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novel - Chapter (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64화(1364/136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364화
기계 성녀를 쓰러뜨렸다.
시몬이 느끼고 있는 승리의 여운이 채 가시도 전에.
“큰일 났어요!”
하미엘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이렌 성녀님이 일어나질 않아요! 이대로는 위험해요!”
아까부터 이렌을 치유하고 있던 하미엘의 안색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시몬과 레테가 얼른 그쪽으로 달려갔다.
“제가 좀 보겠슴다.”
레테가 이렌의 옆에 무릎을 꿇고 치유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그녀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
“……무리하셨네요. 일반인의 몸으로 성녀의 권능을 남발하셨슴다. 권능을 사용한 반동이 너무 심해서 신체가 무너지고 있어요.”
“그럴 수가……!”
하미엘이 이렌의 손을 붙잡았다.
“일어나 주세요! 우리가 이겼어요! 우리가 라이카 로버트와 기계 성녀를 쓰러뜨렸다구요! 봐주세요!”
레테와 하미엘이 이렌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이, 시몬은 고개를 돌려 기계 성녀의 잔해를 바라보았다.
스스스-
방금 성자의 기술인 ‘종성’을 맞고, 기계 성녀의 신체가 문드러진 채 내부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두 가지가 보였다.
하나는 압축되어 구슬처럼 변한 원류의 첨탑, 다른 하나는 금속 저장고 안에 갇힌 성녀의 정수였다.
성녀의 정수는 여전히 저장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
시몬은 결심한 듯 그곳으로 다가갔다.
아직 성자의 힘을 해제할 때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한 시몬이 다시금 정신을 집중하자, 끝단부터 거뭇거뭇하게 돌아오던 머리카락이 다시 하얗게 새었다.
이내 검은 네옴이 가득한 기계 성녀의 잔해를 헤집고, 그 안에서 성녀의 정수를 꺼내 손에 쥐었다. 그것은 날아가지 않고 시몬의 손안에 가만히 있었다.
샤아아아아아-
그 순간 세상이 하얗게 변해 버리며 슬픈 눈의 한 여성이 시몬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바람처럼 베베 꼬인 머리칼과, 눈썹은 아래로 축 처져 있어서 울보 같은 인상의 여성이었다. 이게 바로 난류의 정수의 모습이었다.
“이제 모든 건 네 의지에 달렸어. 어떻게 하고 싶어?”
시몬의 물음에 정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는 걸지도 몰랐다.
시몬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렌 님에게 부정당한 네가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이해해. 하지만 그분이 얼마나 절박하게 싸우셨는지는 너도 봤지?”
[…….]“자기 역할에 한번 눈을 돌렸다가 그 무게를 실감한 사람이야. 새로운 파트너를 찾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시몬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아마 저런 사람을 또 찾아내기는 힘들 거야.”
* * *
“이렌 성녀님!”
“이럴 수가.”
상황이 종료되고, 주위를 뒤덮었던 오염된 회오리바람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비로소 다르블렝의 시민들이 곳곳에서 몰려들어 이렌이 쓰러진 광경을 목도했다. 이제는 모든 시민들이 이렌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했고, 많은 희생을 감내했는지를 알고 있었다.
“이렌!”
뒷골목의 성녀라 불리던, 이렌의 에프넬 동기인 테레지아까지 나타났다. 그녀도 아이들을 지키면서 싸웠던 것인지 옷이 성한 곳이 없었다.
“이렌! 안 돼 안 돼! 제발!”
그녀가 울음을 터뜨리며 쓰러진 이렌을 끌어안았다.
“그렇게 고생만 하고 여신의 품으로 돌아가면 안 돼! 네가 구한 사람들이 만들어갈 새 도시를 봐야 하잖아! 눈을 떠!”
침울한 정적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테레지아가 울먹이며 치료를 이어가던 레테를 바라보았다.
“죄송하지만.”
레테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미…….”
“아.”
절망감에 어깨를 떤 테레지아가 고개를 떨구었다.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둘 이렌을 조용히 애도하거나 기도를 하며 그녀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는 그때.
