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313)
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 1313화(1312/1312)
1313
화
“마법이나 좀 시연해보라고 하려고 했더니 도저히 못 봐주겠군. 이만 가자.”
“방금 뭐라고요?”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달세르가 튕기듯 일어났다. 이한은 그 기괴한 동작에 긴장했다.
저런 건 흑마법 학파에서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마법이나 좀 시연해보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각하께서는 저희의 마법에 크게 관심이 없으시잖습니까?”
달세르는 해골 교장이 왜 마법을 시전해보라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해골 교장이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들의 마법에 관심이 생겼을 리는 없고…
‘조롱하시려는 건가?’
“여기 이 박쥐박쥐가 원래라면 이번 학기에 소세계 마법을 본격적으로 연구했어야 했는데, 웬 마법 불모지로 교수 일을 하러 간다고 해서 말이지. 방학 때라도 가르침을 주려는 거다.”
“소세계 마법을!”
깜짝 놀란 달세르는 순간 ‘이제 막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 벌써 소세계 마법을 익히는 건 너무 난이도가 높지 않나요?’라고 생각했지만, 곧 그 생각을 접었다.
생각해보니 이제 막 3학년에 올라가는 학생이 다른 마법학교 교수로 일하러 가는 것도 충분히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 마법학교가 발드로가드여도 이상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긴 저 정도면 소세계 마법 익혀도 이상하지 않지.’
해골 교장은 이한을 보며 물었다.
“그러고보니 징벌방에서 뭐라도 안 배웠냐? 볼라디 교수가 괴롭혔을 것 같은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교수님 음해하지 마십시오.”
같은 징벌방 동기끼리는 원래 좀 친해지기 마련.
이한은 볼라디 교수를 옹호했다. 적어도 징벌방에 있을 때에는 친절하고 협조적이었던 것이다.
“음해 같은 소리 하고 있군. 정말 안 괴롭혔다고? 그렇다면 둘 중 하나인데. 볼라디 교수가 정말 안 괴롭혔거나…”
“다른 하나는 뭡니까?”
“괴롭혔는데 네가 적응해서 괴롭힘인 걸 못 느낀 거지.”
“……”
어이가 없어서 이한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해골 교장의 말은 마치 사악한 뱀처럼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효과가 있었다. 그 탓에 이한은 혼란에 빠졌다.
‘…잠깐, 그런가? 아, 아니. 아닌 것 같은데?’
다시 냉정하게 따져봐도 볼라디 교수가 딱히 징벌방에서 소세계 익히라고 공격한 적은 없었다.
“이간질까지 하시다니!”
“가능성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럼 정말 아무것도 안 배웠나? 가르시아 교수나 디레트 교수는 그렇다 쳐도…”
“디레트 교수요?”
“말이 잘못 나왔다. 신경쓰지 마라. 본인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고.”
“……”
이한은 방금 기괴하고 끔찍한 미래의 편린을 잠깐 목격한 기분이었지만, 그 미래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기에 차마 다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는 아무것도 못 들은 거다.’
“양심 없는 교수들이 더 많았을텐 데? 아무도 안 왔다고?”
해골 교장은 에인로가드 교수들의 양심을 믿지 않고 비양심을 믿었다.
가르시아 교수나 디레트 교ㅅ… 아니, 디레트 학생 같은 사람들은 순진하게 ‘워다나즈가 힘드니까 방학 때까지는 내버려둬야지’라고 생각하곤 했지만, 머리가 좀 돌아가는 교수라면 ‘다른 사람들이 내버려둔다면 지금이 기회군!’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최소한 한두 명 정도는 몰래 와서 소세계 가르치고 도망칠 줄 알았는데…
“그럼 최근에 소세계 마법에 대해 설명들은 게 하나도 없나?”
“그건 아닙니다. 부여 마법하고 흑마법 학파에서…”
“하! 그럴 줄 알았지! 비블레, 이 교활하고 뻔뻔한 마법사 같으니! 그럴 줄 알았다니까!”
“흥. 버두스 교수는 역시 사람이 간사하고 비열하기 이를 데 없군요.”
해골 교장과 달세르는 신이 나서 버두스 교수를 비난했다.
