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118)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118화
중간고사 당일이 되었다.
다른 학년들이 모두 교내에 남아 시험을 치를때, 3학년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펜타모니엄까지 넘어가서 시험을 치러야 했다.
그 악명 높은 DMAT.
현존하는 네크로맨서를 평가하는 시험 중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며, 브린어라는 마력에 특화된 언어로 치르는 시험이다.
암기해야 할 사항이 지금까지 살면서 구사한 단어 그 이상으로 가짓수가 많았기에 3학년들은 시험 기간 내내 지옥을 맛봐야 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펜타모니엄으로 넘어오는 그 순간까지도 학생들은 퀭한 얼굴로 노트나 수첩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피곤에 찌들어 있는 건 물론 예민한 모습이었다.
그렇게 DMAT가 시작됐다. 키젠 학생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응시생들과 뒤섞여서 시험장에 들어왔다. 300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방에 20명 정도가 자리에 들어와 앉았다.
워낙 방이 커서 그런지, 책상 배치가 과하다 싶을 만큼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부정행위에 대해 민감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며 시몬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장 머리에 들어 있는 지식들을 정리하는 데 1분 1초의 시간도 아까웠다.
‘긴장된다.’
준비해 온 마지막 단어까지 체크한 뒤, 가볍게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시몬이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았다.
20명 중에서 학생은 자신을 포함해 세 명 정도, 나머진 전원이 성인들이었다. 명망 높은 연구자들이나 고위귀족, 현역에서 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네크로맨서들이 가득했다.
‘다들 기 안 죽었으면 좋겠네.’
이내 시험관이 방으로 들어와 시험 시작을 알렸다. 수험생 모두가 일제히 검을 뽑는 검투사처럼 잉크통에 있는 깃펜을 들어 올리며 페이지를 다음 장으로 넘겼다.
‘가보자!’
시몬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기출 문제 같은 건 풀어볼 시간이 없어서 철저히 지식 습득과 암기에 집중했는데, 다행히 문제를 보니 손이 알아서 움직인다.
빠르게 깃펜으로 체크 체크 하며 다음 문제로 착착 넘어간다. 머릿속의 정보를 사출하기만 하는 기계가 된 것처럼 시몬은 무아지경 상태로 문제를 풀어갔다.
그런데.
‘응?’
갑자기 뜬금없는 문제가 나타났다.
지금까지 전혀 배운 적 없는 브린어였다.
분명히 키젠에서 시험 범위를 지정해 주었고 거기에 맞춰 필요한 브린어를 집중적으로 익혔는데, 범위 밖의 문제가 나온 것이다.
하아-
후.
다른 수험생들도 막막한지 곳곳에서 한숨 소리와 체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몬이 슬쩍 눈을 굴려보니 다들 거의 자포자기한 분위기였고, 그나마 제대로 이 시험을 공부해 온 것으로 보이는 연구원 수험생들 몇몇만이 문제를 풀고 있었다.
‘푸는 사람이 있어. 엉터리거나 영 말도 안 되는 브린어는 아니란 뜻이야.’
시몬의 두뇌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시험 범위 외의 문제들이 있다면, 키젠에서 굳이 시험 범위를 정해둔 이유가 뭐지? 범위 밖의 문제도 풀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시몬의 집중력이 암기가 아닌, 다른 방향에서 고민하는 순간.
머리가 번뜩이며 과거의 말들이 떠올랐다.
-브린어는 마법의 언어인 룬어를 최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설계된 ‘언어’다. 대륙어는 인간의 발음과 문화에 맞춰지고, 오로지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이기 때문에 룬어에 대입하기에는 혼동되는 부분이 많다.
아론의 이야기.
그랬다.
대륙어는 인간을 위한 언어고, 브린어는 마법을 위한 언어다. 그렇다는 건 브린어에는 강력한 규칙성이 존재하고, 그것을 따른다면 이 언어를 이해하는 데는 기존의 암기한 내용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한 가지 더!’
시몬이 자리에 앉은 채 힘차게 손바닥을 펼쳤다.
‘흑마법을 쓰지 말라는 규칙은 없었어!’
우웅!
시몬이 마법진을 펼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놀랐는지 수험생들이 부스럭거리며 고개를 드는 모습이 보였다.
이 DMAT는 규정이 특이해서 기억이 났다. 그냥 ‘컨닝 금지’, ‘시험 중 마법 금지’, 라는 규칙 한두 개만 넣으면 그만일 텐데, 굳이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마법이라고 해서 수백 수천 가지의 금지 조항을 집어넣었다.
