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ck in the Tower RAW novel - Chapter 820
819화 99층 클리어
황금빛 광채로 뒤덮인 세상.
견고하게 유지되던 녀석의 영역이 깨졌다.
놈을 잡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으나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영역을 깨트리면 반발력이 온다!’
강력한 충격으로 부숴야 하는 만큼 영역을 깨부순 사람은 무사하지 못하다.
냥펀 또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터.
안전제일을 권능으로 가지고 있는 냥펀이 선택하기 위해서 어떤 결심이 필요했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탈모맨의 행동이 영향을 준 걸까.
흐릿해지던 냥펀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넌 살아 있으면 안 돼.”
일대를 집어삼키고 있던 영역 전부를 황금으로 만들어 폭파했다.
그 위력은 지금껏 봐 왔던 어떤 것보다 강력했으니.
-쿠과과과과광!
하늘과 땅을 부수는 충격이 사방으로 뻗쳐 나갔고, 뻥 뚫려 버린 영역 위로 내리꽂힌 시스템 제약이 베드록 바알루제를 두들겼다.
【크하아아아!】
아무리 놈이라도 시스템 전체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
부스러지는 놈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아스트랄 레인보우(S)]하루에 한 번, 단 10초 동안 10배의 위력을 낼 수 있는 최강의 버프 스킬.
그에 따른 페널티 역시 만만치 않았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확실하게 끝낸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서!
[홍예참(SS)] [검강] [절삭(SSS) Lv.MAX] [영혼 찢기(SSS) Lv.MAX] [파이어 밤(SSS) Lv.MAX].
.
.
공격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모두 사용한다.
영체화되어 있어도 상관없다.
-푸화아악!
[마그나로크의 왕관(SSS)이 고대의 사악한 존재에 대항합니다!] [칭호, 부활한 교단의 성자가 신도들의 신성을 끌어모읍니다!]하얗다 못해 타오르는 신성.
따스함을 넘어 전신을 불태울 듯한 열기가 검 끝에 담겼다.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베드록 바알루제 또한 천벌처럼 떨어지는 제약에 맞서며 손을 뻗는다.
-콰르르릉!
-구구구구구!
이미 깨져 버린 영역.
부서지고 조각난 개념의 파편을 쓰레기처럼 긁어모아 던진다.
필드의 파편과 에너지.
죽음을 맞이한 이들의 영혼과 빠져나온 개념까지 모조리.
기껏해야 파편이었으나 그 수가 수백, 수천에 달한다면 가히 재앙이라 불릴 만한 것이었으나.
[개념, 폭발이 방해물을 치웁니다!] [SSS급 권능, 굴하지 않는 검귀가 질주합니다!]“저리 꺼져!”
내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지럽게 몰아닥치는 찌꺼기를 베고 터트린다.
폭발로 가속하며 날개를 휘둘러 날리고 검강을 강화해 수십 미터의 검으로 두 동강 냈다.
‘남은 시간 6초.’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4초.
놈과의 거리는 지척이다.
모든 방해물을 처리하고 드러난 놈이 입꼬리를 올렸다.
【인정하마. 나를 이렇게까지 몰아붙인 존재는 없었다.】
왕좌에 올려진 해골.
영체화한 베드록 바알루제가 턱뼈를 달그락거렸다.
그동안 모아 온 개념들을 전부 소진해 만든 몇 초의 시간.
놈은 찾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우우우우웅!
해골이 불가해한 주문을 외우고 왼손이 마법진을, 오른손이 술법을 그린다.
보인다.
놈의 영혼에 균열이 가며 혈관처럼 뻗어 있는 영맥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르는 것이.
스스로도 감당하기 버거운 비기를 제약을 받으며 사용한다?
엄청난 과부하를 감당하고 있다는 뜻.
[베드록 바알루제가 궤변의 술을 발휘합니다!] [가관불가통(可貫不可通)의 적(的)이 당신을 맞이합니다!]가장 먼저 오른손의 술법이 완성됐다.
눈앞의 과녁이 세상의 법칙을 수정한다.
모든 공격은 그곳으로 향한다.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통로가 되었으며.
꿰뚫되 꿰뚫을 수 없는 궤변적인 현상이 이루어졌으니.
-콰아아아앙!
내 일격이 방패처럼 세워진 과녁을 때렸다.
쿨럭!
그와 함께 베드록 바알루제가 영혼의 파편을 내뱉는다.
