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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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검의 제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무리에 있다.
그것은 바로 검심(劍心)을 불어넣는 일이었다.
검심이 잡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검이 명검 혹은 보검이 되느냐 혹은 평범한 살상 무기 정도로 남느냐가 결정된다.
-슥슥!
혼신을 다해 날을 벼르며 다듬고 있는 노인의 눈빛은 검 그 자체였다.
살아생전 그것을 능가하는 검을 만들기 위해 혼을 갈아 넣었고 이제 곧 최고의 검이 탄생한다.
-슥슥!
그렇게 검심을 불어넣는 것에 집중하고 있던 노인의 미간이 일그러지며 주름이 생겨났다.
집중하는 동안에는 어떠한 것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그였다.
심지어 몰아의 상태가 되면 식음마저 전폐할 정도였다.
한데,
-찌릿!
그런 그의 기감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기운이 어찌나 강대한지 가장 중요한 순간에마저 몰아에서 벗어날 정도였다.
노인의 미간에 더욱 주름이 깊어졌다.
곧 자신의 손에서 가문의 오랜 숙원이었던 최고의 검이 탄생한다.
‘안 된다.’
집중이 깨지는 순간 모든 것이 틀어진다.
검심을 불어넣는데 혼을 갈아 넣어야만 하는데, 여기서 손을 떼게 된다면 그간의 노고가 헛수고가 되고 만다.
어찌 보면 이것은 시험일지도 몰랐다.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는 가문과 자신을 향한 하늘의 시험.
‘넘어가선 안 돼.’
노인은 어떻게든 정신을 가다듬으려 했다.
그러나 한 번 흐트러진 정신은 쉽게 몰아의 상태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것은 이 강대한 기운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기 때문이었다.
둘 모두 벽의 벽을 넘어섰다.
‘······.’
노인의 평정심에 점차 금이 갔다.
대체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 * *
-슉!
목경운이 속도를 붙이며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영검산장 구 장주의 둘째 아들 구웅성을 향해 신형을 날리며 손을 뻗었다.
진기의 소모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파사팔식 착(着)의 식(式)을 펼쳤다.
착의 식은 무엇이든 당길 수 있는 힘이다.
-솨아아아아!
다행히 놓치자마자 곧장 따라붙은 덕분에 착의 식에 의해 떨어지던 구웅성의 몸이 도중에 멈췄다.
‘됐다.’
목경운이 검결지를 움직이자,
-푹!
이기어검으로 날아다니던 요검 겁살이 낭떠러지 벽에 박혔다.
-탁!
그렇게 겁살의 검신을 밟고 선 목경운은 본격적으로 착의 식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자 구웅성의 몸이 반대 방향인 위쪽으로 솟구쳤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구웅성을 잡아서 낭떠러지 위 절벽으로 올라가면 될 듯한······.
-흠칫!
그 순간 목경운은 허리를 살짝 틀어 요검 악즉을 휘둘렀다.
-채앙!
그것은 도객의 보도였다.
‘이기어도(以氣馭刀)?’
부딪치는 힘에 의해 목경운의 신형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밀려났다.
이에 목경운은 허공을 박차 허공답보를 펼치며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피하려 했다.
-파앙!
그러나 도가 빠르게 날아들어 이를 막아내야만 했다.
-채앙!
-촥!
“악!”
이를 막는 순간, 동시에 아래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시선을 돌리자 구웅성의 손이 도객의 도기에 의해 잘려나간 것이 보였다.
도객의 당장의 목적은 구웅성의 손에 들려 있는 보주였다.
잘려나간 손목으로 손을 뻗는 도객의 입꼬리가 비릿하게 올라갔다.
‘이런 데서 진원 하나를 얻게 될 줄이······.’
-파앙!
그 순간 허공섭물로 그를 향해 날아오던 잘려나간 구웅성의 보주를 쥔 손목이 허공에서 멈췄다.
‘!?’
도중에 멈춰진 손목이 공중에서 파르르 떨려왔다.
이에 도객이 위를 쳐다보며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그가 손목을 가져가지 못하게 목경운 역시도 반대 손으로 허공섭물을 펼친 것이었다.
‘쉽게 줄 수 없다 이것인가. 좋아.’
-슉! 팍!
도객이 이기어도를 펼치던 도를 회수해,
-파앙!
허공섭물로 허공을 박차고 낭떠러지 절벽에 도를 박아넣고서 달라붙었다.
자세가 안정되자 도객 역시 더욱 진기를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진기의 대결이 되어버렸다.
-파르르르르!
허공에 멈춰서 떨리던 손이 아주 조금씩 도객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진원들을 흡수하면서 공력에 있어서는 자신 있던 도객이었다.
‘아하?’
