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 bullying and become a genius RAW novel - Chapter (220)
왕따 그만두고 천재합니다-220화(220/221)
220. 평범한 일상 (14)
220. 평범한 일상 (14)
“그래, 오랜만이다. 잘 지냈니?”
“네.”
“하긴, 노벨상까지 받은 마당에 당연히 잘 지냈겠다만.”
오랜만에 모교, 한국과고를 방문했다. 교문에 걸려진 [46회 졸업생 김만덕 박사,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보면서.
학교 교무실에 들어서니 담임이었던 박민철이 반갑게 맞이해줬다. 옆에 있던 다른 선생님들도 놀람과 부러움 섞인 눈으로 박민철을 바라봤고.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로 나를 데리고 복도로 나가는 박민철.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요즘 학교는 어때요?”
“학교? 뭐, 늘 똑같지. 그럼 너는 뭐 특별한 일 없고?”
“어···이번에 교수로 임용되었어요.”
“이야, 그 나이에 교수면···성공했다!”
장난스레 어깨를 툭툭 치는 박민철. 나는 그런 반응이 멋쩍으면서도 싫지만은 않아 그냥 허허 웃었다.
운동장 끄트머리에 있는 벤치에 앉은 우리는 말없이 운동장을 바라봤다. 체육 수업을 하는 반이 저 멀리 보였다.
“사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솔직히 너 입학할 때 다들 걱정했었다.”
“걱정이요?”
“그게···네 환경이 평범하지는 않잖니?”
신입생들 자료를 받고 부장 회의를 했었다는 박민철.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은 나 말고도 많았지만···이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운지는 몰랐었다고 한다.
박민철은 면목없다는 듯이 정면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 중에서도 일반 학생들 못지 않게 뛰어난 학생들이 있었지.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기 마련이고.”
“격차라···”
“한 쪽은 부모가 빵빵하게 지원해주는데, 다른 쪽은 끽해야 교과서, 참고서 푸는게 다 아니겠냐. 물론 요즘은 인터넷 강의도 잘 나온다지만···”
아무래도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겠지. 라고 이야기하는 박민철의 목소리에는 씁쓸함이 담겨있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니라고 이야기 하기엔 꽃밭에 사는 것 같았고, 맞다고 이야기하기엔 아닌 경우도 분명히 존재했으니까.
“바로 네가 그런 존재다. 이번에 사배자 전형으로 들어온 애들도 하나같이 면접에서 네 이름을 이야기하더라.”
“예? 저요?”
“가장 존경하는 과학자가 누구냐고 물어봤거든. 보통은 아인슈타인, 뉴턴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데 이번에는 너도 나도 ‘김만덕 연구원님이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
아하,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오래 전 내가 입학 했을 때도 그런 질문을 받았던 것 같다.
박민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 등을 두드렸다.
“아주 잘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제자야.”
“감사합니다.”
“아마 한국과고 졸업생들 중에서 너만큼 성공한 녀석도 없을거다.”
씩 웃으며 말하는 박민철.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에 고개를 저었다.
“딱히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걸요.”
“이와중에 겸손을 떠는거냐? 하여간.”
“진짜로요.”
내 진지한 말에 박민철이 미간을 좁혔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지한 목소리를 들으니 생각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는 한차례 음, 소리를 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거니?”
“네.”
“넌 참···특이한 놈이다, 특이한 놈.”
별종같으니라고, 라며 헛웃음을 짓는 박민철.
성공이라. 누군가 본다면 내 인생은 성공한 삶으로 보일거다. 어린 나이에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고, 노벨상을 수상했으며, 교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까.
하지만 내게 있어 성공은 그런게 아니었다.
“저 이번에 치매 연구소에서 연구소장을 맡게 되었는데요.”
“연구소장? 아까는 교수로 임용되었다고 하지 않았니?”
“뭐, 어쩌다 보니 두 개 다 하게 되었어요.”
내 말에 표정을 팍 구기는 박민철. 아무리 교사로 있다고 하더라도 저 두 직업을 함께 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굳이 체험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이어서 더 말해보라는 그의 손짓에 나는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그 연구소에 있으면 저보다 훨씬 나이 많은 분들도 계시거든요. 거의 50대, 60대에 접어든 분들도.”
“연구에 나이는 없는 법이니까. 그래도 그 나이면 연구원보다는 이제 은퇴를 생각할 시기일텐데.”
“저희 연구소에선 따로 은퇴 나이가 없거든요. 치매 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싶으면 90세가 넘어서도 가능해요.”