사이한 술법으로 대미지를 경감시켰지만 완전히 충격을 없애는 건 불가능.
이어.
개념과 함께 놈의 방벽을 거둬 냈다.
세차게 휘둘러진 검과 후폭풍처럼 몰아치는 불길.
-쿠드드득!
놈의 오른손이 조각나 떨어진다.
바닥에 닿지도 못하고 증발하는 영혼의 일부.
심대한 타격을 입었음에도 놈의 입과 왼손은 멈추지 않았다.
왼손이 그리던 마법진을 완성시켰다.
[고대 마법, 대리자의 단절이 발휘됩니다!] [베드록 바알루제의 분신체가 대리자로 선정됩니다!]자신을 대신해 영혼을 나눠 만든 분신체가 방패가 된다.
빌어먹을.
‘버프가 끝나기까지 2초.’
촉박하다.
저 망할 방패에 소모할 시간 따위는 없……!
[대리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법 발현에 실패합니다!]【뭐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메시지가 떠오르며 마법진이 꺼졌다.
뒤집힌 대지.
그 위에 누운 핥짝이가 주먹을 뻗었다.
“결국 내가 다 이긴댔지!”
[SSS급 권능, 최후의 승자가 포효합니다!]빛으로 화해 사라지는 중이었으나 핥짝이의 얼굴은 밝았다.
핥짝이가 분신체를 죽였다.
그녀의 상징체, 트로피가 춤춘다.
탑에서 추는 마지막 춤을.
【기필코 이대로 끝내지는 않으리라!】
마지막 발악인가.
녀석 입을 쩍 벌렸다.
[베드록 바알루제가 자신의 업보를 방출합니다!]업보는 곧 자신의 생.
그동안 쌓아 온 삶의 일부를 내던지는 것과 같다.
-콰콰콰콰콱!
“이게 무슨!”
얼마나 지독하고 원망에 가득 찬 인생을 살아온 건가.
시뻘겋게 물드는 공간.
남의 목숨과 삶을 강탈해 오던 정복자의 업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숨결이 닿는 것만으로도 뼈가 삭고 피부가 녹아내렸으나.
[칭호, 괴물 성녀가 죄악을 삼킵니다!] [칭호, 면죄부가 죄를 사합니다!] [고해성사(SSS) Lv.MAX]“크와오오오오!”
오필리아가 나를 밀어냈고 놈의 업보를 대신 감내했다.
강력한 신성력이 악업과 맞서며 눈부신 광채를 내뿜는다.
머리 위로 떠오른 천사링이 찬란하게 빛나며 절정을 찍었으니.
-콰직!
그녀의 영혼이 움켜잡고 있던 개념 하나가 깨부숴지는 것이 보였다.
오필리아가 계승한 자, 벨루악.
그가 가지고 있었다고 전해지는 개념, 배반.
멸망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껏 붙잡고 있던 개념을 부수고 곁에 맴돌던 개념이 영혼에 합치된다.
[개념, 신념이 주인을 찾습니다!]애초에 개념, 배반은 그녀와 맞지 않았다.
그저 혼돈의 파편이 되어 세상을 구하겠다는 신념 하나로 억지로 잡아 두고 있던 거지.
오히려 그 덕에 신념이 더 강해진 상황.
본인에게 맞는 개념을 흡수한 오필리아의 신성이 더욱 짙어진다.
언제 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롭지만 빛은 꺼지지 않았으며 세상의 모든 악의를 삼킨 듯한 놈의 업보를 조용히 받아들였고.
[새로운 스킬이 발생합니다!] [정화(SSS) Lv.1]그 행위를 인정받아 스킬까지 생성되었다.
이성이 돌아온 걸까.
내게 눈짓하는 오필리아를 뒤로하며 팔에 힘을 줬다.
기어이 해골의 미간에 닿은 검.
-툭.
투박한 소리와 함께 검 끝이 멈췄다.
고작해야 손톱만큼 파고든 검.
[아스트랄 레인보우(S)가 종료됩니다.] [사용된 모든 스킬의 위력이 일시적으로 90% 하향됩니다.]【아쉽게 됐구나, 씨앗이여!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놈이 광소한다.
맞다.
지금 위력으로는 놈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난 이게 끝이라 한 적이 없어.”
인벤토리에서 아이템을 꺼내 던졌다.