원래라면 이런 자리에는 이한도 같이 신나서 끼었겠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아, 아니. 징벌방에 내려오셔서 가르치고 가신 게 아닙니다. 학기 끝나고 방학 시작했을 때 잠깐 만난 겁니다.”
“그게 정말이냐? 그럼 설마 모르툼 교수도?”
“교수님도 내려온 적 없으시고, 무엇보다 교수님한테 배운 게 아닙니다만…”
흑마법 학파의 소세계에 대해서는 디레트와 후예들에게 이야기를 들었지, 모르툼 교수는 애초에 자리에 없었다.
해골 교장은 그 말에 탄식했다.
“모르툼은 왜 저렇게 일처리가 허술한지 모르겠군. 학생 때도 골골대기만 하고. 저러다 볼라디 교수한테 학생 숫자가 역전당하겠어.”
“각하. 그래도 모르툼 교수님은 저희 마법사들 사이에서 평판이 괜찮…”
“흑마법 학파의 마법사가 다른 마법학교에서 평판 좋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차라리 악명이 낫지.”
모르툼 교수의 미적지근한 일처리에 해골 교장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물론 흑마법 학파의 마법사들이 예전처럼 행동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법이 없는 시대도 아니고 남의 저택 묘지에서 시체를 멋대로 가져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해골 교장을 포함한 옛 흑마법사들은 옛날 사람들답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왔다.
-예전처럼 기개 있게 행동해라!
-대신 잡히지는 말고!
모르툼 교수가 들으면 욕설을 내뱉었을 만큼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그럼 정말 아무도 안 내려왔나 보군. 하긴 가르시아 교수가 무섭긴 했지. 교수 휴게실에서 그건 정말이지…”
“예?”
“아무것도 아니다. 방금 들은 것도 잊어라.”
“……”
이한은 해골 교장을 노려봤다.
차라리 말을 하질 말던가, 시작만 던져놓으니 자꾸 상상하게 됐다.
‘교수 휴게실에서 가르시아 교수님이 대체 뭘 하신 거지?’
머릿속에서 ‘긴 테이블을 바람개비 돌리듯 돌리는 가르시아 교수’나 ‘버두스 교수를 바람개비 돌리듯 돌리는 가르시아 교수’가 자꾸만 떠올랐다.
“그럼 들어본 거라도 말해봐라. 버두스 교수는 뭘 말했지?”
“일단 소세계 마그눔 오푸스하고…”
“흥!”
옆에서 매몰차게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페트로가드의 명성 높은 마법사 달세르였다.
“매번 마그눔 오푸스! 언제 때 마법인지… 원소를 그렇게 갖고 다니면 있어 보이는 줄 아나보군요!”
“…달세르. 자네가 비블레 교수를 싫어하는 건 이해가 간다.”
에인로가드의 교직원들을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보호해주는 해골 교장이 유일하게 넘어가주는 죄가 있다면 버두스 교수에 대한 모욕죄였다.
웬 귀족 놈이 가르시아 교수를 욕하면 거꾸로 늪에 처박아버리지만 버두스 교수를 욕하면…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실수는 좀 할 수 있는 법이지.’
“하지만 지금은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 않나.”
“…죄송합니다. 각하. 부끄럽군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추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계속해라.”
“아. 예.”
이한은 좀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다시 설명에 들어갔다.
버두스 교수의 소세계 마그눔 오푸스와, 그 마법을 가두고 있는 6개의 고위 마법들까지.
그러자 달세르는 다시 외쳤다.
“뻔뻔하기 짝이 없는 헛수작을 부리는군요! 소세계 하나만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어려운 마법들을 같이 묶어서 전수하려는…”
“버두스 교수님이 그런 교활한 속임수는 못 부리실 것 같습니다만.”
“여기 워다나즈는 버두스 교수에게 속고 있습니다! 각하!”
“조용히 좀 해라. 조용히.”
해골 교장은 슬슬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의 협조를 잘 부탁한다고 떠들 줄 알았지, 이렇게 진상처럼 행동하는 페트로가드 마법사를 달래야 할 줄은 몰랐었던 것이다.
“비블레 교수가 7개의 마법을 모두 가르치려고 이야기를 꺼낸 건 아닐 거다. 그런 거라면 그냥 당당하게 말했겠지.”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실 분이죠.”
이한은 동의했다.
“흑마법은? 디레트가 가르쳐줬다면 펜타그라마톤인가?”
