을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들긴 했다.
‘이렇게 난장판을 벌였는데도 분타에선 무사를 보내지 않는군.’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를 내팽개치다니.
아무래도 한중상련에서 거하게 받아먹은 듯했다.
물론, 그것도 우선 여기서 살아남아야 따질 수 있다.
“후우.”
체력은 이미 고갈되었다.
그나마 싸우면서 내공을 보충하는 전왕류가 아니었다면 오래전에 두 손 다 들고 항복했을 것이다.
숨을 고르며 전방을 바라보자 언월도가 보였다.
정확히는 언월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의념의 시각화.’
초절정에 오른 단운과 위지풍이 일전에 보여 주기도 했던, 무기에 의지하는 얍삽한 놈들이 꿈에서도 바라는 경지였다.
문제는.
‘환영이 아니다.’
육학은 단운이나 위지풍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경지에 올라 있다는 거다.
두근두근.
죽음의 기운을 느낀 걸까?
심장이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와라!”
두려움을 떨쳐내려 외친 외침이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지평선 너머에 있는 듯 느껴졌던 언월도가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왔으니까.
“……!”
쿠와아!
한 박자 느리게 펼친 전룡기가 입을 벌리려던 찰나.
“육 숙부?”
청소소의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소소?”
언월도에서 뿜어져 나오던 기세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물론.
“죽어! 이 시불롬아!”
그게 내가 공격을 멈출 이유는 되지 않는다.
빠앙!
온 힘을 다한 일격이 육학의 단전 근처에 틀어박히며 오늘의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이제 세상은 철혈패 육학을 영원한 패자로.
투룡 진무전을 영원한 승자로 기억할 것이다.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장땡 아니겠는가.
* * *
“젊은 놈이 사람 잡는구나. 에구구…….”
“다짜고짜 죽이려고 한 주제에 무슨 불만이 그리 많습니까?”
“허어! 이런 미친놈을 봤나? 무기를 거둬들인 상대를 공격하는 놈은 육십 평생 처음 본다.”
“처음 보는 게 나라서 산 겁니다. 청 소저가 아니었다면 반드시 죽였을 테니까요.”
“하이고! 지랄 염병하고 있네. 네 놈 따위가 아무리…….”
퍽!
입만 산 것 같아 명존쎄를 꽂아 줬다.
“꾸엑!”
육학이 돼지 멱 따는 소리를 내더니 곧 씩씩거렸다.
“네놈은 반드시 죽인다!”
“소소. 들었지? 내가 이 영감 죽여도 정당방위다?”
내 말에 약을 달이던 청소소가 얼른 달려와 내 팔을 붙잡고 사정했다.
“진 조장님, 제발요. 제게 숙부 같으신 분이에요.”
“……들었죠? 소소 아니었으면 영감은 오늘 내 손에 뒤졌습니다.”
하지만, 육학은 이상한 데 꽂혀 있었다.
“네 놈, 대체 우리 소소와 무슨 관계냐? 서, 설마 연인 관계는 아니겠지?”
“연인은 무슨, 그냥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지.”
“그런데 소소의 얼굴은 왜 저리 붉은 게냐?”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진짜였다.
“응? 어디 아파? 왜 그렇게 얼굴이 빨개?”
“아, 아니에요. 약을 달이다 보니 조금 더워져서……. 아! 약 좀 가져올게요.”
밖으로 나갔던 청소소가 사발에 약을 담아 돌아왔다.
“드세요. 육 숙부. 내상이 가라앉을 거예요.”
“잘 먹으마.”
꿀꺽.
육학이 사발을 받아들더니 곧장 입에 털어 넣었다.
펄펄 끓는 탕약을 단번에 들이켜다니. 미친놈이 확실하다.
“아까 들으니 소소의 숙부라던데? 무슨 관계요?”
“어른한테 하는 말투를 보니 못 배운 새끼가 틀림없구나.”
“세상천지의 누가 자기를 죽이려던 사람한테 예의 차립디까?”
찌릿.
죽이러 왔다는 소리에 청소소의 날카로운 시선이 육학에게 꽂혔다.
그가 멋쩍게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소소의 아버지 되는 사람이 내 의형 되신다.”
“그럼 의숙부는 맞는다는 소리고…….”
“그야 당연하지.”
“한데, 왜 죄 없는 사람을 죽이려 한 겁니까?”
“험험, 의뢰를 받아서…….”
“의뢰?”
순간, 적화란이 해 줬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식객으로 초절정고수가 합류했다는 소문도 있다고요.’
“설마, 한중상련에 식객이 된 고수가 바로?”
“크흠…….”
민망했는지 육학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럴 만도 하다.
나야 신경 쓰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이 시대의 고수들은 돈에 휘둘리는 걸 불명예스럽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몸을 의탁해도 명예 높은 무문이나 청가장 같은 덕 높은 의문에 찾아가지, 상단에 머무르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심지어, 육학은 돈을 받기 위해 나를 죽이려고 하기까지 했다.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자마자 청소소의 벼락같은 잔소리가 떨어졌다.
“숙부! 지금 그게 사실이에요?! 정말 한중상련에 식객이 되어 죄 없는 진 조장을 죽이려 했냐고요?!”
“그, 그것이……. 한중의 평화를 망치는 놈이라길래 나섰다.”
“그게 무슨! 혹시 돈을 벌기 위해 애먼 사람을 죽이려 했던 건 아니고요?!”
“아니야! 소소 너도 알다시피 내가 애먼 놈을 죽이고 다니지는 않는다. 죽일 놈만 죽이지.”
“상련주의 세 치 혀에 넘어가서 진 조장을 죽이려 했는데 그걸 어떻게 믿어요?!”
“이, 이번만 실수한 거라니까!”
“정말 실망이에요!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아버지께 말하겠어요!”
덜컹.
청소소가 화를 내며 나가자 육학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당연했다. 청가장주라는 S급 꽌시는 물론 나름 고절했던 자신의 명성도 날아갈 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으니.
‘으음……. 연기가 많이 늘었군.’
청소소가 과장되게 행동한 건 내 지시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왜 그런 짓을 꾸몄냐고?
“돈 필요하십니까? 명예도 지키고 싶으시고요?”
“……바, 방법이 있냐?”
련주를 압박할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서지.
“그럼 저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