거기에 수험생들 간에 상당히 떨어진 거리까지.
역시 DMAT라는 명망 높은 시험에서 풀지 못하는 문제를 시험지에 넣을 이유가 없다.
‘간다!’
시몬이 문제에 나온 마법진의 예시를 펼치고 직접 마법을 구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중앙에 룬어를 박아 넣고, 빠르게 회로와 수식을 깔아 넣었다.
예상대로 시험관들은 시몬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아!’
그제야 한 회로와 수식이 모이면서 문제에 보이던 ‘և’와 상당히 흡사한 형태의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몬은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참으며 마법을 진행해 나갔다.
‘재밌어!’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즐거운 문제풀이 놀이 같다. 시몬의 집중력이 점점 더 가속한다. 책상 위로 마법진의 회로가 나무로부터 뻗어 나가는 가지처럼 무럭무럭 펼쳐지더니 이내 끝도 없이 천장으로 뻗어 나갔다.
시몬이 손가락으로 휙휙 허공에 몇 번 그어보더니 씩 웃으며 답을 체크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저 친구 뭔가 하고 있는데?’
‘부럽다! 어떻게 하는 거야?’
눈치를 보던 다른 수험생들도 시몬을 따라 하듯 마법진을 펼쳤지만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흑마법을 써도 되나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통신 관련 마법진을 사용하다가 바로 관리관에게 제지당하고 실격하는 사람도 한 명 나왔다.
누구는 가능한데, 다른 누구는 실격당했다. 지켜보던 수험생들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쟤 시몬 폴렌티아잖아.’
‘우리 학교 수석이 괜한 짓을 할 이유가 없는데.’
뒤에 앉은 키젠 학생들은 잠시 생각에 빠져 있다가, 이내 ‘아!’ 하고 뭔가를 깨달은 듯 뒤늦게 마법진을 펼쳤다. 시간이 걸렸지만, 이 시험장에 들어온 키젠 학생 세 명은 본격적으로 후반부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수험생들은 가슴으로 눈물을 흘렸다.
‘와, 저 엘리트 놈들 치사하게.’
‘우리도 좀 알자 제발!’
DMAT의 시험은 매번 극단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시험을 치른 뒤에는 문제를 노출당하지 않기 위해 부분적으로 기억이 흐릿해지는 저주까지 걸린 채 나가야 한다.
결국 승부를 가르는 후반부 문제는 ‘통찰력’ 싸움.
브린어를 일반 언어 습득하듯 단순한 암기로만 상대한다면 큰코다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수고하셨습니다! 시험지 걷겠습니다.”
첫 번째 시험을 완벽하게 치러낸 시몬이었다.
후욱 하고 숨을 내뱉은 시몬이 기분 좋게 웃었다.
‘다음 가자!’
* * *
이틀간 이어지는 칠흑역학 시험과 저주학 시험 등도, 시몬은 큰 문제 없이 치러냈다.
3학년들은 비로소 활짝 웃는 얼굴로 로크섬에 복귀했다.
“너무 힘들었어!”
“이제 좀 쉬어보자.”
“난 얼른 임무부터 떠나려고.”
시험 기간이 끝나고 곳곳에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학생회 멤버 4인방도 공원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들 시험은 어땠어?”
시몬의 물음에 카미바레즈가 파닥파닥 박쥐 날개를 흔들었다.
“전공 시험은 괜찮게 친 것 같아요! 후반부 문제에 마법진을 펼치는 게 조금 늦었지만요!”
“마법진?”
손거울을 보며 삐쳐나온 머리카락을 관리하던 메이린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그냥 다 암기한 걸로 풀어지던데.”
“진짜?”
놀랍게도 상아탑 출신의 메이린은 DMAT의 브린어를 대부분 숙달한 상태였다. 거기에 필기성적 1위의 저력으로 상급문제까지 그냥 암기로 풀어냈다고.
‘저렇게 하는 것도 방법은 방법이겠구나.’
시몬이 쓰게 웃고 있는 가운데.
“엉? 너희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암.
딕이 길게 하품을 한번 하고는 기지개를 쭉 켰다. 카미바레즈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혹시 해서 묻는 거지만 딕, 시험지 뒷장에 후반부 마법진 문제들 푸셨나요?”
“그럴 리가!”
딕이 엄지를 척 세워 들었다.
“난 어려운 거 나오자마자 바로 엎드려 잤지!”
