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as a Mage in a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4)
864화
‘내가 후배한테 뭘 잘못했나?’
디레트는 순간 생각했다.
물론 저번 주에 자그마한 착각 때문에 후배가 >스켈레톤 골렘 소환>을 억지로 배우긴 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선의로 한 짓 아닌가. 후배처럼 착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정상참작을 해줘야 했다.
…아닌가?
“죄송합니다. 선배.”
이한은 빠르게 다가와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금 디레트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는 이한도 짐작이 갔다.
강의실에 교수 두 명을 데리고 왔으니…
“강의실에 교수님들이 들어와서 놀라셨겠죠.”
“어. 그보다는 드래곤이 와서 더 놀랐는데.”
디레트는 드래곤은 그냥 당연하게 여기는 후배의 모습에 경악했다. 이한은 머쓱해하며 해명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이 더 충격적이실 줄 알았어요.”
“저 분이 전하야?”
“예.”
이한은 선배의 눈치를 보며 조우린이 왜 왔는지, 그리고 교수들은 왜 같이 왔는지 설명했다.
디레트는 의외로 선선히 납득해줬다.
에인로가드에서 드래곤이 돌아다니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이다.
“하긴 교수님들이 같이 다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저는 좀 너무 과민반응 아닌가 싶었는데요.”
“응? 절대 아냐. 미친놈들 많아서 같이 다니는 게 맞아.”
“……”
후배들에 대해 절대적인 불신을 보이는 디레트의 모습에 이한은 잠깐 말문이 막혔다.
그러는 사이 뒤에서 대화가 오고 갔다.
흑마법 강의라니! 조우린은 너무나도 기대되노라!
“맞아요. 전하. 세간의 오해와 달리 흑마법은 아주 오랫동안 그 계보가 내려온, 말하자면 고대 마법의 적통이라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디레트 학생은 에인로가드 학생 중에서도 손꼽히는 인재랍니다.”
가르시아 교수가 기대를 더 올렸다. 조우린의 커다란 눈동자가 샛별처럼 빛났다.
우와! 고나달테스처럼?
“그렇습니다.”
“……”
뒤에서 들리는 대화에 디레트는 진땀을 흘렸다.
가르시아 교수야 그렇다 쳐도 볼라디 교수는 대체 왜 저런단 말인가?
‘뭐가 교장 선생님처럼이야…’
“선배. 힘내십시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그런데 후배.”
“예?”
“저기 가서 앉아.”
교탁 옆에 서서 도와주려는 준비를 하는 이한을 보며 디레트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후배는 강의를 듣는 사람이었지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왜 옆에 서서 도우려고 한단 말인가?
‘아차.’
이한은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자리로 돌아갔다. 조우린은 앞발로 이한을 인형처럼 끌어안았다.
답답해서 괴로워하는 후배를 보며 디레트는 속으로 사과했다.
‘미안해. 후배. 나는 한낱 학생일 뿐이야.’
교수들과 상위 황족 앞에서 후배를 괴롭히지 말라고 당당하게 일갈할 용기가 디레트에게는 부족했다.
“우선. >독, 뼈, 피> 강의는… 흑마법에서 자주 사용되지만 그 중요성을 잊기 쉬운 몇몇 원소들에 대한 심화 강의입니다.”
“디레트 학생. 우리는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진행해주세요.”
“없는 것처럼 생각하도록.”
“……”
디레트는 울컥했다.
정말 신경 쓰지 않기를 원했으면 셋은 밖에서 기다리던가!
“…저번 주에는 스켈레톤 골렘 소환을 익혔었지. 후배.”
“스켈레톤 골렘 소환?”
볼라디 교수가 이한을 보며 물었다. 조우린의 앞발 사이에 폭 갇혀서 움직임이 제약된 이한이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예.”
“그렇군.”
‘뭐가 그렇다는 거지?’
이한은 볼라디 교수가 깃펜을 끼적이며 메모하는 소리에 움찔했다.
조우린의 앞발 사이에 갇혀 있지만 않았다면 뭘 적었는지 확인해봤을 것이다.
“아직 1학기인데 스켈레톤 골렘 소환을 가르쳤다고요? 디레트 학생. 아무리 이한 학생이라지만 후배한테 너무 엄하네요.”
“아니, 그게…”
디레트는 억울했다.