“예.”
“괜찮지. 한 번 익혀놓으면 난이도 높은 흑마법을 시전할 때 상당히 편리할 거다. 워다나즈 너 같은 경우에는 익히기도 쉽겠군.”
“…왜 다들 그런 생각을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꽤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만.”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가문에서 뽑아오던가 팔찌에서 뽑아오던가 하면 될 텐데. 혹시 죽은 척에 속은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니고, 굳이 봉인한다면 저와 싸운 악마를 봉인해넣고 싶어서 말입니다.”
“아하.”
해골 교장은 제자의 마음을 알 것 같다는 자애로운 눈빛을 보냈다. 그 모습에 이한은 오히려 더 불안해졌다.
보통 해골 교장이 저런 눈빛을 보내면 개소리를 하시던데…
“욕심꾸러기 녀석 같으니. 소세계 마법의 출력을 늘리고 싶어서 그러는 거군. 나도 옛날에 그런 영광을 추구한 적이 있었지.”
“각하의 제자는 실로 훌륭한 마법사시군요.”
“박쥐짓만 빼면 썩 괜찮은 마법사지.”
“……”
이한이 어이없어하는 동안 해골 교장은 정리를 끝냈다.
“이게 전부인가?”
“아. 가르시아 교수님에게 소세계 테르미날리아를 배우긴 했습니다. 이건 그런데 교수님께서 몰래 내려오신 게 아니라 정말 어쩔 수 없…”
“?!!”
해골 교장은 깜짝 놀랐다.
“가르시아 교수가?!”
“일부러 그러신 게 아니라 학생 중에 저주를…”
“가르시아 교수도 드디어 자기 몫을 챙길 줄 알게 되었군. 달세르. 이 일이야말로 축하해도 좋은 일이지!”
“킴 교수님을 위해 축하드립니다! 킴 교수님 같은 분이야말로 잘 되셔야 하는데 말이죠!”
“…저주를 풀기 위해서 가르쳐주신 겁니다. 사리사욕 때문이 아니라요.”
“그렇게 믿고 싶겠지. 하지만 워다나즈. 테르미날리아가 어느 계통의 마법이지?”
“시공간 마법이죠.”
“가르시아 교수의 전공은?”
“시공간 마법… 아니. 음해입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나는 가르시아 교수의 책략이라고 믿고 싶군. 그래야 좀 더 흐뭇할 것 같아.”
가르시아 교수가 매번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건 다른 교수들에게도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나쁜 버릇이 드는 것이다.
만약 이번 일이 가르시아 교수의 책략이었다면 해골 교장은 정말 기쁠 것 같았다.
‘기분 탓인가? 교장 선생님하고 이야기할 때마다 자꾸 교수님들을 의심하게 되는데…’
이한은 오히려 해골 교장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이 사람, 일부러 이간질하는 거 아니야?
“테르미날리아는 이미 전수했다니 더 말할 것도 없겠군. 펜타그라마톤은 더 강력한 악마를 넣고 싶다니 어쩔 수 없고… 마그눔 오푸스부터 연습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각하!”
“알겠다. 알겠어. 그만 징징대라. 네게도 기회를 줄 테니.”
해골 교장은 달세르에게 손짓했다. 어디 한 번 자랑하는 마법을 보여 보라는 뜻이었다.
“아마 시뮬라크룸이겠지. 혹은 다이모나스거나. 사실 페트로가드 마법사들이라고 해서 창의적이고 기발한 소세계 마법만을 쓰진 않아. 오히려 소세계 마법들은 오랫동안 전수되어 내려온 만큼 예상하기 쉬운 부분이 있지.”
“…각하…”
페트로가드 마법사는 해골 교장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대마법사가 이런 식으로 굴어도 돼?
그러나 해골 교장은 뻔뻔하게 말했다.
“너는 남의 마법학교 학생 마음대로 데리고 가도 되고, 나는 네 마법에 대해 말 한 마디도 하면 안 되나?”
‘진짜 뒤끝의 화신이시군.’
이한은 감탄했다.
왜 제국의 마법사들이 해골 교장을 두려워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한 번 찍히면 온갖 치졸한 방법으로 복수당할 수 있는 것이다.
“30분 남았다. 30분 안에 소개해라. 우리도 다음 약속이 있단 말이다.
“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