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e as a prison guard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드라이어드의 마을 (3)
결정이 없어지면서 피노키오가 만든 거짓 세계가 사라졌다. 그와 함께 이상했던 감각들도 전부 정상으로 돌아왔다.
“인간…….”
정면에 보이는 드라이어드.
잔뜩 분노한 녀석이 두꺼운 나무 기둥을 이용해 내 머리 위로 내리찍으려 들었다.
저게 골렘의 팔 역할을 했던 건가.
검에 마나를 담아 나무 기둥을 반으로 가르고 드라이어드의 뒤로 이동했다.
“잠깐 자고 있어라.”
머리에 손을 올리고 정화의 힘을 사용했다. 마기가 빠져나가면서 드라이어드가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근처에 있던 나무에서 줄기가 뻗어 나와 드라이어드를 끌고 갔다.
“이제 눈 떠도 돼.”
이자벨이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걸 확인하곤 내 옆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상대 쪽에서 필드 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아.”
“필드 마법? 근데 눈은 왜 감으라고 한 거야.”
“상대의 능력이 조작 능력으로 추정되는 상황에 둘 다 조작에 걸릴 순 없잖아.”
나야 불사조의 힘 덕분에 정신 면역이 뛰어나지만, 이자벨이 데리고 있는 적미호는 그런 쪽으로 보호해 줄 수 없었다.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능력도 없고.
그런 상태에서 저주의 결정을 봤다면 피노키오가 꾸민 거짓말에 속아 혼자 빠져나올 수 없었을 거다.
“일단은 적미호를 통해서 시야를 확보하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 움직여.”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배워 둔 마법이 있긴 해. 눈을 감고도 주변 환경을 볼 수 있어.”
“좋아.”
피노키오가 무슨 꿍꿍이를 벌이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피해가 커질 터.
빠르게 녀석을 잡는 게 중요하다.
감시자의 눈을 꺼내 숲 주변을 둘러보며 정보를 얻었다.
숲 전역에 펼쳐져 있는 저주의 결정.
그 주변에 이자벨의 동료로 보이는 인원들이 보였다. 거짓 세계에 갇혀 전전긍긍하는 모습.
무거운 몸을 이끌고 어떻게든 마법을 영창 하면서 드라이어드의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저쪽 방향으로 2km.”
“거기 뭐가 있는데.”
“네 동료가 있으니까, 데려와.”
손을 뻗어 이자벨에게 방향을 알려 주고, 마법을 사용해 날아가는 것을 보며 그림자 분신을 사용해 저주의 결정을 집어삼켰다.
[그림자가 저주를 삼킵니다.] [그림자 군주의 꿈 소요 시간이 단축됩니다.]그 이외에도.
그림자 분신을 이용해 숲 일대에 있는 저주의 결정을 집어삼켰다.
[그림자가 저주를 삼킵니다.] [그림자 군주의 꿈 소요 시간이 단축됩니다.] [그림자가 저주를 삼킵니다.] [그림자 군주의 꿈 소요 시간이 단축됩니다.]하나하나 지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피노키오의 위치가 드러났다.
언덕 위에 있는 거대한 나무.
피노키오는 그 앞에 서서 마을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목적은 여왕이었나.”
언덕 밑에 있는 마을엔 횃불이 켜지고, 잠을 자고 있던 용병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
그 반대편에 있는 대척점.
드라이어드들이 나무로 만든 소환수를 이끌고 마을을 향해 거대한 돌을 던졌다.
쿠우웅!
쩌저저적!
나무로 지어진 집들이 박살 나고, 주민들이 가꾼 밭들이 쓸려 나갔다.
“으아아악!”
“안 돼!”
용병 무리에 섞여 있는 마법사들이 불과 관련된 마법을 영창하며 역으로 드라이어드들에게 날렸다.
저대로 두었다간 진짜 전쟁이 일어날 거다. 피노키오가 원하는 그림일 터. 무조건 막아야 한다.
감시자의 눈을 이용해 언덕 위에 그림자 분신을 소환시키고, 다른 하나는 이자벨이 있는 쪽에 소환시켰다.
화아아악!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이자벨이 있는 곳으로 갔다. 쓰러진 동료들을 깨우고 있는 이자벨에게 다가갔다.
