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lo Farming In The Tower RAW - chapter (455)
455화. 믿고 있었다고 박세준!!!
최근에 기억을 찾았다.
농사왕이라고 불렸던 내 원래 이름은 성 루드비히 슈루엔 아르곤 발터 18세.
지금은 멸망한 세상 오간의 대성자였다.
‘그런 나였는데···.’
[왜 내 씨를 없앴냐고!]
‘나는 왜 여기서 이런 취급을 받는 걸까?’
농사왕이 포도리의 뿌리에 잡혀 탈탈 털리며 생각에 잠겼다.
물론 어느 정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억울합니다! 일단 제 사연을 들어주십시오! 이건 다 포도주를 처먹은···.”
농사왕이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말하기 시작했다.
농사왕은 대성자가 되기 한참 전 일반 신관일 때 포도주 창고 관리를 맡았다.
그러나 전임 포도주 창고 관리자인 수도원 선배는 인수인계를 내일부터 해준다고 하더니 야반도주를 했고
“뭐야?! 다 빈 통이잖아!”
창고 안의 포도주통이 대부분 비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거의 10년간 포도주 창고를 관리하는 선배 신관들이 조금씩 빼먹다 보니 어느새 포도주가 바닥난 것.
폭탄 돌리기의 폭탄 심지가 거의 1mm도 안 남은 상황에서 자신이 폭탄을 받은 것이다.
“아. 망했다.”
그렇게 절망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낼 때
“네?! 한 달 후에 재고 확인을 한다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앙 신전에서 대대적으로 재고 조사를 하겠다는 공문이 도착했다.
진짜 망했다!
포도주 수량이 기록과 크게 차이가 나는 걸 들키면 아마 종교 재판에 끌려갈 거고 그러면 무시무시한 고문이···
“왜 내게 이런 시련을···신이여.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포도주 창고 안에서 열심히 풍요의 신 레아에게 기도를 드렸지만, 이때는 인기가 많은 레아였기에 평신도의 기도를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
“에잇! 더러운 세상!”
농사왕은 하루 동안 열심히 기도해도 소용이 없자
“어차피 얼마 남지도 않은 거, 이거 먹고 죽어 버릴 거야!”
농사왕은 홧김에 창고에 남은 포도주를 다 먹었다.
그리고
“어?!”
정신을 차리니 자신은 땅바닥에 누워있었고, 어제는 본 적이 없는 포도가 주렁주렁 열린 포도나무들이 보였다.
술김에 씨 없는 포도를 만드는 신성 마법을 개발한 것.
이후로 농사왕의 앞날은 탄탄대로였다.
성수의 재료인 포도를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전 대신관이 되었죠.”
[그러니까 씨 없는 포도를 대량 생산해서 잘 먹고 잘살았다는 소리네?]
이 포도 학살범! 너 때문에 태어나지 못한 포도들의 복수를 해주마!
“어?!”
이게 아닌데. 분명 자신의 피치 못할 상황을 설명했는데···
포도리의 반응에 당황하는 농사왕.
털썩.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서둘러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깨닫고 싹싹 빌기 시작했다.
[흥!]
포도리도 세준의 부하를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기에 그만 화를 풀기로 했다.
너무 일을 키우면 자신이 레아 로드를 막았던 일까지 들킬지도 몰랐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될 때쯤
“포도리 기분 풀어. 넌 이제 씨 있고, 농사왕은 이제 없잖아.”
[오! 그렇네요!]
세준이 다가와 화난 포도리의 기분을 풀어줬다.
“···?!”
덕분에 의문의 1패를 당한 농사왕. 뭔가 억울했다.
세준 님은 있어도 못···
하고 싶은 말이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치밀어 올라왔다.
하지만
안 돼! 참아야 해!
세준을 건드리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험한 일을 당하기에 농사왕은 하고 싶은 말을 꾹꾹 참았다.
그때
“농사왕, 뭐 하고 싶은 말 있어?”
자신에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농사왕에게 세준이 물었다.
그리고
“세준 님은···.”
농사왕이 간신히 꾹꾹 누르고 있던 말이 터져나오려 할 때
[오랜만이구나. 검은 거탑의 탑농부 박세준이여.]
다행히 농사왕의 눈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레아가 강림했다.
“레아 님?”
[그렇다. 그대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기를 전달하기 위해 머나먼 길을 왔도다.]
먼 길을 이동한 건 농사왕이지만, 생색은 자신이 내는 레아.
[자. 나의 신기를 받거라.]
파앗.