“멍충아!”
메이린이 발칵 화를 냈다.
“니가 그러고도 키젠이야? 졸업생 정원이 100명이라는데 졸업 안 할 거야?”
“어허! 각자 잘하는 분야가 다른 법! 임무에서 좋은 성적을 따내면 되지!”
그렇게 말한 딕이 시시덕거렸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 내가 말한 합동 임무 하러 갈 거지?”
“물론이야.”
지금은 중간고사가 끝난 직후다. 다시 임무로 뿔뿔이 흩어지겠지만 그나마 지금이 3학년 전원이 키젠에 모여 있는 상태였다.
이제 2학년인 아서나 1학년 치엘라의 업무 능력도 올라왔겠다. 학생회 멤버 네 명은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내가 알아봤는데 이렇게 꿀인 임무가 없다니까? 따뜻한 열대 지역인 호박섬에서 헤엄도 치고 물놀이도 하고 그러다 임무는 가볍게 끝내고 복귀!”
“하여간 놀 생각밖에 없어요.”
메이린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지만, 관심은 있는지 살짝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그럼 오늘 같이 임무 등록하러 가요!”
“행동력 좋은데? 카미! 가자고!”
네 사람은 그렇게 다 함께 키젠 캠퍼스 내부에 있는 임무 접수처로 들어왔다.
그런데.
“시몬 폴렌티아 학생회장님.”
접수처에 있는 하수인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교내에서 임무 중지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대기 명령입니다.”
시몬이 눈을 깜빡였고, 다른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네?”
“왜 시몬만?”
“죄송하지만 저희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메이린이 툴툴거리며 시몬 쪽을 째릿 노려보았다.
“……하여간 학생회장, 너무너무 바쁘다니까.”
“미안해, 메이린.”
“메이린 빌렌느 부회장님.”
그때 접수처 하수인이 서류를 쓱 내밀며 곤란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마찬가지로 대기 명령입니다. 교내의 다음 지시를 따라주세요.”
“저, 저도요?”
메이린은 전혀 생각도 못 했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딕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누가 회장에 부회장 아니랄까 봐. 학생회 엘리트들은 찾는 사람도 많아요.”
카미바레즈의 박쥐 날개가 축 내려왔다.
“아쉬워요. 그래도 언젠가 네 명 다 같이……!”
“카미바레즈 학생.”
접수처 하수인이 땀을 뻘뻘 흘리며 카미바레즈의 서류를 내밀었다.
“대기 명령입니다.”
“……???”
카미바레즈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머리 위로 물음표를 동동 띄웠다. 시몬과 메이린도 하하 얼떨떨한 웃음을 흘렸다.
“이야! 이제 딱 알겠네!”
딕이 손가락을 튕기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건 딱 봐도 우리 학생회 멤버 전원 소집이야! 어떤 초특급 거물이 학생회 전원에게 긴급 임무를 요청했나 봐!”
“딕 헤이워드 학생.”
하수인이 말을 이었다.
“허가 완료입니다. 1인으로 호박섬 임무 수행하시겠습니까?”
“…….”
푸훗.
메이린이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입을 가린 채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딕이 세상 억울하다는 듯 허- 하고 입을 벌렸다.
“아니! 왜 나만 되냐고!”
“아하하하하하!”
딕도 혼자 가는 건 재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임무를 취소했다.
그리고 왜 임무 대기 명령이 걸려 있었는지는, 각자의 학과 기숙사에 돌아간 뒤에나 알게 되었다.
웅성 웅성 웅성!
기숙사 게시판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었던 시몬이 그쪽으로 다가가고 있는데, 앞에 있던 에슈와 토토가 손을 흔들었다.
“시몬 축하해!”
“대박이야!”
“??”
시몬은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다가왔고, 마침내 내용을 확인했다.
1. 시몬 폴렌티아. (연합 대표자)
2. 메리다 휴 이켈. (1급 임무 수행으로 불참)
2. 에이젤 브링어
3. 샤텔 마에르
4. 헥토르 무어
5. 메이린 빌렌느
6. 엘리사 셀린
7. 일라이저 크로비스
8. 쥴 빈체레
9. 클라우디아 멘지스
10. 카미바레즈 우르슬라
예비 1번. 엘리시아 로젠펠트. (비밀 임무 수행으로 불참)
예비 1번. 말콤 랜돌프
예비 2번. 제이미 빅토리아
예비 3번. 피츠제럴드 잉겔스
리스트를 본 시몬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