가르친 게 아니라 기분전환 겸 하루 쉬어가라고 던져준 걸 후배가 어떻게든 꾸역꾸역 강의 시간 내에 완성한 거였는데…!
“…그러게요… 제가 좀 후배한테 엄했던 것 같습니다…”
‘이한 학생이라지만’이 무슨 뜻이야?
조우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볼라디 교수가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뛰어난 학생에게는 그에 맞는 가르침이 필요합니다.”
아하! 배그렉 교수가 이한을 맨날 때렸던 것처럼?
“그런 적 없습니다.”
“……”
가르시아 교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그보다 조우린 전하가 저걸 알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안 그래도 에인로가드에 관한 헛소문이 많았는데 더 퍼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걱정이 됐다.
“으흠. 그래서, 디레트 학생. 다음 주가 중간고사인데… >독, 뼈, 피> 강의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앗. 그게요.”
디레트는 머뭇거렸다.
사실 >독, 뼈, 피> 중간고사는 이제 듣는 학생이 원하는 주제를 하나 고르게 한 뒤 적당히 난이도 있는 마법을 하나 익히게 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스켈레톤 골렘 소환>이 중간고사 주제로 넘칠 만큼 충분하단 점이었다.
안 그래도 후배가 강의도 많이 듣겠다, 적당히 다시 소환하게 한 다음 시험은 그걸로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하필 교수 두 명에 드래곤까지 앞에 있으니 괜히 눈치가 보였다.
‘그래도 가르시아 교수님은 이해해주시겠지?’
다른 둘은 몰라도 가르시아 교수는 분명 편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본인도 전 학파 수강자 아니었던가.
“실은 이러려고 했었거든요.”
디레트의 설명에 가르시아 교수는 신중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의외로 가르시아 교수는 쉽게 수락하지 않았다. 물론 이한이 힘든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디레트가 나중에 책임을 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골 교장 성격에 트집을 잡아서 징벌방에 보낼 수도 있었으니 조심스럽게 판단해야 했다.
버두스 교수 옆방에 디레트가 들어간다니.
생각만 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좋은 것 같군.”
“……”
가르시아 교수는 다시 한 번 어이없다는 듯이 볼라디 교수를 쳐다보았다.
이 교수님이 진짜!
“교수님!”
“?”
“나중에 교장 선생님이 트집을 잡으면 어떡하시려고요?”
“그럴 것 같지 않소만.”
“…물론 저도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요… 디레트 학생. 그래도 괜찮을 거 같아요.”
가르시아 교수는 속으로 의심했다.
혹시 디레트는 볼라디 교수의 제자가 아니라고 걱정 안 하는 것 아닌가?
‘제자 없던 분이 제자가 생기니까 더 무섭네…’
그러면 다 결정된 거지? 이한, 이한! 스켈레톤 골렘 보여줘!
이한이 몸에 두르고 있는 염동력 방어 역장을 힘으로 짜부라뜨리며 조우린은 재촉했다.
그 모습에 이한은 자신이 염동력 마법을 익히길 다행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미친 분신이 그래도 도움이 되긴 했군. …잠깐. 이거 스톡홀름 신드롬 아니야?’
“기다려주십시오. 소환하겠습니다.”
이한에게도 중간고사 강의를 미리 줄일 수 있다면 매우 반가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이 많은 강의들을 어떻게 다 버텨낼지 걱정했는데, 이렇게 먼저 줄일 수 있다면 일이 한결 수월해질지도 몰랐다.
‘>심화 환상 마법과 영체학 이론>, >지팡이 재료와 마법 증폭>, >지독하게 아름다운 생물들> 강의가 시험에서 빠지고 추가로 >독, 뼈, 피> 강의가 빠진다면… 가르시아 교수님 강의, >중급 전투 마법의 이해>, >원소 마법과 그 응용>, >미치기 좋은 예지 마법들>, >복잡한 마법 대신 물약 한 방울로>, >검과 인생>,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제국의 언어들>, >고대 유물과 소환 마법의 비극적 역사>, >애벌레부터 드래곤까지>, >식물과 함께하는 마법사의 삶>, >실전 치유 마법>, >정, 기, 신>… 음. 그만 생각해야겠군.’
남은 강의들을 따져보던 이한은 재빨리 멈췄다.
더 따졌다가는 스스로의 영혼에 강력한 데미지가 들어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움직여라!”