레아의 말과 함께 세준의 손 위에 갈색의 누더기 주머니가 나타났다.
[풍요의 주머니]
이게 신기?
세준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레아를 보자
[크흠. 겉모습이 다가 아니느라! 어서 확인해보거라!]
찔리긴 하는지, 큰소리와는 다르게 세준의 눈을 슬쩍 피하며 말하는 레아.
“네.”
그래 겉모습이 다는 아니지.
세준도 레아의 말을 인정하며 누더기 주머니의 옵션을 확인했다.
[풍요의 주머니]
고대 풍요를 담당했던 풍요의 신 레아의 권능이 담긴 신기입니다.
한 번에 제작한 것이 아니라 신성력이 생길 때마다 여러 번에 걸쳐 제작하는 바람에 누더기가 됐습니다.
수십 개의 누더기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신기의 능력이 일관되지 않게 변했습니다.
곡식이나 과일을 1개 넣고 하루를 기다리면 랜덤하게 1~10개로 늘어납니다.
사용 제한 : 풍요의 신 레아의 인정을 받은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
제작자 : 풍요의 신 레아
등급 : ★
“이것도 랜덤이네···.”
거기다 1개에서 1개는 늘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오늘은 자신의 운을 시험해 보려는 것처럼 효과가 랜덤인 것들이 계속 나타났다.
그러나
“흐흐흐. 난 이미 공략법을 알고 있지.”
조금 전 씨앗 상점 랜덤 기간 단축권 6장을 날리며 교훈을 얻은 세준.
‘무조건 테오가 무릎에 있을 때만 오픈한다!’
아니면 아예 테오한테 주머니를 차고 다니라고 할까?
‘그럼 누더기 주머니를 들고 다니는 테오를 무시하는 놈들이 생길 테고···.’
그럼 노예가 되는 거지. 흐흐흐.
세준이 누더기 주머니를 차고 노예를 유인하는 테오를 상상할 때
‘응?! 뭐지? 박세준이 웃고 있잖아.’
솔직히 신기의 능력이 부족하게 나와서 많이 찔리고 있던 레아.
엣헴! 역시 이 몸의 신기가 박세준을 실망시킬 리 없지!
자신의 신기를 보고 웃는 세준을 보며 표정에 우쭐함이 담기기 시작했다.
물론 스켈레톤인 농사왕은 표정을 지을 수 없어서 레아의 우쭐거리는 표정을 세준은 볼 수 없었다.
“레아 님, 감사합니다. 신기 잘 쓸게요.”
[크흠. 설명을 읽었으니 잘 알 테지만, 신기가 모자라서 누더기 모양이 된 것이다.]
“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괜찮다. 그것보다 풍요의 주머니의 겉모습을 바꾸고 싶으면···]
자신에게도 업적비를 세워달라고 말하려던 레아.
그러나
“아. 외관은 괜찮아요. 이게 더 마음에 들어요.”
세준이 거절해 버렸고
[어···]
레아는 순간적으로 업적비를 세워달라고 할 명분을 잃어버리며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그···그럼 돌아가겠느니라.]
힝. 망했어.
강림 시간이 끝나며 성과 없이 돌아갔다.
***
씨앗 상점 본부.
“으악! 레아, 이 바보! 거기서 말문이 막히면 어떡해! 망했어! 망했다고!”
세준에게 업적비를 받지 못한 레아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에 찬 목소리로 베개를 허공에 붕붕 휘두르며 외쳤다.
“내 업적비···.”
헤르랑 루나한테 나도 업적비 받을 거라고 엄청 자랑했는데 어떡하지?
“3일 정도 밖에 안 나가면 애들도 알아서 눈치채겠지?”
그렇게 레아가 3일간 강제 칩거에 들어가야겠다고 결심할 때
[검은 거탑 탑농부 박세준이 당신을 위해 신전을 새로운 장소에 크고 높게 다시 지었습니다.]
[신성력이 200 상승합니다.]
[신전의 위치가 창조신의 비석 옆이라 창조신의 가호를 받아 얻는 신성력의 양이 2배로 늘어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이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5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첫째 부하 엄돌이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세 번째 창조의 사도 까망이 박의 둘째 부하 꼬미가 당신의 신전을 목격합니다.]
[신성력이 1 상승합니다.]
···
..
.
나타나는 메시지.
“흐엉! 믿고 있었다고 박세준!!!”
역시 믿투박은 언제나 옳아!
“얘들아!”
레아가 서둘러 자신의 업적비를 자랑하기 위해 헤르와 루나를 찾아갔다.
