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08)
-촤촤촤촤촤촤촤촤!
-콰콰콰콰콰콰쾅!
검은 빛줄기의 탄검강이 폭우(暴雨)처럼 내려치는데 사방이 아비규환으로 물들어갔다.
무릎을 꿇고 있는 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신들을 제외한 나율량 측의 회인들에게 교묘하게 날아드는 탄검강들로 인해 그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우득! 우득!
목경운의 이마와 눈가로 자잘한 핏대가 잔뜩 서있고 금빛으로 물든 눈동자는 찰나에 굉장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보통 인간의 눈이 찰나에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의 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
인간의 사고나 정신력이 견딜 수 있는 수준까지만 받아들이도록 되어 있지만, 나율량의 요안(妖眼)을 흡수하며 목경운의 눈은 또 다시 진화했다.
삼안의 요력, 귀안, 그리고 이 나율량의 정체 모를 눈이 가지고 있는 힘들이 교묘히 조화를 이루며 동력(瞳力)은 더욱 높은 차원에 이르렀다.
-파르르르!
귀안을 통해 모든 기운의 흐름을 파악하여 그것으로 정확한 공간지각(空間知覺)이 이루어지면 삼안의 요력이 기운들을 판별하는 연산(演算)의 역할, 이런 공간지각과 연산 능력을 나율량에게서 흡수한 안력이 이 엄청난 정보량을 받쳐주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놀라운 것은 눈의 동력이 받쳐준다고 해도 이를 지탱하는 것은 당연히 뇌와 심력(心力)이다.
-우득우득!
보통 사람이었다면 뇌가 과부하 되다 못 해 터졌을 만큼의 엄청난 정보량을 견뎌내는 목경운의 심력 또한 이미 인간의 한계는 넘어서 있었다.
-촤촤촤촤촤촤!
“컥!”
“끄억!”
이렇게 목경운이 펼치는 정밀한 조준형 탄검강은 빠른 속도로 나율량 측을 지지하던 회인들의 요혈을 저격하며 목숨을 지워나갔다.
그 속도는 상상을 불허했다.
불과 열을 셀 정도 안에 수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이건 인간이 아니야.’
‘어떻게 이런 일이?’
‘사, 살려줘.’
자신을 노려오는 탄검강의 흑색 빛줄기에 회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이것은 순식간에 장내를 공포로 뒤덮고 있었다.
“꺄악!”
-차차차차창!
‘빌어먹을!’
검강으로 연달아 내려쳐 오는 탄검강을 막아내고 있는 대공자 나율량.
그는 반격은커녕 내려치는 검은 빛줄기로부터 심복인 모약과 자신을 보호하는 데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채앙!
흑색 검강을 쳐낼 때마다 검병을 쥔 손바닥에 찢겨나가는 것 같다.
아니 이미 찢겨나가 피로 얼룩지고 있었다.
화경의 극(極)에 이른 자신조차 이를 겨우 막는 데 급급하고 있는데, 다른 이들은 보지 않아도 결과가 뻔했다.
주변에서 튀어 오르는 수많은 핏물과 아비규환만 들어도 이곳은 지옥도 그 자체였다.
‘버텨······. 버텨야 해.’
모약을 끌어안고서 탄검강을 막아내는 나율량이 이를 악물었다.
놈이 아무리 괴물이라고 해도 이런 엄청난 수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건 정말로 불가능하다.
심력과 내공이 신(神)의 경지에 이르러 무한정이라면 모를까 분명 한계는 온다.
그때까지만 견딘다면 분명 기회는······.
‘아니야!’
그 기회를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기다릴 상황이 아니었다.
순간 한 가지 묘책을 떠올린 나율량이 소리쳤다.
“진격해라!”
‘!?’
나율량의 외침에 그의 산하의 회인들이 순간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 탄검강을 막거나 피하기도 급급해 죽겠는데, 이 상황 속에서 진격하라니 대체 무슨 소리지?
그러나 이내 그들은 나율량의 진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그랬다.
저 괴물 같은 놈이 무릎을 꿇지 않은 자들을 노리고 있었지만, 그 주변에는 아군이 없기에 거의 피해가 없이 이를 이뤄내고 있었다.
그러나 저들과 싸우며 뒤엉키는 순간 더욱 상황이 복잡해질 것이다.
“공자의 말씀이 옳다!”
“저들을 쳐라!”
지금도 굴복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을 나눠서 공격하는 걸로도 심력 소모와 뇌와 안력의 과부하가 심할 텐데, 그 이상이 된다면 어떨까?
그 분류를 하는 것이 더는 무의미할 정도로 힘들어질 거다.
한 번이라도 실패한다면 아군마저 피해를 입는데, 그리된다면 더는 이 미친 짓거리도 하진······.
-쾅! 촤아아아아악!
“끄악!”
“컥!”
“그건 우리를 뚫고 들어올 수 있을 때의 이야기지.”