미리 챙겨 둔 엘릭서를 꺼내 이자벨에게 건넸다.
“이걸 먹이면 금방 일어날 거야.”
“뭔데?”
“상처를 빠르게 회복시켜 주는 약.”
이자벨이 엘릭서를 받아 동료들에게 먹였다.
“으으윽!”
“끄응!”
“다들 정신이 좀 들어?”
동료들이 정신 차린 것을 확인하고, 이자벨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지금 당장 마을로 가 줘.”
“마을?”
“드라이어드와 마을에 모인 용병들이 곧 부딪치게 될 거야. 더 이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게 막아 줘.”
“넌.”
“이 일을 벌인 녀석을 잡아야지.”
“나도 같이 가. 그 녀석은 내 손으로…….”
“전쟁을 막으려면 네 힘이 필요해. 범인은 잡아서 꼭 넘겨줄 테니까. 믿고 맡겨 줘.”
이자벨이 머리를 쓸어 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 위험할 것 같으면 언제든 도움 요청하고.”
“그럼 마을 쪽을 부탁할게.”
다시 그림자 이동을 사용해 언덕 위쪽으로 단숨에 이동했다.
거대한 나무에는 모습을 드러낸 드라이어드의 여왕, 매화가 있는 힘껏 결계를 두드리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만! 그만해!”
“결백의 나뭇가지를 넘겨. 그러면 지금 보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게 해 줄 테니까.”
피노키오의 말에 매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모습에 혀를 차며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명검 카이로를 꺼내 들었다.
“그건 안 되겠는데? 내가 먼저 넘겨받기로 했거든.”
“누구냐!”
피노키오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을 보면서 입꼬리를 올리며 검집을 어깨에 걸쳤다.
“저승사자.”
“넌…….”
“뭐야, 내 얼굴 알아?”
“로드웰 님이 말한 녀석이구나.”
“오호. 영광인데? 다크니스 세븐의 수장이 내 이름도 알고 있고 말이야.”
피노키오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로드웰 님이 수장이란 말은 하지 않았는데?”
“그냥 때려 맞춘 건데?”
“이 새끼……!”
이를 갈던 피노키오가 오른손을 들어 자신의 목에 차고 있는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날 자극한 걸 후회하게 해 주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언덕이 사라지고 숲이 사라졌다. 그다음으로 태양이 사라졌다.
하늘에는 붉은 달이 떠오르고.
바닥엔 발목까지 오는 물이 찰랑거렸다.
“예상대로네.”
거대한 나무가 있던 언덕은 이미 피노키오의 영역이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이상 거짓 세계를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목을 풀며 검집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빨리 끝내자.”
“킥킥킥…… 빨리 끝내자고? 운 좋게 거짓 세계에서 빠져나온 것 같지만, 지금 서 있는 곳은 이전에 경험한 곳이랑 차원이 달라.”
피노키오가 주먹을 쥐자.
왜소했던 피노키오의 몸이 변했다.
옷이 찢어지며 근육이 튀어나오고, 전체적으로 몸이 커졌다. 활짝 웃는 피노키오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이곳에서 난 신이야.”
퍼엉!
지면을 박찬 피노키오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녀석이 뻗는 주먹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쾅!
주먹과 검이 부딪치며 충격파가 퍼졌다. 몸을 회전하며 피노키오의 후속 공격을 막아 냈다.
“난 너보다 빠르고! 너보다 힘이 강해!”
피노키오의 외침과 함께 공세의 방향이 바뀌었다.
녀석의 능력은 거짓말.
이 거짓 세상에서 녀석의 거짓말이 그대로 반영되는 곳이었다.
쾅!
녀석이 뻗은 주먹.
그 안에 담긴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몸이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 와중에도 정신을 부여잡고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피노키오의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쾅!
쾅!
쾅!
미친 듯이 쏟아지는 공격.
정신없는 와중에 검을 휘두르고, 몸을 비틀면서 충격을 완화시켰다.
“왜! 왜! 멀쩡한 거야!”
녀석과 나 사이에 있는 아주 큰 차이점.
바로 실전 경험.
녀석은 거짓 세계에서 단순히 빠르고 강해지는 것만 사용했을 뿐, 실제로 싸워 본 전투 경험이 전무하다 봐야 했다.
반면에 내 머릿속은 검성의 깨달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력적으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랄까.