***
[레아 업적비]
-수확의 비약으로 우리의 주머니를 풍요롭게 만들 풍요의 신 레아. 그녀는 좋은 신이었다.
-100레벨 직업 퀘스트 1등으로 인정.
-농사왕에게 강림해서 신기 풍요의 주머니를 직접 전달.
“좋아. 이 정도면 레아 님도 만족하시겠지?”
세준이 창조신의 비석 근처에 새로 만든 10평짜리 레아 로드의 중앙에 높이 10m의 업적비를 완성시킨 후 말했다.
씨앗과 노예도 동시에 늘릴 수 있는 좋은 신기를 받았으니 보상은 당연했다.
그렇게 레아의 업적비를 만든 세준.
“농사왕, 근데 기억이 돌아왔다며? 이름이 뭐야?
농사왕의 이름을 물었다.
“성 루드비히 슈루엔 아르곤 발터 18세입니다.”
“···그냥 농사왕이라고 부를게.”
“네···”
“농사왕은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했으니까 일단 쉬어.”
“네. 감사합니다.”
세준은 농사왕을 쉬게 하고
“포도리, 이거 짜봐.”
포도리에게 사탕수수를 내밀었다.
[이걸요?]
“응.”
귀찮은데···
포도리는 당연히 하기 싫었지만
세준 님이 시킨 거 거절했단 소리가 불꽃이 님 귀에 들어가면 나 죽겠지?
[네!]
분노한 불꽃이가 불꽃을 일으키며 ‘태워버릴 거에요!’라고 외치는 걸 상상하자 뿌리를 부르르 떨며 냉큼 사탕수수를 받았다.
그리고
뿌드득.
뿌리를 이용해 사탕수수를 힘껏 짜자
콸콸콸
사탕수수가 착즙되며 사탕수수즙이 세준이 바닥에 준비한 유리병으로 시원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렸다.
‘어. 뭔가 가슴이 시원한데?’
동시에 포도리는 사탕수수를 쥐어짜며 자신의 가슴에 쌓인 화가 조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세준 님, 이거 더 없어요?]
“저기 많아.”
그렇게 자진해서 사탕수수 착즙 담당이 된 포도리.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사탕수수를 심어 볼까.”
세준이 본격적으로 사탕수수를 수확하기 시작했다.
***
녹색탑 1층.
“푸후훗. 노예들아, 그동안의 성과를 말하라냥!”
테오가 녹색탑의 대상인 노예인 터보와 샤크를 불러 사업 성과를 보고 받았다.
“테 부회장님, 저는 땅문서 5개를 구해왔습니다!”
테오의 말에 터보가 서둘러 땅문서 5개를 꺼냈다.
녹색탑 땅문서 3개와 검은탑과 하얀탑 땅문서 1개.
내 대상인 아이템인 일곱 탑의 땅문서 탐지기를 뺏길 수는 없어.
테오는 다른 대상인의 대상인 아이템도 뺏을 수 있는 악마 같은 대상인이었다.
뺏기기 전에 잘하자.
그래서 터보는 테오가 시키는 일을 진짜 열심히 했다.
그리고
“저는 노예군을 이끌고 탑을 뒤져서 테 부회장님이 말씀하신 녹색 생명의 구슬 1개를 구해왔습니다!”
터보에게 좋은 본보기가 된 샤크는 녹색 구슬을 꺼냈다.
뭐?! 녹색 생명의 구슬?!
구슬을 본 터보가 경악했다.
브라키오는 아무렇지 않게 이 구슬을 가져왔지만, 탑에서 녹색 생명의 구슬을 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생명력이 강하게 모인 구슬 주변에는 항상 강한 몬스터들이 꼬이기 마련이었고
그런 강한 몬스터들과의 사투를 벌이고 구슬의 주인이 된 몬스터의 강함은 어마어마했다.
“푸후훗. 좋다냥! 다음에도 또 가져오라냥!”
“네!”
“네!”
그렇게 부하들의 보고를 받은 테오.
“오필리아 님, 특훈할 시간이다냥!”
“응. 알았어. 이것만 먹고.”
옆에서 소시지 꼬치구이를 먹고 있는 오필리아와 특훈을 시작했다.
몇 시간 후.
“박 회장, 내가 돌아왔다냥!”
오필리아와의 특훈으로 기운을 잔뜩 흡수한 테오가 힘찬 목소리로 자신의 복귀를 알렸다.
그리고
달달달.
드디어 발주서에 적힌 마력의 방울토마토 1000만 개를 전부 배달한 황금 수레도 조용히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