파부왕 호태강이 강기가 실린 거대한 도끼를 휘둘러 일수에 여덟 명의 머리통과 몸을 갈라버렸다.
그런 그의 거친 기세에 앞으로 뚫고 들어가려 했던 나율량 측의 단주급 고수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만이었다면 어떻게 틈이 생겼겠지만,
-스스스스스스!
“허허허. 가능하다면 한 번 노부를 넘어서 보거라.”
양손으로 짙은 독기를 뿌리며 앞을 막아서는 섬독왕 백사하에 암종주 환야선, 시혈곡주 이지염, 둘째 공자 장능악과 같은 회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는 초고수들을 뚫고서 난전을 유도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파파파파파팍!
아까부터 어디선가 나타난 또 다른 초고수들의 난입으로 더욱 그러했다.
“크하하하하하! 이렇게들 많이 모여있다니! 어느 누가 이 땡중을 좀 더 즐겁게 해주겠느냐?”
“과, 광승? 이 미친 땡중이 어찌 이곳에?”
파계승 자금정과,
-파파파파파팍!
바람의 신이 분노한 것처럼 폭풍과도 같은 경신법으로 적들 사이를 누비는 가면의 마라현이 합류하면서 더욱 틈이 생겨나지 않았다.
‘빌어먹을!’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의도대로 풀리지 않자 나율량 측의 간부들과 회인들은 점점 초조해질 수밖에 없었다.
-채채채채채챙!
‘!?’
탄검강을 막아내던 나율량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주변으로 내려치던 탄검강의 기운이 조금씩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너무 많이 목숨을 잃어서 그런 건가 싶었다.
그런데,
“히이익!”
-쿵! 쿵!
여기저기서 무릎을 꿇고 있는 이들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 같이 경기를 일으키고 사색이 되어서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모습에 나율량은 알 수 있었다.
‘······이런.’
탄검강에 죽어가는 이들도 많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굴복하는 이들도 생겨나고 있었다.
그것은 처음에는 거의 비례하는 수준이었으나 갈수록 아니었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사기를 되살릴 반등의 기회가 생기겠지만 계속해서 내려치는 탄검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이들은 정신적으로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콰직! 쾅! 쾅!
굴복하지 않은 자들은 탄검강에 그대로 요혈 혹은 몸이 잘려나가거나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이럴 진데 두렵지 않다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너무 압도적인 강함과 잔혹한 결과는 그들의 전의를 완전히 상실하게 만들었다.
-으득!
이렇게 지게 되는 건가?
이를 악물고 있는 나율량은 점점 가슴이 타오를 것처럼 뜨거워졌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기묘한 감정이었다.
‘어째서? 어째서지?’
놈이 천지회를 세상에 지워버린다며 이렇게 많은 회인들을 죽이고 있는데, 정작 회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회주는 아직도 나서지 않고 있었다.
숨어있는 반역자들을 찾기 위해 십수 년 동안 병환까지 꾸몄던 작자다.
한데 어째서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방관만 할 수 있단 말인가?
회주, 아니 사부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
-채아아아아아아앙!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큰 쇳소리와 함께 엄청난 파공음이 울리며 주변으로 엄청난 풍압이 일어났다.
-파아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지금까지 내려치고 있던 놈의 무차별적인 탄검강이 드디어 멈춰졌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하는데 허공에서 목경운과 천지회주가 검을 부딪치고 있는 광경이 보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광경을 보자마자 회인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러댔다.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사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그의 방관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최고의 고수인 그만 나섰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회인들은 분노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의 주인이자 육천(六天)의 일인인 회주가 나서자 그들의 사기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회주다!”
“회주께서 나섰어!”
마치 구세주가 나선 것처럼 말이다.
이는 제자인 나율량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기묘한 현상이었다.
‘어째서?’
회주가 좀 더 빨리 나서지 않은 것이 화가 나지도 않는 걸까?
아니면 수장으로서 혹은 대종사로서 그가 가진 무게가 절대적이기에 그런 걸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중요치 않았다.
그 역시도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
-꿀꺽!
나율량 역시 마른 침을 삼키며 긴장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무림의 정점이라 불리는 천(天)의 칭호를 받은 두 대종사급의 절세고수들이 부딪치는 순간이었다.
이 대결로 회의 미래가 갈리게 된다.
그 말인즉 회주만이 오직 유일한 구세주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우우우웅!
요검 악즉(惡卽)과 회주의 보검 숙명(宿命)이 부딪친 채로 검명을 울렸다.
본단에서 뛰어내려 패도적인 일검을 날린 것을 그대로 막아낸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입을 열었다.
“계속 방관할 줄 알았는데.”
이런 목경운의 말에 회주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것은 예측을 완전히 상회하는 목경운의 무위 때문이었다.
지맥에 대한 기회와 망령의 한을 풀기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더 방관했다간 수천, 아니 수만이 목숨을 잃을 판국이었다.
그 때문에 결국은 참지 못하고 나서고 말았다.