“잔재주로 실력만 키우면 뭐 해. 실속이 없는데.”
“제에에엔장! 넌 그 자리에서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그치?”
피노키오의 말과 함께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오는 저주. 그러나 내겐 정신 면역도 있고 그림자도 있었다.
[그림자가 저주를 집어삼킵니다.]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대마법사의 욕망을 꺼내 손에 끼우면서 문라이트를 꺼내 들었다.
“생각보다 약해서 다행이야.”
게임에서 보았던 피노키오였다면.
지금 이 시간에 이렇게 서 있지도 못했을 거다.
녀석이 가진 거짓의 힘.
그건 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버리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피노키오는 그 정도로 거짓의 저주를 잘 다루지 못했다.
결백의 나뭇가지.
매화로부터 그걸 얻으려고 했던 건, 저주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일 터.
그걸 얻지 못한 이상.
이 싸움은 내가 이길 수밖에 없다.
“잘 가라.”
질풍베기를 사용해 녀석이 있는 곳까지 단번에 도약하며 검을 휘둘렀다. 오러 블레이드를 사용해 피노키오의 목을 베었다.
촤아악!
“킥킥, 킥킥킥. 나는 죽지 않아. 이 세상에서 난 불사신이니까.”
스산한 목소리와 함께 피노키오의 떨어진 머리가 몸을 향해 되돌아갔다.
“나도 알아.”
내가 원한 건 녀석의 목에 걸려 있는 목걸이였다. 머리가 붙기 전에 목걸이를 낚아채고 거리를 벌렸다.
다급하게 손을 뻗는 피노키오.
“아, 안 돼! 그건…….”
거짓의 저주를 지니고 있지 않는 이상, 녀석은 거짓 세계를 유지할 수 없다.
거짓의 저주의 한계.
툭!
허망한 눈빛과 함께 떨어지는 피노키오의 머리와 몸. 그와 함께 눈에 보이던 풍경에 금이 갔다.
쩌저적!
산산이 조각나면서 무너져 내렸다.
원래 있던 언덕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결계가 사라지는 것을 본 매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
당장이라도 보상을 얻고 싶지만.
“조금 있다 다시 올 테니까,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함구해 줘.”
아공간 주머니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해골 모양의 반지. 버닝헬 죄수 물품실에서 챙겨 온 아이템이다.
용도는 죽음을 위장하는 것.
해골을 툭 건드리자 날카로운 침이 나왔다. 그대로 손바닥을 찔러 해골 반지에 피를 먹였다.
반지를 피노키오의 근처에 던져두고, 명검 카이로를 곁에 놓았다. 유령걸음을 사용해 언덕을 벗어나 몸을 감췄다.
펑!
반지가 떨어진 자리에 나타난 해골.
내 체격을 그대로 본떠 만들기 때문에 속을 수밖에 없다. 거기다 10분이 지나면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때문에 흔적도 남지 않는다.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기다렸다.
“레딘!”
언덕 위로 올라온 이자벨이 보였다.
운 좋게 해골이 이자벨의 눈앞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허망한 표정.
저런 표정까지 지을 줄 몰랐지만.
오히려 더 완벽하게 숨길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로드웰…….
다크니스 세븐의 수장인 녀석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귀찮은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단 뜻이다.
죽음을 위장하지 않으면.
로드웰은 그나마도 없는 작은 빈틈조차 주지 않고 경계할 게 뻔했다.
다크니스 세븐에 들어가려면 그 작은 틈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게 죽음을 위장하는 것이고.
이자벨이 버닝헬을 비롯한, 로드웰에게 이 정보가 흘러가게 해 줄 거다.
“이자벨, 저자와 무슨 사이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임무에 집중해.”
“이렇게 죽을 녀석이 아니야!”
“정신 차려. 피노키오와 같이 죽은 걸 너도 봤잖아.”
이자벨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개자식!”
“안 되겠다. 일단 쉬어. 로이나, 피노키오 시신을 수습하고, 이자벨 곁에 좀 있어. 나머지는 현장을 마저 정리하러 간다. 드라이어드는 숲으로 보내고…….”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현장을 정리한 이자벨 일행이 마을을 떠나는 것을 본 뒤.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와 언덕 위로 올라섰다.
“매화, 이제 결산을 좀 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