이에 목경운은 오른손으로 파사팔식을 펼치던 것을 멈추려 했다.
생각해보니 보주를 잡고 있던 손이 잘려나갔으니 굳이 구웅성을 구하기 위해 붙잡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구웅성을 향해 펼치던 힘을 거두는데,
-파앙!
그 순간 구웅성의 몸이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위로 솟구쳤다.
‘떠올라?’
-흠칫!
이 광경에 의아해하던 목경운과 도객이 동시에 이채가 띤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 이유는 위에서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절벽 위쪽에 부근에 검을 쥐고 있는 한 노인이 보였다.
“구 장주!”
“장주님께서 오셨다!”
“와아아아아아!!!”
위에서 들려오는 환호성에 목경운은 본능적으로 그가 이곳 영검산장의 주인이자 육천(六天)의 일인인 구천무 장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 장주의 얼굴은 터질 것 같은 노기 그 자체였다.
-팍!
“끄으으. 아, 아버지?”
잘린 팔을 붙들고서 괴로워하는 둘째 아들 구웅성의 옷자락을 붙잡은 구 장주가 뒤편으로 아들을 던졌다.
“흐헉!”
아들을 절벽 위로 던지자마자 구 장주가 한 것은 다름 아닌,
“두 객들 모두 본 장을 어지럽힌 대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고오오오오!
거의 3장(丈)에 이르는 거대한 검강을 만들어서는 절벽 바로 아래쪽 벽에 붙어서 진기 대결을 펼치고 있는 그들을 향해 검초를 펼쳤다.
-촤촤촤촤촤촤촤!
탄검강의 형태로 수많은 궤적을 만들어내며 쇄도해오는 검초에 목경운과 도객이 누구 할 것 없이 허공섭물로 진기의 대결을 펼치던 것을 멈췄다.
현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육천(六天)의 일인인 구천무 장주가 전력으로 펼치는 검초였다.
이는 절벽에 매달려서 진기 대결을 펼치며 막을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팍!
절벽에 보도를 박아 넣었던 도객이 이를 뽑아 절벽을 박찼다.
날아드는 탄검강의 검초를 향해 신형을 날린 도객이 도강을 일으키며 도초를 펼쳤다.
‘제 2초식 도극제형(刀極制形)!’
마찬가지로 목경운 역시도 발판으로 삼던 겁살검의 검신의 탄력을 이용해 위로 솟구치더니 마검공(魔劍功)의 1초식을 펼쳤다.
-채차차차차차차차차창!
순식간에 절벽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위치에서 세 절세고수의 절초 대결이 펼쳐졌다.
보통이라면 고지를 선점하는 자가 더 유리하다 할 수 있었지만, 목경운도 그렇고 도객 역시도 벽의 벽을 넘은 고수들이었기에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펼치는 초식의 궤적들은 부딪칠 때마다 별빛과도 같은 섬광을 일으켰다.
-채채채채채챙!
그 여파 또한 얼마나 강한지 낭떠러지 절벽이 갈라지며 그 파편들이 여기저기로 튀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렇게 부딪친 육천 급 절세고수들의 초식 대결은,
-파아아아아앙!
호각이었다.
지상도 아닌 발을 디딜 곳도 없는 허공에서 초식을 펼친 그들이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서로가 초식을 펼치던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위에서 초식을 펼치던 구 장주는 다행히 위로 튕겨 나가 사람들이 있는 절벽 위에 착지할 수 있었다.
-탁!
“장주!”
검수들이 구 장주를 불렀다.
그러는데 구 장주가 손을 내밀며 다가오지 말라는 시늉을 했다.
-슥!
“아!”
그들을 오지 못하게 한 구 장주가 이내 인상을 찡그렸다.
-주르륵!
이내 그의 입가로 검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일대일로 겨뤄도 자웅을 내기 힘든 상대들인데 고지라는 이점을 믿고서 노기로 검초를 펼쳤다가 도리어 내상을 입고만 그였다.
마지막 검심을 바로 잡는 작업을 방해받은 것도 모자라, 검곡에 널브러진 수많은 시신들과 둘째 아들의 잘린 팔을 본 그로서는 분노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자들은 대체 누구지?’
장인으로서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나, 한 사람의 검수로서 무림의 정점에 선 그였다.
그런 그조차 이들에 대해 듣거나 본 적이 없었다.
단 한 초식의 대결에 불과했으나 맞부딪치고 나니, 이 둘 모두가 자신과 비견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 절세고수들임을 깨달은 그였다.
-팟!
내상을 잠시 간 호흡법으로 다스린 구 장주가 신형을 날려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초식이 부딪치는 여파가 워낙 커서 그들은 분명 밑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가 평범한 낭떠러지라면 그들에게 있어서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곡풍(谷風)이 거셀 텐데.’
