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12)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12화(1311/1312)
1312
화
“그 탈주자, 범죄자, 수배자, 도주자, 반역자, 배반자, 무법자가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고 갔단 말이냐? 기사 놈들은 뭐하는 거냐?”
‘과장이 좀 심하시군.’
이한은 속으로 생각했다.
제국법으로 엄밀히 따지면 지금 해골 교장이 말한 것 중 맞는 건 얼마 없었다.
그나마 탈주자 정도?
하지만 해골 교장의 가르침을 던져버리고 자기 인생 사는 게 범죄는 아니었다.
“진정하십시오. 위대한 예술가 님은 강력한 마법사니, 정체를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거기서 붙잡거나 할 순 없었을 겁니다.”
“이 박쥐박쥐 녀석은 내 적만 보면 신나서 손을 잡는군! 달세르. 말하는 걸 보았나? 스승의 등을 찌르려는 음흉한 모습을?”
“찌르고 나면 꼭 페트로가드로 오시면 좋겠군요!”
이한은 황급히 해골 교장과 페트로가드 마법사 사이에 끼어들었다.
가만히 있었다면 해골 교장이 한 대 더 때렸을 것이다.
“진정하십시오. 적만 보면 신나서 손을 잡는다니 그게 무슨 음해십니까!”
“명예욕의 분신, 재물욕의 분신, 발드로가드…”
마지막은 적도 아니었다. 이한은 황당해하며 해명했다.
“손을 잡은 게 아니라 페트로가드 분들을 위해 설득하고 내보낸 겁니다.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그런 위험한 마법사가 페트로가드 영지에 계속 머무르면 위험하잖습니까.”
“보나마나 그 과정에서 내 험담을 하면서 친해졌겠군. 그러니 저렇게 칭찬을 해줬겠지.”
‘아니. 어떻게 아셨지?’
이한은 감탄했다.
확실히 많은 제자들을 가르친 만큼 해골 교장의 혜안은 날카로웠다.
제자들이 모이면 바로 교장의 뒷담부터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해골 교장은 혀를 쯧쯧 차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 자칭 예술가의 마법에 너무 귀 기울이진 마라. 지나치게 불안정하고 들쭉날쭉하니까.”
“헷헷.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기분 나쁘게 웃지 말고.”
“……”
이한은 살짝 억울했다.
“그래서 그 자칭 예술가가 정확히 뭐라고 지껄이고 갔나?”
* * *
마르캉 가문의 저택은 수도 축제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흥겨운 분위기였다.
살아 움직이는 드래곤 조각상의 소문이 퍼지자 온갖 호사가들은 물론이고 마법사들도 구경하러 찾아온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의뢰했다가 대대손손 물려줄 보물을 얻게 된 마르캉 가문 사람들은 온갖 칭찬과 아첨에 흐뭇해했다.
…한 무리의 마법사들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말도 안 돼! 이걸 버두스 교수의 제자가 해냈다고!?
소문을 듣고 달려온 페트로가드 학생들은 좌절과 경악으로 부들부들 떨었다.
하다못해 다른 마법사도 아닌, 버두스 교수 휘하의 부여 마법사가 이 정도 수준의 조각상을 완성했다고?
얼마나 대단한지 아직도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다른 귀족들은 소곤거렸다.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의 자존심도 크게 상하겠군요.
-그것도 그렇겠지. 버두스 교수의 제자가 저 정도 걸작을 만들어냈으니… 앞으로 제국을 이끄는 쌍두마차 같은 표현은 쓰지 못하겠군.
-역시 에인로가드와 발드로가드만이 쌍두마차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소란이 끝나나 싶었는데, 또 한 번의 소란이 찾아왔다.
-이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조각상입니다. 당장 제거해야 합니다.
-감히 우리 가문의 보물을… 아니, 유크벨티레 님 아니십니까!? 머리카락의 색이 다시 바뀌셨군요?
-한 번도 바뀐 적 없습니다. 가짜의 사칭에 속다니. 그 무지함이 경악스럽군요.
-?!?!
-사칭이었다고?!
진짜 유크벨티레가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그 때 이한과 조우린을 직접 본 적 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이상함을 깨달았다.
어라?
‘그러게? 왜 그 때는 그 마법사를 유크벨티레 님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고귀한 분위기 때문에 당연히 황족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머리카락 색도 다르고 눈동자 색도 다르고 키도 다르고 말투도 다르고…
…같은 게 없잖아?
-당장 이 조각상을 치우고 소문을 정정하셔야 합니다. 그 방법만이 수치스러운 실수를 조금이라도 빨리 덮을 수 있을 겁니다.
-잠, 잠깐만요. 유크벨티레 님. 이 조각상을 보십시오. 어떻게 이런 걸작을 파괴한단 말입니까?
마르캉 가문 사람들은 당연히 조각상을 파괴할 생각이 없었다.
이런 걸작을 어떻게 순순히 파괴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건 가짜의 사칭…
-최소한 유크벨티레 님께서 동급의 작품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러지 않는다면 부술 수 없습니다!
-……
유크벨티레는 머뭇거렸다. 마르캉 가문 사람들은 몰랐지만, 이들은 유크벨티레의 약점을 제대로 찌른 셈이었다.
그리고 머뭇거리는 사이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잠깐, 유크벨티레 님께서 만드신 게 아니었다고?
-그래. 가짜의 사칭이었지.
-그럼 누가 만든 겁니까? 혹시 페트로가드 출신 마법사인가?
화제는 ‘그 마법사는 누구였을까?’로 흘러갔다.
축제 때 조우린을 목격한 사람들은 나름대로 의견을 내놓았다.
-페트로가드 출신 마법사 같진 않았습니다. 아주 고귀한… 황족처럼 느껴졌습니다. 최소한 대귀족 출신이실 겁니다.