“전부 죽이고 나서야 그 한이 풀리겠느냐? 망령이여.”
“망령?”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병환을 앓는 모습으로 만났다가 다시 보았을 때는 이 모든 게 계책임을 알고서 보통 자가 아니라는 것은 인지했다.
그런데 지금 자신을 망령이라고 불렀다.
아무래도 뭔가를 아는 모양이었다
‘······심장.’
아니 아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몰랐다.
회주는 그 제자들과 다르게 청령이 말했던 천맥 비용헌의 피를 이어받은 후인이었다.
청령의 원혼을 오랫동안 가둬두고 있던 그녀의 살아생전의 심장으로 만든 비급에 대한 비밀 역시 알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채앙!
목경운이 이내 회주의 보검 숙명을 반탄력으로 튕겨냈다.
신형이 위로 튕겨나간 회주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아직도 이 정도 내공이 남아 있다고?’
회주는 목경운이 저 많은 탄검강을 날리며 거의 대부분의 진기를 소진했다고 여겼다.
그런데 자신의 일검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위로 튕겨내다니.
진심으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마도 이 힘은,
‘인외(人外)의 힘에서 어느 정도 비롯된 것이겠지?’
-파앙!
이에 회주가 허공을 발로 박차며 허공답보(虛空踏步)를 펼쳐서 튕기는 신형을 멈출 수 있었다.
‘일단 제압해야겠군.’
그렇게 신형을 멈춘 회주가 이내 오른손으로 기수식을 취하며 왼손으로 검결지를 쥐었다.
그러자 그의 주변으로,
-차차차차차차차창!
어느새 열두 자루가량의 검이 날아와 허공에서 이기어검강(以氣馭劍罡)과 함께 검진(劍進)을 만들어냈다.
날개를 펼치듯 이기어검강들을 두른 회주가 목경운을 겨냥하며 말했다.
“망령이여. 그대만큼은 아니지만 이기어검강을 이런 식으로도 다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도록 하지.”
천맥(天脈)의 검식(劍式)
공수일체(攻守一體) 이기어검강(以氣馭劍罡) 십이검천진(十二劍天進).
‘나왔다!’
부회주 몽서천을 비롯해 일부 간부들이 회주의 비기를 알아보았다.
원래는 팔검천진(八劍天進)이라 불리는 것으로 여덟 이기어검강을 활용해 공수일체에 빈틈이 없는 완벽에 가까운 절초를 펼친다.
그들은 이것으로 회주가 한참 명성을 날리던 시절 수많은 적수를 꺾는 것을 보았다.
‘역시 더 강해졌군.’
파부왕 호태강 역시 이를 알아보고서 혀를 찼다.
병환은 무슨 병환인가.
여덟 자루만으로도 적수가 거의 없었는데, 십몇 년 사이에 저것을 열두 자루로 늘렸다는 것은 그간 심상으로라로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의미했다.
섬독왕 백사하 역시도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열두 검으로 이루어진 공수일체의 이기어검강의 검진.’
아마도 비어있던 모든 방위를 채웠을 것이다.
분명 전보다 더 완벽해지고 빈틈 역시 없을 테니, 그 위력 역시도 비교불가일 테지.
반면 목경운은 현재 내공 소모도 그렇고 심력 소모도 큰 상태다.
방심하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설마 이걸 노린 건가?’
서로 역량이 비슷하다면 결국 승부를 가르는 것은 가장 최상의 상태인 자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방금 전까지 이기어탄검강을 쉬지 않고 난사하다시피 한 목경운은 불리하다고 할 수 있었다.
만약 이게 의도된 거라 해도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목경운은 천지회 자체에 선전포고를 했다.
어떠한 전략을 취하더라도 공평이니 뭐니 하며 불만을 표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천지회주가 서둘러 전력을 다하려는 걸지도 몰랐다.
“이것은 지금부터 보일 수 있는 본좌의 최대 전력이다. 진기의 소모가 컸을 테니 망령이여 그대 역시도 전력을 다하는 게······.”
“후회할 텐데?”
“뭐?”
-우우우웅!
그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목경운의 주변으로 기운들이 날카로운 형태로 응집하기 시작했다.
이 광경에 처음부터 전력으로 단숨에 승부를 내려 했던 회주의 두 눈이 점점 커져갔다.
기(氣)마저도 검의 형태를 갖추는 저것은 분명,
‘설마?’
목경운의 주변으로 생겨나는 투명하기 그지없는 기(氣)로 이루어진 세 자루의 영롱한 검(劍).
‘!!!!!!!’
그것은 틀림없는 무형검(無形劍)이었다.
그저 망령이 깃들어 인외의 힘이 더해져 있을 거라 여겼던 회주는 진심으로 경악하고 말았다.
눈앞에 있는 저 존재.
지고의 경지라 할 수 있는 현경(玄境)을 넘어서 생사경(生死境)에 이르러 있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