피부조차 없는 해골이었지만 놈의 눈이 커진 느낌이 들었다.
경악하는 감정이 영혼 세계를 통해 전해졌다.
이전, 시스템 제약을 받은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
[시스템 큐브를 사용합니다.]시스템의 결정을 번복하고 버그에 대항할 수 있는 아이템.
그리고 탑에서 활용되는 모든 권능과 스킬, 아이템 등의 정보는.
‘시스템에 의해 정의되지.’
“아스트랄 레인보우를 사용했다는 결정을 번복한다.”
[해당 스킬의 정보가 (사용)→(미사용)으로 변경됩니다.]이걸로 난.
한 번 더 아스트랄 레인보우를 사용할 수 있다.
-우우우우웅!
다시금 타오르는 검.
내가 가진 모든 스킬이 한곳에 응축되어 빛이 뿜어졌고.
【네가 감—-!】
-콰아아아아아앙!
한 줄기 섬광이 놈의 해골과 함께 왕좌를 무너트렸다.
조금의 흔적도 없이.
조각 하나, 가루조차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개념, 왕이 상대를 주시합니다!]주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개념이 떠올랐으나 부질없었다.
[칭호, 잊혀진 세계의 왕이 패배한 왕을 내려다봅니다.]왕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니.
바람에 날아가는 민들레 씨처럼 개념, 왕이 흩어진다.
지난한 전투와 달리 담백하기까지 한 메시지.
언제까지나 굳건할 것 같던 왕좌는 무너졌으며 99층의 지배자는 죽었다.
[99층 클리어!]그토록 보고 싶었던 문구.
빌어먹을 전쟁이 드디어 끝났다.
-쿠우우웅.
마기와 신성력을 모두 소모했기 때문인가.
날개가 사라지며 땅에 떨어졌다.
정말이지 손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
체력도 마나도 그 어떤 것도 여유가 없다.
“그에에.”
덕춘이가 핥아 줘도 좋아질 느낌은 안 들었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탈진한 게 컸으니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슥. 덕춘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베드록 바알루제를 잡는 건 성공했지만 여전히 필드는 무너지고 있다.
“미안해요, 이블아이.”
“뭐가 미안해. 덕분에 이겼는데.”
근처에 떨어져 있던 오필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칭호, 괴물 성녀의 힘으로 어떻게든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지만 이미 하체는 물론 상체 절반이 베드록 바알루제의 업보로 썩어 버렸다.
“끝까지 버티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어요. 제가 위로 향했어야 했는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오필리아 옆에 섰다.
베드록 바알루제를 잡았음에도 그녀는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그거 하나만 보고 달렸는데 다 끝났네요.”
“안 끝났어. 애초에 위로 올라간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었고.”
무슨 소리인지 몰라 고개를 돌리는 오필리아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혼돈의 파편이 된다 한들 그녀가 자아를 잃으면 끝이다.
맞지도 않은 개념을 억지로 삼킨 상태로 잘도 자아를 유지하겠다.
“혼자 다 하려 하지 말고 뒤는 나한테 맡겨. 지금까지 혼자 한 거 아니잖아?”
다른 누구도 아닌 오필리아라면 알 거다.
노블 나이트와 집단 스킬까지 사용한 게 오필리아니까.
“뭐 하러 혼자 다 하나. 남한테 떠넘기기도 해야지.”
나처럼 강제로 100층에 올라가야 하는 사람이라던가.
무려 탑에 오르기도 전에 구원을 강요받던 게 오필리아다.
이제 좀 쉴 때가 됐다.
-파스스스.
빛무리로 흩어지는 오필리아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후 발걸음을 옮겼다.
지배자가 죽었음에도 별다른 메시지가 없다.
새로운 포탈이 열리지도 않았다.
[99층의 훼손도가 심각합니다.] [99층을 폐기 후 재구성합니다.]망가질 대로 망가진 99층의 쓸모가 다했다.
새로운 지배자를 만들 이유도, 굳이 남아 있는 포탈을 닫고 새 포탈을 열 이유도 없다 이거겠지.
“정말 끝까지 도움이 안 되네.”
“그에에.”
괜찮다.
결국 놈이 준비한 포탈을 이용하려 했으니까.
권능과 행운 스탯이 포탈을 가리키지 않았던가.
그럼.
“정상에 올라가 보실까.”
-우우웅.
쓰러지듯 포탈에 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