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265)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266화(1265/1266)
1266
화
조용히 하거라.
마귀할멈은 기억력도 나쁘고 무례하기까지 한 흑마법사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딱 달라붙고 혓바닥도 납덩이마냥 움직이지 않자 가이난도는 창백하게 질렸다.
“으으읍! 으읍?!”
“그러게 다른 차원의 존재 앞에서 함부로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으으으읍…!”
“오랜만에 뵙습니다. 저번에는 도와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한은 진심 어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가장 현명하고 가장 괴팍한 마귀할멈’은 제국의 흑마법사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존재였지만, 이한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
무엇보다 이 강자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볼라디 교수와 같이 악신을 쓰러뜨리지 못했을 것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이한은 상대를 매우 고평가했다. 인성은 상관없었다.
‘인성 나쁜 존재가 차원에 한둘도 아니고. 나한테 도움 됐으면 됐지.’
야차왕도 그런 흉악한 인성으로 제국 사람들의 찬양을 받고 있었는데 마귀할멈이라고 못 받을 이유도 없었다.
진심이 담긴 이한의 감사가 마귀할멈에게도 전해졌는지, 이 강력한 존재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할머니에게 마법을 받아간 놈들은 많았지만, 요렇게 예의바르게 인사하는 놈은 드물지. 아주 기특하구나!
“헷헷헷. 당연한 예의일 뿐입니다.”
그 가증스러운 웃음소리는 당장 그만두거라! 어디서 배운 못된 버릇이니?
“……”
이한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해골 교장 때문에라도 그만 써먹어야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혹평을 들을 줄이야.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제가 일처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요.”
“읍읍읍읍.”
가이난도는 동의한다는 듯 옆에서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아무리 봐도 이한은 절대 허술하게 일처리를 하고 있지 않았다. 당장 아까 당한 분리주의자 잔당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무기 꺼내려다가 두들겨 맞는 걸 보니 오히려 동정심이 들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 잔챙이들은 꼬마 네가 나서지 않았어도 알아서 자멸했을 놈들이란다. 너도 느끼고 있지 않니?
마귀할멈은 오늘 붙잡힌 여러 자들을 비웃었다.
분리주의자들은 제대로 된 능력도 없이 헛꿈만 꾸고 있는 머저리들이었고, 반마법주의자들은 그저 소란을 틈타 한탕 당겨보겠다는 속물들에 불과했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이한이 붙잡지 못하고 소란을 일으켰어도 주변에 있던 기사단이나 사제들에게 금세 제압되었을 것이다.
진짜 적은 차원 너머의 그림자 속에서 음습하게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
꼬마 너는 그 적을 경계해야 한단다.
“…어, 혹시 아파즈라곤입니까?”
그게 누구지?
“절 쫓아다니는 천사…”
……
마귀할멈은 일개 마법사를 계속 쫓아다니는 천인에게 놀라야 하는지, 아니면 그 천인을 저런 적 취급을 하는 마법사에게 놀라야 하는지 잠깐 혼동이 왔다.
불사자 말이다, 요것아! 이 멍청하고 멍청한 녀석 같으니!
프라흐갈 교단의 주교이자, 이제는 필멸자의 허물을 벗고 반쯤 차원의 존재가 된 괴물을 말하자 이한은 크게 놀랐다.
“그 자가 왜 저를 노립… 음.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는군요.”
반박하려던 이한은 바로 납득해버렸다.
생각해보니 악신과 싸우면서 불사자를 조금 많이 이용해먹었던 것이다.
화살받이로 쓰고 미끼로 쓰고…
그런 짓을 했다고? 이 할머니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런 짓을 할 줄이야. 감동스러워서 눈물이 다 나는구나.
마귀할멈은 다시 감탄했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악신 교단의 거물을 저렇게 다루다니.
다른 건 몰라도 이 꼬마의 뱃심이 두둑하단 건 아무도 부정하지 못하리라.
“고의로 한 게 아니었습니다. 악신이 워낙 강력해서 어쩔 수가 없…”
그래. 그래. 할머니도 지하 골방에 가둬놓은 성가신 빚쟁이들에게 고의는 아니라고 말하곤 한단다. 어쨌든 그것 때문은 아니야.
“그거 때문이 아니라고요?”
이한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대체 그러면 뭐지?