이곳은 지리적인 문제 때문인지는 몰라도 엄청난 곡풍이 불었다.
해서 이곳에 떨어지게 된다면 밧줄을 내려보내도 쉽사리 올라오기 힘들었다.
그것은 낭떠러지로 떨어질수록 더욱 심해진다.
해서 서둘러 올라오지 않으면 자칫 격렬한 곡풍에 휘말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아니?’
구 장주가 눈살을 찌푸렸다.
낭떠러지 아래쪽으로 더욱 떨어진 그들이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저 상태로 추락하며 싸우고 있었다.
-휘이이이이잉!
거센 곡풍이 몰아치는 낭떠러지.
-채채채채채챙!
초식을 부딪친 여파로 더욱 빠른 속도로 떨어진 목경운과 도객이 허공에서 검과 도를 부딪치며 격렬하게 겨루고 있었다.
겨루는 내내 그들의 시선은 어딘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보주를 쥐고 있는 구웅성의 잘린 손이었다.
-채채챙!
도객이 왼손을 뻗어 허공섭물로 같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있는 보주를 쥔 손을 회수하려 했다.
물론 그것을 목경운이 그냥 내버려 둘 리가 만무했다.
-팍!
떨어지는 와중에 회수했던 요검 겁살을 던져 이기어검을 펼쳤다.
-푹!
날아간 이기어검이 손목을 뚫고서 꼬챙이처럼 그것을 꿰어서 낚아챘다.
도객의 허공섭물 역시도 심후한 진기에 의해서 펼치는 것이라 하지만 이기어검에 실려 있는 기운만 할 수는 없었다.
이기어검은 그대로 다른 방향으로 날아갔다.
‘천마, 이 성가신!’
-차아아아앙!
도객이 목경운을 향해 강하게 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목경운이 이를 마찬가지로 강하게 막아내자 그 힘을 이용해 몸을 날렸다.
당연히 날린 방향은 손목을 꿰어낸 요검 겁살을 향해서였다.
‘어지간히 탐내는군.’
-슥!
목경운이 검결지를 움직여 요검 겁살을 다른 곳으로 움직이게 하려 했다.
그런데,
-휘이이이이잉!
강렬한 곡풍에 의해 검이 휘청거리며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틀어져 날아가 버렸다.
‘놓칠 것 같나.’
-파앙!
도객이 허공답보의 수법으로 공기를 박차 마찬가지로 방향을 틀었다.
밑으로 낙하하고 있는 와중인 데다 곡풍이 너무 심해 균형을 제대로 잡기 어려웠지만 허공답보로 추진력을 얻은 그의 신형은 요검 겁살에 가까워져 갔다.
그의 손이 요검 겁살의 검병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흠칫!
도객이 이내 황급히 몸을 틀었다.
-팍!
-촥!
그 순간 검은 선이 허공을 지나가며, 몸을 틀면서 반경에서 벗어나지 못한 팔꿈치 아래 오른 팔목이 형체도 남지 않고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
오른팔을 잃은 도객이 일그러진 얼굴로 검은 선이 스쳐지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목경운이 요검 겁살까지 회수한 것이 보였다.
‘방금 그건 뭐지?’
일순간 역량이 한 점으로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하고 쾌속한지 도저히 피할 틈이 없었다.
도객의 오른팔을 앗아간 목경운이 입맛을 다셨다.
역량을 한 점으로 모은 일검을 아꼈던 것은 이런 절묘한 순간을 노렸던 것이었는데, 아쉽게도 죽이지 못했다.
‘뭐 그래도 오른팔을 앗아갔으니.’
왼팔뿐인 놈의 전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을······.
‘!?’
그때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도 소멸한 그의 오른팔 팔꿈치 쪽에서 뼈가 서서히 자라나며 핏줄과 근육이 얽히는 것이 보였다.
회복력이 빠르다는 걸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엄청난 재생력이었다.
사라진 부위가 그대로 자라나다니 말이다.
도객이 이런 목경운의 반응에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본좌는 불멸에 가까운 존재다.”
‘불멸(不滅)?’
일순간 목경운의 머릿속으로 스스로를 선지자라 칭했던 자가 했던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이자가 그 선지자가 경고했던 그자인 건가?
그러고 보니 이상하기는 했다.
자신을 처음 보았는데도 마치 알고 있는 사람처럼 구는 것이 말이다.
흡사 훗날을 알고 있는 것처럼······.
-우우우웅!
그 순간이었다.
요검 겁살에 박혀 있던 잘려나간 손목.
정확히는 구웅성의 손이 쥐고 있던 보주가 강하게 떨리며 눈 부신 빛을 발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