저벅.
정적을 깨고, 황무지에서 누군가 걸어오고 있었다.
저벅.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오는 건 시몬이었다. ‘성자화’는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지만, 어떻게든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저벅.
사람들이 홀린 듯이 자리에서 비켜섰다. 레테가 벌떡 일어났다.
“잠깐! 당신 아직도 왜 그 상태로 있는 건데요! 그 이상 계속하면 당신 몸이……!”
“괜…….”
시몬이 거친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찮아.”
저벅.
보통 사람들은 그저 시몬이 주먹을 쥐며 걷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는 성자 모드를 어떻게든 오른손에만 유지한 채 성녀의 정수를 움켜쥐고 있었다.
정수를 놓는 순간, 그것은 제어할 수 없는 힘으로 하늘로 떠오를 것이다.
저벅.
시몬이 힘겹게 한 발 한 발 내디뎠다.
주위의 모두가 정적 속에서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정신을 놓을 것 같아!’
성자화가 당장에라도 풀리려고 하고 있다. 오른팔에 혈관이 마구 두드러졌고, 그것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몸 곳곳이 병에 걸린 것처럼 새하얗게 물들어갔다. 심각한 신성병의 전조 증상이었다.
온몸이 천 근처럼 무겁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천 길의 낭떠러지를 오르는 것만 같다.
“혀, 형제님!”
하미엘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보다 더 심각한 표정의 레테가 결국 참지 못하고 앞으로 뛰어나왔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지?”
시몬이 애써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 말에 레테는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려던 말을 삼키고는 이내 다시 표정을 고쳤다.
“……죽지 마.”
“당연하지.”
마침내 시몬이 이렌의 곁에 도달했다.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고, 간신히 성자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오른손을 힘주어 벌린다. 손가락 사이로 맹렬한 빛이 터져 나오자 사람들이 놀라며 웅성거렸다.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
이내 시몬이 손안의 정수를 그녀의 가슴에 대고 천천히 밀어 넣자.
화아아아아아아아아!
이렌의 육신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녀의 몸에 신성이 일어나며, 성의가 입혀지고 빛의 깃털이 휘날리며 광명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
하지만 다시 한번 시몬은 세계의 섭리를 거스르고 있었다.
‘나는-’
이렌의 가슴에 정수를 밀어 넣는 시몬은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은 감각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전능하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빛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 * *
이렌은 종종 로브를 뒤집어쓰고 정처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꿈을 꾼다.
다르블렝은 여전히 드높고, 화려하고, 발전해 있다.
하지만 그녀는 늘 고독감과 무력감에 짓눌려 있다.
내가 없어도 이 도시는 잘 굴러갈 것이다.
나는 이 도시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그런 생각들이 언제나 그녀를 짓눌렀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데.
“아.”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눈썹이 내려간, 다소 울상인 여성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성녀가 된 날에 한번 본 뒤로는 만나지 못했던 그 모습이었다.
“……오랜만이다. 두 번째로 보는 건가?”
[…….]“미안하다.”
이렌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묵묵히 힘을 빌려주기만 했던 너인데, 내가 그런 생각을 했으면 안 됐어.”
정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이렌은 웃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죽기 전에 네 힘으로 싸울 수 있어서 기뻤다. 너와 함께했던 시간들은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어보마.”
그녀가 울먹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이 도시에 조금은 도움이 됐을까?”
여성의 형체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스윽-
가만히 두 팔을 벌려 보일 뿐이었다.
이렌이 감격하며 달려가 여성의 형상을 얼싸안았다.
그것으로.
샤아아아아아-
세상이 밝아지며 현실의 풍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가며, 빛이 망막을 두드렸다.
드높은 빌딩.
화려하고 발전된 도시의 마천루.
잠시 눈에 흐릿하게 일렁였던 그 모습이 사라지고, 이제는 황량한 황무지와 벌판이 보인다.
이제 더는 동경하던 도시의 모습은 없었다. 그 대신.