…스테달 나고! 스테달 나고의 신분으로 저지른 일을 잊어버린 거니? 이 할머니도 뻔뻔하기로는 둘째가면 서러운 인물이지만, 꼬마 너는 정말 심하구나!
스테달 나고의 신분으로 프라흐갈 교단의 음모를 개박살내놓고서 그걸 잊고 있었다니.
마귀할멈은 이한의 뻔뻔함에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쳤다. 이런 건 불사자가 직접 봐야 했다.
“아.”
이한은 그제야 상대의 권능까지 훔쳤던 일을 떠올렸다.
분명 음모를 막고 권능까지 훔쳤던…
“아니. 그게 언제 때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고 있단 말입니까?”
……
“……”
이번에는 가이난도까지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한… 1년도 안 지났어…!’
이 할머니는 관대하고 너그럽지만, 원래 미치광이들은 잊는 법이 없단다. 당연히 스테달 나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요!
마귀할멈은 이한의 뻔뻔함을 존중하는 의미로 굳이 지적하는 대신 필요한 이야기만 했다.
표정이 심각해진 이한은 다시 물었다.
“이렇게 말씀해주신 데에는 분명 대책도 있으실 겁니다. 아닙니까?”
눈치가 빠르구나. 비술이 하나 있단다. 아주 강력하고 편리한 마법이지.
마귀할멈이 어떤 대가도 받지 않고 필멸자에게 두 번씩이나 선물을 베푸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이었다.
악신 원정에서 결과를 보여준 이 필멸자의 능력과 배짱을 그만큼 높게 산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많이 뻔뻔하기도 했고!
이 흑마법의 비술은 공간과 차원들의 연결고리를 녹이고 비틀어 적대적인 존재의 접근을 왜곡하는 대마법이었다.
설명을 듣자마자 이한은 이 마법이 얼마나 어려울지 짐작이 갔다.
‘…이거 최소 5서클.. 아니, 6서클 아닌가?’
차원에 간섭하는 <바콴탈라나의 차원 막대>가 6서클이었다. 마찬가지로 주변 차원에 간섭하는 이 흑마법도 마법 서너개로는 구현 불가능할 것이다.
이한도 나름 마법사로서 경력이 쌓인 만큼 이 마법이 어떤 의도의 마법인지 파악이 가능했다.
이건 원래 다른 차원의 존재를 자기 의도대로 소환하기 위한 마법이 분명했다.
차원 소환학에서 가장 어려운 건 상대의 위치를 찾고 접근하는 것.
무수히 많고 또 넓은 차원에서 존재 하나를 찾고 발견하는 건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찾아다닐 필요 없이 자신의 차원을 비틀어서 상대를 끌어들인다면?
상대야 좀 짜증날 수 있겠지만 마법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강압적인 게 진짜 흑마법스럽군…’
흑마법 학파로서 이한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소환 마법 학파는 이런 강압적인 방법을 잘 쓰지 않았다. 괜히 힘으로 계약해봤자 좋을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왜 아무 말이 없지? 감동이라도 한 거냐?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다면, 이 비전 마법은 원래 다른 차원의 존재를 강제로 소환하는 마법 아닙니까?”
…맞단다! 눈치가 정말 빠르구나!
마귀할멈은 속으로 감탄했다.
과연 고나달테스의 제자인 만큼 그 명석함이 보통이 아니었다.
저 마법의 설명만 듣고 원래의 용도를 알아차리다니.
“보통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지. 막기 위해서만 시전한다면 훨씬 쉬울 거란다.
상대를 소환하기 위해서 차원을 왜곡하는 것보다, 상대가 소환되는 걸 막기 위해서 차원을 왜곡하는 게 훨씬 쉬운 법이었다.
후자는 복잡한 계산이나 의식 없이 부식시키고 틀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래도 꽤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그렇겠지. …이 할머니한테 수상쩍은 음모의 기운이 느껴지는데…?
계속되는 대화에 마귀할멈은 슬슬 이상함을 느꼈다.
이 꼬마가 무언가 노리는 게 있는데 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 같았다.
뭐지?
“혹시 대신 시전해주시면 안 됩니까?”
……
“……”
마귀할멈과 가이난도는 둘 다 말문이 막혔다. 사실, 가이난도는 아까부터 막혀 있긴 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잠깐!”
“?!”
갑작스러운 드래곤의 등장에 이한은 물론이고 마귀할멈까지 당황스러워했다.
여기 왜 드래곤이?
저건 뭐냐? 저 눈치 없는 용족은 누구지?