-나고 가문의 스테달을 호위로 데리고 다니셨습니다. 그렇다면 남부 출신 아닐까요?
-뼈살이꽃 투기 파동 때 재산을 늘린 바로 그…! 한 번 만나서 투자 조언을 듣고 싶었는데!
-당장 기사단을 풀어서 추적해야 한다. 감히 다른 마법사를 사칭해 의뢰를 강탈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중죄군.
-유크벨티레 님의 의견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한 가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풀어서 추적한 뒤 우리 페트로가드에 스카웃해야 합니다. 저 정도 작품을 만들 마법사라면 페트로가드에 들어올 자격이 있습니다!
유크벨티레와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은 다투기 시작했다.
그 다툼이 점점 시끄러워지자,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그만! 그만! 가만히 들어주려 했더니 도저히 들어줄 수가 없군. 이 미숙한 마법사들 같으니.
-예술가 님!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괜찮은 작품의 소문을 듣고 구경하러 왔지.
여기 모인 귀족들을 압도할 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부인이 인파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페트로가드의 몇몇 학생들이 깜짝 놀라 외쳤다.
-위대한 예술가 님이십니까?!
-그래. 맞다!
위대한 예술가는 까마득한 마법사 후배들을 보며 꾸짖었다.
-자기 마법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한가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니. 내게 들은 가르침은 다 어디에 간 것이냐!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조각상은… 혹시 위대한 예술가 님께서 만드신 겁니까?
-그럴 리가! 나는 드래곤을 만들 생각이 조금도 없는걸. 하지만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는 알고 있다. 바로 내 사제(師弟)지.
위대한 예술가는 이한이 드래곤과 계약했다는 사실을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왜 골드 드래곤인 조우린과 계약했는데 블랙 드래곤 조각상을 만든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우만 전하를 더 마음에 들어 했는데 조우린 전하가 억지를 부려서 어쩔 수 없이 계약한 걸지도.’
용들은 억지가 심한 만큼 놀랍지도 않았다.
-사제라면… 누구를 말하시는…
-바보 같기는! 워다나즈를 말하는 거다!
-?!
-!!!
유크벨티레도 페트로가드 마법사들도 크게 놀랐다.
먼저 유크벨티레가 항의했다.
-그 주장은 믿을 수 없습니다.
-어째서지?
-워다나즈 가문의 후배가 그런 파렴치한 사칭 행위를…
-사실 워다나즈 님도 같이 의뢰를 받긴 했습니다만.
옆에 있던 마르캉 가문의 귀족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워다나즈도 같이 받은 의뢰긴 했다. 위대한 예술가는 아주 잘 말했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봤겠지?
-그렇다면 더 사칭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흐음. 아니지. 선배의 자존심을 위해 몰래 배려해줬을지도…
-!!!
크게 충격을 받은 유크벨티레는 강하게 부정했다.
-다른 마법사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나는 알아서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음대로 하시지요. 하지만 이 위대한 예술가의 안목은 분명히 막내 사제가 만들었다고 말하고 있어!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유크벨티레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위대한 예술가는 당당하게 주장했다.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은 그 말에 갑자기 크게 의기소침해졌다.
-너희들은 또 왜 그렇게 슬퍼하는 거지?
-만약 위대한 예술가 님의 말씀이 맞다면, 결국 이걸 만든 건 버두스 교수의 제자 아닙니까. 버두스 교수의 제자한테 지는 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착각하지 마라. 이건 나한테 배운 마법이니까.
-그렇습니까!?
-여기 있는 모두들, 다 듣도록 해라! 이 마법의 스승은 절대 비블레 버두스 같은 자가 아니라 이 예술가임을…
* * *
해골 교장은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말하면서 신난 달세르를 한 대 패기 위해서였다. 이한은 간신히 시간을 맞춰서 붙잡는데에 성공했다.
“그만 좀 패십시오!”
“저 녀석이 말하면서 신난 게 안 보이느냐? 맞아야 정신을 차리지.”
확실히 이한이 보기에도 달세르는 상당히 신나보였다.
버두스 교수의 제자한테 패배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더럽지만, 위대한 예술가의 제자라면 뭐…
“근데 굳이 따지자면 제 부여 마법 스승님은 버두스 교수님이 맞습니다만.”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다다음 학기 때 페트로가드의 공헌에 따라 교수 초빙을 고려해보겠다고 하셨었죠?”
‘이 사람. 못 들은 척을 이렇게 뻔뻔히 하다니?’
에인로가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급 기술에 이한은 당황했다.
이걸 다른 마법학교에서도 쓸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 님이 페트로가드에 머무는 건 싫어하셨으면서…”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걱정이 됐던 거죠.”
“나 쳐다보지 마라. 놈이 사고를 쳐도 나는 아무 상관도 없으니까.”
해골 교장은 심드렁한 태도로 말했다.
교장의 옛 제자는 사실 신분도 신분이었지만 본인이 무슨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더 위협적이었다.
이한은 교장 선생님의 옛 제자가 갑자기 에인로가드의 본관 겉면을 다 파란색으로 칠해버리고 도망쳐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 새 교수님께서는 그 진전은 이어받았지만, 문제될 게 전혀 없는 분이죠.”
“아직 교수님이라고 불릴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그 때 마법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그 우연, 다시 실현시키기 위해 페트로가드로 한 번 오면 되겠군요.”
“작작 좀 해라!”
해골 교장은 이한의 손아귀에서 지팡이를 빼낸 뒤 달세르를 교묘하게 후려갈겼다.
페트로가드에서 이 정도면 대체 앞으로 갈 마법학교들은 얼마나 달라붙을지 걱정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