“아이구야.”
내 말에 작게 웃는 박민철. 과장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그만큼 나이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운동장 중앙에서 학생들이 꺅꺅대며 공을 주고 받고 있었다. 평화로운 일상을 바라보며 나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그분들의 목표가 뭔지 아세요?”
“치매 연구소에 들어온 거니 치매 치료가 목표겠지?”
“네. 그것도 맞긴 한데···그냥 죽을 때까지 연구하다가 죽는게 목표라고 하시더라고요.”
엑, 박민철이 이해가 안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죽을 때는 좀 편해야 하지 않겠니···?”
“제말이요. 그런데 듣다보니 저도 이해가 가더라고요.”
문득 치매 연구소에서 만났던 연구원들이 떠올랐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열정에 가득찬 모습.
‘연구를 하는 건 제가 살아갈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딱히 상을 바라거나 업적을 바라고 하는 건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인류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거니까요.’
‘좋아서 하는 겁니다, 좋아서.’
한결같이 똑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저희가 한 발견이나 연구가 어떤 보상도 못 받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애초에 연구라는게 돈을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노벨상 바라면서 연구하면 아무것도 안됩니다. 애초에 상은 그냥 소소한 이벤트처럼 일어나는 정도죠.’
아무런 보상도 없이 연구를 한다라.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람들의 인정을 누구보다 갈망했던 과거의 나였다면 더더욱.
“상을 받았든 안받았든, 교수로 있든 없든, 그냥 똑같은 것 같아요.”
“하이고, 안본 사이에 애늙은이에서 그냥 늙은이가 되어버렸네.”
핀잔을 주는 목소리였지만 그의 표정은 더 없이 밝았다. 제자의 성장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듯한 표정이었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한동안 근황을 나누었다. 박민철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들을 이야기해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추억에 잠겼다.
“자, 그러면 강당으로 바로 가보면 되겠니?”
“아. 그 전에 교장 선생님 좀 뵙고요.”
“뭐야, 교장 선생님 이미 뵙고 온 거 아니였어?”
“에이, 그래도 선생님 먼저 찾아 뵈어야죠.”
내 말에 박민철이 진심으로 감동을 받은 듯, 콧잔등을 한번 찡그렸다. 그가 양 팔을 벌려 나를 맞이하려고 했지만, 그건 좀 부담스러웠기에 피했다.
그렇게 머쓱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잠시 헤어졌고, 나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교장실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입니다. 김만덕 연구원님.”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교장 선생님.”
한국과고의 교장 이철규. 그는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젠 학생이 아니라 어엿한 성인이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노벨상까지 받은 귀한 분이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노벨상이 아니더라도 치매 치료제를 최초로 개발했다는 점에서 이미 존칭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철규의 완고한 고집에 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달라진 호칭과 말투가 영 어색하긴 했지만, 아마 그의 고집을 꺾는 것보다 내가 적응하는 게 더 빠를테니까.
그는 내게 일상에 대해 물었다. 치매 연구소가 설립된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고, 교수로 부임한 것도 어떻게 알았는지 관련해서 이것 저것 묻기도 했다.
“교양 강의에서 생물학 전공인 학생이 한명밖에 없었다고요?”
“네. 솔직히 좀 타격이 컸습니다. 왜 다들 생물학을 기피하는 걸까요?”
“글쎄요. 생물학 자체를 기피한다기보다 취업도 고려하다보니 그렇게 되는거겠지요.”
이철규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생물학 전공자 수가 적은 것을 설명했다. 다 이해가 가는 부분들이었지만,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이철규가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 한국과고에서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례적인 일이요?”
“생물 전공자 수가 압도적으로 늘어났거든요. 무려 물리랑 화학 전공자 수를 넘어설 정도로요.”
오···? 나도 모르게 두 눈을 크게 떴다.
드디어 생물학의 멋짐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인가···!
그렇게 한껏 기대하고 있는데, 이철규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물론 그 중에서 대부분이 김만덕 연구원님과 같이 되려고 생물을 선택한 학생들이긴 합니다만.”
“저처럼 되려고요?”
“예. 아무래도 김만덕 연구원님이 거쳐갔던 길을 그대로 거치면 좀 비슷해질까, 하는 마음이겠죠.”
엑. 나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내가 거쳐간 길이라···글쎄. 내 기억에 그냥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공부했던 것 밖에 없는데.
하지만 이철규는 작게 웃었다.
“비단 저희 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과고에서도 유달리 생물 전공자 수가 늘었다고 하더군요. 대학에서도 생물학과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늘었고요.”