‘은근 예리하시군.’
“우만 전하십니다.”
드래곤의 아홉 불효자식 중 하나인가?
“!”
생각보다 제국의 정치에 대해 해박한 마귀할멈의 모습에 이한은 크게 놀랐다.
제국 내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외차원에서 돌아다니는 존재가 이렇게 잘 알고 있다니?
“한 가지는 틀리셨습니다. 불효자식이라니, 전하께서 얼마나 성실하신데요.”
성실하든 말든 제위를 물려받을 생각이 없으면 불효자식은 맞지 뭘… 그게 부끄러운 건 아니란다. 원래 모든 자식들은 불효자식이에요. 이 할머니와 계약한 꼬마들도 말을 안 듣고 멋대로 행동하는데, 드래곤의 자식이라고 해서 말을 들어야 한다는 법이 있겠니?
“…우, 우만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우만은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제위를 물려받지 않는 건 우만의 능력이 부족해서…”
됐다. 이 할머니의 말을 끊은 이유나 말해보거라.
“강력한 적이 차원 너머에서 노리고 있다면 이 우만이 언령으로 접근을 막겠습니다. 애초에 이 구역의 책임자는 이 우만이고, 여기 워다나즈 가문의 마법사는 도우러 왔을 뿐입니다. 필요 이상의 책임을 질 필요가 없지요.”
“!”
그냥 꼬마가 배우는 게 낫지 않을까?
재미가 없어진 마귀할멈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드래곤의 타고난 능력이라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 전혀 재미가 없었다. 마귀할멈의 비술도 전수되지 않을 것이고.
우만은 마귀할멈의 방해를 무시하고 이한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신 부탁이 있네.”
“그게 뭡니까?”
이 드래곤이 일을 대신 맡아가면서까지 할 부탁이라니.
보통 부탁이 아닐 게 분명했다. 이한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가이난도도 옆에서 꼴깍 침을 삼켰다.
“…가서 누님 좀 말려주게…”
“아.”
이한은 그제야 악한들을 붙잡느라 조우린을 잊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 * *
“죄송합니다. 전하.”
“음. 괜찮노라. 조우린도 즐거웠노라.”
“죄송합니다. 교수님.”
“괜찮다.”
조우린과 볼라디 교수(조우린의 부탁을 받아 조각상을 다듬어주고 있었다)와 합류한 이한은 다시 작업에 몰두했다.
유크벨티레의 이름으로 받은 이 드래곤 조각상을 제대로 완성해야 했다.
단순히 의뢰 때문만이 아니었다. 조우린도 관심이 생긴 만큼 소홀히 완성할 순 없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는 불을 뿜었으면 좋겠노라!”
“과연. 이해했습니다.”
“눈에서는 파괴력 있는 광선이 나오면…”
이한은 조우린이 원하는 대로 마법을 계산해서 하나씩 그려넣었다. 조우린이 원하는 마법이 그리 어렵지 않은 만큼 즉석에서 부여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조우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십니까, 전하?”
“이한이 걱정거리가 있는 것 같노라.”
“아. 그게 말입니다.”
이한은 한숨을 얕게 내쉬며 아까 있었던 일을 말했다.
우만이 대신 나서서 맡아줬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스테달 나고가 쌓은 원한은 이한이 벌인 일이었다.
안 그래도 일이 많고 피곤할 드래곤한테 너무 떠넘긴 것 아닌가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냥 내가 익힐 거 그랬나? 근데 마법 설명 들어보니까 바로 익힐 마법이 아니었는데.’
말하면서도 이한의 손은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에인로가드 부여 마법 학파 학생들은 버두스 교수 밑에서 혹독하게 단련된 덕분에 손과 머리를 따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이한은 가장 뛰어나고 가장 혹독하게 시달린 일꾼이었다. 이런 부분에서 뛰어날 수밖에 없었다.
“…이한?”
“하. 역시 제가 남아서 마력이라도 빌려드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고. 애초에 제가 스테달 나고의 신분으로 너무 나댄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 마법이란 게…”
“이한! 이한!”
조우린이 이한의 어깨를 흔들었다. 그제야 이한은 조우린이 자신을 부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러십니까, 전하?”
“원래 마법 조각상이 살아 움직이는 거야?”
이야기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물이 계약자의 손끝에서 빚어 나오자 조우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원래 마법 조각상이 이렇게 생생하게 움직이는 거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