암흑 원소와 피 원소를 추가한 대형 괴수의 뼈를 꺼낸 뒤, 공정과 함께 주문을 외운 이한이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뼈의 모습이 변화하며 덩치 큰 소환수로 자리 잡았다. 암흑 원소와 피 원소로 강화된 중형 스켈레톤 골렘이었다.
조우린은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대단하노라!
“잘 만들었네요.”
“나쁘지 않군.”
드래곤과 두 교수의 칭찬에 이한은 물론이고 디레트도 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학생이 한 명인 만큼, 그 한 명의 평가에 따라 강의의 평가도 직결되기 마련인 것이다.
이한! 이한! 앞으로 움직이게 해줘!
“예. 예.”
계약과 소환이 아닌 마법사가 직접 명령을 구성한, 고대의 흑마법 소환은 이런 잡다한 일들도 불만 없이 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조우린은 검붉은 기운을 뿜어내는 스켈레톤 골렘을 보고 뛸듯이 기뻐했다.
자신보다 많이 작은 종족들만 봐오다가 이제야 좀 장난칠 수 있는 덩치의 상대가 생긴 것이다.
이한! 조우린이 저 나쁜 녀석을 때려눕혀보겠어!
“저런. 저는 전하만 믿습니다.”
아첨과 함께 이한은 스켈레톤 골렘을 섬세하게 조종했다.
혹시라도 조우린에게 타격을 주면 안 되는 만큼, 스켈레톤 골렘은 덤비는 시늉을 하면서도 섬세하게 당해줘야 했다.
휙휙-
스켈레톤 골렘이 주먹을 허공에 날리자 조우린은 재빨리 날개를 펼치며 피했다.
이한은 집중하느라 몰랐지만 볼라디 교수는 추가로 메모했다.
반응속도-최상급.
용은 제국에서 극도로 희귀한 종족이었고 개체마다 차이도 컸다. 하루 만에 크게 성장하고 달라질 수도 있는 만큼 용의주도하게 상태를 파악해놔야 했다.
그래야 제자가 용과 싸울 때 사고가 없지 않겠는가.
조우린의 일격!
조우린은 멋진 기술을 외치며 앞발을 휘둘렀다.
슬슬 됐다 싶은 이한은 방어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골렘의 가슴팍을 그대로 내주었다.
대형 괴수의 뼈를 기반으로 암흑 원소와 피 원소를 먹여가며 강화시켰지만 신비하고 강력한 마력을 품고 있는 용의 발톱을 막아내진 못했다.
콰직!
굉음과 함께 스켈레톤 골렘이 쓰러졌다. 조우린은 날개를 퍼덕이며 외쳤다.
이한! 조우린이 나쁜 녀석을 쓰러뜨렸어!
“전하야말로 제국의 미래십니다!”
‘내 후배지만 너무 아첨에 능한 것 같아.’
디레트는 속으로 생각했다.
교수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상위 황족의 환심도 이렇게 살 줄이야.
대체 나중에 뭘 하려고 이러는 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에인로가드 교장이라도 하려는 걸까?
조우린은 방금 스켈레톤 골렘과 씨름했던 게 재밌었는지 이한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우린은 다시 겨뤄보고 싶은데…
“소환할까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정말?!
마력만 있으면 계속 소환 가능한 만큼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우린은 기쁨의 비명과 함께 껴안으려 했다.
‘크윽. 앞으로 염동력을 더 강하게 해야겠군.’
기쁠수록 강해지는 용의 완력에 이한의 방어막이 비명을 질렀다.
참! 이 나쁜 녀석을 더 튼튼하게 만들 수는 없어?
“음. 지금 제 수준으로는 힘들 것 같습니다만.”
디레트가 준 대형 괴수의 뼈는 이한이 직접 암흑 원소와 피 원소를 넣어가며 강화시킨 덕분에 거의 한계까지 강화된 상태였다.
이러한 강화는 무한히 가능하지 않았다. 당연히 재료의 한계 안에서만 가능했다.
대형 괴수의 뼈보다 더 좋은 시약을 찾아내거나, 아니면 이한이 마법적으로 효율을 올리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설명을 들은 조우린이 다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조우린에게 좋은 방법이 있노라!
“그게 뭡니까?”
여기!
조우린은 앞발을 내밀더니 쭉 펼쳤다. 거기에는 처음 보는 재료가 있었다.
“이게 뭐죠?”
조우린의 이빨!
“……”
이한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