“에···”
“그런데 영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만, 이유라도?”
이철규의 말에 나는 잠깐 머뭇거렸다. 이걸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그게···솔직히 이런 상황이 좀 부담스러워서요. 전공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평생 가지고 갈 내용이기도 한데, 지금 생물학 선택했다가 후회하면 어떡하나 싶은 걱정도 들고.”
“생물학을 선택하면 후회할 거라 생각하시는건가요?”
“아뇨, 물론 생물학이 재미있고 좋은 학문인 건 맞지만···”
마치 한의학 관련한 드라마가 히트를 치자 한의학과 경쟁률이 높아지고, 조종사 관련한 드라마가 히트를 치니 관련 학과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느낌.
하지만 이철규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이제야 좀 바르게 간다고 생각합니다만.”
“네?”
“솔직히 교장으로 있으면서도 안타까웠던 적이 많았으니까요. 말로는 원하는 꿈을 펼쳐라, 좋아하는 학문을 찾아라, 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대학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앞으로의 전망, 취업, 연봉을 따지게 되는게 현실이니까요.”
물리와 화학에 대한 인기가 높은 이유는 이 학문이 쓰이는 산업체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 두 학문을 진지하게 사랑하는 학생들도 많았지만, 몇몇은 현실적인 이유로 학과를 선택했다.
“물론 김만덕 연구원님이 걱정하시는 것처럼 지금 선택에 후회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기가 좋아하는 학문을 해볼 기회도 얻어야겠지 않습니까?”
정 마음에 안들면 나중에 가서 바꿔도 되니까요, 라고 이야기하는 이철규. 나는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학교에 기부해주신 금액 덕에 기회가 더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기부금. 비트코인과 아밀로잽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이제 정상의 범주를 벗어난 상황이었다. 물론 그 중 일부는 연구소 운영에 보태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은 끊임없이 늘어났다.
‘만덕! 너 대체 비트코인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던거야?’
‘그냥···감이랄까.’
비트코인이 한차례 폭락하기 전, 이미 수익실현을 마친 나를 보고 데이브가 경악을 했다. 연구를 오래하더니 기어코 미래를 보는 법까지 알게 된거냐며 호들갑을 떠는 데이브를 보며 나는 말없이 웃었다.
과거로 회귀한 만큼 사용할 수 있는 건 사용하는게 좋으니까.
게다가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걸 연구소 운영하면서도 깨달았고.
그렇게 재산이 한번 늘어나기 시작하니 관성의 법칙마냥 계속해서 늘어났고, 지금은 써도 써도 줄지 않을 정도의 재산이 되었다.
“모쪼록 잘 사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래 인재 양성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웃으며 악수를 청하는 이철규. 나는 그와 악수를 하며 오래전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교장선생님.”
“예, 말씀하시지요.”
“감사했습니다.”
갑작스러운 감사 인사에 이철규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미국 데리고 가주신거요.”
“아하. 그때 일 말씀하시는 거군요.”
솔직히 일개 학생에 불과하던 나를 미국 수학자 학회에 데려갈 생각을 했다는 건···보통 사람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저 이 문제를 푼 건 컨닝이라며 넘어갈 수도 있는 법이었다.
이철규는 한차례 흐음, 하는 소리를 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 있다보면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할거라 생각하십니까?”
“음···재능을 알아보는 능력인가요?”
“아뇨, 그런 능력은 아무도 가지지 못할 겁니다.”
내 말에 이철규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믿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믿는 능력이요?”
“이 학생이 어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어떤 재능만큼은 가지고 있을거라고 믿어주는 능력말입니다.”
“…어. 잘 모르겠어요.”
내 말에 이철규가 가볍게 웃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김만덕 학생은 생물이 아니라 수학쪽으로 갈 줄 알았거든요.”
“아···”
“하지만 그때 아무런 능력도, 가능성도 없는 학생이라고 미리 선을 그었다면, 지금의 김만덕 연구원님도 없지 않겠습니까?”
가능성이라. 나는 그 단어를 오랫동안 곱씹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이철규는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제 갈 때가 됐습니다. 한국인 최초 과학 노벨상 수상자를 기념해야할 때 말입니다.”
“네.”
“아마 최대한 김만덕 연구원님이랑 비슷하게 동상을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만···마음에 드실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렇게 우리는 강당으로 향했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 ‘미래의 한국 과학자상’이라고 적힌 동상을 기념하는 행사가 이곳에서 진행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