“이렌 성녀님!”
“눈을 떴다!”
사람들이 있었다.
테레지아와 시민들이 자신을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스윽.
멍하니 시민들을 바라보던 이렌의 시선이 문득 한쪽으로 향했다.
한 소년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주……!”
그때 군중 속 한 남자가 팔을 뻗었다.
“주……! 주……!”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벌벌 떨리는 손으로 그 소년을 가리키고 있었다.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
쩌렁 쩌렁!
그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사실을 깨달았다. 이렌이 죽음에서 돌아왔다는 것을.
이건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더 말할 게 없었다.
“아, 그게…….”
시몬이 땀을 삐질 흘리며 뭐라 말하려는 그때.
와락!
레테가 힘껏 달려들어 시몬을 끌어안았다. 시몬이 휘청거리며 넘어질 뻔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하얀 정수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놀랐지? 미안해.”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더더욱 깊숙이 시몬의 가슴에 얼굴을 묻을 뿐이었다.
“어?”
시몬의 시야가 빙그르르 돌았다.
예감했다는 듯 그가 눈을 감았다.
“이럴 때 됐지.”
그의 시야가 어둠으로 물들었다. 귓가에 울리는 레테의 다급한 음성과 함께 시야는 완전히 암전되었다.
* * *
하늘섬.
상동성당.
데바교의 고위 신도들이 긴 의자에 앉아 경건히 손을 모으고 있었다.
햇살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성당 내부를 은은하게 물들였고, 예배를 드리는 신도들의 믿음에 반응하듯 주변의 신성이 미세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오늘은 1년에 한 번뿐인 고위 신도들의 합동 예배가 있는 날이었다. 데바교 신도들에게는 이례적일 만큼 엄중한 순간이었지만.
“…….”
성당 가장 구석진 자리에서 다리를 꼬고 턱을 괜 채 앉은 신의 손 모제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얼른 영원의 성녀 재판이나 마무리 지을 것이지, 굳이 합동 예배 때문에 휴정이라니. 이게 다 뭔 개짓거리야.’
그가 한숨을 푹 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멀리 떠 있는 하늘섬의 구름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그의 눈썹이 희미하게 꿈틀거렸다.
‘하루라도 빨리 성자님을 뵙고 싶은데.’
우웅- 웅-
그때 잔잔한 진동음이 그의 상념을 끊었다. 통신 수정구가 빛을 내며 작동하고 있었다.
아직 예배 중이었기에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내 성당 벽 뒤에 붙으며 통신 수정구를 작동시킨 뒤 말했다.
“뭐냐 범재.”
-모제 형제님! 대박이에요! 대박!
통신 너머 들려오는 하미엘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흥분된 톤이었다. 모제는 인상을 찌푸리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박 같은 소리 하네. 성자님은 잘 모시고 있겠…….”
-그게 말이에요! 시몬 형제님이 글쎄……!
하미엘은 시몬이 기계에게 세례를 행해서 인간을 돕게 하거나, 죽은 사람을 되살린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극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으로 에노크서 15장 말씀.”
한편, 성당 중앙에서 주교는 진중한 목소리로 경전을 낭독하고 있었다. 예배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우리는 여신의 뜻에 대해 반드시…….”
우오오오오오오오!!
갑작스러운 괴음이 성당의 평화와 정적을 깨뜨렸다. 주교는 물론 기도를 드리던 고위 신도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모제, 너 뭐 하는…….”
촤아아아악!
모제는 갑작스레 두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성당 중앙 카펫을 미끄러지며 등장했다.
감격의 눈물로 범벅이 된 그가 주먹을 불끈 쥐고는 좌우로 힘껏 흔들며 외쳤다.
“데우스 빈센트! 데우스 불트! 우오오오!”
그가 울부짖듯 외치는 모습을 본 신도들이 난감한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 신앙심이군.”
“기도 중에 여신이라도 뵈었나 본데.”
결국 주교는 모제의 귀를 붙잡아 끌고 갔다. 그가 발버둥 치며 외쳤다.
“신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